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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61화 (161/204)

161화 알고 보면 간단한 해결책

경기도 과천 APS 접속 센터.

소속 플레이어들 모두 빠짐없이 다 캡슐에 접속하고 있었다.

에루인도 게임에 열중했다.

다만 가상현실 게임이 아닌, 이젠 인기가 떨어져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그래서 고인물들만 잔뜩 남은 전통 놀이 컴퓨터 게임인 것이 다를 뿐.

에루인의 경우 ‘소환의 협곡’이란 AOS 장르를 플레이 하는 중.

몇몇 캐릭터가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암살자 루인으로 활동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비슷한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 순간 가속과 비슷한 점멸 스킬이라든지, 쌍검술이라든지…….

그녀가 즐겨 하는 챔피언도 당연히 암살자 계열.

하지만 게임 플레이가 여의치 않다.

“X발!”

연신 키보드를 연타하면서 마우스를 놀리는 에루인.

“부모 없냐고? 그래, 없다. 8백 년 전에 돌아가셨다, 개X끼들아!”

고인물 가득한 이 게임에서 초보자가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반면 데우스칩은 게임에 흥미가 없다.

그저 컴퓨터에 저장된 영상을 계속 돌려 보는 중.

그를 매료시킨 것은 가봉 열대우림 공략 동영상.

장거리에서 쏴 대는 포탄과 로켓,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날아가는 미사일, 폭발물을 달고 지형지물을 요리조리 피해서 자폭 공격을 감행하는 드론.

엄청난 위력의 전략 병기들.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고위급 마법사들 아닌가.

‘허허, 우린 왜 이런 발상을 하지 못했지?’

지구의 전쟁.

그 단순한 전략 전술.

폭탄을 운반해서 적진에 터뜨린다.

세상 안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이런 방식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뿐.

그저 골렘만 죽어라 만들어 냈다.

‘마그누스급 거대 골렘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겠어.’

예를 들어 단거리 미사일 같은 것.

탄두는 파워 스틱 밤으로 대체하고.

‘드론 유도 방식을 차용해서 정확도를 높이고, 가속과 증폭 같은 마법 문양을 덕지덕지 새기면?’

한 100발만 생산해도 충분하다.

‘접근하지도 못하고 찢겨 나가는 거지.’

손이 근질근질하다.

세상 안에서도 해 보고 싶다.

심지어 올드팩토리 침식지가 정화된 것이 안타까울 지경.

하지만 침식지가 어디 마키나 공화국 주변에만 있나?

‘돌아가서 만들어 봐?’

순간!

“뭘 보고 계세요?”

“어? 벌써 나왔나? 왜 이렇게 일찍…….”

찬웅이었다.

원래는 마키나 공화국에 가려고 했는데, 그보다 데우스칩에게 먼저 알려야지.

또한 함께 갈 수 있다면 함께 가고.

“지금 세상 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 드리려고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네, 아주 큰일요. 사실은…….”

접속하고 알아낸 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찬웅.

충격을 받은 듯, 아무런 말도 없이 멍하니 이야기를 듣는 데우스칩.

그러더니.

“10년이라,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돌아가야겠군.”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맞는데…….

데우스칩의 태도가 이상했다.

그의 말투와 태도에서 불안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숨길 수 없는 흥분의 감정이 묻어났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두렵지 않으세요?”

“흥! 왜 두려워? 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몰라. 해묵은 원한을 이 기회에 씻어 낼 수 있으니까.”

왠지 기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전쟁광인가?

오랜 앙숙 관계인 테라퓨타와 마키나 공화국.

5백 년 전에도 전쟁이 있었다.

그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은 침식 때문에 휴전 상태.

“케이, 자넨 전쟁에 개입하지 말게. 이건 대륙인들의 싸움이야.”

“하지만…….”

“자넨 자네 할 일을 해. 더 가치 있는 일을 말이야. 전쟁처럼 무가치한 것은 내게 맡기고.”

“…….”

사실 찬웅도 입장이 애매하다.

브랜달에게 마키나 공화국 편에 설 거라고 큰소리쳤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전쟁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수준이었지.

“캡슐을 사용할 수 있나?”

“네, 비어 있는 것 아무거나 쓰세요. 전 뉴팩토리에 먼저 가 있을게요.”

“알았네.”

궁금했다.

세상 안에서 나온 이들도 캡슐을 사용해 접속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들은 지구인이나 마찬가지.

게임 가입에 필요한 개인 정보도 가지고 있다.

이름 대우석, 국적 한국, 주민 번호 XXXXXX…….

골렘의 몸으로 캡슐에 누운 데우스칩.

스르륵.

뚜껑이 닫혔다.

그리고 접속 성공을 알리는 파란불.

‘역시 되는구나.’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자.

* * *

마키나 공화국은 이미 전쟁 준비 중.

뉴팩토리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보이는 현수막 문구들.

- 결사항전으로 간악한 테라퓨타의 마귀들을 섬멸하자!

- 우리의 대답도 전쟁이다. 마법사에게 무자비한 징벌을!

- 응답하라! 마키나 공화국 국민이여! 자랑스러운 마키나의 전사로서 살아가련다!

-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 오라! 팩토리로! 생산하자! 전투 골렘!

찬웅은 광장에 서 있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숨 귀걸이’로 이름표를 숨기고 있었으니까.

‘이 양반은 언제 오나?’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데우스칩.

근데 어떻게 알아보지?

슈슛!

알아보는 건 금방이었다.

광장 중앙에 나타난 한 명의 아바타.

커스터마이징을 어찌나 정성스럽게 했는지 골렘의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 뜬 이름표.

[데우스칩]

원래 전설급 NPC의 이름을 아바타명으로 쓰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 경우는 괜찮다.

뭐, 본인인데!

“이리로 오세요.”

“응? 누구… 케이, 자넨가? 근데 머리의 이름표는?”

“이거 때문에요.”

찬웅은 귀걸이를 착용 해제했다.

그러자 드러나는 [케이] 이름표.

“오!”

“아이숨 귀걸이, 이거 착용하세요. 아바타의 이름을 가려 줘요.”

“그렇군. 내가 이름표를 달고 나타나면 문제가 되겠지?”

데우스칩은 귀걸이를 착용하고 이름표를 가렸다.

그리하여 광장을 통해 중앙 마공학 연구소로 걸어가는 두 사람.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수군댔다.

10년 만에 나타난 이방인.

그리고 [케이].

“…맞아?”

“맞는 것 같은데.”

“진짜 케이?”

“맙소사!”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중앙 마공학 연구소에서도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정말이었어! 케이 님이다!”

“케이 님!”

“역시!”

“와 줄 줄 알았습니다.”

연구원 마리도 헐레벌떡 달려왔다.

“뭐죠? 저 지금 꿈꾸고 있어요?”

“꿈 아닙니다. 조금 늦었죠?”

“아, 아니! 10년 동안 소식이 없다가 인제 와서! 그건 그렇고 선임 연구원님은요, 그 망할 데우스칩은 어디 있죠?”

찬웅은 슬며시 데우스칩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를 따라 눈을 돌리는 연구소 사람들.

“뭐야? 이건?”

“사람이야, 골렘이야? 어……? 골렘?”

“설마?”

마침내 데우스칩이 입을 열었다.

“잘들 있었나? 10년 만이군.”

“…….”

“아…….”

“저, 정말?”

벙찐 표정의 사람들.

“그래, 망할 데우스칩이 이제야 왔다.”

“어, 그, 그게 아니라.”

“쉿! 조용! 모두 닥치고 따라와.”

“…….”

데우스칩은 중앙 마공학 연구소로 발길을 돌리면서 말했다.

“연구소 전체 직원들, 빠짐없이 회의실로 소집해.”

“네네?”

“미사일과 자주포 골렘, 드론 골렘 양산 계획을 세워야지. ”

“…에? 그건 뭔데요?”

“들으면 감이 올 거야. 참! 파워 스틱 밤 생산량은?”

“그야 전쟁 준비 중이라 충분히 만들어 놓긴 했지만.”

“잘됐군.”

사람들을 이끌고 사라지는 데우스칩.

찬웅은 조금 씁쓸했다.

‘결국 전쟁을 막지 못하는 건가?’

어쩌면 침식보다 더 위험한 것이 내전인데.

지구의 과학과 전쟁을 배워 온 데우스칩. 그리고 초고도로 발전된 마도 공학과의 만남. 이 힘이 오롯이 침식 정화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저나 시스템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제 어디로 가나.

‘스톤포지로 가 보자.’

* * *

대기실로 귀환한 찬웅.

접속하자마자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쁘다.

스톤포지로 가기 전에 상태창을 점검해 보는 찬웅.

‘아직 변하지 않았네.’

[드래곤 하트 : 흡수율 30%]

따라서 포스도.

[포스 : 335,172]

원래 흡수율 30%는 레지키쓰론을 상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되었던 것, 하지만 점검이 끝나도 그대로.

아바타 신체 능력도 상승했다.

아마 신력, 데이터 압축 프로그램이 가용 자원을 동원해 여전히 자신의 아바타를 관리하는 것 같다.

‘전쟁 때문인가?’

이 힘으로 NPC들을 죽이라고?

이걸로 끝?

그때였다.

왜애애앵! 왱! 왱!

갑자기 들리는 모기 소리.

‘엘리구나.’

그러면 그렇지.

이쯤에서 나와야지.

[안녕하세요, 케이.]

“글쎄요. 썩 안녕하진 않지만, 아무튼 어서 와요. 엘리.”

[세상의 상황에 대해선 알고 계시죠?]

“당연히 압니다. 세상이 어떻게 10년씩이나?”

[그건…….]

이어지는 엘리의 설명.

시작은 헤스티아 성국 대신전 궤멸부터.

그 결과 시스템의 힘은 급격하게 약화됐고, 반(反)시스템이 득세하게 되었으며 새로운 교단이 만들어졌고, 동시에 10년 스킵이 이루어졌다는 등등의 내용.

“그럼 헤스티아 대신전은 복구할 수 없다는 건가요? 저대로 사람들이 참누리 교단인지 뭔지를 믿게끔 내버려 둬야 하나?”

[아니에요. 제일 먼저 NPC들을 미혹에서 벗어나게 해 줘야죠. 그것이 첫 번째 단계고.]

“미혹? 마법 같은 힘이 아니라 자발적인 믿음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마법보다 더 강한 힘이 작용한 거예요. 시스템 바이러스, 다시 말해 반(反)시스템이 가진 권능.]

“그러니까 그 무시무시한 권능을 어떻게 푸냐고요.”

[생각해 보세요.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됐다고 했죠?]

“그야 대신전이 사라져서…….”

[맞아요. 그 때문이죠. 그럼 해결책도 같아요.]

“자세히 말해 봐요.”

[카시우스 제국 황도의 참누리 신전. 물리적인 방법으로 그곳을 없애면 간단해요. 풀 한 뿌리 남김없이 깨끗하게.]

[여기도 지구와 같아요. 세상에 실질적인 강제력을 행사하려면 매개체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안테나 같은 것?]

알 것 같다.

“그러니까 참누리 교단의 신전이 안테나 역할을 하는 거란 말이죠?”

[맞아요. 매개체가 사라지면 NPC에게 스며든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 프로그램이 작동할 거예요. 또 반시스템이 만든 새로운 힘의 유형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도 있고.]

파밧!

순간 대기실에 홀로그램 영상이 떠올랐다.

거대한 건물의 구조.

곳곳에 우뚝 솟아오른 수십 개의 첨탑.

“저게……?”

[네, 참누리 대신전.]

옛 헤스티아 대신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크다.

또 얼마나 넓은지 시골 작은 마을 정도는 씹어 먹을 정도로 광대했다.

‘저걸 어떻게 부숴?’

강기(罡氣)를 사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놈들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을 텐데, 그러니까 제국 수도에 신전을 건설했지.

“알았어요. 일단 거기 가 보고 나서 결정할게요.”

[아! 저, 정말 고마워요.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있긴 하다.

“그… 아이숨 귀걸이 있잖아요. 남은 게 있으면 주세요.”

[네? 제가 전에 하나 드렸잖아요.]

“누구 줬습니다. 귀가 두 개니까 당연히 귀걸이도 두 개겠죠?”

[…후우.]

한숨을 푹 내뱉는 엘리, 그러더니.

스윽.

푹!

자신의 귀에서 조그만 뭔가를 빼더니 찬웅의 귀에 찔러 줬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 위에 드러나는 이름표.

[개발자 엘리]

알고 보니 엘리도 자신의 아바타명을 숨기고 있었다.

“오! 좋네요.”

[이젠 정말 없어요. 그럼 전 이만…….]

“다음에 봅시다.”

스르륵, 사라지는 엘리.

‘방법을 찾아봐야겠네.’

솔직히 엘리가 부탁하지 않아도 할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헤스티아 대신전과 알스테어 성황의 복수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신세 진 것도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거잖아.’

무조건 한다.

그나저나 시스템은?

일을 시켰으면 대가를 주거나, 아니면 방법이라도 제시해 주거나.

‘상자나 까 볼까?’

까면 뭐라도 나올 터.

열대우림 침식지 공략 보상.

점검 완료 후 최초 접속 10분 동안 랜덤 D박스에서 고급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상승.

그거야 일반 각성 플레이어에게나 적용되지, 찬웅과는 별 상관 없다.

‘500개만…….’

[D박스 500개를 구입하셨습니다.]

“오픈!”

[주신(主神)의 축복이 D박스에 깃듭니다.]

역시 처음부터 나온다.

[D박스에서 ‘진(眞) 상급 치유 물약’ 한 병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진(眞) 실드 마법 스크롤(7서클)’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진(眞) 상급 활력의 영약’ 한 병을 획득하셨습니다.]

.

.

.

진(眞), 진(眞), 진(眞)의 연속.

거의 물약 종류.

물론 진(眞)이 아닌 것도 있지만.

‘특별한 건 없군.’

이쯤 되면 맨땅에 박치기하라는 것과 똑같다.

‘시스템이 많이 약해졌구나.’

그래도 인벤토리에 보관.

진(眞)만 골라서.

‘너무 많나? 인벤토리에 들어갈 자리가 있으려나…….’

그런데!

“응?”

인벤토리를 살피다 보니 떠오르는 목록들.

“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하나 들어 있었다.

바로 이곳!

게임 속에 말이다.

원통형 금속체.

꽤 크지만 등에 멜 수 있을 정도는 되는.

“…핵배낭?”

그랬다.

러시아 정보국 요원에게서 압수한, 열대우림 침식지에서 레지키쓰론을 협박하는 용도로 사용했던, 그 핵배낭과 비슷하게 생겼다.

“아이템 정보는?”

[러시아제 핵배낭]

[등급 : 불명]

[종류 : 소모품]

[귀속 여부 : 획득 시 귀속]

[효과 : 불명]

[구현율 : 3%]

“…….”

핵배낭이 맞았다.

그런데 구현율은 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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