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59화 (159/204)

159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서버 정상화 1시간 전.

카리브해 바하마 제도의 섬.

듀플렉스 스페이스 CEO 게리 스탁턴은 기분이 매우 좋다.

슬슬 진정한 자유를 획득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의무 중 18%를 이미 양도했다.

이제 남은 의무 82%.

맞다.

지분은 재산이 아니라 빌어먹을 의무, 책임이다.

‘흐흐, 적당한 퀘스트 보상으로 지분 증여해서 털어 내면…….’

케이, 데우스칩, 에루인. 이 세 사람이 게임 회사 전체 지분 소유자가 된다.

그럼 자신은?

-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

이렇게 완전히 탈출하는 거지.

얼마나 홀가분할까?

게임의 운영과 진(眞), real 아이템을 관리하고 전송하는 책임 때문에 이 섬을 떠날 수도 없었다.

지분만 다 넘기면 자신은 진정한 자유인.

어쨌든 서버 복구까지 1시간도 안 남았다.

그런데?

“엘리! 서버 상세 현황 안 나왔어?”

“네, 아직…….”

“쯧, 답답하네. 들여다볼 수 없으니.”

저쪽 세상의 상황이 어떤지 간략하게 볼 수 있는 요약 보고서가 있다.

점검 전 게임을 관리할 때 한 번씩 뽑아서 보는 일종의 현황판. 자신이나 엘리나, 게임에 접속하는 걸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만든 방법이다.

점검 동안엔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스템에게 요청해 뒀다.

서버 정상화 전에 보고서를 미리 보내 달라고.

궁금하지 않나?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고향.

말이 점검이지, 사실 세상 안에 특정한 어떤 사건이 실제로 발생해서 연결이 끊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길어지는 점검.

그 와중에 사도 빌런들은 뒷문으로 계속 접속했고.

원인은 레지키쓰론의 탈출로 빚어진 오류, 삭제되지 않고 남은 엄청난 대용량의 시스템 오류 파일, 이제서야 삭제됐다.

덤으로 부정한 물의 정령왕까지.

깨끗하게 기록이 정리된 것.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고, 서버 정상화가 약 10여 분 남은 시점에.

“주인님! 서버 상세 현황 보고서 올라왔어요.”

태블릿을 들고 달려오는 엘리.

“그래? 빨리 가져와.”

게리 스탁턴은 태블릿을 터치하면서 세상 안의 상황을 살펴봤다.

“어디 보자… 오! 망하진 않았네.”

“망하다뇨! 그런 재수 없는 말을, 고작 한 달밖에 안 지났는데.”

“흐흐, 인구수 큰 변화 없고, 국가 간 영역도 그렇고, 발전 속도…….”

갑자기 말을 멈추는 게리 스탁턴.

“…어?”

심상치 않은 태도에 엘리가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이, 이게 대체?”

“아니! 말을 하라니까요!”

“미친! 제기랄!”

“나 참! 답답해 죽겠네.”

엘리는 게리의 손에 들린 태블릿을 뺏다시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쭉 읽어 내려가니.

“아!”

드디어 이유를 알았다.

“이, 이게 정말인가요?”

“현황 보고서가 거짓이 아니라면.”

“제가 확인해 보고 올게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현황판에 나온 듀플렉스 스페이스의 현 상황은 사실 그대로였으니까.

* * *

독일 베를린, 프란츠 하이거는 플레이어다.

용병 플레이어는 아니다.

몬스터와 싸우는 그런 것, 할 마음도 없다.

그의 직업은 요리사.

카시우스 제국에 식당까지 차렸다.

코인도 많이 벌었는데.

하지만 점검 때문에 접속도 못 하고, 그래서 식당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

프란츠는 서버가 정상화되기도 전에 이미 캡슐 안에 누워서 접속 버튼만 연타하고 있었다.

딸각, 딸각, 딸각!

돼라, 돼라, 빨리 돼라.

순간!

쑤우욱!

[어서 오세요. 고객님! 듀플렉스 스페이스의 세상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됐다.

눈물 나게 반갑다.

얼마 만에 보는 대기실인가.

또한 자신의 아바타.

[쉐프하이거]

그리고 합일.

이 느낌도 오랜만이다.

프란츠는 카시우스 제국의 폴른스타로 통하는 게이트 앞으로 다가갔다.

손잡이를 잡고, 벌컥!

화아악!

‘내 식당…….’

프란츠는 빠르게 달렸다.

열심히 동화율 돌파해서, 손재주와 미각 스킬 올려서, 차근차근 코인을 모아, 때로는 현질도 해 가면서 마련한 식당.

혹시 없어지지 않았을까?

설마 그럴 리가.

겨우 한 달 지났을 뿐인데.

보인다.

식당의 이름은 ‘이방인이 요리하는 고기구이 전문점’

간판도 목수 플레이어에게 제작을 의뢰해서 멋들어지게 걸어 뒀다.

바로 저 문 위에다가.

그런데?

“헉!”

왜 간판이…….

‘좋은 말씀, 좋은 생각을 위한 참된 쉼터’

저런 성의 없는 간판은 뭐지?

프란츠는 식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스! 에밀리! 어디 있어?”

자신이 고용한 NPC들을 불러 봤지만.

“누구슈? 응……? 이, 이방인? 진짜 이방인?”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

“난 이 식당 주인이지. 근데 당신 이방인 맞아? 이 이름표 가짜 아니고?”

“뭐요? 가짜라니.”

“이방인 맞네. 허허, 다신 안 올 줄 알았는데, 기어코 왔구만.”

프란츠는 답답했다.

대체 누군데 자기가 이 식당 주인이라 그러나?

설마 식당을 빼앗긴 건가?

“아니, 고작 한 달 정도 자리 비웠다고 내 식당을 날름 처먹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장사가 잘되는 식당이었기에.

그러자 희한하다는 듯 쳐다보는 식당 주인 NPC.

“뭔 소리야? 내가 이 식당을 맡은 지 벌써 5년이나 지났어. 그 전에 주인도 한 2번 바뀌었고.”

“무, 무슨……?”

“그리고 갑자기 사라졌다가 10년 만에 나타났으면서 무슨 권리 타령이야.”

10년?

10년이라니.

“이게 대체…….”

그러고 보니 식당 인테리어도 많이 달라졌다.

처음 차릴 땐 거의 새 건물이었는데, 정말 10년이라도 지난 듯 손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아무튼 간만에 보는 이방인이군. 보아하니 마음속에 화가 많은 것 같아. 그럴수록 평온을 유지해야지. 내가 자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네만.”

“하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고요?”

“좋은 말씀 들으러. 어떤가, 나하고 같이 가 볼 텐가.”

“좋은 말씀?”

“심리 테스트도 받아 보고.”

뭐 하자는 수작이지?

복장이 터져 죽겠는데.

* * *

찬웅도 접속 준비를 했다.

먼저 캡슐에 눕기 전에.

“정말 안 하실 건가요?”

“응, 안 해.”

“굳이 할 필요가…….”

아직 집이 구해지지 않아 데우스칩과 에루인은 여전히 APS 본부에 있었다.

남는 캡슐에 들어가서 계정이나 만들어 보라고 권유했는데…….

“세상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나? 난 아직 지구에 볼일이 있어.”

아직 배가 고프다는 데우스칩. 그리고 에루인은.

“나도 그래. 여긴 왜 이쁜 것들이 이렇게나 많니? 그거 다 사려면 한참 멀었어.”

“그렇게 사시고도, 옷하고 구두하고 액세서리하고, 컨테이너 하나에 꽉 차는데요?”

“그래서? 아까워?”

“…아뇨. 너무 적다고요. 적어도 컨테이너 3대는 꽉꽉 채우셔야죠.”

이해는 한다.

특히 에루인과 데우스칩은.

5백 년을 하나의 세상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새로운 세상과 문화를 접하면?

얼마나 재미가 있을까.

“알았어요. 쉬고 계세요. 갔다 올게요.”

“여긴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지키고 있을게.”

찬웅은 캡슐에 누웠다.

그리고 접속.

온갖 아이템이 너절하게 깔린 대기실과 아바타 케이.

‘자, 가 보자.’

최기병과 이필동은 스톤포지로 갔다.

진(眞) 마정석 광산이 잘 보존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럼 자신은?

‘로그드라실에 갈까, 에루인 근황도 알려줄 겸. 아니야. 세계수와 함께 있다고 하니…….’

굳이 갈 필요가 없다.

카시우스 제국? 영지에 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뭐, 땅이 어디로 가겠어?’

그렇다면.

오랜만에 귀여운 마탑주나 보러 갈까.

아니면 성황 만나러 대신전에.

‘그래, 테라퓨타로.’

고리타분한 대신전보다는 낫다.

그래서 그라운드 테라로 가는 게이트 손잡이를 잡은 순간.

멈칫!

“응? 뭐지……?”

뭔가 이상하다.

대기실에 달린 게이트와 명패.

유령마 퀘스트 장소였던 코호트 요새, 로그드라실, 스톤포지, 카시우스 제국 폴른스타, 그라운드 테라…….

그런데 비어 있는 게이트가 있었다.

명패가 달려 있지 않은 게이트.

원래 저기에 달려 있어야 할 도시 이름은.

“…헤스티아 성국, 대신전.”

그랬다.

대신전으로 가는 게이트 이름이 지워져 있었던 것.

“오류 때문인가?”

다시 설치하면 되지.

찬웅은 비어 있는 게이트 문 손잡이를 잡았다.

[게이트와 연결된 장소가 없습니다.]

[도시를 설정해 주세요.]

“헤스티아 성국 대신전.”

그런데?

[설정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이건 또 무슨.”

간단하게 생각하자.

오류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럴 것이다.

“일단 그라운드 테라로.”

그때였다.

띠링.

친구 메시지 알림음.

[와치맨] : 케이 님, 혹시 별일 없으신가요……?

[케이] : 이제 막 접속해서 아직 대기실입니다. 스톤포지는요?

[와치맨] : 으흠, 조금 난감한 일이 있긴 하지만.

[케이] : 드워프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와치맨] : 아뇨,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진(眞) 마정석 광산도 그대로고요. 10년이 지났다는 것 말고는.

[케이] : 아! 네… 잠깐! 뭐라고요? 10년?

이건 또 웬 말?

[와치맨] : 역시 대기실이라 모르셨군요. 우리가 한 달 동안 접속을 못 하고 있었을 때 여기 이 세상의 시간은 10년이 지났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 찬웅.

잃어버린 10년. 그리고 사라진 헤스티아 성국 대신전 게이트.

대체 어떤 일이 생긴 걸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 * *

화아아악!

마법사들의 지상 도시 그라운드 테라.

썰렁하기 그지없다.

마치 버려진 도시 같은 느낌?

어쩌면 당연하다.

그라운드 테라는 철저하게 이방인들을 위한 임시 도시였다.

그런데 갑자기 사라졌으니, 무려 10년 동안.

‘어디 있지?’

찬웅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보통 공중 도시 테라퓨타는 지상 도시 그라운드 테라에서 멀지 않은 곳에 떠 있다.

하지만…….

‘없어.’

하긴, 10년이나 지났는데.

움직이는 도시라 그동안 꽤 많은 거리를 이동했을 터.

‘어디 떠 있는 거야?’

궁금하다.

과연 테라퓨타는 어떻게 변했을까?

‘워프 게이트가 남아 있으려나.’

지상에서 공중으로 올라가는 공간 이동 포인트.

‘…있구나.’

공간 이동 마법은 거리 제한이 없다.

작동한다면 말이다.

인벤토리에서 출입증을 꺼내고.

슈슛!

찬웅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테라퓨타.

도착하자마자 보였다.

안 보려 해도 안 볼 수가 없었다.

은빛 찬란한 거대한 탑.

마법사의 설계를 바탕으로 드워프들의 금속 기술, 마키나 공화국의 마법 문양, 연금 기술, 마법 주문, 듀플렉스 스페이스 세계의 첨단 기술을 총집합해서 만든 역작.

찬웅이 나타나자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테라퓨타의 주민들, 거의 마법사, 아니면 가족들이었다.

“이방인?”

“10년 만에?”

“어, 저 이, 이름은…….”

“케이, 케이가 왔다!”

“오!”

도시에 난리가 났다.

잠시 후.

우르르르, 마법사 무리가 마탑을 나와 찬웅의 앞에 섰다.

“형님?”

“…브랜달?”

9개의 동심원이 그려진 로브를 입고 나타난 젊은 남자,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 버린 마탑주 브랜달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락! 서로 끌어안고서는.

“너 많이 컸구나.”

“10년이나 지났는데요. 정말 기다렸습니다, 형님이 오시기만을.”

“그래, 반갑다. 도시와 마탑은 잘 운영되고 있고?”

“다 형님 덕분이죠.”

그런 것 같다.

브랜달의 표정, 자세에서 숨길 수 없는 권위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현재 테라퓨타의 위치는? 침식지는 훨씬 벗어난 것 같은데.”

“흐음… 아마 한 달 후면 마키나 공화국 뉴팩토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응?”

그렇게나 멀리 왔나?

“그런데 마키나 공화국은 왜…….”

“하하하! 전쟁이죠. 마키나 공화국의 불신자 새끼들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싹 쳐 죽일 겁니다.”

“…….”

대체 무슨 소린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해맑은 표정과 목소리로 전쟁? 불신자들을 죽인다고?

“불신자라니, 설마 헤스티아 성국과 마키나 공화국 사이에 갈등이라도 생긴 거?”

“…헤스티아 성국, 그 허약한 사이비 종교는 이미 10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참된 신(神)의 시대입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침식에서 보호하시며, 그에 맞설 힘을 주시는 전지전능한 신.”

“무슨…….”

살짝 환희에 젖은 얼굴로 찬웅에게 말하는 브랜달.

“우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겁니다. 신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셨어요. 하지만 마키나 공화국 불신자 놈들은 참된 신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죠. 그래서 쳐 죽일 겁니다. 불신의 종자들을 모조리!”

아무래도 브랜달은 미친 것 같다.

“형님! 우리랑 함께하실 거죠? 불신자 새끼들을 같이 죽여요.”

그것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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