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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55화 (155/204)

< 열대우림 침식지 공략(1) >

바스락, 바스락!

오늘도 열대우림 침식지 경계를 관찰하며 확장 여부를 조사하는 찬웅.

‘변함이 없어.’

좁아지지도, 넓어지지도 않았다.

여전히 안쪽은 찐득한 침식의 기운으로 넘쳐나고 있고.

‘놈이 바깥 상황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곧 일어날 결전의 그날을 위해 지구의 전력이 가봉으로 총집결했다.

‘대책이 없는 건 아닐 거고.’

레지키쓰론과 만났을 때 나눴던 대화.

그때 깨달았다.

놈들의 궁극적인 목적.

‘확산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 생존, 그리고 굳히기.’

여기서 말뚝을 박고 끝까지 버티려고 한다.

어떻게든 침식을 지구의 일부분으로 만들려고.

침식 후보지로 열대우림을 선택한 것도 그렇고, 핵의 위협에 맞서 방공호를 건설한 것도 그렇고.

‘그때 핵을 터뜨렸다면···,’

아니다.

물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찬웅은 핵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

반면 데우스칩은 지금도 핵무기를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했다.

강력한 수소폭탄을 서너 발쯤 꽂으면 아무리 방호 장치를 마련했다 해도 침식지 일대는 소멸 될 거라고.

그러나 침식지만 사라질까.

열대우림 전체가 물거품처럼 증발할 터.

‘핵은 해답이 아니야.’

어떻게든 각성 플레이어와 자신의 힘으로 처리해야 한다.

또한 핵만이 지구가 가진 무기의 전부가 아니다.

‘데우스칩을 만나보고.’

그는 지금도 어마어마한 물량의 마도 공학의 무기들을 찍어내고 있었다.

마도 공학 무인 항공기, 마도 공학 무인 장갑차, 그리고 파워 스틱 밤을 현실에 재현한 마도 공학 미사일 탄두.

그리고 각성 플레이어들을 위한 각종 장비들.

‘그걸로 충분해.’

팟팟팟팟!

찬웅은 다시 본부로 돌아갔다.

슬슬 공격 타이밍을 정해야지.

과학 기술의 역량을 총동원해 만든 무기, 거기에 빠르게 전파되는 마도 공학, 지금도 공략 본부가 꽉 찰 정도로 전쟁 물자들이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각성 플레이어들도 준비를 마쳤다.

지휘 체계와 병력이 세분화된 공격대 조직.

찬웅이 본부에 도착하자 최기병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다급한 표정을 보니 무슨 일이 터진 것 같은데···,

그런데?

“네?”

잘못 들었나?

“···엘프 장로 에루인님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각성 플레이어 몸에 빙의? 그것도 브라질 빌런으로 현상 수배됐던 니나 페레즈의 몸에?”

“육체의 본래 주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그래서 그녀의 복수를 대행해 준 것뿐이랍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찬웅은 급하게 데우스칩의 연구실로 달려갔다.

벌컥!

문을 열고.

“찬웅씨!”

“찬웅아! 여기야.”

“어서 오게.”

“쟤는 뭐야?”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연구실 풍경.

3명의 여자, 그중 두 명은 민도연과 상큼한 딸기 신여은.

그리고 나머지 한 명.

화장하지 않아도 숨길 수 없는 외모, 미끈한 몸매, 탄력 있는 갈색 피부, 에루인이 빙의했다고 알려진 니나 페레즈였다.

그런 그녀 옆에서 다소곳한 자세로 수발을 들고 있는 데우스칩.

“어···,”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저 비굴한 데우스칩의 행동만 봐도···.

“스, 스승님?”

“···뭐야? 너가 내 제자야? 왜 이렇게 생겼어? ···살짝 실망인데.”

“제 얼굴이 어떤데요?”

“그, 그냥 그렇다고.”

말투도 게임 속 에루인과 그대로.

“어떻게? ···나오셨어요?”

“자세히 설명하려면 복잡하고, 세계수께서 보내주셨다.”

그렇구나.

결국 운영자의 개입.

“내가 너 만나려고 무슨 짓까지 했는지 아니? 내가 쓰레기들은 죽였지만 죄 없는 경찰들은 어떻게 죽여. 아무튼 도망치느라 애먹었다. 대서양 망망대해에서 노 저어 봤어?”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며 늘어놓는 에루인, 그 소리를 듣고 안타깝다는 듯 리액션을 취하는 데우스칩.

어쨌거나 그녀도 넘어왔다.

데우스칩과 함께 게임 속에서 현존하는 전설급 NPC.

‘이러다가 다 넘어오는 거 아니야?’

만약 다음이 예정되어있다면···,

‘드워프? ···마법사?’

하지만 그러지 않길 바래야지.

그들이 넘어온다는 건 또 무슨 일이 생긴다는 의미니까.

아무튼.

‘이겼네.’

강력한 무력의 에루인.

마도 공학의 데우스칩.

더불어 지구가 가진 기존의 힘.

핵 따위는 필요가 없다.

침식지는 정화된 거나 마찬가지.

무조건!

※ ※ ※

안테나, 무선 신호를 전자기파로 송수신해주는 장비.

그러나 여기, 가봉 열대우림에 세워진 거대 안테나는 침식의 기운을 송수신한다.

그럼 그 침식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당연히 세상 안.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흐음,”

초조한 기색으로 안테나를 관찰하는 레지키쓰론.

그동안 이쪽으로 넘어왔던 침식의 기운은 헐거워진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처럼 찔끔찔끔, 충분치 않았다.

아직 세상 안의 방화벽이 견고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지배력을 약화시켜야 했다.

그건 세상 안에서 해야 하는 일, 임무를 맡은 놈들은 따로 있다.

방화벽을 무너뜨려야 침식의 뿌리를 제대로 박을 수 있다.

‘···아직 멀었나?’

순간!

화아아아아···,

찌이이이이···,

불타오르듯 빛을 발산하는 안테나, 이제야 겉면에 새겨진 각종 마법 문양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휴우···, 됐군.”

안도의 표정을 짓는 레지키쓰론.

세상 안의 방화벽이 드디어 무력화됐다.

너무 오래 걸렸지만 레지키쓰론은 만족했다.

이제 핵이 떨어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멍청한 놈들.”

그게 그렇게 어려웠나?

“이방인들도 없었을 텐데···.”

그래서 막을 자들도 없는 판에, 겨우 해내는 꼴이라니.

“군주라는 명칭이 아까워.”

우우우우우우···.

안테나 전체에서 발산되는 강렬한 빛.

그로 인해 전송되는 충만한 침식의 기운.

방화벽이 사라지니 이렇게나 콸콸 뿜어져 나온다.

“크르르르···,”

물의 정령왕도 만족한 모양.

침식의 힘을 빨아들이면서 점점 그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안돼! 그만!”

침식의 기운은 당분간 안테나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놈들이 핵을 터뜨리는 순간!

방사능과 침식은 서로 융합되어서 전체 열대우림으로 퍼져나갈 터.

“그럼 절대 사라지지 않는 거지.”

영구적인 침식지의 완성.

자신이 지구로 넘어온 목적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순간!

부우우웅!

안테나를 향해 날아오는 비행체.

“쯧! 또···,”

하루에도 몇 번씩 저게 날아온다.

무인 정찰기라 불리는 지구의 눈.

“부숴라!”

레지키쓰론의 지시를 받은 물의 정령왕이 무인기를 향해 아이스 스피어를 쏘아 올렸다.

츠핏!

쐐애애액!

서늘한 기운을 뿌리며 날아가는 정령왕의 공격.

하지만,

퉁!

무인기에서 발현된 투명한 배리어.

닿자마자 소멸하는 아이스 스피어.

“응?”

레지키쓰론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인 정찰기에 쉴드 마법이 적용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진 정령왕의 아이스 스피어 한방으로 쉴드고 뭐고, 단숨에 부쉈는데,

“데우스칩, 이놈!”

이번엔 제법 단단히 만든 모양.

무인기는 아이스 스피어에 맞아 한번 비틀거리더니 이내 균형을 찾은 후, 안테나 주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츠피피핏!

콰쾅! 슈웃, 펑!

물론 두 번째 공격에는 맞아서 추락했지만.

데우스칩이 지구로 건너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도 공학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마도 공학을 가르치면 뭘 하나?

퍼뜨린 지 얼마 됐다고?

또한 이방인들이 세상으로 가는 길은 막혔다.

그래서 놈들은 진(眞) 마정석을 확보할 수 없다.

설령 어디선가에서 공급선이 유지된다고 해도···.

“그래봤자 한 줌이지.”

이젠 버티는 일만 남았다.

그리하여 침식의 시스템이 세상 안을 장악하는 순간, 새로운 문명이 이 땅에 펼쳐질 터.

※ ※ ※

가봉 침식지 공략 본부

데우스칩은 무인기에서 전송된 영상을 유심히 살폈다.

“뭔가 달라졌어.”

“네, 안테나 빛이 더 강렬해졌습니다.”

매일 한 번씩 침식지를 향해 정찰기를 보냈다.

물론 접근하자마자 격추당했지만 그 와중에도 조금씩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며 살폈다. 특히 오늘은 그나마 오래 버텨줘서 전보다 더 자세하게 안테나를 관찰할 수 있었다.

“확실해졌군. 이제야 안테나에 새겨진 문양의 종류가 뭔질 알겠어.”

“뭐죠? 박사님?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여기 이 문양을 보게.”

손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찬웅에게 설명하는 데우스칩.

“초데미지 흡수, 그리고 속성 반사, 오래전에 실전됐던 문양이야.”

“그게 무슨···?”

“듀플렉스에도 핵무기에 필적할만한 공격 마법이 있네. 혹시 알고 있나?”

“으흠, 혹시 유성 낙하?”

“그렇지. 메테오.”

궁극의 9서클 마법이었다.

테라퓨타 마법사들의 자랑.

일단 한번 펼쳐지면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떨어진 곳은 모든 곳이 초토화된다는 무시무시한 궁극기.

“5백 년 전 마탑과의 전쟁에서 선보인 바 있지. 그 빌어먹을 마법쟁이들이 올드팩토리에 운석을 떨어뜨렸거든.”

“그랬다면···,”

올드팩토리가 통째로 소멸하였어야 정상인데.

“우리가 막아냈네. 저 초데미지 흡수, 속성 반사 마법 문양을 올드팩토리 전체에 덕지덕지 붙여가면서.”

“아!”

“개 같은 새끼, 감히 마도 공학의 유산을 저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어쩔 수 없었다.

무려 5백 년 동안 올드팩토리는 침식지였다.

또한 드래곤은 그걸 똑같이 재현해낼 수 있을 만큼 지혜로운 존재이고.

“물론 운석 낙하의 데미지를 받아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지. 당시 소모된 마정석만 해도 올드팩토리가 1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었어.”

“···그럼 저게 지금 그려진 겁니까?”

“아니, 원래 그려져 있었던 거야.”

“이제야 발견된 이유는요?”

“초데미지 흡수와 속성 반사 마법 문양이 작동될 만큼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럼 저 안테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의 위력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는 의미.

그렇다면···,

“후우, 핵무기는 안돼. 놈이 자신했던 근거가 바로 이거였어.”

저 에너지가 어디서 공급되고 있는 걸까?

당연히 세상 안일 터.

시스템, 아니 주신(主神)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 그곳에서 생겨난 변화.

찬웅은 에루인에게 듀플렉스의 근황을 들었다.

헤스티아 성국에서 대규모 침식 웨이브가 일어났다는 것.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빨리 레지키쓰론과 침식지를 정화하고 게임에 접속해야 한다.

헤스티아 성국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에루인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그래서 어쩌자고?”

“응?”

“핵무기는 안 된다며? 그럼 가만히 있어야 해? 쫄았어?”

쩔쩔매는 데우스칩.

“아, 아니, 하루 빨리 공격을 실시해야···.”

“그래? 간단하게 말할 것이지.”

에루인이 회의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허리춤엔 데우스칩이 정성 들여 만든 쌍마체테를 차고.

“자, 드가자!”

마침내 전 세계 지구연합군의 대(對) 침식지 공략 작전이 실시되었다.

※ ※ ※

시작은 선전포고도 없는 지구연합군의 기습공격.

쐐애애애액!

열대우림 침식지를 나르는 무인기 편대.

“목표 확보했습니다.”

“때려 부어!”

슈슛! 슈슈슈슛!

무인기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폭탄과 로켓.

꽈과과광! 꽈광!

굉음과 함께,

번쩍! 번쩍!

열대우림 숲 이곳저곳에서 빛을 발하는 섬광.

저 멀리, 침식지와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자주포와 다련장 로켓의 포격도 실시됐다.

퍼펑! 퍼퍼퍼펑!

화염은 피어오르지 않았다.

미사일과 로켓에 사용된 탄두는 모두 다 마정석 폭탄.

파워 스틱 밤의 현실판.

전 세계 곳곳의 군수 공장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물량을 찍어냈다.

데우스칩은 무기에 적용되는 마법 문양을 대가 없이 풀어버렸다.

그리고 임시 본부에서도 계속되는 마공학 강의, 이름난 석학들이 데우스칩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몰려왔다.

데우스칩도 천재, 강의를 듣는 이들도 천재.

천재가 천재를 가르쳤다.

또 진(眞) 마정석은 어떻고?

양이 부족한가?

천만에!

“화력이 모자라! 자주포와 로켓포 총동원해. 숲이 완전히 사라져 평지가 될 때까지 융단 포격!”

후손을 위해 보존해야 할 울창한 열대우림 일부가 포격에 의해 유린되고 있었다.

솔직히 가슴이 아프다. 숲이 무슨 죄일까?

하지만 이미 침식된 동식물, 정화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이럴 바엔 깨끗이 도려내는 게 맞지.

그렇게 해야 예전 그 모습으로 회복될 것이다.

종일 지속되는 폭격.

공중에서, 지상에서, 정밀한 유도로 수를 놓듯 촘촘하게 내리꽂혔다.

이게 다 지상군, 각성 플레이어를 투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

반격은?

왜 없었겠나?

무인 정찰기들을 격추하려는 물의 정령들의 총공세.

침식된 숲도 파괴되는 즉시 재생을 시작했다.

하늘이 새하얀 빙계 마법으로 가득 찼다.

퉁퉁퉁퉁!

배리어에 막히는 공격.

쿠쿵! 콰콰쾅!

배리어가 뚫리면서 추락하는 무인기.

하지만 충분하다.

지금도 속속 마정석 폭탄과 미사일, 로켓, 장거리 자주포, 무인기, 드론들이 가봉 임시 본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지구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 뭘까?

많은 것이 있겠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하나.

데우스칩도 차원이 다르다고 혀를 내둘렀던 것.

바로 기계화와 자동화로 완성된 대량 생산 체제.

그로 인해 실현된 무시무시한 물량전.

침식지 공략 전쟁을 위해 지구의 모든 중화학 공업이 전투 물자 생산으로 바뀐 지금, 쏟아져 나오는 물량은 차원이 달랐다.

레지키쓰론의 예상은 완전하게 빗나갔다.

일주일째 이어진 폭격이지만 아직 준비한 것의 10%도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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