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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51화 (151/204)

< 거기 있었구나! >

마륜은 벌벌 떨리는 몸을 애써 추슬렀다.

여기서 죽는 줄 알았다.

저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중국 각성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

“저 사람이 케이?”

“처음 봐···.”

“누가 가서 말이라도 걸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무, 무슨 말을 하려고.”

침식지를 공략하면서 자신들이 뭐라도 되는 양 착각했다.

위대한 중화 각성 플레이어.

언론이나 방송도 하늘 위로 붕붕 띄워줬고.

하지만 지금까지 마주한 침식은 진짜가 아니었다.

또한 자신들도 진짜가 아니었다.

반영률의 적용을 받는 반쪽짜리.

얼마나 쉬웠나?

약해진 침식지는 정말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사도 빌런 쑤레이가 수상한 막대기를 꽂고 난 뒤 일어난 변화.

셀 수도 없이 생겨난 부정한 정령, 그리고 다시 힘을 얻은 변이 동물들.

그제야 위협을 직감했다.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싸우기도 전에 겁을 먹어버렸다.

눈앞에서 공격대장이 반으로 갈라져 죽었는데.

도망가려 해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구원자가 나타났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듯 말이다.

“하아, 나 저 사람 욕 많이 했는데.”

“누군들 안 했겠어? 심지어 난 스톤 포지 공격대였어.”

“나도.”

“···우리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현재 살아남은 중국 각성 플레이어들이 케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모두 그랬다.

아무튼 동물원 침식지를 완전하게 공략해낸 찬웅.

잠시 인공섬 위에 앉았다.

‘후우,’

노곤해진 몸.

가득 차 있던 포스가 한순간에 빠져나가니 탈력감이 생겼다.

‘그래도 해답은 찾았네.’

솔직히 찝찝하던 차였다.

침식의 근원인 깃발 안테나를 제거했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정화되지 않았던 베이징 동물원 침식지.

침식을 일으켰던 물건이 곧 해답이었다.

‘역으로도 가능했어.’

안테나로 시작한 침식을 안테나로 끝냈다.

이제는 깔끔하게 정화된 베이징 동물원.

‘부서진 게 아쉽긴 하지만.’

상관없다.

데우스칩에게 몇 개 더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그가 지구로 와서 얼마나 다행인가?

‘우연이 아닐지도 몰라.’

모든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진(眞) 아이템도,

진(眞) 마정석 광산도,

도끼에 플레이어킬이 부여된 것도,

마공학자 데우스칩이 어쩌다 서울에 온 것도,

한숨 돌리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보는 찬웅.

그런데.

‘응?’

저 멀리서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

‘언제부터지?’

물론 본 얼굴은 아니다.

작전할 때마다 버릇처럼 얼굴을 바꿔왔으니까.

‘뭐, 어차피 언젠간 다 알게 될 테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니지.

찬웅은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 두 손으로 X자를 그렸다.

그러자 뻘쭘하게 카메라를 내려놓은 중국 각성 플레이어.

카메라의 불이 꺼진 걸 확인한 후.

‘사람들은···,’

동물원에 널려있는 시체들.

그래도 살아남은 이들이 더 많다.

상처를 입은 이들도 보이고, 그중에 심한 자들은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데···,

‘쯧,’

어쩌겠나?

살려야지.

아무리 중국이 싫다고는 하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고 가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그럼 사도 빌런 새끼들하고 뭐가 달라?

팟팟팟!

제일 심한 부상자부터.

목이 반쯤 잘려 나가 경련을 일으키는 중국인 각성 플레이어에게 치유 물약을 조금 떨어뜨리니.

치지지직!

아물기 시작하는 목 부상.

그리고 입을 벌려 한 모금 정도 부어주고.

복부를 관통당한 부상자에게도,

치이이익!

어깨를 물어뜯겨 출혈이 심한 플레이어에게도,

치이이익!

곧 죽을 것 같은 플레이어에게만.

치이익, 치이익!

나머지 경상을 입은 사람들은 병원 치료를 받으면 될 것 같고, 죽은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많이 살렸다.

이제 집으로.

가서 할 일이 많으니까.

팟팟! 파파파팟!

찬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떠난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는 중국 각성 플레이어들.

생각지도 못했다.

그 비싼 치유 물약을 타국의 플레이어들에게 써?

그것도 한중 관계를 생각하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네.”

“지, 진짜···, 내가 왜 저 사람을 미워했지?”

“되지도 않은 유언비어에 휩쓸린 거야.”

“우리가 못 할 짓을 많이 했구나.”

“솔직히 스톤 포지가 중국 거라니! 우린 도둑놈이나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유언비어는 대체 어디서 먼저 나온 거야?”

※ ※ ※

중국 관영 방송을 통해 매일매일 방영되는 중화 각성 플레이어들의 베이징 침식지 공략은 일종의 축제 같은 거였다.

침식의 물이 대폭 빠져버린 변이 동물들을 사냥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으니까.

중화의 각성 플레이어들이 공격대를 조직해 몬스터들을 무찌르는 모습.

중국인들은 그걸 TV로 생생하게 관람하며 재미도 느끼고, 케이와 엮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추락한 중화의 뽕도 채우고,

시청률이 어마어마했다.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붙는 광고도 수십 개.

방송국은 방송국대로 떼돈을 벌어서 좋고, 정치권은 이걸 기회로 자신들의 무너진 체면을 다시 쌓아 올렸다.

공략에 참여한 각성 플레이어는 또 어떻고?

웬만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그래서 어떻게든 공격대에 참가하려고 기를 썼다.

하지만 오늘.

베이징 침식지 공략 생방송은 전혀 다른 의미로 중국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말았다.

위대한 중화 각성 플레이어 공격대들의 밑바닥.

그 참담한 현실.

“···미치겠군.”

중국 서열 2위 위룽타오 국무원 총리는 밀려오는 두통에 얼굴을 있는대로 찡그렸다.

공격대를 부각시켜 베이징 침식 당시 수도를 버리고 도망간 실책을 숨기고, 권력을 공고히 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빼도 박도 못한다.

숨기고 말 것도 없었다.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방송되었으니까.

공격대원 중에 몰래 숨어있던 사도 빌런, 놈이 소환한 몬스터.

제대로 맞서보지도 못하고 어처구니없이 패퇴하는 중화의 각성 플레이어.

하지만 극적으로 나타난 한 명의 플레이어, 그리고 중국인들은 침식지를 정화한 사람이 누군지 똑똑히 알게 됐다.

└ 씨발, 중국인 체면은 저놈들이 다 망가트리네.

└ 애초에 망가질 체면이 있기나 했어?

└ 스톤 포지 진(眞) 마정석 광산 때부터지. 중국인들이 공공의 적이 됐잖아.

└ 화가 나지만 인정할 건 하자. 이번은 케이에게 은혜를 입었어.

└ 염치도 챙기자. 고마워할 줄도 알아야 해.

생방송으로 낱낱이 나온 장면.

쌍도끼를 든 각성 플레이어가 침식을 정화했다.

그가 케이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었고.

그러나 역시 중국은 중국.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 과연 케이가 다 했을까?

└ 맞아. 그동안 우리 각성 플레이어들이 침식지를 공략해줘서 쉬워진 거잖아.

└ 그래, 다 끝난 걸 마지막에 와서.

그러나,

└ 니들 그거 아직 안 봤구나?

└ 뭘?

└ 너튜브, 아! 중국은 너튜브 안 나오지. 아무튼 내가 올려줄게. 그걸 보면 최초 베이징 침식지가 줄어든 것이 누구 때문인지 알게 될 거야.

└ 설마 또?

└ 마음 단단히 먹어라. 중국이 어떤 식으로 민폐를 저질렀는지 다 나와. 나참! 거기서 군대를 왜 밀어 넣어?

미국 측에서 초기 베이징 침식지가 왜 줄어들었는지, 그 내용을 너튜브에 공개해버렸다.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것.

└ 내가 그 공격대에 있었다. 그때 카메라가 꺼지고 난 뒤 케이가 뭘 했는지 알아?

└ 협박이라도 했나?

└ 부상을 입은 플레이어들, 하나하나 치료해주더라. 그 귀한 치유 물약 써가며.

└ 웃기고 있네! 어디서 그런 거짓말을.

└ 나도 있었어. 그리고 케이가 우릴 치료한 건 진짜야.

실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와도.

└ 못 믿겠는데? 니들 한국인이지?

└ 내가 한국인이라고? 멍청한 새끼들, 뭐가 진실인지도 모르고, 그저 정부와 언론에 휩쓸려서 선동이나 당하지.

└ 이러니 전 세계가 중국을 욕해도 할 말 없는 거야.

└ 한국인은 꺼져!

침식지는 정화되었지만 싸움은 엉뚱한 곳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 ※ ※

한국의 경우 녹화 방송으로 시청했다.

데우스칩과 최기병, 그리고 마이클 피트까지.

찌이이이이이잉!

파사사사사사사!

강렬한 포스의 파동.

그로 인해 소멸하는 침식의 기운,

“호오! 저런 수가?”

가뭄에 단비라고 했던가?

그렇지 않아도 부정한 정령왕의 출현 때문에 고심하던 상황이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군요.”

“생각? 생각한다고 될까?”

“···안되나요?”

“저 파동을 일으키기 위해 들어간 포스의 양이 얼만지 아는가? 포스의 질도 문제지. 숙련된 방출 스킬도 필요하고.”

“···.”

하긴 그럴 만한 사람이 누가 있나?

케이라서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발상은 유효하다.

실전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방식.

‘몇 개 만들어 봐야겠군.’

안테나를 통해 포스의 기운을 퍼뜨리기.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다.

포스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반드시 배워야 할 스킬, 방출.

하지만 진(眞) 방출 스킬을 익히고 있는 각성 플레이어가 몇 명이나 될까?

“하여튼 중국 각성 플레이어들의 밑바닥이 드러났습니다.”

“자력으로 침식지를 공략해냈다고 그렇게 큰소리를 치더니.”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참 쌤통이죠.”

순간!

띠링,

어디선가에서 들리는 메시지 알림음.

수신자는 마이클 피트였다.

“어?”

“왜요? 뭔데 그래요?”

“···으음, CIA에서 뭔가 발견한 것 같습니다.”

“어떤 걸?”

마이클 피트가 스마트폰을 최기병과 데우스칩에게 보여줬다.

“이걸 보세요.”

“이건?”

“아프리카 가봉 열대우림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사진은 흐릿했다.

배경은 열대우림의 우거진 숲.

하지만 한구석에 나무가 아닌 구조물,

그 모습은 마치···.

“아, 안테나?”

“맞군. 안테나야.”

베이징 동물원에 꽂혔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거대한 안테나.

“허허.”

데우스칩은 탄식했다.

불길한 예상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크기가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면 가능하다.

침식지 보스, 부정한 물의 정령왕을 에너지 형태로 지구에 끌어올 수 있는 매개체.

“놈이 여기 있었군.”

드디어 발견했다.

숲이 우거지고, 물이 풍부한, 더구나 인간의 흔적도 뜸한 열대우림에 놈들이 숨어있었다.

그런데?

“이제라도 발견했으니 다행이죠. 케이님이 가서 정화하기만 하면···.”

“···뭐?”

그 소리에 끼리릭, 고개를 돌리는 골렘, 데우스칩.

“누군가? 케이가 가서 정화할 거라고 지껄인 사람이?”

“저, 전데요? 제가 실수한 것이 있는지?”

마이클 피트가 머쓱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차가운 음성의 데우스칩.

“정말 웃기는군. 이번에도 케이에게만 의지하려고?”

“···네?”

“정보만 탐색해서 알려주면 단가? 자네들이 직접 처리할 생각은 조금도 없나?”

“그, 그게 우린 그럴만한 능력이···,”

“하! 진짜 기가 막혀서, 현재 욕만 먹고 있는 중국 각성 플레이어들이 자네들보다 훨씬 나아.”

데우스칩은 마이클 피트에게만 말하지 않았다.

최기병에게도 시선을 고정하면서.

“···어, 무, 무슨 말씀이신지?”

“그래도 중국인들은 스스로 공략 시도라도 했지. 반면 너희들은? 사도 빌런 잡는 것도 케이, 침식지 공략도 케이, 진(眞) 마정석도 케이, 그저 케이, 케이···,”

“···.”

“유치원생도 자네들보다 자립심이 많을 거야.”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중국을 욕할 자격이나 있나? 자네들도 다를 바 없어. 지구가 망할 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케이에게만 떠 넘겨?”

끝으로 못을 박아버리는 데우스칩.

“케이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해. 그가 나서기 전에 힘이라도 빼놓을 생각을 해야지. 뭐라도 해보고 나서 부탁하던지, 그게 순서 아닌가?”

솔직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 ※ ※

중국에서 돌아온 찬웅은 데우스칩과 먼저 만났다.

“아프리카 가봉이라, 거기 숨어있었네요.”

지금이라도 밝혀져서 다행.

“제가 가서 살펴보고 오죠.”

중국에서 금방 돌아왔지만 편하게 쉴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일어나려는 찬웅을 제지하는 데우스칩.

“잠깐 기다리게.”

“왜요?”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야. 아직은 정보가 너무 부족해.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저 열대우림에 뭐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야. 그리고 정령왕이 저곳에 있는 게 확실하다면? 누가 놈을 불러냈을까?”

“사도?”

“아니, 그놈들은 저런 걸 만들 재주가 없어.”

“그럼 누가···? 아!”

“그래, 광룡, 지구로 도망쳐 나온 그 새끼.”

맞다.

그놈 말고는 없다.

“내가 보기엔 지구도 저력이 있어. 고작 도마뱀 한 마리와 물덩어리 한 놈을 처리 못 한다고?”

데우스칩의 말도 일리가 있다.

“열대우림 침식지도 확장을 멈춘 듯하니 일단 추이를 지켜보자고. 자꾸 먼저 나서면 버릇이 나빠져.”

“흐음.”

그러더니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 데우스칩.

“이거나 받게. 그동안 내가 모은 돈이야. 쯧쯧, 돈도 못 벌고 고생만 하고.”

통장이었다.

예금자 명은 대우석.

금액은 100억 원.

지구에 온 지 얼마 됐다고, 많이도 모았다.

“이 돈이면 큰 집과 슈퍼카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야. 침식지도 중요하지만 돈 좀 쓰고 살아!”

“···.”

아무래도 뭔가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가난해?

“휴우,”

한숨을 푹 쉬고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계좌를 보여주는 찬웅.

“이게 내 전 재산입니다.”

“어디 보자. ···53억, 허허허, 자네 정말 가난뱅이였군.”

“단위를 보세요.”

“응? ···코인?”

53억 코인.

요즘 시세가 4달러와 5달러를 왔다 갔다 하니.

달러로 240억 달러.

“한화로 환전하면 30조 조금 넘겠네요.”

“···.”

“제가 아직도 가난뱅이?”

“그, 그래도 많은 돈은 아니야. 지금까지 한 일에 비하면.”

데우스칩은 슬며시 통장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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