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베이징 동물원 침식지(1) >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러니까 뉴스를 통해 베이징 침식지 출현과 수도 습격이 보도되기 전.
찬웅은 유령마 부키를 타고 서울 상공을 날고 있었다.
쐐애애액!
과연 침식이 일어날까?
일어난다면 그전에 막아야지.
그래서 한국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먼저 서울과 경기도를 찍고, 서해안을 따라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까지, 그렇게 빙 돌아보기로.
데우스칩이야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APS에 내버려 두고.
그러던 중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메시지 알림음.
띠링!
[상큼한 딸기] : 찬웅씨, 지금 뉴스 봤어요?
뉴스라니?
[상큼한 딸기] : 지금 중국 베이징에 침식지가···,
‘뭐?’
찬웅은 곧바로 TV 생방송 어플을 실행했다.
‘미친!’
확실하다.
침식지였다.
중국에 침식이 일어났다.
그럼 이대로 중국으로 날아갈까?
중국인데?
침식 문제에 국가 간 감정은 개입해선 안 된다.
아무리 미워도 같은 지구인.
외부에서 나쁜 놈들이 쳐들어오면 싸우다가도 힘을 합쳐야지.
‘베이징이 어느 방향이지?’
데우스칩에게 허리띠를 돌려받았지만 시스템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네비게이션이 안 되니.
‘인천 쪽으로 쭉 가서 서해를 건너면···,’
바로 그 순간!
‘음?’
저 밑에서 느껴지는 침식의 기운.
30%의 드래곤 하트 흡수율로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이 훨씬 강해졌다.
‘서울도?’
현재 자신이 날고 있는 지역은 강남대로.
펄럭펄럭!
가까이 가보니 이미 머리가 사라져 선 채로 죽어 있는 한 사람, 그리고 침식의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는 한 놈.
“저런 개새끼가!”
중국은 무슨 중국?
여기, 자신이 사는 서울이 공격당하고 있는데.
쐐애애액!
부키를 타고 날아가,
팟팟팟팟!
순간 가속으로 접근한 다음,
츠핏!
도끼를 막으려고 하는 놈의 팔을,
썩둑!
잘라버렸다.
“끄헉, 으어어어,”
놈이 지르는 비명 따윈 무시하고.
“또 도마뱀 쫄따구였구나.”
생긴 모습이 그랬다.
“너, 넌?”
“네 두목 어디 있냐?”
“낄낄낄, 내가 왜 그걸 말해야 하지?”
“말하지 않아도 돼.”
콰직!
찬웅은 놈의 가슴팍에다 도끼를 찍어 넣었다.
“꺼어···,”
“지금까지 너 같은 놈 몇 명 만나봤는데, 다 대답 안 하더라고.”
김갑철은 이 상황을 도저히 믿지 못했다.
동화율 300%에 달하는 포스, 거기에 군주의 심장 조각을 먹어 화신이 된 몸, 또한 군주께서 주신 스킬, 이 정도면 상대가 될 줄 알았다.
‘대체 무슨?’
썩둑! 잘리고, 콰직! 박혔다.
결국 군주님께서 내리신 임무는 실패.
케이, 개 같은 케이, 저 새끼만 아니었다면···.
“너, 넌···, 내가 반드시 죽인다.”
“날? 더 이상 기회가 없을 텐데.”
“흐흐흐, 저, 정말 그렇게 생각해? 머, 멍청한 새끼, 그게 너희 인간들의 한계지. 넌 내가 죽인다. 다시 돌아와서!”
이건 또 무슨 말?
돌아온다니,
찬웅은 도끼에서 슬쩍 힘을 뺐다.
“여기가 게임인 줄 아나, 죽으면 끝나는 거지. 3일 후에 부활하기라도 할까 봐?”
“허억, 나, 난 영생을 허락받았다. 네 알량한 힘과는 비, 비교도 되지 않는!”
“···치유 물약이나 활력 물약이라도 마셨냐?”
“벼, 병신, 영생이 그따위 물약 가지고 되는 줄 알았어? 너희들은 아무것도 몰라! 내 영혼을 스스로 군주께 바쳤다. 그럼으로써 난 영원히 살아날 것이다.”
영생, 사실이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애초에 인간이 영생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신도 아니고···,
하지만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놈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었다.
진짜 사실일까?
‘가만! 영생이라, 영생···.’
마침 주변에 그런 사람, 아니 존재가 있다.
‘데우스칩.’
이론상으로 데우스칩은 영생이 가능한 존재.
에고화 된 자신의 영혼을 새 몸, 즉 골렘으로 갈아타기만 하면 영원히 산다.
영혼 갈아타기.
다른 몸으로 영혼만 옮기는 방법으로.
그러자 번뜩 든 생각.
‘이거 설마?’
영생을 향한 인간의 욕망.
덕분에 현재 지구의 바이오 기술은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인공심장은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 인공혈관, 인공관절, 인공식도, 인공고막, 인공항문, 심지어 인공혈액이나 인공 신장도 연구되고 있는 상황.
이미 특이점은 발생했다.
완전한 장기의 교체.
시간문제다.
이제 남은 영생의 핵심.
미지의 영역인 인간의 뇌.
데우스칩처럼 뇌의 인지능력과 기억을 데이터화 할 수 있다면?
즉, 뇌에 저장된 정보를 컴퓨터 저장장치에 업로드해 다른 신체에 다운로드할 수 있다면?
‘영혼의 데이터화, 그게 바로 영생이지.’
그런 의미에서 가상현실 게임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부터 플레이어는 영생하는 존재다.
게임 안에서 말이다.
만들어진 가상 육체 아바타.
실제 영혼을 가진 이는 플레이어.
접속 장치를 이용해 사용자의 의식을 아바타에 빙의하는 식, 그래서 게임상에서 죽어도 3일 후에 다시 부활한다. 영혼은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그걸 거꾸로 적용한다면 어떨까?
영혼은 게임 데이터로 저장하고, 현실에서 육체만 갈아타는 식으로···.
“진짜 영생이라고?”
“낄낄낄, 거짓말 안 해! 봐! 내가 죽는 것에 겁을 먹기라고 하는 것 같아?”
“흐음,”
“너도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군주께 충성을 바치면 영생이 이루어질 거야. 아무나 허락받는 줄 아느냐? 그러니 너도···,”
“혹시 네 영혼이 데이터로 변해 서버에 저장되어 있어?”
“···아, 으음?”
당황한 놈의 표정.
‘맞구나.’
이제 알겠다.
놈이 말하는 영생의 비밀을.
‘진짜 그게 가능해? 뭐, 어쩌면···,’
가상현실을 운영하는 주체는 초인공지능, 그러나 신과도 같은 권능을 가진 수수께끼의 시스템.
그러나 시스템은 단수가 아니다.
또 하나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것이 이 모든 현상의 배후라면?
‘영생을 미끼로 인간을 유혹한다···.’
유혹을 이겨낼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지?”
“흐흐흐, 난 불멸이야.”
“네 영혼이 데이터 저장장치에서 삭제되어도?”
“···?”
“시험해보자.”
아마도 될 것이다.
플레이어킬.
시스템 점검으로 서버가 다운되었지만 여전히 작동하는 컨텐츠가 있었다.
각성 플레이어.
게임 속 아바타와 현실의 플레이어를 연결하면서 발현하는 각성 플레이어의 능력, 반영률의 적용을 받긴 하지만.
게임이 완전하게 닫혔다면, 다시 말해 아바타와 플레이어와의 연결이 끊겼다면, 포스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포스 사용이 가능하다.
아바타와 플레이어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있다는 의미.
‘침식 때문에 열어뒀겠지.’
각성 플레이어들만이 지구의 침식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플레이어킬도 유효하다.
“플레이어킬이라고 알아?”
“···무슨?”
“내가 깨끗하게 삭제시켜 줄게.”
우우웅!
찬웅의 포스가 도끼를 통해 사도 빌런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흐읍!”
뱀과 같은 눈동자를 부릅뜨는 사도 빌런.
“컥! 크컥!”
포스가 침식의 기운을 집어삼켰다.
동시에 플레이어킬도.
“킥! 자, 자, 잠깐! 윽! 이, 이게, 억! 왜, 왜?”
김갑철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점차 사라져가는 침식의 힘.
그리고 허물어져 가는 의식.
단순히 정신을 잃어가는 수준이 아니다.
그보다 더 치명적인 뭔가가 있었다.
뚝!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느낌.
“···어?”
사라져간다.
모든 것이 허물어져 내린다.
육신과 자아, 영혼마저도.
“아, 안 돼···.”
파사사삭!
가루로 변해 사라지는 몸.
‘적용됐군.’
확실히 플레이어킬이 발동됐다.
그리하여 놈은 대가를 치렀다.
영혼을 팔아넘기고, 군주의 하수인으로 지구에 침식을 옮겨온 죄, 그 멍청한 짓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당하고 있나?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죽고 있었다.
중국 침식지에서, 그리고 각국 수도에서.
찬웅은 도끼를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생각보다 단단한 놈이야.’
짙디짙은 침식의 기운도 그렇고.
만약 자신이 아닌 다른 각성 플레이어였다면.···
‘쉽지 않겠어.’
휘익!
찬웅은 다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강남대로에 내려선 유령마 부키.
뉴스에서도 봤듯이 베이징 침식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각 국가의 수도 습격.
한 놈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 찾아봐야지.
※ ※ ※
습격은 강남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여의도 국회에서도,
한국엔 케이가 있었다.
놈이 분신술을 쓸 리는 없으니, 둘 중 한 곳으로 오겠지.
그래서 군주의 사도에서 화신으로 격상한 김갑철과 진명광은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한 양동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김갑철은 강남에서, 진명광은 국회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인다.
그런 이유로 국회의사당에 참혹한 살육이 펼쳐졌다.
국회 임시회가 열려 의원들이 출석해있는 중이라 피해가 매우 컸다. 선거를 다시 해야 할 정도로.
대검찰청 테러 사건 이후, APS는 각 주요 관공서마다 각성 플레이어들을 파견했지만, 신고를 받은 APS 각성 플레이어들이 도착하고 난 뒤, 그들은 이미 죽고 난 뒤였다.
“제기랄! 잡아! 죽여버려.”
APS에 소속된 각성 플레이어들은 30명이 넘었다. 그중에 대신전의 축복을 받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플레이어들도 다수.
콰쾅!
쐐애액!
파직!
그런데 쉽지 않다.
고작 정글도를 든 한 명이었다.
마치 침식지 보스와 비슷한 힘을 가진 놈.
그래서 레이드 진형을 짜서 보스 공략 전술로 상대해야 할 정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놈이 혼자라는 것.
무수한 레이드로 몬스터를 상대해왔던 APS 플레이어들의 합격진이 빛을 발했다.
“이 개새끼야!!!”
쐐애액!
쾅!
특히 상큼한 딸기 신여은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런 미친년이?”
“죽어!”
서걱!
“큭!”
진명광은 내심 놀랐다.
케이만 피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쐐애액! 쿵!
집요하게 달려드는 딸기.
이미 피투성이가 된 몸.
장비도 거의 파괴되어 너덜너덜했고.
“딸기야! 뒤로 빠져. 물약 마시고 다시 와!”
“부탁해요. 언니.”
만도연을 비롯해 우현수, 고유섭, 마태길, 봉춘섭, 이필동도 교대로 가세해서···.
스피릿!
콰악!
포스는 무한하지 않다.
그리고 APS 소속 플레이어만의 강점이 있었다.
진(眞) 아이템.
다수의 침식지 공략으로 상자를 까서 나온 물약과 비약, 대신전 축복으로 받은 진(眞) 무기와 장비.
푸욱!
“허억!”
결국 딸기의 검에 의해 꿰뚫린 진명광.
하지만 피해가 너무 컸다.
“···크크크, 그래, 꽤 하는구나.”
“웃어? 이 많은 사람을 죽여놓고도 웃는다고?”
“흐흐, 왜, 왜들 그래? 허구한 날 국회의원 숫자 줄이자고, 밥만 먹고 하는 일 없는 놈들이라고 떠들어댔으면서···,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닥쳐!”
싹둑!
툭!
데구르르르,
의사당 바닥으로 뒹구는 진명광의 목,
그리고,
팟팟팟팟!
찬웅도 도착했다.
“찬웅씨!”
“끝났어요?”
“네. 방금 처리했어요.”
“···그렇군요.”
아깝다.
플레이어킬로 죽였어야 했는데.
헐레벌떡 달려오는 최기병.
“혹시 강남은···,”
그쪽도 상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은 최기병.
“내가 했습니다. 피해자는 1명이고.”
“아!”
“다른 곳은요? 신고가 들어온 데는 없습니까?”
“네, 현재로선.”
그래도 막기는 막았다.
“비상 경계 상황은 계속 유지하겠습니다. 모두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죠. 상황을 봐서 움직여야 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각국 수도 습격도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베이징 침식지.
중국의 대처는?
※ ※ ※
경기도 과천 APS 접속센터.
속속 들어오는 정보들.
그걸 바탕으로 브리핑을 시작하는 최기병.
“미국은 끝났답니다.”
“유럽은 일부 종료된 곳도 있고, 진행 중인 곳도···.”
“일본도 어렵사리 막아냈지만 인명 피해가 어마어마하고요.”
그리고 중국 베이징.
“침식지 확장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습니다.”
“범위가?”
“현재는 베이징 동물원 중심으로 반경 3km 정도.”
“크진 않네요.”
게임 속 침식지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준.
하지만 계속 넓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
“대처는 어떻게?”
“아직 각성 플레이어들의 투입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어떡하지?
더 넓어지기 전에 가서 처리해야 하나?
찬웅이 최기병에게 물었다.
“공식적으로 지원 요청은 들어오지 않았죠?”
“네, 지금 중국 쪽 분위기로 봐선 자력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깁니다.”
하긴, 각성 플레이어 숫자가 많을 테니까.
“그리고 중국 내부에서 대규모 병력이동이 감지되었습니다. 포병 부대와 미사일 발사 차량, 공군도, 아마 화기로 선제 타격하고 나서 플레이어들을 투입할 예정 같은데···.”
과연 군대의 힘으로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지켜봐야겠네.’
그게 맞다.
보고 나서 결정하자.
그리고 몇 시간 뒤.
침식지를 포위한 중국군의 타격이 실시됐다.
콰콰쾅! 콰쾅! 쾅!
쏟아지는 폭탄, 로켓과 미사일, 공군의 폭격기.
잿더미로 변하는 베이징 동물원 침식지 일대.
결과는?
다시 몇 시간 후.
미국에서 최기병에게 걸려온 전화.
“···저, 정말입니까? 어, 어떻게 그럴 수가. 네네, 일단 알겠습니다.”
모두 최기병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해치웠나?
그러나.
“공격 과정에서 침식지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확장했습니다. 미처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설마?
“중국 군대도 침식에 먹혀버렸습니다.”
군대가 침식됐다.
최악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