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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32화 (132/204)

< 망령의 침식지 공략(3) >

망령의 침식지에서 가장 까다로운 몬스터는 데스나이트와 리치가 아니다.

바로 스펙터.

동화율 130%대만 되어도 한칼이면 순삭될 정도로 약하지만 놈은 플레이어의 포스를 빨아들인다.

마치 유령처럼 투명한 몸체에, 플레이어의 신체나 무기가 닿으면 그를 통해 포스를 흡수하는 식, 그래서 몇 번 칼질하다 보면 어느새 포스가 텅텅 비어버린다.

물론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면 되지만, 그보다 제일 좋은 건 아예 닿지 않는 것.

과연 크자누이는 알고 있었을까?

파워 스틱 밤이라는 신무기의 존재를.

슈슛! 슈웅, 슈웅, 슈슈슈슛!

콰쾅! 콰콰쾅! 쾅쾅! 콰콰쾅!

스펙터는 접근하지도 못했다.

플레이어들을 향해 날아오다가 폭탄에 녹아버렸다.

[케이] : 자! 앞으로!

다시 진군하는 플레이어 병력.

‘아직까진 별거 없네.’

이제 중심지에 다 와 간다.

곧 네크로맨서 크자누이를 만날 수 있을 터.

‘이 새끼, 보기보다 약골 아니야?’

그렇기야 하겠냐마는.

순간!

쿠쿠쿠쿠쿠쿠···,

흔들리는 지면.

쑤욱, 쑤욱, 스르륵, 파앗!

땅에서 나오는 놈들, 하늘에서 나오는 놈들,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불쑥 나타나는 놈들.

듀플렉스 대륙 역사상 가장 큰 전쟁터.

이곳에서 죽은 수백 만의 병사들, 기사, 마법사···.

그들의 영혼을 망령화시켜 조직한 군대.

좀비, 구울, 스켈레톤, 듀라한, 스펙터, 시체 덩어리 골렘, 그리고 지휘를 담당하는 데스나이트와 리치들.

완전한 대형과 전술적인 배치의 언데드 군단.

이열치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숫자엔 숫자.

“헉!”

“무, 무슨···,”

“세상에!”

주춤주춤 물러나는 플레이어들, 압도적인 위세에 기가 질린 듯 했다.

‘지금까진 간 보는 거였구나.’

그래, 이렇게 나와야 정상이지.

저 병력 너머 놈이 있을 터.

무지막지한 군단을 소환해내고 당황하는 플레이어들을 관찰하고 있겠지.

이미 침식지 전면은 온통 언데드의 군대로 가득 차 버렸다.

플레이어 병력이 초라할 정도로.

‘너만 간 보냐?’

[케이] : 파워 스틱 밤은 몇 개나 남았습니까?

[와치맨] : 약 300개 정도,

[애널써커] : 우린 254개입니다.

[케이] : 숫자를 줄이고 시작해보죠.

얼마나 줄일지는 모르겠지만.

[케이] : 던져요!

슈슈슝! 슝! 슝!

파워 스틱 밤이 날랐다.

데스나이트들이 검을 들어 폭탄을 가리킨다.

그러자 언데드 군대에서 날아오는 화살, 원거리 마법.

콰콰콰콰쾅! 콰콰쾅! 쾅!

“피해!!!”

“윽!”

“젠장!”

파워 스틱 밤이 목표물에 도달하기도 전에 터졌다.

오히려 플레이어들에게 덮쳐 오는 후폭풍

‘···좀 하네?’

언데드 병사들은 지휘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폭탄을 처리하고도 섣불리 달려들지 않고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는 몬스터의 모습, 이게 더 위협적이었다.

조금만 기다리자.

후발 병력들이 합류할 때까지.

폭탄으로 견제하면서.

※ ※ ※

요정왕 엘리하, 골드 드래곤 로드 리스타리칸의 가디언.

그녀가 여기 온 용건은 주인님의 사체를 수습하기 위해, 드래곤 하트가 사라져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가디언으로서 도리가 있지.

그 와중에 침입자들을 만났다.

꽤나 강해보이는 중년인 검사, 그리고 주인님의 피가 섞인 금발의 미청년, 아마도 카시우스 제국의 황족일 터.

마지막으로 케이에게 준 황금 열쇠를 든 플로라라는 이름의 인간 여인.

요정왕의 권능으로 이곳에 들어온 이유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래서 케이님이 미리 안배해 주셨어요. 혹시라도 이황자가 위험해질지도 모르니 무슨 일이 생기거든 이리로 피하라면서.”

“그랬구나.”

“케이님이 헛소리하실 분은 아니거든요. 약간 변태끼가 있으시지만.”

“변태?”

“네, 만나자마자 제 엉덩이를 마구마구 주무르셨어요. 처음엔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은 좋아···,”

“그만!”

진실을 강요하는 요정왕 권능이 주는 부작용.

바로 TMI.

제 속마음을 멋대로 털어놓는다.

아무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다.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인데···,

“아무리 유희 중에 맺은 인연이었다고 해도 위대한 골드 드래곤이신 리스타리칸님의 후손 중에 그런 망종이 태어났을 줄이야.”

브랜든은 깜짝 놀랐다.

‘유희? 골드 드래곤? 리스타리칸이라면···,’

어릴 적부터 자신의 아버지, 카인 스타리아에게서 들은 이야기.

너무나 유명해서 제국민이라면 다 아는 황가의 혈통에 관한 전설.

흔한 이야기다.

골드 드래곤이 인간으로 변신해 유희를 하다가 한 여인을 만나서 가정도 꾸리고, 국가도 건설하고.

그렇다면?

“당신은 리스타리칸의 가디언이신 요정왕 엘리하···?”

“바로 나다.”

“그, 그럼? 리스타리칸께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무척 만족해하시면서.”

“아! 아깝습니다. 드래곤 하트라도 주고 가시지. 그래도 후손들인데 너무 매정하시네. 보물이라도 남겨주고···,”

“그만!”

지금쯤 주인은 카리브해 외딴 섬 리조트에서 맥주나 들이켜고 있을 터, 자신이 세운 제국이 어떻게 되든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도와주고 나면 신상 가방 하나 사주시겠지?’

가방은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다.

먼저 시스템의 허락부터.

그녀는 자신의 의지를 발현했다.

카시우스 제국의 황위 계승전에 개입해도 되는지.

매번 이렇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

육체는 여전히 대륙에 있지만 알고 보면 엘리는 출가외인, 그런 이유로 ‘세상’의 일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시스템의 제재가 가해진다.

‘좋아! 제재는 없어.’

우우우웅!

결박을 해제하고 나서.

“네 이름이 뭐냐?”

“브랜든, 브랜든 스타리아입니다.”

브랜든은 조심스러웠다.

“그래, 브랜든, 앞으로 제국은 네가 다스리거라.”

“···네?”

“내가 절 지지하겠다.”

“어떻게요?”

“내가 알아서 하겠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일이 있는데.”

잠시 뜸을 들이는 엘리.

무슨 말이 나올지 잔뜩 긴장하는 브랜든.

“이방인 케이에게 내가 널 도와줬다고 반드시 전해야 한다.”

“···어,”

“또한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도 빼먹지 말거라.”

“혹시 이방인 케이와 사귀시는지···, 아니면 짝사랑?”

“그만!”

그러자 옆에서 대화를 듣고만 있던 카라카스 공작이 말했다.

“죄송하오나 바깥에는 아직 반역자들이···,”

“흥! 내가 그깟 버러지 같은 인간들을 두려워할 것 같으냐?”

“아,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너무 모기처럼 작으셔서, 살충제 한방에 돌아가실지도···,”

“그만!”

그렇지 않아도 케이를 도와줄 것이 있나 고민하던 차.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드래곤 하트를 케이에게 넘겨준 보람이 있었다.

그걸 허용한 시스템의 결정도 이해되고.

이렇게 잘해줄 줄이야.

네크로맨서 크자누이는 현재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의해 사냥당하는 심정은 대체 어떨까?

크자누이 뿐만이 아니다.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오류의 조각들.

아마 공포에 떨고 있겠지.

※ ※ ※

잠시간의 대치 상황.

플레이어 측은 후발 부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언데드 군단은 혹시라도 날아올지도 모를 폭탄을 대비하는 듯했다.

하지만 언제든 불씨만 당겨지면 대륙 대전쟁이 재현될 터.

[와치맨] : 후발대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죠.

점점 불어나는 병력.

아직 이곳에 당도한 플레이어보다 오지 못한 이들이 더 많다.

하지만 놈들이 기다려줄 리 있나?

처억! 척! 척! 척!

쿠웅! 쿵! 쿵! 쿵!

마침내 결심한 듯 한발씩 지면을 쿵쿵 구르면서 진군해오는 언데드 군단.

지금까지 접했던 무질서한 몬스터와는 전혀 다른 전술 행동, 지휘관이 있고 없고의 차이.

[케이] :  플레이어 병력 지휘하실 분?

[애널써커] : 제가 하죠.

[케이] : 부탁드립니다.

찬웅은 도끼를 들고 앞에 섰다.

자신의 능력은 여타 플레이어와 다르다.

따라서 전쟁의 방식도 다르다.

‘전쟁은 플레이어들에게 맡기고, 난 크자누이만 잡으면 돼.’

어떻게 보면 쉬울 수도.

이런 전쟁은 총지휘관의 머리만 따면 싱겁게 끝이 난다.

쿵쿵쿵쿵!

발을 구르는 소리.

이제 거의 비등해진 병력 숫자.

[애널써커] : 투척조 전진. 그리고 최대한 높게 폭탄을 던진다. 모조리, ···지금!

폭탄이 날았다.

콰콰콰쾅! 쾅! 쾅!

터지는 폭탄을 신호로.

[애널써커] : 돌격!!!

찬웅도 언데드 군단 한복판으로 홀로 나아갔다.

팟팟팟팟!

“캬악!”

“크킥, 크기긱!”

콰직! 콰드득!

팟팟팟팟!

찬웅이 움직일 때마다 부서지는 몬스터.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휘두르는 도끼에서 반사된 빛만이 보일 뿐.

‘진짜 개많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네.’

순간 가속으로 도달한 자리마다 언데드들이 빽빽하게 모여있다.

그래서 도끼를 휘두르면서 움직일 수밖에 없고.

현재 찬웅은 그 자체로서 강기(罡氣) 덩어리.

‘뭐, 포스는 충분하니까.’

앞에 데스나이트 한 마리.

콰직!

나타나자마자 처리해주고.

리치는,

콱! 콰과과콱! 콱콱! 콱콱콱!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둘러 몸을 조각조각 내다보면,

프스스스스,

어디선가 숨겨져 있는 라이프 베슬은 대충 부서진다.

팟팟!

계속 전진했다.

강기의 숙련도가 높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전투가 길어질수록 점점 더 그랬다.

앙증맞은 쌍도끼에 두껍게 씌워진 강기.

그 크기가 어느덧 커다란 대부만 했고.

휘두르는 소리도.

붕붕붕붕!

도끼가 언데드에게 닿을 때마다.

콰콰콰콱!

대체 몇 놈이나 죽였을까?

그러나 악착같이 달려드는 놈들.

‘비켜!’

파사삭!

‘꺼져!’

파사삭!

물아일체.

의식하면 도끼에서 저절로 나가는 스킬.

마음이 가는 곳에 이미 나타나 있는 몸.

‘아직 뚫지 못했나?’

대체 얼마나 많은 거지?

또 크자누이는 어디 있고?

찬웅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보이지 않을까?

팟팟팟!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허공에 발 디딜 구석이나 있나.

휘이이이잉,

얼마 못 가 떨어지고 말았지만.

‘바람.’

형체가 없다고 힘이 없을까?

바람이 불지 않으면 불게 하면 되는 거고, 발판이 없으면 만들면 되는 거다.

‘허공답보(虛空踏步), 능공허도(凌空虛道)라는 것도 있는데···,’

바람의 발판.

팟!

찬웅은 허공을 한걸음 디뎠다.

팟팟!

두 걸음 걸어 올라갔다.

팟팟팟!

세 걸음.

파파파파파파파팟!

순식간에 위로, 또 위로 솟구치는 찬웅의 신형.

그러자,

‘후우,’

발밑으로 보이는 플레이어와 언데드 군단의 전장.

‘반도 못 왔구나.’

하지만 전투의 형세는 괜찮아 보인다.

밀고 밀리는, 플레이어와 언데드.

‘진짜 많네.’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와 있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숫자.

그때였다.

‘응?’

현 위치에서, 저 먼 북쪽에 느껴지는 강대한 침식의 기운.

‘거기 있었어?’

팟팟팟팟팟!

그제야 보인다.

검정색 로브를 입고 거대한 낫을 든 침식지 보스, 네크로맨서 크자누이, 그리고 놈을 호위하듯 뼈밖에 없는 날개를 펄럭이는 용, 본드래곤.

‘씨팔! 저건 또 뭐야?’

깜빡 잊었다.

놈의 특기.

무려 드래곤을 소환해버렸다.

그렇다면 저것이 놈의 궁극기이자 필살기일 터.

‘크자누이, 놈만 죽이면 끝나.’

- 오너라!

“간다, 이 새끼야!”

스팟!

블링크로 달아나는 크자누이.

동시에 본드래곤이 짙고 짙은 암흑의 브레쓰를 내뿜었다.

콰라라라라롹!

“으윽!”

하는 수 없다.

놈을 쫓다가 드래곤에 먹힐라.

팟!

본드래곤의 머리 위에 나타난 찬웅의 신형.

콱!

강기로 거대해진 도끼가 본드래곤의 정수리에 그대로 박혀 들어갔다.

드래곤이 강한 이유.

속성에 따른 브레쓰? 거대한 몸체? 단단한 비늘? 아타만타이트 갑옷도 찢어버리는 강대한 힘?

모두 아니다.

수천 년을 살아온 긴 수명, 그 기간동안 축적된 드래곤 하트, 그로 인해 쌓인 지혜, 또한 용언으로 작동하는 마법.

그것이 드래곤의 진정한 힘이다.

하지만 본드래곤은 언데드.

드래곤 하트도 없고, 지혜도 없고, 마법도 없다.

오직 육체의 강함과 브레쓰만이 존재한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하지만.

팟!

콰직!

팟팟!

콱! 콱콱!

세상에 못 자를 것 없다는 강기.

하지만 이 뼈는 못 자르네?

그냥 박히기만 할 뿐이다.

그래도 후두둑, 떨어지는 뼛조각들.

“카오오오오!”

타격은 주고 있지만 치명타는 날리지 못하는 상황.

거기에 한 가지 간과한 것.

크자누이는 소환 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죽어라!

머리 위에서 구멍이 열리더니 끔찍한 시체의 손들이 튀어나와 찬웅의 신체를 속박했다.

덥석!

아래에서도,

덥석!

옆에서도,

덥석!

‘하아,’

만만치 않다.

꼼짝없이 잡혔다.

속박의 저주, 그리고 포스 흡수의 저주.

빨려 나가는 포스에 늪처럼 자신을 끌어당기는 시체 손아귀.

‘이거 어렵겠네.’

커다랗게 입을 벌린 본드래곤.

브레쓰 발사 직전.

‘또 브레쓰에 죽나?’

순간!

[시스템 권한으로 데이터 압축 프로그램이 아바타에 개입합니다.]

‘뭐?’

[1분 동안 드래곤 하트를 30%까지 개방합니다.]

‘오!’

[위험! 아바타가 포스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트 개방에 따른 후유증으로 3일간 접속이 제한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고민할 것 있나?

‘동의!’

우우우우우우우우우···,

휘몰아치는 포스의 힘.

툭! 투둑!

찬웅을 속박하던 시체의 팔들이 힘없이 끊어지면서.

츠피리리릿!

콰지지지지직!

찬웅이 날린 강기의 도끼가 드래곤의 전신을 난자해 미세먼지로 만들어버렸다.

2차전 시작.

1분 남았다.

하지만 넘치고 넘친다.

크자누이의 머리를 딸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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