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30화 (130/204)

< 망령의 침식지 공략(1) >

길드원 공개 모집은 이번이 두 번째.

첫 번째는 스톤 포지 방어전이었다.

진(眞) 마정석 광산이라는 사사로운 이익이 끼어들긴 했지만, 선과 악의 구도가 성립되었고, 케이라는 이름값이 한몫 톡톡히 한 이벤트의 현장.

그러나 정작 길드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었다.

두 번째는 다르다.

용병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열광할 수밖에 없는 축제의 현장이 펼쳐졌다.

망령의 침식지 보스 크자누이, 놈을 처리하기만 하면 확실한 보상이 플레이어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게다가 케이가 함께하니 성공률도 대폭 올라가고.

└ 끝까지 사는 게 중요해.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뒤쪽에서 천천히 따라가면···,

└ 통하겠냐? 망령의 침식지가 얼마나 넓은 곳인지 몰라?

└ 그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몬스터들은 점점 강력해지고, 숫자도 엄청 많아지고, 리젠도 무척 빠르고.

└ 살아남으면 뭐해? 축복 지역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 게다가 시간도 매우 짧아.

└ 카쟌과 위트리아의 경우엔 1분, 스톤 포지 침식지는 그보다 더 짧은 30초였다고 들었어.

└ 이거 전투가 아니라 달리기 경주구나.

TV와 너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침식지 중심부에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고.

“소극적인 대처는 좋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시체 덩어리와 스펙터, 그리고 데스나이트와 리치가 출현하는 중심지에선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절대 전투를 피할 수 없죠.”

“망령의 침식지가 비교적 쉬운 곳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오산이에요. 너무 넓은 지역이잖아요. 끝까지 들어가 본 플레이어가 몇이나 될까요?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투원들끼리 협동이 중요합니다. 길드를 조직하는 이유가 뭡니까? 협력 플레이, 그게 얼마나 잘 맞냐에 따라서 끝까지 살아남는 이들을 결정할 겁니다. 물론 축복도.”

각국 정부에서는 군사 관련 학자, 부대 지휘관들, 그리고 플레이어들을 소집해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미국은,

“케이의 길드에 가입하지 못한 플레이어가 너무 많습니다.”

“가입하지 않아도 참여 가능하다던데?”

“길드 가입 혜택을 감안하면 반드시 필요해요. 자동으로 파티가 이루어지고, 코인도 자동 분배, 그리고 길드원끼리 스킬로 인한 피해가 사라지고.”

“그럼?”

“우리도 독자적으로 길드를 만들죠.”

“흐음,”

무조건 케이와 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모두 다 그럴 수는 없다.

“좋아! 예산 지원해줄 테니 만들어보도록, 단 미국 국적 플레이어만.”

“네.”

“그런데 이번 동해 작전에서 케이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현재 파악 중입니다. 한국 APS 소속으로 판단되지만 그쪽에서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어서···, 하지만 각성 플레이어 숫자야 뻔하니, 곧 알 수 있을 겁니다.”

“무리하게 접근하지는 마. 그를 자극하면 안 돼.”

“당연하죠.”

유럽도 그랬다.

케이의 길드에 가입한 플레이어들은 제외하고 각기 독자적으로 소규모 길드를 만들어서 팀을 꾸리는 중.

영국 [☆원탁의 기사들☆], 프랑스 [☆대혁명 투사☆], 독일 [☆게르만 전사☆], 이탈리아 [☆로마군단☆]길드···,

또한 가까스로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들을 흡수해 내각 정부 중심의 용병 플레이어 조직을 결성한 일본에서도.

“무조건 만들어야 합니다. 순수 일본인으로 만들어진 길드를, 대일본 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기회입니다.”

“반응은 어떤가?”

“폭발적이죠. 일본 용병 플레이어들이 길드가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행 시켜! 코인이 얼마나 들어도 좋아.”

스톤 포지 사태로 체면을 제대로 구긴 중국도 이번 망령의 침식지 공략을 통해 반전을 꾀하려 시도 중.

기존 상하이 중국 각성 플레이어 관리청 본부는 해체되고 지금은 베이징 국무원에서 직접 용병 플레이어를 관리하고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예산은 얼마나 필요한가?”

“최소 10억 코인입니다.”

“그렇게 많이?”

“길드야 하나만 만들면 되지만 대부분 상자를 까기 위한 비용이라.”

각성도 각성이지만 중요한 건 진(眞) 아이템, 이 기회에 대량으로 뽑아내야 한다.

“성공 가능성은?”

“이미 계획은 세워져 있습니다.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고 되도록 많은 플레이어를 살려서 축복이 내리는 영역까지 가겠습니다.”

어디 국가 뿐인가?

민간에서도 난리가 났다.

50인 이하의 소규모 길드에서 1000명대의 중형 길드 결성까지.

대기업들은 제각각 자신의 회사 이름을 길드명으로 정해 용병 플레이어 모집에 나섰다.

[☆대현 그룹☆], [☆화정 그룹☆], [☆쿠글☆], [☆마이크론 소프트☆], [☆아마존조로존존존☆]···.

그리하여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

축제를 시작하는 깃발이 올려지기만을.

※ ※ ※

카라카스 공작은 황궁으로 입궁해서 브랜든 스타리아 이황자를 만나는 중.

“너무 세게 지른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브랜든은 후회하고 있었다.

아무리 케이를 믿고 있다 한들 황위 계승 자격까지 포기하겠다는 선언은 사실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이황자 브랜든을 지지하던 귀족들도 그의 경솔한 태도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판국, 그러나 카라카스 공작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흐음, 전 훌륭하게 대처하셨다고 봅니다. 잘하셨어요. 어차피 대세를 반전시키려면 충격 요법이 필요합니다.”

“···숙부께서는 케이를 꽤 신뢰하고 계시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어떤 이유로···,”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하는 카라카스.

“이방인 케이는 저보다 훨씬 강하니까요.”

“네?”

이황자 브랜든은 흠칫 놀랐다.

카라카스 공작이 케이와 손속을 나눠봤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그땐 분명 숙부님보다 한 수 떨어지는 실력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그래도 이방인 중에선 가장 강하다는 말씀도 드렸고,”

“그런데 갑자기?”

“아마 황궁 대연회가 분기점인 듯합니다. 그 전의 케이와 그 후의 케이는 너무나 달랐죠. 지금은 제가 최선을 다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합니다.”

“흐음,”

혹시 황궁에서 ‘주신의 인도’를 수행한 건가?

브랜든도 알고 있었다.

가끔 이방인들이 주신의 인도를 받아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면 능력이 대폭 상승한다는 것을, 그들이 여기 온 이유가 바로 주신(主神)에 의해서이니까.

황궁 대연회의 밤 이후, 케이가 자신의 별궁에서 잠시 사라진 것도 그 때문일 터. 주신의 인도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케이는 혼자 아닙니까? 그를 따르는 세력이 아무리 많다 한들 한계가 있을 테고.”

“후우, 네.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크자누이는 절대 혼자가 아니죠.”

크자누이와 일대일로 맞붙는다면 혹시 모를까. 아니 홀로 맞붙는다고 해도 매우 어려운데.

놈이 특기는 네크로맨서, 즉 소환사다.

부정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망령을 소환해 언데드를 만드는 크자누이의 권능, 놈이 마음만 먹으면 그 넓은 망령의 침식지 전체를 언데드로 가득 채울 수 있다.

“대규모 병력이 필요할 텐데···,”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숫자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이황자의 표정은 갈수록 좋지 못했다.

그때였다.

똑똑똑,

누군가 별궁 이황자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화, 황자 저하, 들어가도 되겠사옵니까?”

“들어오라.”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나타난 시종.

“무슨 일이냐?”

“크, 큰일 났습니다. ”

“뭐가?”

“화, 황도에 이, 이방인들이···,”

“이방인들이 왜?”

“너무 많습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지금도 계속 밀려 들어오고 있습니다.”

카라카스 공작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마나 많길래 저런 호들갑을?

“제가 확인하고 돌아오지요.”

카라카스 공작은 서둘러 황궁 내성 성벽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러자 보이는 폴른스타의 광경.

“아···!”

여기도 이름표, 저기도 이름표.

대룩 최고의 도시 폴른스타, 인구수만 약 50만인 이 대도시가 이방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이방인들 숫자가 더 많아 보인다.

‘역시 케이였군.’

잠시나마 의심을 가졌던 것이 부끄럽다.

이 소식은 올리버 스타리아 일황자와 리처드 에일워스 공작에게도 전해졌다.

“저, 저들이 모두 이방인들이란 말이오?”

“···.”

제국 역사상 이렇게 많은 이방인들이 황도로 몰려온 적이 있었나?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는 일황자 올리버.

“놈이 혼자일 거라고 하지 않았소? 대체 어떻게 된 거요?”

“조금만 기다려 보죠. 아직 이 숫자로는 턱도 없기 때문에.”

그러나 속속 들려오는 소식.

망령의 침식지는 엄청나게 넓었다.

그래서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타 도시들도 많았고.

“앙트, 그레틴, 레이라, 마도프···, 침식지 주변 도시들이 이방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 대륙의 이방인들이 다 이곳으로 왔나?

“허어, 이, 이러다 침식지가 공략되면?”

“···절대 그렇게 두면 안 됩니다. 설령 제국이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에일워스 공작의 마음에 불안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방인 케이의 명성이 이 정도인 줄 꿈에도 몰랐다. 어떻게 이 많은 용병들을 다 동원했지?

실제로 현실에선 2차 용병 플레이어 전직 붐이 일어났다.

1차는 진(眞) 아이템과 각성 플레이어로 인한 전직, 2차는 망령의 침식지 공략 선언.

뿐인가?

타 직업 플레이어들도 코인 대박을 꿈꾸며 카시우스 제국에 입성했다.

NPC들도 기대에 부푼 건 마찬가지.

“내 생전 이렇게 많은 이방인을 본 건 처음이야.”

“언뜻 물어보니 케이의 한마디에 다 몰려왔다는군.”

“이게 다 이황자 전하 덕분이지. 그분이 케이를 폴른스타로 초빙해 왔잖아. 일황자 전하는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것 같고.”

“쯧쯧, 능력도 안 되시는 분이 욕심은,”

“그거 알고 있나? 황궁에서 열린 어전회의에서 에일워스 공작이 케이의 추방을 주장했다네.”

“저런, 찢어 죽일!”

여론은 순식간에 반전됐다.

물론 그 배후엔 엘프의 나무 정보 길드원들의 노력도 한몫했고.

경제도 대호황이었다.

상점이나 식당마다 넘쳐나는 플레이어들.

그럴수록 케이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만 갔다.

※ ※ ※

준비는 순탄하게 이루어졌다.

현실 몬스터의 출현과 사도들의 발호는 게임 안에서 막는다.

드디어 레이드 공략 전날.

찬웅은 딸기와 만났다.

쐐애애액!

한밤의 서울 상공을 활강으로 날아가는 유령마 부키, 밑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

찬웅의 뒤엔 상큼한 딸기 신여은이 그의 허리를 양팔로 휘감은 채 뒤에 타고 있었다.

“괜찮아요?”

“···으아, 너, 너무 빨라요. 게임 안과 너무 달라서.”

“당연히 현실과는 비교가 안 되죠.”

부키를 현실에서 얻고 난 뒤, 한번 태워주겠다는 약속을 이제야 지켰다.

따스해지는 등 뒤.

어쩔 수 없이 모든 감각이 그쪽으로 쏠린다.

사실 이것도 게임과 또 다르다.

아바타의 감각과 실제 육체의 감각이 같을 리 있나?

그렇게 한참을 나르는데.

“저어···, 민도연씨 예쁘죠?”

이말 나올 줄 예상은 했다.

그래서.

“네.”

“···.”

예쁘니까 예쁘다고 말하지.

하지만,

“여은씨도 못지않게 예뻐요.”

“그, 그래요?”

이것도 사실이니까.

“그럼? 도연씨와는···,”

“친구죠. 동갑이고, 한동네, 같은 직장으로 엮여서, 그것뿐입니다.”

“···네.”

“그리고 여은씨는···,”

움찔, 몸을 뻣뻣하게 굳히고 경직하는 신여은.

“아주 절친한 친구죠. 흐음, 굳이 표현하자면 특별한 친구?”

“아···.”

솔직히 그랬다.

이미 찬웅의 연애 세포는 사멸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딸기가 특별한 이유는 있다.

게임 안에서 처음으로 만난 파티원이자 친구, 한때 불구의 몸이었다는 동질감,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플레이하는 시간이 누구보다 길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연애 생각은 없다.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다.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이일 저일 처리하느라 너무 바쁘다.

만약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일상의 사이클이 깨지고 만다.

또한 자신은 적이 많다.

신분은 이미 밝혀졌고, 조만간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올 터, 물론 막아낼 힘은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문제.

‘거리를 두는 게 좋아.’

그래서 아직은 썸 같은 것도 탈 생각이 없다.

“한 바퀴만 더 돌고 내려갈까요?”

“네.”

다소 풀죽은 여은의 목소리지만···,

어쩌겠나?

물론 영원한 건 없다.

뭐, 때에 따라선 마음이 변할 수도 있고.

※ ※ ※

레이드 당일.

폴른스타 침식지 앞에 모인 엄청난 숫자의 플레이어들.

다양한 길드들이 결성됐다.

케이의 [☆크자누이 공격대☆]를 비롯한 각 민간, 혹은 국가 길드들이 침식지 사방에서 케이의 공격 신호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슬슬···,’

찬웅은 먼저 길드 전용 대화 채널에 접속했다.

[☆크자누이 공격대☆ 전용 채널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케이] : 시작합시다.

[와치맨] : 모두 공격!

[애널써커] : 가즈아!!!

[상큼한 딸기] : 으아아아아아!

.

.

.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앞으로 튀어 나가는 찬웅과 딸기, 한국 APS 팀, 미국 소속 플레이어.

듀플렉스 스페이스가 서비스되고 난 뒤, 가장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가 참여한 대역사의 레이드가 지금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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