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21화 (121/204)

< 황위 계승전(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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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20편을 업로드 할 때 제가 실수로 121편을 올려버렸습니다.

재빨리 교체하긴 했지만 약 5분 동안 150여 분의 독자님들에게 노출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120편을 다시 읽어 주시고 121편을 읽어주세요.

오늘은 122편까지 연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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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의 나무 길드장 루트, 제국의 알폰소 카라카스 공작, 그리고 케이, 세 사람의 전격 회동이 폴른스타 안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루트가 먼저 그동안 조사해온 사실을 알폰소 공작에게 설명했다.

몬테규 후작과 블러드 전사 남작 간의 영지전 당시 멀리 떨어진 장원에서도 들려왔던 폭음, 남겨진 마력의 흔적, 그리고 찬웅이 오기 전 플로라가 엿들었던 내용.

“그렇군. 이해돼. 파워 스틱 밤이라···, 루카스 몬테규 후작이 허를 찔렸어.”

“아직 영지전이 끝나진 않았지만 몬테규 후작은 이방인들의 병력을 막을 여력이 없습니다.”

“그건 아직 모른다. 삼황자 계파가 그리 녹록하지 않으니.”

영지전 기사단 몰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자 고개를 끄덕이는 알폰소,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밋밋하다.

“알고 보니 별거 아니군.”

심지어.

“조사는 이쯤에서 그만 중단하라.”

“네?”

“단지 새로운 무기로서 전쟁을 치렀을 뿐이다. 외부 개입도 아니고, 악마를 소환한 것도 아니니.”

뜻밖의 반응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보는 길드장 루트.

“그럼 [슬라브 전사] 남작에 대한 처분은 여기서 끝내시는 겁니까?”

순간!

알폰소 카라카스의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건방지구나. 고작 남이 흘린 정보나 주워 먹는 쥐새끼 주제에 감히 제국 귀족의 처분을 논해?”

그러다가 찬웅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물론 네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리 이방인이라도 제국이 인정한 귀족이다. 선을 넘지 말라.”

루트는 모골이 송연했다.

카라카스 공작의 말이 맞다.

이방인이라도 귀족은 귀족, 그런데 평민에 불과한 자신이 처분을 논했으니,

그래도 다행.

‘케이님이 안 계셨으면···,’

단칼에 목이 잘렸을 것이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찬웅이 공작에게 말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오. 케이.”

“제가 용납 못 하면 어떻습니까? 전 슬라브 전사를 가만히 놔두고 싶지 않거든요. 제가 직접 제국의 귀족인 슬라브 남작을 처단한다면?”

“흐음,”

원래 이방인 사이의 분쟁은 제국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게다가 3일 후면 다시 부활하는데,

그러나 그 이방인이 제국의 귀족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살짝 애매하긴 하지만···, 누가 죽였는지 모른다면 문제 될 것도 없겠지.”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케이를 보며 슬쩍 말을 건네는 알폰소 카라카스 공작.

“헌데 듣자 하니 날 만나러 왔다던데, 슬슬 용건을 꺼낼 때가 되지 않았소?”

“네,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슬라브 전사야 직접 처리하면 그만.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찬웅이 카라카스 공작을 만나려고 하는 가장 큰 목적.

그것은 바로 드래곤 하트.

“황궁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거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음?”

공작이 흠칫 놀랐다.

“···설마 황위 계승과 관계된 일이오?”

“그것과는 관계없습니다.”

“누굴 해치려 한다거나.”

“전혀 아닙니다. 제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그럼 무슨 일로,”

“개인적인 일이라···.”

곰곰이 생각하는 카라카스 공작.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좋소. 그건 어렵지 않소. 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소이다. 들어보겠소? 그러고 나서 결정해주시오.”

“네, 들어보죠.”

“며칠 후 황궁에서 황족과 귀족이 모두 참석하는 궁정 연회가 열리오. 같이 참석합시다.”

“그게 조건입니까?”

“그럴 리가! 내 조건은 연회 자리에서 누군가의 옆에 서주는 것이오.”

다행히 침식지 정화 같은 어려운 조건은 아니다.

누군가의 옆에 서라는 것.

그러나 만만한 조건도 아니다.

공작이 찬웅에게 요구하는 건 정치적 지원, 그것도 황위 계승 분쟁의 장에서 말이다.

“흐음,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그 누군가는 황자 중 한 명이겠고, 그럼 이황자?”

“정확하오.”

루트에게서 들었다.

현재 제국에서 벌어지는 황위 계승 분쟁, 카라카스 공작가는 이황자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황자뿐만 아니라 삼황자, 사황자 세력에게도 밀리는 실정, 한때 제국 최고의 가문으로서 막강한 위세를 자랑했던 가문이지만 지금은 그때만 못하다.

가문이 보유한 소드 마스터 기사도 알폰소 카라카스 현 가주뿐이고.

“제가 이황자 옆에 선다고 전세가 달라질 일이 있나요?”

“그대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값을 폄하하는군. 그 어떤 귀족 가문보다 더 큰 힘을 줄 것이오.”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길드장 루트가 눈치를 보며 끼어들었다.

“아닙니다. 케이님의 지원은 어쩌면 황위 계승의 판세를 확 뒤집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것입니다.”

“···.”

어려울 것 없다.

하지만 넙죽넙죽 받아들이면 그것 또한 문제, 최소한의 자격은 충족되어야지.

그냥 옆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이건 노골적인 정치적 행보, 차후 그 부담이 고스란히 돌아올 테고.

“지금 당장 말씀드릴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좀 있다가 사람을 보내 확답을 드리죠.”

“역시 신중하시군. 기꺼이 기다리겠소.”

벌떡 일어나 오두막 바깥으로 나가는 알폰소 카라카스, 그가 멀어지는 걸 확인하고 찬웅은 루트를 보며 물었다.

“루트, 어때요? 이황자가 다른 황자들과 비교해서···,”

“전 괜찮다고 봅니다. 아니, 다음 황제는 이황자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공교롭게도 일황자, 이황자, 삼황자, 사황자는 각각 어머니가 다릅니다. 그래서 그들 모두 성정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정보 길드 수장답게 미리 외워온 것처럼 단숨에 이야기를 늘어놓는 루트.

“일황자는 성격이 잔인하고 포악해서 그를 따르는 가신들도 두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며, 반면 삼황자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해서 황제가 된다 해도 휘둘릴 가능성이 있고요, 사황자는 상인 가문답게 너무 계산적이지요. 모든 관계를 이해득실의 차원에서만 바라봅니다.”

하나같이 부족한 면이 있다는 말.

“이황자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어머니가 카라카스 공작가 출신이지만 인간적인 측면을 보면 성격도 원만하고, 가신들도 잘 챙기며, 머리도 영민할뿐더러, 공정한 일 처리로 칭송이 자자하죠. 제국의 백성들도 이황자가 황제가 되길 바라고 있고요.”

루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곰곰이 생각하는 찬웅.

‘하다 하다 제국 황위 계승 문제까지 개입하게 되네.’

어떡할까?

이것 말고 드래곤 레어에 들어갈 방법이 있나?

‘그냥 무시하고 홀로 황궁 안으로 잠입해?’

그러다 들키면?

탈출이야 둘째치고 이후 경비는 더더욱 삼엄해질 것이 분명하고.

‘싹 다 무시하고 아바타 명 까고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가면? 날 받아줄까?’

안 받아줘도 그렇고, 받아줘도 그렇고.

받아주면 자신이 방문한 이유를 말해야 한다.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여긴 마법의 세상, 섣부른 거짓말은 금방 들킨다.

당연히 의심받게 될 테고.

또한 지금 황제는 병중.

따라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황궁에 모습을 드러내면 다른 황자들도 황위 계승 분쟁에 자신을 끌어들이려 할지도 모르고.

‘어차피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세상엔 공짜는 없다.

카라카스 공작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 이왕 할 거면 황제가 될 자격이 있는 쪽에 붙는 게 좋겠지.

“좋아요. 카라카스 공작에게 통보하세요. 이황자 쪽에 서겠다고.”

“네, 즉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이 또한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

도끼로 무식하게 찍고 다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순간!

[아바타 슬라브 전사가 방금 접속했습니다.]

‘위치는?’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슬라브 전사의 현재 위치는 폴른스타 황도 서쪽 주택가···.]

드디어 심판을 내릴 때가 왔다.

※ ※ ※

두가예프의 거처는 폴른스타의 고급 주택지에 위치한, 그와 계약을 맺은 포밀턴 상회 상단주 에드 포밀턴이 제공한 대형 저택이었다.

에드 포밀턴이 [남작 블러드 전사] 두가예프에게 말했다.

“남작님, 요즘 카라카스 공작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항상 유념해 주세요. 우리의 진정한 적은 일황자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고.”

“삼황자 세력은 걱정 마세요. 상단에서 은밀하게 그쪽 귀족들을 포섭 중이니까요.”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죠.”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시길, 대업을 위해선 내 전 재산도 내놓을 작정이니.”

순간 두가예프에게 뜬 메시지.

[NPC 에드 포밀턴이 블러드 전사님에게 거래를 요청했습니다.]

‘수락!’

[아바타 블러드 전사님의 D코인 계좌에 100,000,000코인이 입금되었습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천만에요. 언제나 성과를 가지고 오시니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1억 코인,

상단주 포밀턴이 준 돈.

이 돈은 고스란히 러시아 정부로 들어갈 터.

그래도 아깝지는 않다.

이것이 자신의 임무니까.

“카라카스 공작만 무너뜨리면 우리 세상이 옵니다. 그렇게 되면 저 변두리의 쓸모없는 영지 대신 황도 부근에 알짜배기 땅을 영지로 받게 될 거요.”

“하하하.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소. ”

언뜻 보면 미래가 밝을 것 같지만 사실 매우 어두워졌다.

두가예프는 답답해서 미칠 지경.

파워 스틱 밤의 수급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의 위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더더욱 그랬다.

삼황자의 후원 세력이었던 루카스 몬테규 후작가의 정예 기사단을 몰살시킨 폭탄, 그걸 사용하는 전술도 플레이어에게 최적화됐다.

500명의 플레이어 돌격대 구성.

그중 70명에게 파워 스틱 밤을 분배해줬다.

작전 따윈 없다.

일단 포위하고 무식하게 달려들어 적이 폭발 피해 반경 내에 들어왔다 싶으면 서슴없이 터뜨려버렸다.

자살 폭탄 테러.

아군이 죽든 말든 신경 쓸 필요가 있나?

NPC는 영원히 죽고, 플레이어는 부활한다.

그리고 아직 죽지 않고 빈사 상태가 된 NPC 소드 익스퍼트급 기사들은 뒤에서 대기하던 정보국 소속 플레이어들이 마지막 숨통을 끊어 주면서 마무리.

그런데 이 기막힌 무기가 갑자기 판매 중단?

게다가 의심받고 있다.

폭탄을 침식지 공략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서,

‘···대체 어떻게 알았지?’

현재 한국 APS의 모든 이목은 스톤 포지에 집중되어 있을 텐데.

‘혹시 내부의 배신자라도···,’

그럴 리 없다.

정보국이 선발한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러시아 군출신, 충성도가 높은 군인만 골라서 발탁했다.

이제 더 이상 폭탄을 구할 수 없다고 가정할 때, 현재 자신의 인벤토리에 남아있는 폭탄의 개수는 겨우 100개.

이걸로 소드 마스터 알폰소 카라카스를 죽일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투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최소 3000명의 플레이어와 300개의 파워 스틱 밤이 필요하다.

‘중국에 판 것이 실수였어.’

처음엔 반대했지만 러시아 정부 내 친중파 관리가 압박을 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팔게 된 것.

‘영지전을 벌이지 말아야 했나?’

그것도 어쩔 수 없었다.

에드 포밀턴이 성과를 보여달라고 압박해왔으니까.

‘반드시 폭탄을 확보해야 해.’

러시아 정부에게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으니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날씨가 춥다.

창문을 열어놓아서 그런가?

철컥, 두가예프는 창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몰랐다.

이미 누군가가 방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그 누군가는 찬웅이었다.

두가예프가 포밀턴 상회 상단주 에드 포밀턴과 대화를 나눌 때부터 안에 있었다.

그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두가예프만 죽이느냐? 아니면 이참에 NPC 에드 포밀턴 상단주까지 함께 죽이느냐.

곰곰이 생각하다 내린 결론, NPC는 살려주기로.

죽을죄는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욕망에 충실했을 뿐, 그리고 그것이 황위 계승 다툼이란 이벤트에서 NPC에게 주어진 역할.

그래서 포밀턴 상단주가 밖으로 나가길 기다렸다.

‘이제 끝내자.’

아바타 삭제를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한 명 정도는 엘리도 봐주지 않을까?

아이숨으로 아바타 명을 숨기고, 폴리모프로 외모도 바꾸고, 인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수염 같은 것도 붙이고, 도끼도 꺼내 손에 쥔 다음.

스르륵,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찬웅은 두가예프의 뒤에서 도끼를 들고 놈의 머리통을 벼락같이 찍어버렸다.

‘플레이어 킬.’

콱!

그리고 도끼는 인벤토리에 수납.

“커억!”

갑작스러운 기습에 천천히 뒤로 돌면서 공격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두가예프,

“너, 넌···,”

그러자 방 밖에서 대기하던 두가예프의 부하, 러시아 정보국 플레이어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구, 국장님!”

“저 새끼 누구야?”

“···NPC?”

“씨발, NPC가 왜 국장님을? 암살자야?”

“잡아!!!”

휘리릿!

쨍그랑!

여유로운 몸놀림으로 닫힌 창문을 깨고 달아나는 찬웅.

순간 가속 같은 건 쓸 필요도 없었다.

※ ※ ※

개발자 엘리는 이번 대규모 아바타 삭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메인 서버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혹시라도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물론 감시만, 직접 개입하면 시스템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자제한다고 했으니까···,’

케이를 믿어봐야지.

그나저나 드래곤 하트는 어떻게 됐을까?

황궁에 좀처럼 들어가기 힘들 텐데.

그때였다.

띠링!

[플레이어 킬에 의한 아바타 삭제 상황 발생 : (발생 건수 1)]

“뭐?”

결국 일어났다.

엘리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보상이 마음에 안 들었나?

혹시 황궁에 잠입하려다 실패한 거 아니야?

아니면 자신에 대한 경고?

‘···.’

긴장된 마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온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르고···,

“휴우,”

엘리는 안도했다.

더 이상 알림음이 울리지 않는다.

“식겁했네.”

한 명으로 끝냈나 보다.

“다행이야.”

엘리는 케이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이런걸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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