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14화 (114/204)

< 스톤 포지 대혈전(3) >

말이 10만 명이지, 그 정도면 초초초거대 길드.

지금까지 이런 길드는 없었다. 이건 군대인가? 아니면 왕국인가?

케이의 SNS가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자 전 세계 용병 플레이어들은 곧바로 게임에 접속해서 케이가 만든 길드에 가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길드 가입! 길드명은 ☆케이&스톤포지☆”

[인원수 초과로 인해 현재는 가입이 불가능합니다.]

“어? 버, 벌써?”

이게 말이 되나?

자리가 없다니.

사실 십만은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다.

과거, 게임이 처음 출시될 당시 용병 플레이어는 인기가 없었다.

실제와 다름없는 가상현실 세상에서 즐길 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왜 굳이 그 무서운 몬스터와 맞서가며 용병질을 해?

하지만 진(眞) 아이템 공개와 코인 시세 급등, 각성 플레이어의 존재가 알려진 후, 용병 플레이어 숫자가 폭증했다.

통계적으로 추산해볼 때 거의 오백만에 근접했다는 말도 있으니 10만의 숫자가 채워지는 건 금방.

└ 씨발, 이게 뭐야! 보자마자 게임 접속해서 가입한다고 외쳤더니 다 찼단다.

└ 와! 난 간발의 차이로 성공. 하마터면 가입 못 할 뻔.

└ 조건이 자동 가입이라서 그래, 면접 봐서 뽑아야 했어.

└ 언제 10만 명을 면접 봐? 늦은 놈이 잘못이지.

└ 인간적으로 동화율 140% 이하는 탈퇴해라. 민폐 끼치지 말고.

└ 그래! 나도 케이 길드 좀 들어가 보자.

중국 플레이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기분.

그래서 인터넷이나 SNS 게시판에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분탕질을 쳐댔다.

└ 진짜 억울하네. 우린 정당하다고. 왜 말을 안 믿어?

└ 중국이 악의 축이야?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

└ 진(眞) 마정석 광산은 원래 중국이 공략하려던 거였어.

└ 잘못된 걸 되돌려 놓자는 거야. 중국의 것은 중국에게.

└ 낄낄낄, 고작 10만 명으로 우릴 막는다고?

└ 중국을 우습게 보지 마. 누구든 와라. 죽여줄 테니까.

하지만 맞서는 쪽도 만만치 않았다.

└ 만물 중국설 나왔다!!!

└ 억울하긴 개뿔,

└ 얘들 정말 심각하네. 진짜 자기 잘못 모르는 거야?

└ 대체 그 광산이 중국이 공략하려고 했다는 근거가 뭔데?

└ 뭐긴, 생트집 잡는 거지.

└ 아무튼 여기서 싸울 건 없고, 드루와! 스톤 포지에서 한판 붙자.

묘한 기대감이 돌고 있었다.

특히 한국의 용병 플레이어들.

└ 오! 중국과 전쟁을 이런 식으로 치러보네.

└ 합법적으로 팰 기회가 왔다!

└ 나 지금 컨디션 조절 중, 지금부터 나와 ☆케이&스톤포지☆ 길드는 한 몸이야. 길드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 너 진지하구나!

└ 떨린다. 언제 시작되지?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까?

※ ※ ※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놈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예측 가능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최소 오늘이나 내일 안에 공격이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이틀이라,

최기병도 비슷한 예측.

“국정원과 CIA 입장도 비슷합니다. 현재 인터넷 게시판과 SNS를 통해 나도는 정보에 의하면 중국 플레이어 집결 시기는 늦어도 이틀 안입니다.”

거의 다 됐다.

전쟁할 날이.

찬웅은 게임에 다시 접속했다.

드워프에게 알리긴 해야지.

스톤 포지가 침략당할 수 있다고.

“저런 죽일 놈들, 이방인 주제에 감히 스톤 포지를 침략하겠다고? 선을 넘었군.”

찬웅은 드워프 국왕 썬더 스틸해머에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오해 말고 잘 들으세요. 당분간 도시를 비우고 피신하세요. 스톤 포지 시민들과 함께.”

“흥! 내 형제 케이, 그대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건 양보 못 하겠소.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지. 드워프는 결코 약하지 않소.”

“침략자들 숫자가 스톤 포지 시민들보다 많다면요?”

“숫자가 무슨 상관? 그까짓 허약한 이방인들 얼마든지 오라고 하시오. 다 죽여버릴 테니.”

하긴 자존심이 상하겠지.

스톤 포지에서, 자신들보다 훨씬 약한 이방인들쯤이야.

그러나.

“우린 죽어도 돼요. 어차피 3일 후면 살아나니까, 그런데 드워프들은?”

“···그건,”

“한 명이라도 죽으면? 다시 살아나요?”

“···.”

“제가 침식지를 몇 개 정화해 드렸더라, 10개는 훨씬 넘은 것 같은데, 그런데 이 간단한 부탁도 못 들어줍니까?”

“···그런 뜻이 아니라.”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끼리 시원하게 한판 할 수 있게 잠시만 물러나 주세요.”

진심을 담았다.

이래도 안되면···,

“조, 좋소. 그대 말대로 하리다. 다만 우리가 두려워서 피한 것은 아니오.”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양보해주셔서.”

“그럼 우린 광산 안에 숨어있겠소. 광산 입구만 막으면 놈들도 들어오지 못할 거요.”

“네! 좋은 방법입니다.”

판이 벌어졌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들 간의 전투.

길드에 가입한 용병 플레이어들이 속속 스톤 포지로 몰려들었다.

길드명을 아바타명에 앞에 달고 접속한 한국 APS 소속 플레이어, [☆케이&스톤포지☆ 상큼한 딸기] 이런 식으로,

[☆케이&스톤포지☆ 애널써커]가 이끄는 미국 플레이어도 마찬가지.

언제나 그렇듯 중국 정부는 이 사태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

다만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하는 일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어떻게 보면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모양새지만 사실은 정반대.

공산당의 지지층인 2030 소분홍 세대를 충동질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가증스러운 행위.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게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잠시 로그아웃한 찬웅에게 들려온 허리띠의 에고 시스템 메시지.

[중국 쪽 IP 트래픽 양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량의 동시 접속입니다.]

때가 됐다.

찬웅도 게임 공식 홈페이지에서 길드원만이 가입할 수 있는 비밀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 시작합니다. 접속 안 하신 분들 지금 접속하세요.

그리고 중요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제목 : (필독!) 스톤 포지 주의 요망

작성자 : ☆케이&스톤포지☆ 케이

- 지금 현 시간부로 길드원이 아니신 분들은 스톤 포지 출입을 삼가해주세요.

이미 드워프 국왕은 시민들을 이끌고 비교적 스톤 포지와 멀리 떨어진 광산들로 피신했다. 바윗돌이나 철문 등으로 광산 입구를 막고 전쟁이 끝나길 기다리는 중.

슛! 슈슛! 슈슈슛!

스톤 포지 곳곳에서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중국 베이징, 올해 22살의 북경 대학교 학생인 첸시펑은 동화율 147%의 용병 플레이어.

첸시펑은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에 접속, 대기실에서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다.

이미 스톤 포지로 향하는 문은 만들어뒀다.

약속 시간에 맞춰 저 문을 열고 나가면 그때부터는 전쟁 시작, 물밀듯이 쳐들어가서 난쟁이 드워프들을 도륙하고 광산을 차지한다.

물론 감히 자신들을 막으려는 플레이어들도 있겠지만,

“어림도 없어.”

고작 10만 명으로?

아니 그보다 더 적을 것이다.

또한 길드를 지들만 만드나?

중국도 만들었다.

길드 창설 비용을 내겠다는 플레이어들은 수두룩했다.

자신도 100 D코인을 기부했으니까.

그리하여 첸시펑의 아바타 명은 길드명을 합쳐.

[☆천하통일☆ 라오장군]

결정적으로 놈들이 중국 플레이어들의 결집 시간을 알아낼 수나 있을까?

이 작전은 시간이 중요하다.

먼저 스톤 포지를 가득 메운 세력이 승리한다.

“시간이 됐군.”

이제 문을 열고 나간다.

보이는 놈들은 다 죽여버린다.

첸시펑은 스톤 포지로 통하는 강철문 손잡이를 잡았다.

화아아악!

환한 빛이 쏟아지고, 첸시펑은 즉시 무기부터 꺼내 들었다.

동시에 포스를 끌어올리며 전투의 함성을 내질렀는데,

“으아아아아! 다 죽여버···, 어?”

콰직!

그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대형 철퇴.

“켁!”

아바타가 가루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프스스스.

“뭐, 뭐야?”

그리하여 첸시펑의 아바타 [☆천하통일☆ 라오장군], 오자마자 사망.

퍼억!

파직!

푹푹푹푹!

스폰 포지 전체가 금빛 가루 천지.

곳곳에서 함성과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미국의 용병 플레이어.

길드 명을 추가한 아바타 명 [☆케이&스톤포지☆ 애널써커]의 무기는 이번에 새로 마련한 영웅 등급의 가시 박힌 모닝스타.

팍! 팍! 팍! 팍!

☆천하통일☆ 길드명을 달고 나타나는 아바타들을 보이는 대로 후려쳤다.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정말 중국 놈들이 나타날까?

설마 그럴 리가?

머리가 달린 놈들이라면 이 스톤 포지 진(眞) 마정석 광산이 중국의 것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 거라 생각했다.

더불어 양심이 있다면 섣불리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도 판단했고.

그러나 모든 예상이 빗나갔다.

놈들은 멍청했고, 또한 양심도 없었다.

‘이런 놈들과 함께 게임을 한다는 거 자체가 부끄럽군.’

그래서 애널써커는 사정을 봐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케이&스톤포지☆ 상큼한 딸기]는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풀 기회를 준 것에 대해 중국 플레이어들에게 감사한 마음.

요즘 딸기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케이, 찬웅이 민도연과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찬웅이 그녀와 반말하는 친구 사이라는 것도 불편했다.

심지어 APS 본부 안에서 케이와 민도연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싫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더구나 딸기는 민도연과 친했다.

APS의 여자 각성 플레이어는 자신과 그녀 둘뿐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저 속앓이만 하고 있던 참.

그런데 오늘,

이 스톤 포지에서 묵혀뒀던 스트레스를 쫙 풀어버릴 기회.

“씨앙! 뒈져!!!”

딸기는 이미 광전사 모드.

방패 돌진,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베고, 찌르고···,

“이 거지새끼들아!!!”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오로지 사망한 아바타의 가루만이 흩날리고 있었다.

사실 딸기와 애널서커에게 죽은 중국 플레이어는 행운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스톤 포지 기차역.

광부들과 광물을 실어나르는 기차 터미널, 모든 철길이 이 기차역에서부터 시작한다.

철도를 따라 지하 터널을 통과해 각각의 광산 침식지 갱도로 들어가는 식.

이곳이 제일 요충지.

그건 중국 플레이어들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열차가 운행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탈것을 타고 터널을 통과해야지.

가는 길이야 알고 있으니까.

“몇 번이라고?”

“69번과 113번, 인벤토리 싹 비우고 왔지?”

“흐흐흐, 물약 몇 병 빼면 아무것도 없어.”

“진(眞) 마정석 꽉꽉 채워서 로그아웃하자고.”

“서둘러! 곧 개떼처럼 들이닥칠 거야. 경쟁자가 너무 많···.”

그때였다.

츠피릿!

콱!

“컥!”

부우웅! 콰당!

이마 정중앙에 도끼가 찍힌 채 왔던 길로 다시 날아가는 중국 플레이어 한 명.

“어?”

“···뭐?”

“도, 도끼?”

“케이! 케이, 그놈이야!”

팟!

콱! 콱! 콱!

“큭!”

“비, 비겁하게!”

“꺽!”

자그마한 도끼지만 위력은 전혀 앙증맞지 않았다.

“이리로 올 줄 알았다.”

그래서 여긴 혼자 지키기로 미리 말해뒀고,

기차역을 지키는 이유는 두 가지, 아니 하나밖에 없다.

진(眞) 마정석 광산이야 어떻게 됐든 상관없지만 광산엔 드워프들이 피신하고 있었다.

성인 드워프 들에게 그깟 이방인들은 망치 한 방에 로그아웃이겠지만 여자는? 아이들은? 쇠약한 노인들은?

우르르,

또 온다.

여지없이 몰려오는 중국 플레이어들.

“빨리 움직여.”

“너흰 69번, 우린 113번으로 간다.”

“탈것 꺼내!”

특수 능력은 처음부터 발동되고 있었다.

‘플레이어 킬!’

쌍도끼가 편차를 두고 차례대로 나른다.

츠리리리릿!

콰직!

“억!”

한 명의 머리를 찍고 돌아올 때 하나를 또 던지고,

츠피릿!

콰악!

“큭!”

받아서 또 던지고,

플레이어 킬! 플레이어 킬! 플레이어 킬···, 아예 계정을 삭제시켜 버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순수한 애국심에서 스톤 포지에 온 중국 플레이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추악한 욕망.

전투가 벌어지는 혼란한 상황을 틈타 진(眞) 마정석을 강탈하려는 플레이어들이 대다수 일터.

지금도 보라!

들개처럼 몰려들지 않고 있나.

팟! 팟! 팟!

스톤 포지 기차역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흉포한 폭풍이었다.

콱! 서걱! 콰직! 싹둑!

폭풍이 지나갈 때마다 중국 플레이어들의 아바타가 우수수 흩어진다.

만약 아바타 사망 판정이 가루가 아닌 진짜 피였다면 스톤 포지는 빨갛게 물들었을 터.

‘단 한 놈도 못 지나가.’

케이에게 죽은 진(眞) 마정석 약탈자들.

그것이 얼마나 불행인지 아직 깨닫지 못했다.

3일 후에나 깨닫게 되겠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