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13화 (113/204)

< 스톤 포지 대혈전(2) >

SNS는 익명의 공간.

그래서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중국은 특히 더하다.

<제목 : 한국인이 중국인들을 스톤 포지에서 쫓아냈다.>

- 내가 며칠 전에 침식지 공략이나 해보려고 스톤 포지에 갔는데 말이야, 기차도 타지 못하고 쫓겨났어. 한국 놈들이 드워프들과 짜고 출입을 막더라고, 그리고 얼마 후에 진(眞) 마정석 대량 생산 이슈가 터졌잖아. 조금 이상하지 않아? -

└ 선한 마음에 공략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막더라고.

└ 너무 분해서 잠을 못 자겠네. 중국 정부는 뭐 하고 있는 거야?

└ 그러고 보니 케이 그놈 이상하지 않아? 왜 그놈만 그렇게 강하지?

└ 미국과 한국이 밀어준 거야. 듀플렉스 스페이스 회사 사장이 한국계란 소문도 있어. 케이하고 미국하고 같이 레이드도 하잖아.

└ 케이는 NPC들을 조종하는 스킬이 있을 거야. 엘프와 마법사, 마키나 공화국을 봐도 알 수 있잖아. 드워프들도···?

슬슬 선동이 시작되고.

<제목 : 스톤 포지 진(眞) 마정석 광산은 원래 중국이 공략하려던 침식지였다.>

- 중국 정부 소속 공격대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원래 진(眞) 마정석이 나오는 광산은 중국 공격대가 거의 한 달을 준비하며 공략하려고 했던 거래. 그런데 갑자기 드워프들이 한국 공격대에 공략 우선권을 넘겼다고 하더라고. -

└ 내가 그랬지? 케이 그 새끼, NPC 세뇌하는 스킬이 있다고,

└ 그래도 그렇지. 중국이 멍청한 거야? 한국이 못된 거야?

└ 당연히 한국이 못된 거지.

└ 중국은 정정당당하게 대응하다 뒤통수 맞은 거야. 소국이라서 너그럽게 대해줬더니.

└ 중국인은 너무 착하고 물러터졌어.

└ 나도 동의해. 독해질 필요가 있어.

조금씩, 조금씩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제목 : 또 빼앗기고만 살 건가?>

- 한국 놈들이 우리 문화를 강탈한 게 한두 개야? 파오차이에, 한푸에, 심지어 공자(孔子)가 한국인이라고 하질 않나. 진(眞) 마정석 광산도 원래 중국 거야. 난 더 이상 빼앗기고 살고 싶지 않아. 너희들은 어때? -

└ 당연히 나도 그렇지.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하고.

└ 우리 걸 되찾아온다.

└ 어떻게 한다고?

└ 어차피 게임이잖아. 법적으로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 그렇지. 도로 가져오면 끝나.

└ 중국의 기개를 보여주자!

이런 게시물들이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 연속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매우 광범위하게, 그리고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급기야,

<제목 : 스톤 포지 탈환대를 모집한다.>

- 중국 정부는 뭐 하고 있는 거야? 설마 미국 눈치를 보나? 그런데 난 가만히 못 있겠다. 마음속에 협의(俠義)가 조금이라도 있는 중국인이라면 함께하자. 우리 걸 되찾아서 중국에게 돌려주자. -

└ 난 찬성! 어떻게 하면 돼?

└ 나도 참가할 거야. 강호의 도리는 살아있다고.

└ 중국의 저력을 보여줍시다.

└ 중국 용병 플레이어 중 절반만, 아니 그 반의 반만 참가해도 스톤 포지는 우리 거야.

└ 드워프 난쟁이 놈들부터 죽이자. 그놈들은 어차피 부활도 못 하잖아.

└ 날짜만 정해. 한 번에 들이닥치면 돼. NPC고 뭐고 싹 쓸어버려.

점점 설상가상, 눈덩이 굴러가듯 커지듯 근거 없는 루머들,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가끔가다 제정신이 박힌 댓글도 있긴 했다.

└ 근데 확실해? 원래 중국이 공략하려던 거였다는 증거는 어디 있는데.

└ 스톤 포지에서 쫓겨난 것도 무임승차 하려다가 그런 거잖아. 나중에 공략하라고 판을 깔아줘도 다 도망치기 바쁘더만.

└ 멍청한 놈들아. 이거 선동이야. 중국 정부가 가만히 있는 거만 봐도 모르겠어?

└ 한국이 현재 침식지 레이드에서 선두를 달리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러나 금방 사라졌다.

└ 매국노 새끼가.

└ 우리 중국을 우습게 보면 가만히 안 둬!

└ 너 한국인이지?

└ 선두는 무슨, 한국 축구선수 EPL 득점왕 하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저거 다 사기야, 사기!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졌다.

그러다 몇몇 중국 플레이어가 분을 참지 못해 스톤 포지 왕궁에서 난동을 피우다 경비병에게 척살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모닥불에 기름이 부어졌다.

※ ※ ※

중국의 심상찮은 분위기는 곧 한국에도 알려졌다.

“최팀장님, 이거 보셨습니까?”

출근하자마자 헐레벌떡 최기병을 찾아온 이필동 과장.

“네, 보고 있습니다.”

“진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서, 참나! 우리가 중국 진(眞) 마정석 광산을 빼앗아간 거라니, 뇌가 없나? 누가 봐도···.”

“설득이 안 될 겁니다. 보고 싶은 거만 보고, 믿고 싶은 거만 믿는 놈들이라.”

“이거 대응해야 하지 않나요?”

“하아···, 하긴 해야 하는데.”

몇몇 한국 네티즌들이 중국의 이런 분위기를 퍼 나르는 중이라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뭐라고 합니까?”

“늘 하던 대로, 민간에서 일어난 일이다. 우린 관여치 않겠다. 이런 입장입니다.”

“난 그 새끼들이 뒤에서 충동질한 느낌이 드는데.”

“느낌은 무슨, 백 프로지.”

누가 봐도 뻔하다.

“우리도 반격해야죠. 저들의 말이 틀렸다는 걸···.”

“이미 여론전의 단계는 지난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위협에 대비해야 해요.”

“···설마, 진짜 저들이 스톤 포지로 쳐들어올 거라 판단하세요?”

“네.”

“어, 큰일 났네.”

만약 진짜 공격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스톤 포지는 중국 플레이어들로 꽉 채워질 것이다. 드워프 NPC들이 아무리 일당백이라 해도 이 어마어마한 인해전술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스톤 포지가 점령되면?”

“진(眞) 마정석 광산도 저들 손에 넘어가겠죠.”

“···.”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일.

침략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불가능하다.

여태껏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질적인 피해도 없다.

사람이 죽고 죽이는 전쟁도 아니고, 아바타나 NPC만 죽겠지.

진(眞) 마정석 광산도 실제 영토가 아닌 게임 안에서 존재한다.

물론 중국 정부가 뒤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공식적으로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며 시치미를 떼고 있으니.

“이거 외통수네요. 케이는? 알고 있습니까?”

“네, 좀 전에 통화했습니다.”

“어떻게 한답니까?”

“글쎄요. 일단 알았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긴 했는데.”

한국 정부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외교부가 직접 나서서 대응 성명을 발표하고, 점점 험해지는 분위기에 대해 중국 정부의 중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대변인을 통해.

“중국 정부는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여할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플레이어들끼리 일어나는 일 아닙니까? 권력을 가지고 그들을 통제하는 건 민주주의 정신을 위배하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게임 컨텐츠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요?”

뻔뻔하게 나오는 중국.

점점 분위기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 ※ ※

찬웅도 집에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최기병의 말을 들은 이상 가만있으면 안 된다.

“중국 SNS에서 스톤 포지 관련 게시물들을 뽑아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관련 항목 검색을 실시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전송 부탁해. 이왕이면 깔끔하게 번역도 해서.”

잠시 후, 주르르르륵.

스마트폰에 나타나는 중국 SNS 게시물들.

찬웅은 실소를 터뜨렸다.

“하하, 이런 미친 놈들이···,”

선동당하는 꼬라지가 기가 막힌다.

증거도 없고,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다.

그저 진(眞) 마정석이 나오는 광산 침식지는 원래 중국이 하려던 거였다.

케이가 드워프 NPC를 조종해 그걸 가로챘다. 그러니 우리가 되찾아서 중국 정부에게 돌려주자.

좋아요가 많이 찍힌 게시물이 올라오면 댓글로 스톤 포지 침략에 대한 여러 제안이 쏟아진다.

분위기도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공격 날짜를 정하자는 움직임도 보인다.

‘새끼들, 분명 올 거야.’

확실하다.

충동질하는 놈들이 존재하고, 의도는 매우 효과적, 진(眞) 마정석 광산을 빼앗으려는 중국의 음흉한 책동.

‘대비해야지. 반드시 막아야 해.’

찬웅에게 스톤 포지는 마탑 만큼이나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어제 드워프 왕궁에서 스틸해머가 제작했던 진(眞) 아이템, 진(眞) 마정석과 신성한 화로의 상승 작용으로 만들어졌던 검.

똑같은 방식으로 하나 더 만들어봤다.

역시 진(眞).

‘일단 만든 건 창고에 보관해 두긴 했는데···.’

준비해야 한다.

나중에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사도와 빌런, 그리고 군주.

그들을 막으려면 좋은 아이템이 필요한 건 분명하니까.

스톤 포지는 진(眞) 아이템 장비를 만들 수 있는 병참으로서 역할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지켜야 하고.

‘하지만 무엇보다···.’

NPC인 드워프들.

중국 플레이어들이 대거 쳐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사상자들이 생겨날 터.

NPC면 죽어도 돼?

인간이나 다름없는 그들이다.

만약 중국 플레이어에 의해 한 명의 드워프라도 죽는다면?

그들이 무슨 죄가 있나?

“···그땐 정말 다 죽여버린다!”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

진정한 빌런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일단 NPC는 전력에서 제외.

드워프든, 마법사든, 마키나 공화국이든,

‘플레이어를 막는 건 플레이어가 되어야지.’

플레이어끼리의 분쟁에 NPC는 끼어들 필요가 없다. 끼어들어서도 안 되고,

하지만 문제는 스톤 포지를 어떻게 방어해야 하느냐는 것, 엄청난 수의 중국 플레이어 침공을 막아내려면 최소한 그 절반 이상은 필요한데.

‘병력을 모으자.’

어떤 방법으로?

한국이나 미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까?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줄 터.

‘하지만 숫자가 모자라.’

때마침 TV에서 게임 정보 프로그램이 흘러나왔다.

패널로 나온 세화 길드 길드장.

그도 중국의 만행을 성토하고 있었는데,

- ···그래서 내부적으로 우린 참전을 결정했습니다. 세화 길드는 스톤 포지와 함께 할 겁니다. 뜻있는 후원자님들은 이 계좌 번호로···, -

응?

‘···길드, 길드라, 좋은 생각인데?’

놈들이 숫자만 믿고 달려든다면 자신도 숫자도 맞선다.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에도 길드 시스템이 존재한다.

코인만 있으면 만든다.

50인 길드는 1,000 D코인, 100명까지 인원으로 길드를 만들려면 1만 D코인이 필요하고, 1,000명까지는 10만 D코인, 10,000명까지는 100만 D코인, 100,000명까지는 1,000만 D코인.

현재 아무리 큰 길드라도 100명을 넘어가진 않았다.

10,000명 이상 길드는 하나도 없고.

돈이 얼만가.

백인 길드가 한화로 5000만 원이 넘는다.

‘1,000만 D코인이면 100,000명 길드를 만들 수 있다는 거지?’

굳이 길드를 만들려는 이유는 따로 있다.

피아식별,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아바타 명에 길드 명이 함께 표시되는 시스템.

또한 길드원들끼리 공격 판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동으로 파티가 결성되며, 경험치와 전리품이 분배된다.

좋다.

돈 벌어 뭐하나?

솔직히 돈이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십만 명을 모을 수 있냐 하는 것.

‘일단 길드부터 만들고.’

굳이 게임에 접속할 필요도 없다.

어디서든 운영자와 연결되는 에고 시스템이 있으니까.

“게임 안에서 길드 만들 수 있지?”

[답변드리겠습니다. 가능합니다. 길드명과 인원수를 정해 주십시오.]

뭘로 할까?

어차피 1회용.

목적 달성하고 해산하면 그만.

“케이&스톤포지, 인원수는 십만.”

[☆케이&스톤포지☆로 길드가 개설되었습니다.]

길드명과 아바타 명은 함께 표시된다.

예를 들어 [☆케이&스톤포지☆ 케이] 이렇게.

그럼 누가 우리 편인지 확실해진다.

[길드 개설 비용으로 10,000,000 D코인이 결제됩니다.]

“씨발!”

생돈 날아갔다.

반드시 두 배로 보상받는다.

[가입과 탈퇴 조건을 설정해 주십시오.]

“동화율 130% 이상 용병 플레이어만, 가입과 탈퇴는 자동으로, 굳이 게임 안이 아니더라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가입이 될 수 있도록.”

[조건이 설정되었습니다.]

안전장치도 해두고.

“중국 쪽 IP는 길드 가입 금지해줘. 우회접속도 막아.”

[☆케이&스톤포지☆길드 가입에 중국 국적의 플레이어와 중국발 IP는 접근이 제한됩니다.]

그 이외에 여러 규칙을 설정하고 난 뒤···,

“준비는 끝났네.”

그럼 호객행위를 해야지.

“혹시 케이로 SNS 익명 계정 개설이 가능해?”

[가능합니다. 개설할 SNS를 정해주십시오.]

“짹짹이, 얼굴책, 별스타그램, 뭐든 다!”

마지막으로 길드를 홍보해줄 적절한 얼굴마담.

찬웅은 최기병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제목 : 스톤 포지 방어를 위한 길드원 모집.>

<작성자 : [☆케이&스톤포지☆ 케이]>

- 스톤 포지가 위험합니다. 그에 대비해 한시적으로 길드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길드명은 ‘☆케이&스톤포지☆’, 용병 길드로 등록해 용병 플레이어분들만 가입이 가능합니다. 자동 가입이며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할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슬며시 올라온 게시물 하나.

처음엔 묻혔다.

케이가 그 케이인지 어떻게 알고,

그리고 기존 SNS에 케이라는 아이디도 이미 있었다.

하지만 그 게시물에 유명인의 팔로워와 좋아요가 눌러졌다.

- J. Riden. prd : 응원합니다. 케이!

조셉 라이든 미국 대통령이었다.

당연히 응원해야지.

미국 입장에서 중국이 진(眞) 마정석 광산을 소유한다?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나?

그리고 이미 알려진 미국의 각성 플레이어, 로그드라실 이벤트 공적 순위 1위에 빛나는 [애널 써커]도,

- An. Suk. : 당장 가입합니다. 케이와 함께 스톤 포지 지킵시다.

한국에선,

- 민도연 : 와! 자동 가입이었구나. 늦었으면 큰일 날 뻔!

- 상큼한 딸기 : 저도···,

순식간에 검색어 최상위권에 안착한 케이의 게시물.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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