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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11화 (111/204)

< 진(眞) 마정석 팔아요. >

최기병이 신중하게 선발하여 튜토리얼을 통해 전직한 광부 플레이어들이 마정석 광산에 투입됐다.

광산을 새로 파고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만 주워도 엄청난 양.

투입된 광부 플레이어들은 APS 본부에서 접속했다.

그래서 목표 채굴량을 달성하고 나서 로그아웃하자 본부에 도착한 택배 상자.

“음?”

이상하다.

시험 채굴이라도 최소 3톤 이상 주워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는데···.

“고작 상자 하나?”

왜 이럴까?

“일단 확인해보죠.”

최기병과 찬웅은 APS 본부 회의실에서 상자를 열었다.

“마정석은 확실합니다. 상급, 중급, 하급이 섞여 있고요.”

“···근데 이게 3톤?”

사기당했나?

찬웅이 보기에도 이상하다.

아무튼 상자를 거꾸로 해서 마정석을 쏟아내 보니···.

두두두두둑!

“어?”

“오!”

두두두둑! 두두둑! 두두두두두두···,

마정석이 끊임없이 나온다.

“···아공간 박스 같은데요?”

“진짜?”

회의실에 수북이 쌓이는 마정석, 거의 산처럼 쌓일 즈음에···,

화르르륵!

갑자기 불이 붙어 재로 변해 사라지는 상자.

“···아이고! 아깝게시리,”

“일회용인가 보네요.”

마정석을 배달하는 일회용 상자.

이왕 줄 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걸 주지.

어쨌든 대량의 진(眞) 마정석 배달 방식은 알았다.

이제 남은 건···.

“팀장님이 기자 회견해서 마정석 상업 판매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세요.”

“제, 제가요?”

“그럼 누가 해요?”

“하아,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출처는 어떻게?”

“어차피 다 밝혀질 거 숨길 필요가 있겠습니까?”

드디어 진(眞) 마정석 대량 생산 개시.

가격은 시가.

어떻게 가격을 정하나?

수요와 공급을 봐서 차차 정하자.

새로운 자원을 활용할 기회가 왔다.

수많은 자원이 있지만 마정석은 특별하다.

지구의 자원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석유, 그것이 사라지면 지구가 망할 정도로 의존적인 자원이다.

또한 희토류라는 것도 있는데,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고도 불릴 만큼 필수 희귀 자원의 가치를 지닌다.

석유와 희토류의 역할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진(眞) 마정석, 그러나 물량이 부족해서 마정석 관련 산업은 그저 연구 단계에 머무는 상황.

사실 그리 많은 양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화력 발전의 원료로 사용할 때, 파이어 마법 연구를 통해 파괴력을 줄이고 지속력을 늘리면, 하급 마정석 3개로 한 달을 돌린다. 중급은 1개, 상급 마정석 1개면 무려 석 달 동안.

마법 문양에 적용할 땐 그보다 더 적게 든다.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해졌다.

게임과 현실의 동반 성장.

비로소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 ※

진(眞) 마정석 대량 생산, 상업 판매 시작을 앞두고 청와대와 산업자원부를 들락거리며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최기병에게 세 사람이 찾아왔다.

먼저 화정 그룹 정지은이 APS 본부에 찾아와서 간단한 인사를 한 후 용건을 꺼냈다.

“아시다시피 저 각성 플레이어예요.”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APS에 가입할까 하는데···, 언제부터 출근할까요?”

그녀는 가입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말했지만.

“죄송하지만 정지은씨는 가입이 불가능합니다.”

“···네? 왜, 왜죠?”

거절은 생각도 못 했다는 듯 되물어오는 정지은.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빠르게 오셨다면 모르겠지만.”

“시기? 어, 언제 가입할 수 있나요?”

“글쎄요. 확답드릴 수 없습니다.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그럼 전 어떻게?”

“늘 해왔던 대로 조용히 지내시면 됩니다.”

정지은은 살짝 기분이 상했다.

거절도 거절이지만 늘 해왔던 대로 조용히 지내라니, 그럼 자신을 계속 감시하겠다는 말.

“이유가 궁금해요. 왜 민도연씨는 되고 전 안 되는지.”

“곧 알게 되실 겁니다.”

“간단하게라도···,”

“하루만 기다려보세요.”

어쩔 수 없다.

곧 마정석 상업 판매가 시작될 텐데, 화정 그룹 재벌가 인물이 APS에 소속돼있다고?

반드시 말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화정 그룹과 APS의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은 판국에, 또 그녀의 오빠인 정지혁 건도 있고.

두 번째로 최기병을 찾아온 일본 구로다 코하루 중의원.

“먼저 일본에 도움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

“별말씀을, 단순한 거래관계였을 뿐입니다.”

“···.”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지는 구로다 중의원.

최기병의 어조에서 자신과 거리를 두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구로다의 생각이 맞았다,

거래관계.

최기병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번 도와줬다고 질척대면 곤란하지.

“이쯤에서 서로 관계를 개선합시다. 미래를 생각해주시오.”

“미래를 논하기 전에 과거를 짚고 넘어가야죠.”

“허허, 아직도 과거 타령···, 일본은 가난한 국가가 아니오. 케이와 APS를 도와줄 만한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건 아시는지.”

“대한민국도 가난한 나라가 아니지요.”

“···진짜 그렇게 생각하시오?”

“네.”

내색은 안 했더라도 구로다의 어조에서 비웃음이 느껴진다.

그래. 지금은 그렇겠지.

한국이 몇몇 분야를 앞섰다고 해도 아직은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직은’ 말이다.

최기병은 구로다 코하루 중의원이 누군지 안다.

일본 우익 정치인의 대표적인 인물, 전(前) 내각 관방장관, 대대로 지역구를 이어받아 온 정치인 가문, 나카다 총리의 오른팔.

‘특사를 보낼 거면 최소한 그에 맞는 인물을 고를 것이지···, 뜬금없이 우익 인사를 파견해?’

그래서 처음부터 기분이 상했다.

“이만 돌아가시죠. 제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

“당황스럽군. 일본 정부의 특사로 왔는데 최소한 예의는 지켜야···,”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특사로 오셨으면서, 자신의 역할쯤은 생각하고 오셨어야지.”

“···정말 이러실 거요? 우린 현재 APS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소이다. 예산이랄까, 정치적 입지랄까.”

“섣불리 판단하지 마세요. 우린 아무 문제없습니다.”

예산?

마정석 판매가 시작되면 그중 40%는 APS의 몫, 그로 인해 벌어들일 돈이 추측도 되지 않을 판에.

또 정치적 입지도 그랬다.

최기병은 케이를 등에 업고 있다.

그게 얼마나 막강한 권력인지 지들도 알면서.

“좋소. 이만 돌아가겠소.”

“네, 안녕히 가십시오.”

“이거 하나만 기억해두시오. APS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걸.”

“누가 기회를 놓쳤는지 내일이면 알게 될 겁니다.”

“무슨···,”

마지막으로 찾아온 인물이 주한 중국 대사.

“외교부로 갔더니 이리로 가라더군요. 자신들은 권한이 없다면서.”

당연하다.

저들이 바라는 건 모두 케이와 연관되어 있다.

그 케이와의 유일한 소통창구가 바로 APS의 최기병이니.

“시간이 없으니 빨리 말하겠습니다. 파워 스팀 밤, 소개장을 중국에 팔아주세요.”

“죄송합니다만···, 그 전에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어서.”

“공식적인 사과 표명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사과는 코인으로 대신 치르겠습니다. 1억 코인 어떠십니까?”

“···글쎄요.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찬웅에게 언질을 받았다.

중국이 얼마를 제시하던 넘어가지 말라고.

“일본의 빌런들을 처리하는데 1억 코인 아니었습니까? 우린 고작 소개장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 정도면 좋은 조건 같은데···,”

“죄송하지만 저도 권한이 없습니다.”

“···.”

잠시 침묵하는 중국 대사.

그리고 나오는 말이 사뭇 거칠다.

“좋습니다. 정 이렇게 나온다면 할 말 없고···, 앞으로 중국과의 무역 통상은 매우 어려울 거요. 일단 희토류 수출 제한부터 시작해봅시다.”

“후회하실 텐데요?”

“하! 감히···, 건방지군. 중국과 한국의 경제 규모가 비교나 된다고 생각하시오?”

“그건 저도 압니다만, 안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두고봅시다. 누구 입에서 곡소리가 나올지. 곧 한국 대기업들의 항의가 빗발칠 테니, 대책이나 마련해 두시오.”

중국 대사도 소득 없이 돌아갔다.

아마 저들은 모를 것이다.

내일 있을 이벤트가 얼마나 기절초풍할 것인지.

※ ※ ※

기자 회견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진(眞) 마정석 채굴량을 늘렸다.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진(眞) 마정석.

인벤토리 꽉 채우고 로그아웃해서 상자를 수령, 또 접속해서 채굴, 로그아웃, 상자 수령.

이러다 보니 상자만 거의 300개 이상, 일회용 아공간 상자가 3톤 들어간다고 치면, 무려 1,000톤이 넘었다.

그중 일부를 옆문이 열리는 대형 윙바디 트럭 열 대에 실었다.

눈으로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니까.

기자 회견 장소는 여의도 공원 광장.

연단이 세워지고 뒤쪽으로 윙바디 트럭이 주차했다.

APS가 주최하는 기자 회견이 열린다고 하자 개미 떼처럼 모여든 내외신 기자들.

최기병이 연단에 올라서자마자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회견의 주제가 뭡니까? APS 지부 창설에 관한 겁니까?”

“이번 스톤 포지 연속 공략으로 새로운 진(眞) 아이템이라도 나왔는지.”

“현재 보유 중인 대신전 초대권은 몇 장이죠?”

“외람되지만 케이의 정체는 여전히 비밀입니까?”

“치유 물약과 활력 영약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민간에 배분할 계획은요?”

“저 트럭 안에 든 건 뭐죠?”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최기병이 묵묵히 있자, 그제야 조용해지는 기자들.

“전 오늘 APS 책임자가 아닌 케이의 대변인으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웅성웅성, 또 다시 회견장이 시끄러워졌다.

···케이라고? 뭐지? 또 미국으로 간다는 거야?

“이번 스톤포지 공략으로 케이는 드워프 왕국에서 마정석 광산 2개의 소유권을 인정받았습니다.”

에이, 고작 그거?

기자들의 표정에서 실망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정석 광산 소유권,

엄청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게임 안에서 작위를 받아 영지를 소유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부자가 됐다는 말인데, 어쩌라고?

케이는 이미 부자 아니었나?

겨우 그걸 가지고 이런 대규모 기자 회견이라니.

“광산을 확인해본 결과 진(眞) 마정석이 채굴되는 걸로 확인되었으며, 이에 케이는 채굴을 통해···,”

어?

잠깐만.

최기병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죄, 죄송하지만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아서, 혹시 진(眞) 마정석이라 하셨습니까?”

그리고 이어진 폭탄선언.

“네, 진(眞) 마정석이 맞습니다. 케이가 소유한 광산은 2개 모두 진(眞) 마정석 광산입니다. 우리 APS는 케이에게서 운영권을 넘겨받았으며···,”

기자들은 어리둥절 고개만 갸우뚱했다.

무슨 헛소리야? 진(眞) 마정석을 광산에서 캐? 저 말을 믿어?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직접 보여줘야지.

최기병이 신호를 하자 윙바디 트럭 문이 차례대로 열렸다.

벌컥! 벌컥! 벌컥···,

짐칸에 가득 채워진 진(眞) 마정석.

반짝반짝, 조명에 반사되어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돌멩이.

“아!”

“미친!”

“세, 세상에···,”

“저게 다 마정석?”

차차착! 촤라라락! 착착!

카메라 플래시가 쉴새 없이 터졌다.

“현재 생산된 진(眞) 마정석을 극히 일부만 가지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셔야 할 것 같아서.”

기자들이 우르르 연단 앞으로 몰려왔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

진(眞) 아이템 중에 마정석의 개수가 가장 많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저건 많아도 너무 많지 않나?

심지어 저게 다가 아니란다.

극히 일부만 가지고 왔단다.

“앞으로 진(眞) 마정석 대량 생산 및 상업 판매를 선언합니다. 국내 주요 기업에 우선 공급을 진행할 예정이며, 상황에 따라 세계 각국에도 수출을 실시할···,”

최기병의 기자 회견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진(眞) 마정석이라니.

게임을 해본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안다.

저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물건인지.

물약이나 영약 같은 소모품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무기, 액세서리, 장비, 마법 스크롤, 마공학 아이템, 어디나 마정석이 들어간다.

현재 산업 분야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진(眞) 아이템이 바로 진(眞) 마정석인데···.

“지, 질문 있습니다! 매장량은 얼마나 됩니까?”

“아직 잘 모르지만 드워프들 말로는 하루 종일 채굴한다 해도 10년 이상은 끄떡없다고,”

“국내 주요 기업이라면 선정해 둔 곳이 있나요?”

“마정석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에 우선적으로···,”

“해외 수출은 언제부터입니까?”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만···.”

“수출하기는 합니까?”

“네, 케이의 의사를 대변하면 한국이 혼자 독점할 생각은 없다고···.”

난리가 났다.

여기 모인 기자들 모두 경악했다.

기사 내용을 속보로 올리느라 정신없이 분주하다.

심지어 즉석 생방송을 결정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기자 회견이 끝나자마자 최기병에게 걸려온 전화.

- 기자 회견 잘 봤습니다. 그래서 파이어 마법 가열기를 요구하셨던 거군요.

흥분이 묻어있는 목소리.

백악관 참모 마이클 피트였다.

“제가 곧 알게 될 거라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 아니, 그래도 그렇지, 지속적인 공급이 진(眞) 마정석 광산이라니, 전 상자를 까서 확보한 건 줄만 알았는데.

“상자만으로 공급이 되겠습니까?”

사실 피곤해 죽겠다.

집에 가서 쉬고 싶은데, 빨리 전화 안 끊나?

- 제가 연락드린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조셉 라이든 대통령이 친서를 보냈습니다. 곧 미국 대사관에서 APS로 전달될 겁니다.

“여기로? 청와대로 보낼 것이지···,”

- 케이에게 보내는 친서입니다. 아! 오해 마세요. 그냥 감사의 표현과 앞으로 무한한 지지를 보낸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대신 전해주세요.

“···케이가 만나기 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게임이라면 모를까.”

- 하하하, 언제라도 전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건 맞지.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한태수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낼 이유는 조금도 없다.

- 미스터 최!

“네.”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흐음, 뭐,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진(眞) 마정석 팔아 달라는 거겠지.

가격만 맞으면 안 팔 이유가 없다.

물론 모든 국가에 다 적용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마정석을 가지고 인체실험이나 해대는 나라라든지, 아니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수출 통제와 국가 간 무역을 제한하는 나라라든지.

굳이 그쪽엔 팔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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