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10화 (110/204)

< 무임승차 사절 >

찬웅은 드워프 국왕과 약속을 지켰다.

서로 윈윈이었다.

침식지 연속 정화.

드워프들은 막혔던 광산 채굴을 재개해서 좋고, 공격대원들은 동화율 돌파와 진(眞) 아이템 뽑아서 좋고.

공략할 때마다 축복이 내리며, 동화율 돌파해 강해지니, 점점 쉬워졌다.

물론 케이가 없으면 여전히 불가능했지만.

그래서 지금 현재, 제일 어려운 건 침식지 공략이 아니다.

무임승차를 위해 스톤 포지에 몰려든 다른 용병 플레이어들을 따돌리는 것.

“많이도 몰려왔군.”

드워프 국왕은 스톤 포지 중앙 기차역을 통제하고 모든 열차에 대해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비대장 매톡 브론즈, 밥만 축내지 말고 일을 할 차례야.”

“걱정마슈. 무식하지만 제법 힘 좀 쓰는 놈들 총동원령 내렸으니까.”

“접근도 못 하게 해.”

“내 도끼도 쓸만하다오. 이방인 케이가 가진 도끼보다 더 크고 우람하지.”

“그렇게 보여. 네 키보다 크잖아.”

매톡은 요즘 기분이 좋다.

그동안 식충이, 한량, 무쓸모, 백수 드워프, 이런 이야기만 듣고 살아왔다.

아니! 드워프가 망치와 곡괭이질만 해야 해?

그런데 할 일이 생겼다.

진짜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케이 소유의 광산을 지키는 일.

자신 있다.

적어도 도시 안에서 NPC는 각성 플레이어보다 강하다.

또한 듀플렉스 대륙에서 거칠기로 정평이 난 NPC들이 드워프.

그러나 스톤 포지에 모인 일반 용병 플레이어들도 이번엔 물러서지 않았다.

침식지가 정화될 때 가까운 곳에 있으면 각성의 기회도 얻고, 진(眞) 아이템 뽑을 확률도 대폭 상승한다는 걸 그들도 안다.

인생 역전의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그리고 만에 하나 죽는다고 해도 동화율 하락에 3일간 접속 금지 페널티 정도.

열차 운행이 중지된 드워프 중앙역에서 대치 중인 NPC와 플레이어, 그들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APS 공격대가 무슨 기차를 타는지 감시하면서, 어떻게든 추적해 따라가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플레이어들.

최기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열차 타지 말고 걸어가는 게 어떻습니까? 탈것을 타든지.”

“전 찬성, 저러다 싸움 나겠다. 오래 걸리더라도 그렇게 합시다.”

“사상자라도 발생하면···, 아! 물론 NPC들, 플레이어야 죽든 말든 상관없는데.”

“그래요. 드워프들 죽으면 부활도 안 되잖아요,.”

“하여튼 무임승차 하려는 놈들이 제일 문제야.”

하지만 찬웅, 케이의 생각은 다르다.

“기다려봐요. 지원군 불렀으니까.”

“···지원군? 혹시 미국에다가 도움을?”

“플레이어는 아닙니다.”

“그럼?”

걸어가도 되지만 언젠간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

한탕을 노리며 염치없이 달려드는 무임승차 용병 플레이어에게 따끔한 교훈이 필요하다.

※ ※ ※

한국의 용병 플레이어, 아바타 명 [몰빵코주부], 올해 24살 김일봉은 스톤 포지 역 안에 있었다.

코주부, 즉 코인, 주식, 부동산이라는 아바타 명답게 오직 한탕을 노리며 인생 역전을 꿈꾸며 살아가는 한국의 20대 청년.

김일봉은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가상현실 게임에 뛰어들었다.

직장?

그딴 거 뭐하러 구하나?

놀면서 돈 버는 길이 있는데.

용병 플레이어로 번 돈을 코인 판에, 주식 판에, 부동산 갭투자에 모조리 털어 넣었다. 실제로 수익도 상당했고.

그러나 결말은 뻔했다.

1코인에 10달러 갈 거라던 코인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고점에 물린 주식은 회복의 기미가 안 보였으며, 영끌로 구입한 부동산은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갈 지경.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 정부 소속의 플레이어들이 연일 침식지 공략에 성공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케이가 참여한 공략이니 무조건 성공할 터.

김일봉도 침식지 공략 성공의 혜택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진(眞) 치유나 활력 영약 같은 거 하나만 뽑으면···, 하다못해 각성이라도.’

로또보다 낫다.

케이가 공략하는 광산 침식지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한국 정부 소속 아닌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격대다.

그 세금을 자신이 내고 있고.

‘무슨 수를 내야 할 텐데···.’

기차역 안에 꽉 찬 플레이어들, 그마저 자리가 없어 역 바깥에도 엄청난 숫자, 이들이 모두 경쟁자다.

수십만분의 일을 뚫고 APS 공격대의 꼬리에 붙어야 한다.

순간!

취이익! 철커덕, 철커덕.

“어? 저 소리는···?”

“기차야, 기차가 간다.”

“씨발, 운행 중지라며!”

“케이야! 내가 봤어! 공격대가 간다.”

케이를 비롯한 APS 공격대가 열차를 타고 침식지로 가고 있다.

점점 마음이 급해지는 김일봉.

급기야.

“아니, 용병 플레이어가 침식지를 공략하겠다는 데 막는 이유가 뭐야!”

아랫배에 힘껏 포스를 한껏 불어넣어,

“이거 반칙이잖아. 더러운 짓은 다 하고 있네. 사냥터 통제하고, 열심히 게임을 해보겠다고 달려온 플레이어들 막고.”

이런 식으로 선동을 하자,

“그래! 우리도 권리가 있어!”

“막아? 진짜 해보자고?”

“씨발! 난쟁이 똥자루 새끼들아! 저리 비켜!”

“여러분! 포위망 뚫고 침식지로 갑시다.”

“숫자는 우리가 많아!”

하지만 말뿐이었다.

서로 눈치만 보지, 누구 하나 움직이는 플레이어가 없었다.

먼저 손을 쓰면 죽을 테니까.

이대로라면 늦다.

김일봉은 결심했다.

‘먼저 공격하고 빠지면···,’

불씨만 던져도 활활 타오를 터.

김일봉은 5서클 파이어볼 마법 스크롤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드워프 경비병 하나를 겨냥하고,

손아귀에 힘을 주어 찢으려는 순간!

“멈춰라! 비열한 이방인!”

“···뭐?”

쐐애애액!

푸욱!

푸른 빛이 감도는 투명 얼음창이 김일봉의 아바타 [몰빵코주부]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허억!”

얼음창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눈을 돌리는 김일봉.

“이, 이게 무슨?”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에 뜬 채 플레이어들을 노려보는 마법사들, 공격 마법으로 창조된 파이어 스피어, 아이스 스피어, 매직 스피어, 파이어 볼, 라이트닝 오브···.

“씨발, 저 새끼들은 왜?”

프스스스.

결국 김일봉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우리가 모를 줄 아는가? 침식지 공략은커녕 눈치만 보면서 공짜 혜택만 누리려고 하는 더러운 짓거리를?”

테라퓨타의 마법사들이었다.

대충 세어도 100여 명.

그뿐만이 아니다.

“크르렁, 컹컹컹,”

언제 나타났는지 기차역 안에 나타난 수백 마리의 골렘 경비견.

쿵쿵쿵쿵!

은빛 찬란한 금속 전투 골렘도.

“제기랄···,”

“쟤들은 여기 왜 왔어?”

“미, 밀지 마! 이러다 물릴라.”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뉴팩토리 중앙 연구소 연구원 마리도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디 한번 계속 지껄여봐. 아니면 손을 써보던가, 이왕 출장 나온 김에 뭐라도 하고 갈 기회를 줘.”

“···.”

“···.”

역 안의 플레이어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움직이지도 못했다.

드워프 경비대장 매톡도 앞으로 나섰다.

“정 침식지 공략을 하고 싶거든 열차 운행을 시작하겠소. 자! 별도의 광산 침식지 배정해줄 테니 자원할 마음이 있는 이방인들은 손을 드시오.”

나설 리가 있나?

플레이어가 가길 원하는 침식지는 오직 케이가 있는 곳, 드워프들이 안내해주는 침식지엔 케이가 없을 것이다.

“없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원하더니?”

“···웃기는군.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어디 갔지?”

“입만 산 버러지들이라 그런 거야. 애초에 침식지 공략할 마음도 없었으면서.”

침묵이 흐르는 기차역.

드워프 경비병뿐이라면 어찌해보겠지만, 테라퓨타 마법사와 마키나 공화국의 골렘까지 막고 있으니.

숨 막히는 대치 상황.

몇몇 플레이어들은 포기하고 귀환했지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시간이 흐르고,

결국!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스톤 포지 113번 침식지 보스 길잃은 침식 드워프 113이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침식지가 공략됐다는 걸 의미하는 전체 공지였다.

“에이, 씨발, 벌써?”

“퍽유!”

“왕파단!”

“쏜 오브 비치!”

쑤웅! 쓩! 쓔수숭! 쓔숭!

기차역을 가득 덮는 빛무리.

용병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곧 앞다투어 대기실로 귀환했다.

“쯧쯧쯧, 내 이럴 줄 알았다.”

“능력도 없는 것들이 욕심만 많아서.”

“역시 이방인들이야.”

“쉿! 케이님도 이방인입니다.”

“···아니, 내가 언제 케이님보고 그랬나?”

그리하여 오랜 시간을 끌어왔던 스톤 포지 침식지 공략이 끝이 났다.

물론 아직 10개의 광산 침식지가 남아있었지만 이날 이후로 공략을 시도하는 플레이어 공격대는 아무도 없었다.

드워프들도 숨통이 트였다.

케이가 공략해 준 침식지는 모두 통행의 요지, 혹은 매장량이 많은 광산이었기 때문에.

드워프들의 아이템 장비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 ※ ※

113번 광산 침식지 공략은 그 전보다 훨씬 쉬웠다.

‘강기(罡氣)’

찬웅이 새로 배운 진(眞) 액티브 스킬.

영어 명칭은 아마 ‘포스 블레이드’ 이런 것일 터.

지이이잉.

진한 포스가 도끼에 씌워졌다.

방출 스킬은 도끼날 부분만 적용되지만 포스 블레이드는 도끼 전체를 커지게 했다.

암살자 루인의 앙증맞은 머리 따개가 두 배 이상 커졌다.

기껏해야 소형 도끼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크고, 아름답네.’

위력도 쓸만할까?

마침 통로를 가득 메운 거대 바윗돌이 빠르게 굴러왔다.

“제가 막을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네!”

팟!

순식간에 바윗돌 앞으로 이동한 찬웅,

찌이잉!

강기의 포스 도끼가 바윗돌 중앙을 직격했다.

썩둑!

쩌억!

정확하게 두 동강 난 바윗돌.

마치 두부를 써는 것처럼 아무런 저항도 없이 들어갔다.

‘미친!’

츠핏! 츠피릿! 피핏!

썩둑, 싹둑, 썩둑!

깍두기 만드는 것처럼 썰고 또 썰었다.

“···.”

“와, 할 말이 없다.”

“저거 바윗돌 맞아?”

“아니, 김장할 때 무 써는 것도 아니고···.”

찬웅도 내심 놀랐다.

예상보다 훨씬 대단한 스킬의 위력.

‘이 정도면 레지키쓰론 비늘도 자르겠는데?’

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아!’

포스가 이어지지 않았다.

도끼질 몇 번에 바닥이 난 포스.

조절도 할 수 없었다.

강기를 시전한 순간 아바타의 모든 포스가 도끼로 집중되었으니까.

하는 수 없이 자원 재생 물약을 먹어도 쉽게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쫙 빨려버렸다.

‘실전에서 쓸 땐 조심해야겠구나.’

아무튼 스킬은 확인했고.

그 뒤론 이변 없이 공략 성공.

성수(聖水)로 잘 절인 113번 침식지.

그리고 축복과 성수의 시너지.

물론 효과는 엄청났다.

이전 69번 침식지와 똑같았다.

그리하여 진(眞) 마정석 광산이 두 개.

마정석, 마력의 결정체가 얼마나 매장되었을지도 모르는 진(眞) 마정석 광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두 광산이 끝이라는 것, 성배에 저장된 성수가 이젠 없다.

하지만 드워프 국왕 스틸해머가 보장했다.

드워프 광부 20명이 1년 동안 쉼 없이 하루 종일 채굴해도 최소 100년 이상 끄떡없는 매장량이라고.

찬웅은 성배를 헤스티아 성국에 반납하고 로그아웃했다.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한 후 APS로 출근해서 최기병이 와서.

“슬슬 생산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방식은?”

“APS에 소속된 전문 광부 플레이어들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드워프 쪽에서도 채굴을 도와주겠답니다.”

그럼 걱정 없다.

주워 담기만 하면 되니까.

“책임자는 구종수 플레이어가 맡기로 했고, 생산량도 정확하게 검수해서, 단 하나라도 빠지는 것이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게임 속 마정석은요? 로그아웃해서 진(眞)으로 받아도 게임 아이템은 그대로 남잖아요.”

“아! 진(眞)이란 수식어가 사라지면 창고에 보관할 예정입니다. 드워프 국왕 썬더 스틸해머가 창고를 제공해주기로 약속해서.”

“그것들은 테라퓨타와 마키나 공화국에 싸게 넘기세요. ”

“그럼 비율은?”

“똑같이 6대 4로.”

찬웅이 6, APS가 4.

적당한 비율이다.

생산, 유통, 판매는 전적으로 APS가 책임지기로 했으니까.

찬웅은 그냥 놀고만 있어도 코인이 들어오는 식.

혜택은 코인뿐만이 아니다.

‘이제 슬슬 궤도에 올랐네.’

전에 대기실에서 게임 개발팀 실장 엘리라는 요정과 대화를 나눴었다.

게임의 목적이 뭐냐고 묻자,

[침식을 막고 오염지역을 정화하는 거? 그리고 현실과 가상세계의 동반 성장? 그게 최종 엔딩이죠.]

이렇게 대답했다.

오염지역 정화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지겠지만 현실과 가상세계의 동반 성장은 미진했다.

솔직히 진 아이템이 나오면 얼마나 나오겠나?

상자를 까는 것도 한계가 있다.

진(眞) 아이템을 바탕으로 지구의 과학이 진보하면서 여러 생활 전반에 기술을 접목시키는 게 핵심이다.

그걸 위해 가장 필요한 자원이 바로 마정석.

“당장 채굴 시작합시다.”

“네!”

현실과 가상세계의 동반 성장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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