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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08화 (108/204)

< 뜻밖의 일본행(3) >

벌써 4명이 죽어 나갔는데도 신주쿠 가부키쵸는 조용했다.

찬웅의 일 처리가 워낙 빠르고 은밀했기 때문에.

빌런 특수부 형사 난바 카이토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미칠 지경, 각성 플레이어라 체력의 부담은 없었지만 신출귀몰한 케이를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지금 케이의 위치는?”

- 가부키쵸 쇼핑센터 꼭대기, ···하아, 또 한 놈 처치했어.

“젠장!”

이 넓은 동네를 거의 다 돌았다.

하지만 난바는 케이의 꼬리도 잡지 못했다.

따라다니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 잠깐! 카메라가 꺼졌어.

“왜? 고장 났나?”

- 일부러 끈 것 같은데···. 아! 방금 케이에게서 무선이 들어왔어.

“내용은?”

- 잠시만···, 가부키쵸 청소 완료. 롯폰기로 이동하겠데.

“벌써? ···롯폰기에 우리 팀 나가 있나?”

- 아니, 일단 그쪽으로 출동한다. 지원도 요청하고.

한숨 돌린 난바는 차량 지원팀과 합류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펄럭펄럭!

머리 위로 뭔가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아무것도 없는데···, 기분 탓인가?

흔한 비둘기겠지.

‘빨리 가자.’

아무튼 잠시 시간을 벌었다.

아무리 케이라도 롯폰기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터.

그러나 잠시 후.

인이어로 들려오는 차량 지원팀의 음성.

- 어?

“뭐야? 무슨 일 있어?”

- 방금 케이의 영상이 수신됐다.

“···어디야?”

- 맙소사!

“왜?”

- 롯폰기야. 케이가 지금 롯폰기에 있다고.

놀란 난바는 걸음을 멈췄다.

“이게 가능해?”

- 나도 모르지. 하지만 롯폰기가 확실해.

미치겠다.

설마 분신술을 쓰나?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 ※ ※

케이의 활약은 도쿄 일본 수상관저에도 모조리 전송되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침중한 눈빛으로 전송되어오는 영상을 지켜보는 나카타 총리, 내각 대신들도 말이 없었다.

얼마나 골머리를 썩였나?

자위대가 몰락하고 나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혼죠의 지시에 의해 자신들을 겁박하던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들을 회유하고, 정부 산하에 각성 관리청을 신설해 힘을 키워나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터진 빌런들의 난동.

야쿠자 조직.

생각지도 못했던 놈들이 치안의 공백을 틈타 세력을 부풀려가며 자위대의 빈 자리를 차지하려 하고 있었다.

도무지 대응이 불가능했다.

놈들은 정부 소속 각성 플레이어보다 훨씬 강했으니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당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부 각성자들은 죽거나 회유당하고, 심지어 자위대가 정부에 했던 일을 그대로 하려고 하니 견딜 재간이 있나.

그래서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결할 수만 있다면 1억 코인은 푼돈이다.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세력을 약화시키기만 해도 남는 장사, 케이와 야쿠자가 싸우다 공멸해주면 더더욱 좋고.

그런데 오산이었다.

케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플레이어.

마치 사신(死神)이 일본 땅에 강림한 것 같았다.

“우리가 케이를 약소 평가했군.”

“···예상을 훨씬 뛰어넘네요.”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영상 화면은 뮤직비디오 한 장면과 같았다.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 잦은 장면 전환, 실시간인데 마치 편집 영상 같았다.

“몇 번째지?”

“현재 4명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빌런들 맞고요.”

“후우, 혼자서 작전 중인 건 확실한가?”

“보시는 바와 같이···.”

맞다.

그 어떤 조력자도 없었다.

찾아내는 것도 혼자서, 진입하는 것도 혼자서, 처리하는 것도 혼자서,

팟팟팟!

콰직! 콰악!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끔찍한 효과음.

도끼가 날아가면 한 명씩 죽어 나갔다.

급기야.

“어?”

“···저, 저건?”

“맙소사!”

빌런의 가슴에 박힌 케이의 도끼, 다시 빼지 않고 꽤 오래 박혀있다고 생각한 순간.

프스스스스···.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인간의 육신.

“정말이었군.”

나카타 총리도 보고서를 읽어본 적 있다.

인간이 아바타처럼 가루가 사라졌다는 내용, 그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순간!

픽, 하고 꺼지는 화면.

“왜 저래? 빨리 알아봐.”

내각 방위 대신이 급하게 도쿄 경시청장에게 연락했다.

“화면이 꺼졌어. 무슨 일인가?”

- ···아! 케이가 가부키쵸는 끝났다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답니다.

“어딜?”

- 롯폰기로 가겠답니다.

“롯폰기?”

전화를 끊기도 전이었다.

다시 픽! 하고 화면이 켜졌다.

“허허,”

“진짜?”

“···.”

“저, 저렇게 빨리?”

화면에 보이는 도쿄의 유흥가.

확실하다.

롯폰기 거리였다.

※ ※ ※

가부키쵸가 정리된 건 아주 짧았지만, 습격 사실이 긴자와 롯폰기로 알려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야쿠자가 어디 각성 플레이어만 있나?

롯폰기의 조직원들은 긴장했다.

정부에서 반격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래서 엄중 경계하고 있었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각성 플레이어들이 손도 쓰지 못하고 죽어 나가고 있다고?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기 위해 가부키쵸 각성 플레이어 조직원들에게 연락을 취해봤지만 누구도 응답이 없었다.

대비해야 한다.

각개 격파당하고 있으니 당연히 뭉쳐야지.

롯폰기의 한 지하 캬바쿠라, 한국으로 따지면 룸살롱과 비슷한 곳.

각성 플레이어, 그리고 레지키쓰론의 충실한 사도인 타케우치 료는 롯폰기에서 가장 큰 캬바쿠라를 관리하고 있었다.

타케우치 료는 조직의 오야붕인 미츠이 히무라의 심복으로 야쿠자 항쟁 때 최선봉에서 싸워온 플레이어였다.

“다 모였지?”

“네, 롯폰기에 흩어진 조직원들 다 여기 있습니다.”

사도들이 6명, 아직 군주의 세례를 받지 못한 일반 각성 플레이어 2명, 모두 8명, 일본도를 등에 메고 손엔 자동 화기를 들고 있었다.

“모두 무장했고?”

“어차피 우릴 찾지도 못할 테지만 만약 누구라도 나타나면 벌집으로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좋군.”

“여기 가만히 있는 것보다 가부키쵸로 지원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타케우치 료.

“아직 습격의 주체가 어디 쪽인지 알 수 없다. 알아보고 있으니 기다려.”

“자위대 아닐까요? 정부 놈들은 그런 담력도 없을 텐데.”

“···아니면 외부 세력일 수도.”

“외부 세력이라면 어딜?”

“제일 가까운 곳이 한국이니까···, 아니면 중국?”

타케우치는 피식 웃으며 조소했다.

“조센징들이? 그럴 리가, 그쪽도 빌런들 테러 때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 그리고 누가 와도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야.”

“흐흐흐, 그렇죠. 그냥 토막을 내서 도쿄 앞바다에 버립시다.”

“또? 내가 바다에 버린 시체만 10구가 넘어.”

“뭐, 물고기 밥도 주고 좋지. 나도 한 8구 집어넣었는데.”

“쯧, 비위도 좋다. 사람시체 먹은 물고기로 스시를 먹게 될 텐데?”

사람 죽인 것이 대단한 업적이라도 되는 것마냥 웃고 떠드는 야쿠자 조직원들.

그때였다.

건물 지하의 캬바쿠라.

밝은 조명의 사각지대인 커다란 원형 기둥 그림자 속에서,

스르륵,

“고맙다. 얘들아.”

서툰 일본어로 말을 건네며 모습을 드러내는 한 남자.

“누구야!”

“덕분에 일이 쉽겠어. 요기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철커덕! 철컥!

소총을 겨누는 놈.

스르릉,

칼집에서 일본도를 꺼내는 놈.

우드득,

손가락을 꺾으며 주먹을 쥐는 놈.

그리고,

아이템으로 보이는 짧은 숏소드 손잡이를 잡는 놈.

“네놈이냐? 너가 우릴 습격했어? 말투로 보아 본토인은 아닌 것 같은데.”

“어, 맞아.”

“조센징? 지나인? 너의 이름은?”

찬웅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케이.”

케이라는 단 한마디.

조용해지는 캬바쿠라 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제야 타케우치는 깨달았다.

가부키쵸의 각성 플레이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이유를, 그들이 허무하게 죽은 원인을.

케이.

바로 이놈이었다.

오야붕이 사도들에게 내린 명령 하나가 있었다.

케이와 접촉하지 말라는 것, 혹시라도 그가 일본에 온다는 소문이 들리면 즉시 모든 행동을 멈추고 숨어있으라는 것.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

타케우치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8대 1, 해볼 만하다.

조직원 모두 총기로 무장했고.

“···뭐해? 쏴! 쏴! 쏘라고!!!”

타타타탕! 타타타타타···,

동시에 불을 뿜는 자동 화기.

“놈을 죽···,”

그러나 타케우치는 말을 끝마치지도 못했다.

츠피릿!

콱!

조직원 한 명이 어디선가에서 날아온 도끼에 머리를 맞고 즉사한 것을 시작으로,

팟! 쩍! 팟! 서걱! 팟! 푹···,

그냥 자비없는 학살이었다.

희끗희끗, 케이의 몸이 사라지고 나타날 때마다 픽픽, 쓰러지는 조직원들.

자동 화기?

보여야 총을 겨누든지 하지.

“사, 살려···,”

혼비백산해서 도망가던 놈은,

츠피릿! 콱!

“켁!”

뒤통수에 도끼를 맞고 죽었다.

쌍도끼.

도끼 하나는 허공을 날아다니고, 나머지 하나는 케이의 손에 들려진 채 사람들의 머리를 따고 다닌다.

타케우치는 얼어붙었다.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는다.

결국은 혼자 남고 말았다.

저벅저벅,

케이가 걸어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왜 우릴···. 아무것도 네게 자, 잘못한 것이 없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 도쿄 앞바다에 던진 시체는?”

“···치, 칙쇼! 넌? 너는 사람 안 죽였어?”

“누가 뭐래? 내가 언제 잘못 없다고 했냐?”

콱!

“꺼어억!”

가슴에 도끼가 박힌 채,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찬웅을 노려보는 타케우치.

“잔인무도한 놈! 너, 넌 악마야.”

“그럼 니들은?”

“···.”

우우웅!

도끼를 통해 파고드는 포스.

“으아아아···.”

파스스스스스.

타케우치 료의 육신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뭐, 너나 나나 살인자는 맞아. 부정할 생각도 없고···.’

물론 똑같지는 않다.

자신은 나쁜 놈들을 죽이는 심판자, 살인마를 처단하는 사형집행인.

‘영상은 다 전송되었을 테고,’

가루로 변해 사라지는 걸 두 번이나 목격했으니 일본 정부도 맞서 싸워야 할 이들이 누군지 파악했겠지.

이제 마지막.

긴자.

찬웅은 영상 장치 전원을 껐다.

※ ※ ※

도쿄 긴자 외곽 작은 우동 가게.

조리실 내부 대형 냉동고를 통과하면 제법 큰 지하실로 이어진다.

미츠이 구미의 주요 간부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 안가.

야쿠자 출신의 각성 플레이어, 레지키쓰론의 사도, 미츠이 히무라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방금 전에 가부키쵸, 롯폰기의 야쿠자 각성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됐는지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케이가 왔다고?’

그 말을 듣고 미츠이가 떠올린 생각은 하나.

대체 어떻게?

물론 이런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건 아니다.

그전에 케이가 일본에 와서 거하게 난동을 부리고 갔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혼죠를 죽이고, 캡슐 3천 개를 파괴하고, 인체실험을 폭로하고···,

하지만 자위대 부대는 위치가 노출된 곳,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건 경우가 다르지.’

가부키쵸에서 조직원들을 학살하고 눈 깜짝할 새 롯폰기로 가서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

‘우릴 어떻게 찾았지?’

찾는 건 그렇다 쳐도 놈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

그 말인즉슨 곧 이곳으로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의미.

피해야 한다.

놈은 한국에 있던 동료 사도들도 죽이고, 진혈의 군주 렐리스가 보낸 사도마저 참수해버렸다.

미츠이로선 케이에게 맞설 용기도, 상대할 힘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각자 흩어진다. 살아남아라.”

“네.”

“절대 싸우려 하지 말고. 난 여기서 놈과 옥쇄하겠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오야붕!”

여기 모인 조직 간부들은 자신을 포함해 7명, 미츠이의 명령이 떨어지자 발 빠르게 움직이는 플레이어들.

‘제기랄! 시간만 좀 더 있었더라도···.’

목표는 100명이었다.

일본을 장악하기 위해 필요한 숫자.

하지만 그 반의반도 채우지 못하고 이렇게 쫓기는 꼴이라니.

‘지금쯤 다 가게 밖으로 나갔겠지?’

분명 놈은 긴자로 온다.

부하들을 먼저 보낸 건 놈을 교란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였다.

그래서 미츠이는 부하들을 따라 나가지 않았다.

덜컥!

지하실 벽을 건들자 열리는 비밀 문.

과거 2차대전 도쿄 대공습 당시 폭격을 피하기 위해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만들어 놓았던 지하 통로가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 다시 벽을 원상태로 만들고, 미츠이는 통로 안을 살금살금 걸어갔다.

겨우 사람 하나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

지하 통로는 하수구와 연결되어 있었고, 하수구는 도쿄만으로 통하고, 작은 항구엔 이런 일을 대비해 미리 준비해놓은 요트가 있다.

‘바다로 도망치면···,’

거기까지 쫓아오진 않겠지?

첨벙첨벙, 한참을 하수구로 걸었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하수구를 통해 흘러나온다.

‘이제 올라가자.’

미츠이는 콘크리트 벽에 부착된 사다리를 딛고 올라갔다.

동그란 맨홀 뚜껑이 들어 올려졌다.

안에서 빼꼼 머리를 내민 미츠이.

이제 정박되어 있는 요트까지만 가면···.

“안녕?”

“헉!”

찬웅은 맨홀 구멍 앞에 앉아 그 안에서 머리만 내민 빌런을 향해 환하게 인사했다.

“너 한 명 남았어. 그러니 빨리 끝내자.”

“자, 잠깐···.”

“이거 두더지 잡기 같은데.”

그러고 보니 똑같네?

찬웅의 손에 든 도끼.

맨홀 구멍으로 나온 머리.

콱!

찬웅은 두더지 잡듯 도끼로 놈의 머리를 찍었다.

“컥!”

동시에 날을 타고 흐르는 포스.

푸스스스,

미츠이는 사라졌다.

그가 남긴 가루는 하수구로 떨어져 폐수와 함께 도쿄만으로 흘러갔다.

‘맨홀 뚜껑이 열려있으면 위험하니까.’

덜컹,

다시 닫아두고.

‘이젠 끝났겠지?’

놓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본이 알아서 할 터.

찬웅은 안경과 인이어 등등, 난바에게 받았던 장비들을 모두 벗어 맨홀 뚜껑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부키를 소환하고.

푸르르르,

“집에 가자.”

“히이이잉!”

1억 코인값은 충분히 한 것 같다.

솔직히 이 정도면 차고 넘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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