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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07화 (107/204)

< 뜻밖의 일본행(2) >

케이의 일본 원정이 결정되자, 최기병은 게임 안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를 만나 1억 코인을 요구했다.

무조건 선불로, 아쉬운 건 이쪽이 아니니까, 안 줄 수가 있나?

즉시 입금.

최기병이 1억 코인을 받아 다시 찬웅의 계좌로 고스란히 넣어줬다.

“바로 줬어요?”

“그만큼 급했나 봅니다.”

돈도 들어왔겠다, 찬웅은 그길로 헤스티아 성국으로 방문했다.

“헌금 1억 코인입니다.”

“역시 케이님은 믿음이 충만하시군요.”

“···.”

“좋습니다. 신심이 깊으신 분께 성배(聖杯)를 내어드리지요.”

믿음은 개뿔, 두고 보자.

초대권 여유가 생기면 즉시 방문하고 만다.

무조건 축복을 내놓으라고 할 터.

아무튼 대여에 성공한 성배.

[헤스티아의 성배(聖杯)]

[등급 : 신화]

[종류 : 성물]

[효과 : 매일 일정량의 성수를 생성합니다. 사용하지 않을 시 저장됩니다.]

“오!”

무려 신화 등급이다.

처음 본다.

하지만 겉모습은 초라한 나무잔, 이것도 알고 보면 클리셰의 일종이지.

‘그런데 비어있네?’

조심스럽게 잔을 기울여보니.

어느 틈에 물이 솟아올라 쪼르르르, 하고 떨어지는 신성한 물.

‘됐어.’

다시 드워프 왕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113번 침식지로.

최기병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침식지 광산 중간 통로까지 정리 끝냈습니다. 더 들어가면 동굴 박쥐들과 슬라임들이 많아져서.”

“그 정도면 충분해요. 여기···,”

“아! 이, 이 나무잔이 성배입니까?”

“그래요.”

침식지 공략이 결정되고 나서부터 최기병이 스톤포지에서 수행한 작업이 있었다.

드워프들이 성수를 광산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줬고, 그것을 APS 용병 플레이어와 함께 입구에 설치했다.

입구에 설치된 대형 수조. 그리고 113번 침식지 안쪽까지 연결된 길다란 금속 파이프.

“시험해볼까요?”

찬웅은 수조에다 성배를 거꾸로 세웠다.

콸콸콸콸.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성수, 파이프를 타고 광산 안으로 흘러갔다.

어느 정도 충분히 스며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성수의 효과도 극대화될 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성수를 흘려보내고 기다렸다, 다시 붓고, 또 기다렸다 붓고···,

‘이걸 언제 다해?’

찬웅은 아예 최기병에게 성배를 넘겼다.

“여기, 이거 좀 대신, 팔이 아프네요.”

“···알겠습니다. 제가 하죠.”

“전 갔다 올 데가 있어서.”

계속 묶여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돈 받았으니 일을 해줘야지.’

일본 가서 최대한 빨리 끝내고 맘 편하게 게임 하자.

로그아웃.

※ ※ ※

구름이 짙게 낀 초저녁.

찬웅은 부키와 함께 대한 해협을 건너고 있었다.

유령마 부키가 하늘을 나는 방식은 새와 비슷하다.

펄럭펄럭!

맹렬한 날갯짓으로 속도를 높이고, 그 다음으로 날개를 쫙 펴면서 활강.

촤아아악!

간간이 쾌속 스킬을 섞어주면,

쐐애애액!

일본 현지에서 만날 예정인 플레이어와 약속도 잡았다.

거기까지 유령마와 에고 시스템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자동으로 데려다줄 테니.

가는 동안 작전 계획을 점검해보는 찬웅.

현재 일본 각성 플레이어 조직은 3개로 나뉘었다.

첫째는 쇠락한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 조직, 시마모토 헤이치 일등육좌가 필사적으로 조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파괴된 캡슐을 보충할 수 없기 때문에 이탈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었다.

둘째는 반격의 기회를 잡은 일본 내각 정부 소속의 각성 플레이어 조직, 자위대가 몰락한 틈을 타서 플레이어들을 회유해 정부 소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업 중.

셋째는 신흥 조직으로 떠오르는 야쿠자, 이탈한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들이 제일 많이 가입하고 있는 조직이다.

‘야쿠자 새끼들이 제일 수상해.’

도쿄 경시청 보고서를 보면 이번 혼란을 틈타 세력을 가장 많이 키운 곳이 바로 그놈들이다.

갈 곳 없는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도 끌어들이기.

빌런들이 범죄를 일으키면 빠르게 접근해 영입하기.

의도적인 혼란을 일으켜 출동한 정부 소속 각성자 회유 및 살해.

이런 식으로 일반 각성 플레이어, 혹은 빌런들이 야쿠자 조직으로 들어가면? 안전도 보장받고, 돈과 유흥, 환락,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었다.

그리하여 자위대와 정부의 세력은 점점 줄어들고, 그에 비해 야쿠자는 몸집을 계속 키워나가고.

‘경찰에도 배신자들이 있다고 했지?’

이해가 간다.

경찰과의 유착 관계는 너무나 유명하니까.

야쿠자는 역사가 오래된 조직이다.

각종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어 조직력도 탄탄하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찬웅의 1차 목적지는 도쿄의 환락가 중 하나인 롯폰기.

부키는 역소환하고, 은신막으로 스르륵.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하지만 그걸로도 가릴 수 없는 어둠, 찬웅은 바람길 산책으로 롯폰기 거리를 샅샅이 훑고 있었다.

팟! 팟! 팟!

먼저 무작위로 전체 거리 탐색부터.

‘···여기, 그리고 여기도.’

드문드문 느껴지는 포스의 기운, 거기에 군데군데 섞여 있는 진득한 침식의 기운도, 꽤 많다.

‘그럴 줄 알았어.’

이렇게나 많았나?

일본이 1억 코인을 들여가며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겠다.

미리 알아보고 오길 잘했다.

일본 경시청과 정보국 전산망을 해킹하고, 도쿄 환락가, 야쿠자들의 본거지도 조사해보고.

롯폰기 조사는 끝났고,

다음은 긴자와 신주쿠 가부키쵸.

먼저 파악부터 해둔다.

본격적인 작업은 그 후에.

조사만 한 시간.

놈들의 위치는 어느 정도 파악했다.

그런 이제 일본 측 길잡이와 접선할 시간, 찬웅은 그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갔다.

※ ※ ※

신주쿠 가부키초 골목의 작은 선술집.

일본 도쿄 경시청 빌런 특수부 형사 난바 카이토는 초조한 기색으로 연신 시계를 확인하면서 입구 쪽을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었다.

‘늦는군. 올 때가 지났는데.’

여기서 만나기로 한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그냥저냥 평범한 한국인이 아닌 플레이어 케이.

난바도 그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그 소문이라는 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악스러운 내용들 뿐.

혼죠를 죽이고, 불법 인체 실험을 폭로하고, 급기야 후쿠시마 자위대 본부를 파괴한 케이.

인정한다.

그는 현존하는 각성 플레이어 중 가장 강한 인물, 군대도 그를 어쩌지 못했다.

자위대를 봐도 안다.

그렇게 당했음에도 자위대에선 케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겁을 먹었겠지. 협박을 당했거나.’

하지만 개인의 강함과 빌런들을 수사하는 것은 다르다.

케이가 수사의 경험이나 있을까?

그저 목표를 정해주면 수행하는 자객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케이를 보조하기 위해 전문 수사 인원이 필요하고.

“후우,”

앞으로 있을 케이와의 합동수사.

긴장된 마음에 크게 심호흡하는 난바.

자신이 차출된 이유가 있었다.

먼저 한국어에 능통하고, 수사 능력도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상부에서 야쿠자의 돈을 받지 않은 깨끗한 경찰이란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근데 왜 안 오지?

그를 일본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엄청나게 큰돈을 들였다던데.

돈만 꿀꺽하고 도망갔나? 사기당한 거야?

난바는 입구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앞으로 눈을 돌렸다.

순간!

“헉!”

어느새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한 남자.

“다, 당신은···?”

“케이.”

“아!”

언제 나타난 거지?

“바, 반갑습니다. 난바 카이토라고 합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며 찬웅이 말했다.

“내가 가지고 오라고 한 건?”

“여기 있습니다.”

난바가 테이블 위에 올린 가방, 안에는 권총이나 단검 등 무기와 안경, 만년필 등 잡다한 도구가 들어있었다.

“무기는 필요 없고, 카메라는?”

“이 안경이 카메라입니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시켜 주는···.”

“저장장치와 추적 장치는?”

“영상은 이동식 디스크에 자동으로 저장됩니다. 그리고 안경에 GPS 칩이 들어가 있어서 케이님이 어디 계신지 본부 차량에서 알 수 있습니다.”

여긴 한국이 아니다.

따라서 뒷말이 나올 수도 있다.

‘증거는 남겨야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다간 건 아니냐? 무고한 사람을 죽인 건 아니냐?

충분히 뒤통수칠 수 있는 놈들.

“가부키쵸부터 시작한다. 무전기 줘.”

“네네, 인이어 수신기입니다.”

“밖에서 대기하다가 내가 신호하면 들어오고.”

“···어디로?”

난바는 당황했다.

합동수사를 해야 하는데.

“먼저 수사부터···, 놈들이 숨어있는 장소를 알아야···,”

“그냥 잡기만 하면 돼.”

“아, 아니!”

가부키쵸가 빌런들의 근거지인 것은 경시청에서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긴 넓은 곳이다.

섣불리 들쑤시고 다니다가 놈들이 숨어버리면?

“늦지 않게 잘 따라와.”

스르르륵.

“어···,”

어느새 사라진 케이.

대체 이 사람 정체는 뭐지?

인간이기는 할까?

그러나 너무 오만하다.

힘만 센 멍청이인가?

어쨌든 난바는 서둘러 본부 차량에 무선을 날렸다.

“작전 시작! GPS 위치 파악해!”

- 벌써?

“가부키쵸부터 한다고 하던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신호를 따라가라고.”

- 알겠다.

헤매다 보면 지원 요청하겠지.

난바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팟팟팟팟!

순식간에 가부키쵸 번화가에 도착한 찬웅은 착용하고 있는 실시간 촬영 장치의 스위치를 켰다.

목표 대상은 침식으로 오염된 포스를 가진 사도 빌런들.

나머지는 내버려 둔다.

뭐, 공격해오면 어쩔 수 없지만.

※ ※ ※

드르륵, 드르륵,

전직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 지금은 야쿠자 조직원이 된 세쿠 코지노는 파친코 기계에 연신 구슬을 집어넣고 있었다.

“칙쇼! 갑자기 왜 안 터져? 약발이 다 끝났나?”

구슬을 넣다 말고 주사기를 꺼내 능숙하게 자신의 팔뚝에 꽂아 넣는 세쿠.

필로폰 약물이 혈관을 타고 몸 구석구석으로 들어간다.

“흐흐흐,”

어쩔 수 없다.

세쿠는 자위대 인체 실험 대상자로서 각성할 때부터 마약에 중독됐다.

약 기운에 취해 눈동자가 번들번들해진 세쿠의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중년인, 가부키쵸에 있는 한 파칭코의 소유주.

“아무튼 이 파친코 업장 넘기지 못하겠다는 말이지?”

그동안 타 조직에 상납금을 바쳐가며 운영해 왔지만 이 가부키쵸의 새로운 주인이 된 야쿠자 조직, 미츠이 구미는 아예 업장을 강탈하려 하고 있었다.

“···사, 상납금을 두 배로 올리면 안 되겠습니까?”

“오호, 기개가 있군. 죽는 것이 무섭지 않다는 말이지? 알았어. 소원대로 해주지.”

“아닙니다. 넘기겠습니다. 당장이라도 도장을.”

“늦었어.”

스윽,

세로로 찢어지는 세쿠의 눈.

“으아아아아···,”

파칭코 사장의 바지가 흥건해졌다.

각성 플레이어도 아닌 일반인이 드래곤의 피어를 이겨낼 수 있을까?

“질질 싸지 마라. 더러우니까.”

기막힌 능력이다.

야쿠자에 가입하자마자 오야붕이 자신을 레지키쓰론의 드래곤 레어로 데려갔다.

거기서 하사받은 군주님의 권능.

이 힘이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설령 케이와 맞닥뜨린다 해도 말이다.

“이제 내 것이 될 곳인데 더럽혀지게 나 둘 순 없지.”

스윽,

세쿠는 일본도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때!

팟!

갑자기 나타난 사람.

뭐지? 블링크인가?

“넌···,”

“내가 시간이 없다. 너 말고 죽일 놈들이 많아.”

“뭐?”

“내가 누군지는 가르쳐 줄게.”

“···.”

세쿠는 침을 꿀꺽 삼켰다.

피어에 저항해?

설마···?

“케이, 알고 가라.”

“···어어?”

츠피릿!

세쿠는 도끼가 날아오는 걸 봤지만 꼼짝도 하지 못했다.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경로로 날아오는 섬뜩한 도끼날.

서걱!

툭!

세쿠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죽어가면서도 세쿠는 생각했다.

‘케이, 사신(死神), 사신이 왔어.’

찬웅은 시체를 남기기로 했다.

물론 촬영이 되고 있어서 시체가 흩어지게 만들어도 상관없지만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체된다.

‘그래도 한두 놈쯤은 보여줘야지.’

가루로 변하는 모습을 말이다.

인이어에 대고 말하는 찬웅.

“일단 한 명 완료. 시체처리조 보내. 난 다음 장소로.”

팟!

순식간에 사라지는 찬웅.

잠시 후,

빌런 특수부 형사 난바 카이토가 헐레벌떡 파칭코 업소에 도착했다.

“이, 이런···.”

목이 잘린 시체 하나.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이렇게 빨리?

“어이, 본부! 이놈 빌런 맞아?”

- 영상으로 확인했다. 전직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였던 세쿠 코지노, 변절했고 오염된 놈이야. 빌런의 조건에 딱 맞아. 그런데 한 방에 보내더군.

“미친!”

빌런을 죽인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어떻게 찾았지?’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지금 케이는 어디에?”

- 잠시만,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아! 케이가 또 찾아냈어. 두 놈인가? 빌런들이 확실해. ···어어? 끄, 끝?

“끝이라니?”

- 말 그대로야. 끝났어. 시체처리조 보낸다. 우린 다음 장소로.

“···진짜?”

합동작전?

따라갈 수 있어야 함께 하든지 하지.

그래도 난바 카이토는 GPS 위치를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신주쿠 가부키쵸에 존재했던 침식의 포스가 청소되고 있었다.

케이 특유의 깔끔한 처리 방식, 일본 경찰이 하는 일이라고는 죽은 빌런 사도 각성 플레이어의 시체를 옮기는 일뿐.

야쿠자 조직도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 ···여기도 끝이야. 이동.

“···.”

대응하기엔 케이가 너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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