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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93화 (93/204)

< 성황의 축복 >

회의 자리는 어느새 딸기의 환영식으로 바뀌었다.

특히 미혼에, 애인도 없는 젊은 남자 플레이어들의 관심은 엄청났다.

민도연이란 플레이어가 있긴 하지만 그녀는 너무 유명한 한류 스타, 어찌해 보기엔 너무 높은 나무.

반면 상큼한 딸기 신여은은?

그녀도 유명한 플레이어이긴 하지만 그건 게임 안에서만 국한된 이야기고.

게다가 미모도 뛰어났다.

민도연이 화려하고 섹시하다면 딸기는 귀엽고 청순한 느낌.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그래서 그냥 회식으로 변경 결정.

회식 장소로 가기 전 찬웅은 조용히 최기병과 이필동을 먼저 만났다.

찬웅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는 최기병.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제 부주의로···.”

“아뇨, 괜찮아요. 오히려 든든한데요?”

“네?”

“정신 공격을 당해도 제 정체는 끝까지 말 안 했잖아요.”

“···어, 그건 그렇지만.”

또한,

“APS, 각성 플레이어 전담반은 드러난 조직이에요. 그래서 외부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죠.”

빌런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조직 APS.

놈들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존재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일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라는 거죠.”

“시작이라면···,”

“현재 우리가 너무 사도에게만 집중하고 있지만 빌런들이 사도뿐만은 아닙니다.”

찬웅의 말에 최기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습니다. 현재 코인 시세 폭등으로 플레이어들의 전직이 매우 늘어나는 추세죠. 커뮤니티 분위기를 봐도 그렇고,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추산하기론 용병 플레이어의 숫자가 2배 이상 늘었다는 말도 있고.”

용병 플레이어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만큼, 각성 플레이어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계속 말을 이어가는 최기병.

“이필동 과장님, 현재 급속도로 성장하는 업종이 뭔지 아십니까?”

“엥? 갑자기 질문을, ···뭔데요?”

“길드입니다. 용병 플레이어 길드, 한국만 봐도 그래요. 세화 길드에 가입된 용병 플레이어의 숫자가 3만 명을 돌파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흐음.”

용병 플레이어 길드는 유료 서비스를 통해 뉴비들에게 몬스터 사냥을 가르치고, 순조로운 동화율 돌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곧 각성 플레이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그에 비례해 빌런들도.”

“거기에 사도들까지 설치고 다니면···,”

“이러다 세상 망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그렇게 되기 전에 막을 거지만.

점점 더 중요해지는 APS의 역할.

“침식지 공략이나 하나 더 해봅시다. 어디로 정할까요?”

“무지성 보스가 있는 침식지를 몇 군데 선정 해봤는데···.”

침식지 보스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

지성체와 무지성체.

예를 들어 레지키쓰론이 지성체 침식지 보스라면 선인장이나 연가시는 무지성체 보스이다.

당연히 무지성체 보스가 공략하기 더 쉽고, 또 지성체 보스들은 일명 ‘군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조건 쉬운 곳으로 잡아요. 다른 국가들이 선점하기 전에.”

“네, 준비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약한 놈들부터 차례로 공략한다면 언젠간 레지키쓰론도 소멸시킬 수 있을 터, 게임으로 비롯된 문제는 역시 게임 안에서만 해결 가능하다.

“참! 대신전은 어떻게 할까요? 아직 남은 4장의 쓰임이 정해지지 않아서.”

카쟌 침식지 보스 공략으로 받은 10장의 초대권, 그중 2장은 찬웅과 딸기의 몫, 2장은 화정 그룹에, 2장은 미국에 팔았고, 나머지 4장은 찬웅이 미국과 함께 위트리아 침식지 공략을 하기 직전에 최기병에게 넘겼다.

“초대권 사용한 곳은 없습니까? 화정이나 미국에서.”

“글쎄요. 아직 갔다는 정보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성황의 축복, 그것이 어떤 혜택으로 돌아올지 밝혀진 바가 없다는 말.

이미 알려진 혜택은 역시 진(眞) 아이템, 더불어 각성하지 못한 일반 용병 플레이어들에게 반영률 스탯이 부여된다는 것.

그럼 기존 각성 플레이어들이 축복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찬웅은 그게 궁금하다.

이를테면 각성 플레이어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질 수도···,

물론 확인할 방법은 있다. 직접 가보는 것.

“우리가 먼저 다녀와 볼까요?”

“딸기님과 케이님만요?”

“아뇨, 거기에 최팀장님, 이필동 과장님, 그리고 구종수 형사님도.”

“···어, 그, 그건 곤란합니다만.”

최기병은 현재 보유한 초대권을 APS 안에서만 쓸 생각.

초대권이라고 외압이 안 들어올까? 전화만 해도 수십 통 받았다.

고위 공무원, 정치인들, 기업가들···, 초대권을 배당해주면 부와 명예를 약속하겠다는 사람들.

그 와중에서 자신과 이필동, 구종수가 초대권을 사용한다?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쳐 아직 각성하지 않은 APS 소속 용병 플레이어 중 4명을 골라 대신전으로 보낼 생각이었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APS가 보유한 초대권은 건드릴 생각이 없어요.”

“네? 그, 그럼.”

“미국과 함께 위트리아 침식지 보스를 공략하면서 받아온 초대권이 3장이 있습니다. 최팀장님, 이과장님, 구형사님에게 드릴게요.”

그러면 된다.

총 5명의 대신전 선발대.

게다가 아무도 모르게 다녀올 수 있고.

“하, 하지만 그 초대권은 찬웅씨 개인 소유인데.”

“괜찮아요. 어차피 날 위한 겁니다.”

어떻게 보면 운명 공동체.

최기병, 이필동, 구종수, 그리고 딸기.

모두 자신의 실제 신분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회식 끝나고 내일 새벽 일찍 헤스티아 성국에서 만납시다.”

이들이 강해져야 자신도 편해진다.

※ ※ ※

헤스티아 성국은 대륙에 존재하는 국가 중 가장 작다. 지구로 따지면 서울의 4분이 1 정도 크기.

하지만 성국이 미치는 영향력은 제국을 능가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헤스티아를 둘러싼 침식지도 가장 방대하다.

동서남북 4개의 침식지.

각각의 침식지를 지배하는 존재들도 전부 지성체 보스.

화아악!

찬웅은 빛무리와 함께 헤스티아 성국의 변두리에 있는 성도의 광장에 나타났다.

“차, 찬···, 아니 케이님!”

“어제 잘 들어갔어요?”

“네.”

회식 자리에서 좌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딸기와,

“오셨군요.”

“이제 다 모였나?”

“오랜만에 뵙습니다.”

최기병, 이필동, 구종수도 미리 와 있었다.

초대권 한 장씩 나눠 갖고.

“갑시다. 대신전으로.”

대신전은 도시 중앙에 있었다.

단층으로 된 건물이지만 부지가 매우 넓다.

정문을 경비하는 성기사들이,

“환영합니다.”

“이쪽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본관입니다.”

아름다운 정원과 분수대를 지나쳐 본관으로 보이는 큰 건물 계단으로 올라가자.

“어서 오세요. 이방인들이여.”

일행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훤칠한 키, 서글서글한 눈매의 젊은 사제.

“아, 안녕하세요.”

“예배드리러 오셨나요? 본관 예배에 참석하시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여, 여기···,”

대표 자격을 맡은 최기병이 더듬거리며 초대장을 꺼냈다.

“오! 영웅들이시군요. 혹시 케이라는 분도.”

“네, 접니다.”

“아···, 서, 성황 저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별관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제 성황의 거처로.

대신전 본관은 플레이어들에게 개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성황이 기거하는 별관은 엄격하게 제한된 공간, 오직 초대권을 가진 플레이어만 들어갈 수 있다.

별관에 들어서자 보이는 큰 분수대.

그리고 드디어!

“어서 오시지요. 형제들이여. 저는 주신의 종복이며 헤스티아 성국을 책임지는 알스테어입니다.”

성황 알스테어.

백발, 하얀 피부, 파리한 안색, 성별과 나이를 알 수 없는 외모였다.

“···누가 케이입니까?”

성황에게 손을 들어 대답하는 찬웅.

“전데요?”

“그렇군요. ···잠시 기다려주세요.”

그러더니 찬웅을 제외한 일행을 향해 두 손을 뻗으니.

“성황(聖皇)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축복을 내리노라.”

샤라라라랑!

경건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빛의 꽃잎들이 떨어져 내렸다.

“어?”

“갑자기?”

“아!”

“아, 아멘? 할렐루야?”

축복을 내린 성황 알스테어가 말했다.

“그대는 저를 따라와 주세요. 이리로.”

찬웅의 손을 잡아끌고 별관 안으로 들어가는 성황 알스테어.

‘왜 나만···.’

그냥 여기서 축복을 줄 것이지.

아무튼 남겨진 사람들.

그들에게 어린 축복의 효과.

최기병의 귀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성황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10분 동안 랜덤 D박스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이거뿐인가?’

물론 아니었다.

뒤를 이어.

[아바타 와치맨의 신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신체 능력이라면···,’

아마도 재능과 관련된 부분일 터.

우웅,

포스를 운용하니 시원한 물줄기가 막히는 거 하나 없이 온몸을 돌아치는 것 같다.

게다가 몸도 가볍다.

확실히 달라졌다.

그런데?

[스킬 : 철갑 피부가 진(眞) 스킬로 변화합니다.]

[플레이어의 장비 ‘무법자의 대검’이 진(眞) 아이템으로 변화합니다.]

‘···대박!’

성황의 축복은 엄청난 거였다.

이필동도 화들짝 놀란 듯 입만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랜덤 D박스 확률은 공통으로 적용됐고.

[아바타 먹튀왕트롤러의 신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스킬 : 폭발 찌르기가 진(眞) 스킬로 변화합니다.]

[플레이어의 장비 ‘방랑 기사의 건틀릿’이 진(眞) 아이템으로 변화합니다.]

‘내, 내가, 진(眞) 아이템과 진(眞) 스킬을?’

신여은의 경우엔.

[아바타 상큼한 딸기의 신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스킬 : 방패 가격이 진(眞) 스킬로 변화합니다.]

[플레이어의 장비 ‘요정의 판금 갑옷’이 진(眞) 아이템으로 변화합니다.]

‘갑옷? ···이걸 현실에서 어떻게 입어?’

가린 곳보다 안 가린 곳이 더 많은데,

또한 각성 플레이어가 아니었던 구종수는.

[아바타 ‘명탐정구난’의 상태창에 반영률 스탯이 추가됩니다.]

[아바타 명탐정구난이 동화율을 5%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명탐정구난이 반영률을 3% 돌파했습니다.]

‘···내가 각성했다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긴 재능보다 더 좋은 것이 치트키.

아무튼 모두에게 축복이 주어진 시간 10분.

상자 까기에 돌입했다.

10분 동안 몇 개나 깔지는 모르겠지만,

※ ※ ※

한편 자신이 기거하는 별관 안쪽까지 찬웅을 이끈 성황.

“편하게 앉으십시오. 저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죠.”

준비라니.

“먼저 큰일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형제님께서 더러운 침식의 무리를 둘씩이라 처리해주셨어요. 덕분에 대륙 전체에 걸렸던 과부하가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진솔한 표정과 말투를 보니 감사한 마음은 진심 같은데, 축복은 언제?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축복을 받기 전에 미리 말해둘 것도 있고요.”

“뭔데요?”

“그대는 이미 축복을 받은 상태라는 거, 그것도 절대적인 존재에게, 누군지 말 안 해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짐작은 가요.”

아마 주신(主神)일 터.

“그래서 당신은 다른 이방인들과 격(格)이 다릅니다. 그래서 축복도 쉽지 않아요.”

“무슨 말씀인지.”

“사제의 축복은 전투나 다름없지요. 약한 놈은 딱밤 하나면 되지만 강한 놈 만나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

“솔직히 전 그대가 천천히 와줬으면 했는데.”

마치 전투에 나서는 것처럼 결연한 표정의 성황,

“그러나 이미 온건 어쩔 수 없으니, 다음부터 미리 언질이라도 주시길,”

“그, 그러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흐읍!”

크게 심호흡하면서.

일행에게 건성으로 축복을 내릴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질서를 관장하는 주신(主神)의 대리자이자 충실한 종복이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여기 이 이방인 케이에게 성스럽고 전지전능한 권능의 조각을 내려주소서.”

순간!

찬란한 빛이 떨어졌다.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광채, 마치 LED 전구처럼 빛나는 성황의 육신.

“아아아아!”

성황의 입에서 비명 비슷한 신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주신이시여!!!”

그러더니,

털썩!

앞으로 고꾸라져버린다.

“어?”

왜 쓰러져?

쿡쿡!

바닥에 엎드린 성황을 손가락으로 찔러봤는데 미동도 없었다.

‘···뭐지?’

축복을 내린 게 맞나?

달라진 것도 없는데,

그때였다.

[플레이어의 장비 진(眞) 암살자 루인의 앙증맞은 머리 따개에 특수 옵션이 추가되었습니다.]

‘응?’

뭘까?

뒤를 이어.

[플레이어의 장비 진(眞) 마공학자 데우스칩의 넉넉한 허리띠의 오류가 수정되었습니다.]

오류 수정?

확인해보자.

먼저 도끼부터.

[진(眞) 암살자 루인의 앙증맞은 머리 따개]

[등급 : 전설]

[무기 종류 : 쌍수도끼]

[귀속 여부 : 습득 시 귀속]

[무기 기술 : 투척 후 회수 가능/ 대상의 머리 타격 시 1초간 멍해짐 효과]

[특수 능력 : 플레이어 킬]

‘···어.’

특수 능력 플레이어 킬.

일명 PK.

늘 해오던 것 아닌가?

PK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거창한 빛이 뿜어져 나와 살짝 기대했는데.

‘플레이어 킬이 뭐길래 이렇게 요란한 축복을,’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플레이어 킬의 설명.

[선택한 플레이어 아바타를 게임 데이터에서 삭제하고 실질적인 피해를 줍니다. 동화율과 반영률에 따라 효과가 증대합니다.]

‘···무슨.’

짤막한 설명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아!’

찬웅은 깨달았다.

이 기술을 누굴 대상으로 써야 하는지.

‘각성 플레이어.’

아바타의 힘을 현실에서 발현하는 자들.

그런데 자신의 아바타가 삭제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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