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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91화 (91/204)

< 누구든 와봐! >

신광식 변호사는 하루하루가 살맛이 났다.

불치병에 시달리던 딸은 완치됐을뿐더러, 이제 살이 통통하게 올라 예전 그 예쁜 모습을 완전하게 되찾았고, 재판에선 연이은 승소로 지갑도 두둑해졌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 댓바람에 연수원 후배가 찾아와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용건이야 뭐, 곧 검찰 그만두고 개업하고 싶다면서, 조언을 들을까 찾아왔다던데.

그런데 이 후배, 친화력이 너무 좋다.

인간 카피바라인가?

“개업이라니, 내가 알기로는 검찰 총장까지 쭉 갈 거 아니었나? 자네 기수 중 제일 유력하기도 하고.”

“힘들어서 그럽니다. 쉴 시간도 없어요.”

“그거야 충분히 각오했을 텐데.”

“도통 워라밸이 안 돼요. 워라밸이, 게임 할 시간도 없으니, 말이 됩니까?”

“게임?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 말인가?”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관심을 보이는 신광식.

“우리 딸도 열심히 하고 있지. 직업은 용병 플레이어, 글쎄 고놈이 게임으로 돈까지 벌더라고,”

“오! 돈을 벌 정도면 동화율이 매우 높은가 보군요.”

“하하하, 그래봐야 게임이지.”

“근데 따님은···?”

“아침엔 항상 운동하네. 오늘은 토요일이라 좀 늦는구만.”

과일을 깎아서 내오는 신여은의 엄마.

“아이고, 차장 검사님 식사는 하셨어요?”

“네, 먹고 왔습니다. 제가 아침부터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어쩜 이렇게 훤칠하셔라, 밖에 나가면 총각이라 해도 믿겠어요. 부인이 긴장하시겠네.”

“저 돌싱입니다. 8개월 전에 마누라 도망갔어요.”

“어머! 그래요? 이참에 중매 좀 서 볼까?”

“어허, 이 사람이, 결혼이 뭐가 좋다고 그래? 헤어진 지 8개월밖에 안 된 사람을.”

처음 만났는데도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정다운 분위기.

순간!

띠리링,

현관문이 열리고.

“아빠, 엄마 저 왔어요.”

“아, 여은아. 너 왜 전화를 안 받아?”

“배터리 때문에, 나도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손님이 계셨네?”

“인사드려라. 대검에서 근무하시는 차장 검사셔.”

진종설이 소파에서 일어나 딸기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진종설입니다.”

“신여은이에요.”

아침부터 손님이?

못 보던 사람인데···.

신여은은 가볍게 그의 손을 잡았다.

‘음?’

그러자 느껴지는 기이한 기분.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진종설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

이상하다.

처음 봤는데 뜬금없이 호감이 생겨나?

그뿐만이 아니다.

케이와 침식지를 다니면서, 몬스터와 맞서 싸우면서, 수없이 경험했다.

그래서 진종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

침식?

확실하진 않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흐흠, 둘이 너무 오래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신광식의 우려 섞인 말에도 그녀는 손을 놓지 않았다.

NPC에게 영혼을 바친 빌런 각성 플레이어들이 있으며, 그들이 침식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케이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혹시 이 사람이 빌런이라면?’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여긴 자신의 집 안이다.

부모님도 계시고.

확인하기 위해 무리를 해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진(眞) 스킬, 방출.

현실에서도 포스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아주 살짝만,’

우우웅,

신여은은 포스를 진종설의 몸 안으로 주입했다.

그러자 멈칫, 밀어내는 저항감.

“오?”

진종설의 눈에서 이채가 떠올랐다.

그러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알았니?”

“···.”

“너도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었구나.”

“넌···,”

“근데 이 씨발년이, 감히 내게 더러운 포스를 밀어 넣어?”

놈의 벌려진 입 사이로 섬뜩하게 드러난 긴 송곳니.

신광식과 여은의 엄마는 당황했다.

“이, 이보게. 진검사! 우리 딸에게 왜 그런 상스러운 말을?”

“내가 잘못 들은 거 맞죠? 그쵸?”

신여은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엄마! 아빠! 빨리 도망가!”

“무, 무슨?”

“빨리 가라니까?”

말로 하는 경고로는 부족하다.

진종설이란 검사가 어떤 놈인지 보여줘야 한다.

타앗!

신여은은 맹렬하게 돌진했다.

방패가 없으니 어깨 박치기라도.

퍼억!

“아악!”

하지만 바로 튕겨 쓰러지는 신여은.

마치 벽에라도 부딪힌 것처럼.

“어쭈! 나한테 안기기라도 하려고? 너무 적극적인데?”

“닥쳐!”

“하아, 이놈의 인기란.”

덥썩!

진종설은 쓰러진 신여은의 멱살을 부여잡고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이, 이거 안 놔?”

“내일 뉴스를 미리 말해주지. 신광식 변호사 일가족 실종,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어···, 결국 셋 다 내 뱃속에 있을 테지만.”

“···좆까! 씨발 놈아.”

그녀는 몸 안의 포스를 자신의 턱으로 집중시켰다.

앞니와 어금니에도.

콰악!

“억! 망할!”

진종설에 의해 던져지는 신여은.

휘잇!

콰앙!

문짝에 부딪히면서, 그것도 모자라 문을 부수고 맞은편 방안으로 내팽개쳐졌다.

“날 깨물어? 낄낄낄, 꽤 아팠다. 그렇게 무는 거 아니야. 내가 깨무는 거 하나는 자신 있지. 네 부모가 보는 앞에서 널 먹어줄게.”

새빨개진 진종설의 눈동자.

그리고 그녀가 처박힌 방안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진종설이 몰랐던 것이 있었다.

던져진 곳이 공교롭게도 신여은의 방이라는 걸.

그녀가 어제 레이드에 참가해 상자를 깠다는 걸.

상자에서 진(眞) 아이템이 나왔단 걸.

그 진(眞) 아이템이 바로···.

“날 먹겠다고? 어디 해봐!”

성큼성큼 자신의 방안에서 걸어 나오는 신여은, 상큼한 딸기.

“그건?”

손에는 가시가 삐죽삐죽 솟아오른 커다란 철판 하나를 들려 있었다.

[진(眞) 야만 전사의 가시 방패]

[등급 : 영웅]

[장비 종류 : 방패]

[귀속 여부 : 거래 가능]

[장비 기술 : 광전사 / 가시 공격]

게임 속 손에 익은 데우스칩의 반사 방패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녀의 주무기라고 할 수 있는 방패.

장비 기술 때문인지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저 앞에 있는 개자식의 뼈를 자근자근 부러뜨려주고 싶어 미치겠다.

“2차전 시작이다. 이 빌런 새끼야.”

쐐애액!

상황이 달라졌다.

영웅급 방패를 든 딸기의 돌진이었다.

콰앙!

※ ※ ※

팟! 팟! 팟!

미친 듯이 바람길 산책 순간 가속을 펼치는 찬웅.

전화기도 쉴 틈 없이 울린다.

들여다보니 최기병.

하지만 받을 시간이 없다.

그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으니 대책을 세우겠지.

‘아무 일도 없었으면···.’

딸기도 각성했다.

그것도 재능 충만한 용병 플레이어.

하지만 그놈은 사도다.

그것도 매우 수상쩍은.

‘진종설의 아바타 정보는?’

[답변해드리겠습니다. 8개월 전 진종설의 아바타 [잘 나가는 진프로]의 동화율은 152%, 반영률은 부여되지 않았습니다.]

‘8개월 전이라고?’

[최근 정보는 갱신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버에서도 접근 불가능합니다.]

하긴, 버그라고 했으니까.

8개월 전 동화율 151%, 당시엔 반영률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때 사도가 되었겠지.

그 뒤로 갱신되지 않았을 테고.

‘최소 160%대, 아니 170% 이상일지도,’

팟팟팟팟팟···.

찬웅의 몸이 더더욱 빨라졌다.

‘도착까지 얼마나 남았어?’

[지금 이 속도라면 3분 안에 도착합니다.]

‘더 빨리.’

성인이 되고 나서 10년을 장애로 살아온 찬웅, 그나마 있던 소수의 친구들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

그러다 게임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최기병, 이필동, 우현수, 고유섭, 마태길, 민도연···, 그리고 딸기 신여은.

그들과는 이해관계로 맺어졌다.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는 그런 사이.

그러나 딸기는 아니다.

자신의 파티원이자 소중한 친구, 설사 그녀가 침식당했다고 해도 죽이지 못할 정도.

‘제발 늦지만 마라.’

※ ※ ※

콰앙!

“···이, 이 미친년이?”

방패에 밀려 벽으로 처박히는 진종설.

쿵!

정신을 차릴 새도 없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방패 돌진.

공격이 들어올 때마다 강철 가시가 자신의 몸을 찔러왔다.

처음엔 보잘것없었는데, 방패를 드니 사람이 변했다.

진(眞) 아이템이 틀림없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들어오는 신여은.

반쯤 돌아버린 것 같기도 하고.

“씻팔, 좆도 아닌 새끼가, 감히 날 먹는다고? 내가 아무나에게 먹힐 줄 알아? 이 개새끼야!”

쾅! 콰직!

진종설은 정신이 없었다.

저 딸기라는 년, 반쯤 돌아버린 게 아니라 그냥 미쳤다.

“이제 와서 도망가? 쫄았냐? 병신새끼가, 이리 와서 먹어봐! 먹어보라니까?”

쾅!

한편 거실 한구석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부르르 떨기만 하는 신광식 변호사와 여은의 엄마.

“우, 우리 딸이···.”

“쟤 미쳤나 봐. 귀, 귀신 들린 거 아니야?”

“어허! 귀신이라니,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여은의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딸이 저럴 리가 없는데, 또한 저 사람 좋아 보이는 진종설도,

왜 둘이 목숨을 걸고 싸울까?

끼어들어 말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중간에서 짓눌릴 것 같고.

쾅! 쾅! 쾅!

진종설도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이년은 뭐야?’

도통 벗어날 수 없다.

선불 맞은 멧돼지마냥 바득바득 달려드는 광녀.

하지만 시간을 끌면 자신이 이긴다.

벌써 신여은의 포스는 바닥을 드러낸 듯 보였으니···,

“헉헉!”

그런데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자그마한 유리병 뚜껑을 입으로 씹어 병째 들이키는 신여은.

‘···어?’

자원 재생 물약?

‘저것도 진(眞) 아이템인가?’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얕잡아봤군.’

인정해야 한다.

로그드라실 공적도 10위의 상큼한 딸기, 그 명성만큼이나 강하다.

‘진심으로 상대해줘야겠어.’

스윽.

양복 속 주머니에서 새빨간 단검 하나를 꺼내는 진종설.

[진(眞) 고귀한 혈족의 블러드 대거]

그리고,

진(眞) 스킬 [패스트 스텝]

타닥, 타닥,

진종설은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었다.

“들어와! 쌍년아!”

“네 주제에 감당이 되겠어?”

“쪽 빨아 먹어줄···. 헉!”

쐐애액!

이미 신여은은 돌진하고 있었다.

쾅!

쩌어억!

방패 돌진으로 길게 금이 간 거실 벽.

“음?”

없다.

더러운 이빨을 가진 흡혈귀 새끼가 사라졌다.

순간!

서걱!

“악!”

시큰거리는 어깨, 놈은 이미 자신의 옆에 있었다.

‘스킬?’

확실하다.

스킬을 가진 빌런.

“흐흐흐, 무식하게 달려들면 다 되는 줄 알아?”

“씨···,”

서걱!

휘릿!

서걱!

상황이 반전됐다.

놈이 든 새빨간 단검도 진(眞) 아이템.

자신의 몸에 적중할 때마다 포스가 뭉텅이로 사라진다.

“으윽!”

신여은은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빠르다.

돌진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겠다.

“너부터 죽이고, 다음은 네년 애비애미 차례야.”

휘릿! 휘릿!

서걱! 서거걱!

오른쪽, 왼쪽, 앞과 뒤.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빠르기로 신여은을 농락하는 진종설.

‘아아아···.’

자신이 죽으면 엄마 아빠도 죽는다.

하지만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고.

고작 단검에 베였을 뿐인데.

‘아, 안돼!’

피를 너무 흘렸나?

의식이 희미해진다.

“이놈아! 멈춰!”

“왜 우리 딸을···.”

자신의 딸이 위험에 처하자 그제야 매혹이 풀렸는지 달려드는 신여은의 부모.

“어, 엄마, 아빠! 도, 도망가라니까···,”

신여은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털썩, 털썩,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신광식 변호사와 여은의 엄마.

동시에,

쨍그랑!

거실 전망 유리창이 깨어지고.

‘응?’

츠피릿!

작고 앙증맞은 도끼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들어,

“뭐···.”

콰직!

놈의 어깨에 박혔다.

“크억!”

도끼에 함께 벽으로 박혀버린 진종설.

팟!

그리고 어느새 거실에 나타난 남자.

케이였다.

절망의 순간에서 기적을 맞이한 신여은.

기쁨도 기쁨이지만.

“케, 케이님? 어, 어떻게 알고? 그보다 엄마 아빠는요?”

“괜찮을 겁니다. 내가 잠시 재워드렸어요.”

“아!”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하급 치유 물약 한 병을 꺼냈다.

“마셔요.”

“네? 하지만···.”

“부모님 돌봐야죠. 곧 사람 올 겁니다. 그때까지 지켜요.”

찬웅은 도끼를 맞아 정신을 못 차리는 진종설에게 다가가 놈의 머리채를 잡았다.

“죽엇!”

가까이 다가오는 걸 기다렸다는 듯 찬웅의 목을 찔러 들어오는 핏빛 단검.

휘릿!

찬웅은 도끼를 들어 단검의 진로를 가볍게 막았다.

채앵!

“겨우? 고작 이 단검으로 뭘 하겠다고.”

“캬아악!”

공격이 막히자 머리를 들이밀고, 날카로운 송곳니로 찬웅의 목덜미를 노리고 달려드는 진종설.

퍼억!

“큭!”

찬웅의 도끼가 놈의 머리통에 작열했다.

도끼날이 아닌 반대쪽 뭉툭한 부분으로.

“이, 이 새끼가.”

퍼억!

한 방 더.

‘무, 무슨!’

어질어질 현기증을 느끼며 진종설은 뒷걸음질 쳤다.

뭐지?

왜 피할 수 없지?

그냥 가볍게 내리치는 도끼인데,

머리만 살짝 돌리면 피할 수 있는데.

기묘한 방향으로 휘어 들어오며 머리를 때린다.

‘저놈이 케이?’

분명 저년이 놈을 그렇게 불렀다.

죽여야 할 대상.

‘송곳니만 놈의 몸에 박아넣으면···,’

그러나,

퍼억!

“악!”

“보자 보자 하니까 별의별 새끼들이 겁도 없이 날뛰네.”

퍼억!

“아악!”

퍽!

“도마뱀 쫄따구는 아니고, ···흡혈귀야?”

“제, 제기랄!!!”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 대답 잘하면 아프지 않게 죽여줄게. 네 우두머리는 누구냐?”

“···좆 같은 소리 집어치워. 내가 말할 것 같아?”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찬웅을 노려보는 진종설.

아직 덜 맞아서 그렇다.

찬웅은 거꾸로 든 도끼로 놈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퍽! 퍽! 퍽!

“악! 아악!”

빠각! 빡!

두개골에 금이 나는 소리.

“자, 잠깐!”

“아니, 말 안 해도 돼. 그냥 뒈져.”

“···날 죽이면 다른 사도들이 널 찾을 거다. 그럼 넌 무조건 죽어.”

“아! 그렇구나.”

“이제라도 나와 함께 접속해서 군주님을 알현하면 그분께서 네게 강대한 힘을 주실···.”

츠피릿!

콰직!

벼락이 떨어지듯 진종설의 심장을 부수고 들어가는 도끼.

“어때? 내가 그깟 흡혈귀의 힘이 필요하겠냐? 말 해봐.”

“꺼어···,”

“시체는 남겨준다. 네 죽음, 확실하게 알려줘야지.”

그래야 다른 놈들이 찾아올 테니.

흡혈귀 하수인이든, 도마뱀 쫄따구든,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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