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89화 (89/204)

< 위트리아 침식지 공략(3) >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과 가까운 곳에 지어진 대형 건물.

지상 8층에서 지하 3층까지 모두 11층, 층층마다 게임 접속용 고급 캡슐들이 줄을 지어 설치되어 있었다.

초조한 기색의 마이클 피트, 반면 무표정의 아바타 명 [로드오브게임] 데니 캐스퍼.

마이클 피트가 데니 캐스퍼에게 물었다.

“지금쯤이면 주황 메뚜기 군집 영역에 들어섰겠죠?”

“아마도요.”

본격적인 레이드는 거기서부터 시작.

무지막지한 메뚜기의 군집체, 날진 못해도 땅을 박차고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하늘 위에서 공격대를 덮쳐온다.

물론 인피니티 공격대의 힘으로 감당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소모전을 피할 순 없다.

공격대원들의 숫자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고, 메뚜기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그렇게 말리고 말리면서 어느덧 전멸.

“이번엔 반드시.”

“아직은 무리라니까 그러네. 알렉스, 그 친구 고집만 세서는, ···또 동화율 떨어지겠어요. 반영률도,”

마이클 피트는 [로드오브게임] 데니 캐스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레이드에 참여하지 않은 걸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실패 시 리스크가 매우 크니까.

하지만 옆에서 말끝마다 초를 치니.

“데니, 말조심해요.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아니, 왜 다들 욕심만 부리는지 모르겠어요. 일반 용병 플레이어라면 몰라도, 굳이 각성 플레이어들을 끼워 넣고선, 합리적인 판단이 안 되나?”

“···뭐가 합리적인지 레이드 끝나면 알겠죠.”

[로드오브게임] 데니 캐스퍼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될 리가 있나?

한번 전멸해봤으면 깨달았어야지.

한국에서 [케이]와 [상큼한 딸기]를 초빙해온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하지, 검증도 안 된 인물들을···, 그나마 딸기는 로그드라실 공적도 10위에 올랐긴 하지만.

이제 곧 이곳의 캡슐 뚜껑이 줄줄이 열릴 것이다.

보스는 구경도 못 한 채 사망 페널티만 얻어맞고.

‘흐음···,’

그런데 이상하다.

이쯤이면 열릴 때가 됐는데.

설마 보스 공략에 들어갔나? 그 주황 메뚜기를 뚫고?

슬슬 화색이 돌기 시작하는 마이클 피트, 데니 캐스퍼는 그 반대였고.

그때였다.

벌컥, 벌컥, 벌컥, 벌컥, 벌컥···,

이곳저곳에서 열리기 시작하는 캡슐 뚜껑.

동시에 터지는 욕설.

“왓더퍽!”

“쏜 오브 비치!”

“오, 지저스···,”

캡슐 뚜껑 오픈은 계속됐다.

“제기랄! 개 같은 메뚜기 새끼.”

“아오, 잘 피했는데.”

“내 머리가 씹혔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빈정대는 데니 캐스퍼.

“어이쿠, 합리적인 결과로군요.”

마이클 피트는 다급하게 달려가 로그아웃한 플레이어를 붙잡고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보스가 우릴 깔아뭉갰어요. 이 새끼가 얼마나 큰지,”

“저, 전멸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행히 플레이어 상큼한 딸기가 놈을 붙잡아 놓긴 했는데···.”

그러고 보니 캡슐 3분의 2는 열렸는데, 3분의 1은 남아있었다.

그럼 아직 100명 이상의 병력은 살아있다는 의미, 애널써커도 아직 게임 안에 있었다.

‘가능성 있어. 케이와 100명이라면···.’

다시 흐르는 시간.

과연 어떻게 됐을까?

열리는 이젠 캡슐도 뜸하다.

하지만,

벌컥, 벌컥, 벌컥, 벌컥, 벌컥···,

“이런 싯팔!”

“젠장, 쉴드만 있었어도.”

“왜 나한텐 안 준 거야?”

“홀리 쉿, 연가시!”

연가시?

연가시는 또 뭐야?

벌컥, 벌컥, 벌컥, 벌컥, 벌컥···,

쉴 새 없이 열리는 뚜껑.

데니 캐스퍼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로써 애널써커는 자신의 밑이다.

자신은 미국 인피니티 공격대, 각성 플레이어 중에서도 최강이 되었고.

‘때로는 몸을 사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

마이클 피트는 손톱만 잘근잘근 씹었다.

몇 개 남았지?

겨우 13개.

‘다행히 각성 플레이어들은 다 살아남은 것 같은데.’

이런 생각 하면 안 되지만 일반 용병 플레이어들이야 몇 번 죽어도 상관없다.

각성 플레이어만 무사하다면 말이다.

잠시 후.

벌컥!

하나 더 열리는 뚜껑, 저 자리는 아바타 명 [이카루스], 각성 플레이어 잭 해리스가 접속한 캡슐.

마이클 피트가 달려가서 잭 해리스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됐습니까?”

“후우,”

“···여, 역시 전멸인가요?”

“토막 냈습니다.”

“무슨?”

“퍼킹, 진짜 보스 연가시 토막 내서 죽였다고요!”

“···그, 그럼?”

“공략 성공했습니다. 동화율 반영률 복구, 아니 그전보다 더 올랐고! 하하하하!”

마이클 피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지금 남은 사람들은 상자 까고 있어요. 내가 케이 하나만 믿고 공격대 참여했는데, 알고 보니 신의 한 수였어.”

신난 얼굴의 잭.

“아참! 리얼(real) 아이템이나 받으러 가야겠다. 곧 택배가 올 텐데.”

반면에 얼굴이 썩어들어가는 [로드오브게임] 데니 캐스퍼.

‘동화율과 반영률을 복구했다고?’

복구 정도가 아닐 것이다.

아마도 훨씬 더 올랐을 터.

참여한 공격대원들 모두.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어떻게 그 많은 메뚜기를.

‘하아, 참여했어야 했나?’

판단이 빗나갔다.

동화율과 반영률은 복구도 못 하고, 게다가 상자를 까지도 못해보고, 후회해도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 ※ ※

최기병은 마이클 피트의 전화를 받았다.

“네네, 축하드립니다.”

결국 케이는 성공했다.

침식지 하나가 줄어들었지만 기쁨보다는 불안함.

- 앞으로 이런 기회가 계속됐으면 좋겠군요. 케이님과 함께 하는 침식지 공략.

“글쎄요. 우리 측 계획도 빽빽하게 정해져 있어 시간이 날지 모르겠습니다만.”

- 하하하, 그거야 그쪽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죠. 케이도 만족하던데요?

···이 새끼가.

- 우린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비록 현실에선 제한이 있어 어렵지만 게임에선 케이님께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죠. 우리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 그런가요? 그쪽은 아직 시끄럽던데, 언론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것 같고, 게임 레이드에 정치가 끼어들면 제대로 될지 모르겠네.

“우리가 알아서 할 문제고요.”

- 네, 잘하시겠죠.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다음은 무슨!

이필동 과장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슬슬 우려했던 일이 생겼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은 우리가 우위에 있습니다.”

“···우위?”

“저쪽은 끽해봐야 게임 속 케이에게만 접근할 수 있어요. 현실에선 우리가 이깁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러나 아직 걸림돌은 남아있다.

카쟌 침식지 공략에 성공함으로써 얻은 과실 가운데, 분란의 원인이 될만한 것이 있었다.

바로 상급 활력의 영약.

APS 소속 용병 플레이어가 획득해서 국가로 귀속된 진(眞) 아이템.

웬만하면 치유 물약처럼 바이오 회사에 넘기고 싶지만 청와대 반응이 수상하다.

다른 진(眞) 아이템은 민간을 통해 판매하라고 하면서 활력의 영약만은 처분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었다.

“우리 한태수 대통령님께서 드시고 싶겠죠.”

“···건강은 끔찍하게 챙기니까요. 오래, 또 건강하게 사는 건 누구나 다 꿈꾸는 욕망 아니겠어요?”

“참나, 그 양반 돈이나 그런 거엔 일절 관심이 없더만, 활력의 영약엔 무너지네.”

하지만 그걸 대통령이 꿀꺽하도록 내버려 둘까?

“이걸 욕심내는 사람이 대통령만은 아니니까 문제죠.”

“대현 그룹 표창주는 몸이 달았던데요? 대통령과 직접 딜을 하려고 한다던데.”

뿐인가?

여야 대표, 전직 대통령, 사회 원로 등등, 나이 들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죄다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눈치만 보고 있는 중.

“힘센 놈이 가져가겠죠. 아니면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거나.”

툭 던지듯 말을 끝내곤 최기병은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입었다.

“어디 가십니까?”

“대검찰청 갑니다.”

“거긴 왜?”

“국회의원 조대만하고 김윤명이 기소될 거랍니다. 증언하러 가야죠.”

증거인 신분의 검찰 출두.

그것도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케이가 미국 공격대와 함께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두 개새끼는 확실하게 족치고 봐야지.

모든 걸 바로 잡아서 케이에게 안도감을 줘야 한다.

이 나라에서 계속 활동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 ※ ※

모두 다 정신없었다.

보스를 공략한 후 가지는 달콤한 시간.

하지만 1분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다.

뭐, 그래도 다 만족한 얼굴이었지만.

딸기는 풀이 죽은 얼굴.

하긴 몬스터 공포증이 치유됐다고 생각했지만 또 몸이 굳어버려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으니까.

“저 때문에 사람들이···.”

“후우, 그 연가시 나도 힘들었어요. 구역질 날 정도였어요. 만약 아바타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바로 토했을 겁니다.”

다그치는 것보다 북돋아 주는 편이 낫다.

그녀의 재능은 여타 플레이어보다 월등한 편, 지금도 미국 공격대원 중 그녀를 따라올 플레이어는 한 사람도 없었다.

애널써커마저도,

“아주 잘 해줬어요. 참! 상자는 까셨어요?”

“···몇 개까긴 했어요.”

“그럼 로그아웃 하시고 좀 쉬세요.”

“네.”

그래도 상자는 깠구나.

순간!

[케이님께 헤스티아 성국에서 발송한 우편이 인벤토리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자신에게 우편이 왔다.

가장 공이 큰 사람이 누군지 시스템이 알아서 판단했겠지.

‘이번에도 10장.’

여기서 3장은 자신의 몫,

찬웅은 아직 로그아웃하지 않은 [애널써커], 알렉스 파에톤에게 다가갔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케이님.”

“뭘요. 막판 히든 보스만 아니었어도 많이 살아남았을 텐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정보가 부족했어요. 침식지 보스가 거대 메뚜기인 줄만 알았는데, 연가시라니.”

“참! 리얼(real) 아이템은 좀 뽑으셨나요?”

“네, 쓸만한 거 몇 개 나왔습니다.”

찬웅은 애널써커에게 대신전 초대권을 넘겼다.

“아! 초대권.”

“그중 3장은 제겁니다.”

“이미 얘기 들었습니다. 지금 바로 드리죠”

계산도 끝냈고.

“저어, 친구 추가 좀···.”

“당연히, 요청하세요.”

찬웅도 대기실로 귀환했다.

상태창 확인부터.

[이름 : 케이]

[직업 : 용병(랭커)]

[포스 : 8,600]

[액티브 스킬 : 비열한 습격(8단계), 바람길 산책(10단계), 별빛 가르기(10단계), 강타(6단계), 슬립(2단계)]

[패시브 스킬 : 방출(10단계), 듀얼 스트라이크(9단계), 마법 저항(5서클), 약점 포착(3단계), 고무 신체(4단계)]

[동화율 : 178%]

[반영률 : 58%]

이제 2%만 더 올리면 180.

반영률도 그렇고.

로그아웃하기 전에 볼일 하나 더.

찬웅은 로그드라실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만나자마자 호들갑부터 떠는 엘프 장로 에루인.

“오오! 카쟌의 영웅 아니신가! 이런 누추한 곳에,”

“거기 위트리아도 추가해주시죠.”

“···정말? 위트리아 침식지도?”

“네.”

에루인은 진심으로 놀랐다는 표정.

“너 진짜 영웅이었구나. 하긴 처음 볼 때부터 짐작은 했다만.”

“···그런 영웅의 사부님이 누구시더라.”

“으음?”

입꼬리도 씰룩씰룩 움직인다.

“그, 근데 왜 왔어? 되게 바쁠 텐데.”

“여기도 바쁘죠?”

“엄청! 우리 애들 약초 캐고 다니느라 손톱 밑이 새까매.”

듀플렉스 전역에서 물약 소비량이 크게 늘어났다.

그래서 엘프들도 약초를 재배하고 채취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딸기는 잘 있지?”

“네, 잘 있어요.”

“정말 무슨 일로 왔어?”

“세계수님 뵙고 가려고요.”

“그래? 그럼 인사드리고 가.”

보조 운영자 세계수, 허리띠를 이용해 현실에서도 소통하지만 게임 컨텐츠 궁금증은 안에서 직접 만나 풀어야 한다.

찬웅은 거대한 세계수 앞에 섰다.

줄기에 손을 갖다 댄 찬웅.

‘오랜만입니다.’

조용하다.

본론이나 말하라는 건가?

‘NPC 레지키쓰론이 왜 현실에 개입하려고 하는지?’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일종의 버그로서 삭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버그?

참 대단한 게임이다.

버그가 NPC의 현실 개입.

[침식지 정화는 버그 픽스 작업입니다. 버그 픽스 성공 시에는 막대한 포상이 주어집니다.]

그거야 하고 있으니까.

다음 질문.

유령마를 소환하고.

쑤웅!

[이름 : 부키(봉인)]

[소환수 : 유령마]

[등급 : ???]

[액티브 스킬 : 뒷발차기(1단계), 환영(1단계), 활강(1단계)]

[패시브 스킬 : 지칠 줄 모르는 체력(1단계), 쾌속(1단계)]

[???] : 봉인

[???] : 봉인

‘이 소환 탈것, 물음표와 봉인은 어떻게 해제하는 건지?’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아직 적용되지 않은 컨텐츠입니다. 이후 패치를 통해 구현될 예정입니다.]

‘···.’

확실히 게임은 게임이다.

당연히 패치도 있을 터.

‘성황의 축복을 받으면 봉인이 풀릴까요?’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NPC 성황에겐 봉인 해제 권한이 없습니다.]

‘아!’

안되는 거구나.

‘패치 날짜와 패치 후 탈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미리 알 수는 없는 건가?’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

더 이상 나올 것도 없고, 로그아웃하고 진 아이템이나 챙기자.

이번에 나온 진(眞) 아이템의 개수는 무려 20개, 인벤토리가 모자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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