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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88화 (88/204)

< 위트리아 침식지 공략(2) >

※ 다소 징그러운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식사 중에 보시지 않을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파워 스틱 밤.

고성능 마정석 압축 폭탄으로 인한 대폭발.

애널써커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실에서 저 정도 폭발을 목격하는 건 어렵지 않다.

뭐, 핵폭발도 있는데.

하지만 여긴 게임 아닌가!

아니 현실에서도 못 본다.

막대기형 수류탄, 저 조그만 막대기가 저런 위력을?

“그, 그게 뭡니까? 수류탄입니까?”

“···아! 이거요? 이거 마키나 공화국에서 만든 신제품인데.”

“이런 것도 있었나요? 폭발 물약 같은 건 아닌데, 이건 완전 수류탄 방식 아닙니까? 모양도 그렇고, 신관을 작동시키는 것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신관 작동해서 던져서 폭발.

이건 현대 무기의 개념 아닌가?

‘흐음, 현실이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겠지.’

아무리 데우스칩의 머리에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가능성 있는 가설이다.

게임이 현실에 적용되는데, 현실이라고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까?

“제가 좀 볼 수 있을까요?”

“네. 보여드리죠.”

찬웅은 파워 스틱 밤 하나를 더 꺼내 애널써커에게 보여줬다.

표면에 대륙 공용어로 쓰인 ‘마키나 뉴팩토리 중앙 연구소 산(産).’

“···현재 팔고 있나요?”

“네, 곧 판매에 들어갈 거랍니다. 하지만 가격도 비싸고, 제가 소개장을 써드려야 살 수 있는 물건이라.”

“아하, 케이님을 통해서만 판다는 거군요. 가격이···?”

“개당 100만 코인, 비싸죠?”

“···이, 이 정도 위력이면 가격이 문제겠습니까?”

애널써커의 눈이 회까닥 돌았다.

솔직히 이전부터 쭉 생각해왔다.

현대의 열 병기 과학 무기들.

그걸 게임 안으로만 가지고 올 수 있다면?

저깟 메뚜기 새끼들 탱크로 밀어버리고, 헬기 띄워 헬파이어 미사일 꽂아버리고, 수틀리면 전술 핵탄두로 깔끔하게 녹여버리고.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질 리 없지만.

그런데 현대 무기를 충분히 대체할 만한 물건이 눈앞에 있었다.

탐난다.

가지고 싶다.

침식지 공략 난이도가 대폭 하락할 터.

찬웅도 왜 데우스칩이 ‘아무나’에게 팔지 않는다고 했는지 알게 됐다.

‘NPC들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판도를 바꿀만한 물건이야. 그러니 아무에게나 주면 안 되지. 오직 침식지 공략을 위해서만.’

그러고 보니 마법 스크롤도 있었다.

“애널써커씨, 현재 공격대에 각성 플레이어 몇 명입니까?”

“네.”

“10명 참여했습니다만.”

“아! 그럼 이거 나눠주세요. 7써클짜리 쉴드 마법 스크롤.”

“···7써클요? 5서클이 최고 아니었습니까?”

“이것도 마탑 신제품이랍니다. 한번 써보시고 마음에 들면 그라운드 테라 잡화점에서 구매하시면 될 듯하네요.”

“오!”

돈 받고 팔 수도 있지만 자신도 공짜로 얻은 거 아닌가.

중앙 연구소와 마탑이 자신에게 부탁한 홍보용 샘플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스크롤도 나눠주고, 스틱 밤도 뿌리고···,

‘데우스칩과 브랜달, 돈 많이 벌겠네.’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의 NPC들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침식에 약할 뿐이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래서 언제나 진보하는 능동적인 영혼들.

그림이 그려진다.

NPC의 지원을 받아 침식지를 정화하는 플레이어.

앞으로 이런 식으로 흘러가야 맞다.

공략은 예상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끄릭!

찌리리릿!

휘리리리리릭!

파워 스틱 밤이 하늘을 나르고,

툭!

쩌어어어어엉!!!

꽈광! 꽈과과과쾅! 꽝! 쾅! 콰콰쾅!

터져나가는 메뚜기 군집체들.

“나이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구나.”

“이번엔 나! 내가 해볼래.”

“좀 전에 던졌잖아. 내 차례야!”

거칠 것이 없었다.

뭉쳐있는 놈들에게 한방 던지고, 폭발 반경에서 살아남은 놈들은 직접 손으로.

딸기도 좀이 쑤셨는지 혼자서 앞으로 뛰쳐나갔다.

파앗!

콰앙!

방패 돌진 후, 바로 톱날검으로 메뚜기 반갈죽.

아름다운 갑옷과 섬뜩한 검, 그리고 반사 방패.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네 여신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다.

“저, 바깥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전화번호 좀···,”

“원하시면 바로 비행기 타고 가겠습니다.”

미국 공격대에게 인기 폭발이었다.

뭐, 딸기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찬웅도 간간이 도끼를 날려 딸기를 지원해주면서 천천히 공격대 뒤를 따라갔다.

파워 스틱 밤이 거의 다 터진 것 같다.

‘이제 슬슬 보스가 나타날 때도 됐는데.’

꽤 많이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 정도면 침식지 중앙쯤.

출현하는 주황 메뚜기들 숫자도 많이 줄어들었고.

그때였다.

퉁!

“···뭐야?”

어디선가에서 들리는 용수철 튕기는 소리

그리고 바닥에 드리워진 대형 그림자.

“벌써 해가 졌나? 왜 어두워···,”

“어?”

“미, 미친!”

“왜 그래?”

“하, 하늘, 하늘을 봐!”

“···모두 피해!!!”

엄청난 크기의 대형 메뚜기가 하늘에서 미국 인피니티 공격대 중앙에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보스였다.

굶주린 멸망의 메뚜기.

놈이 보이지 않은 곳으로부터 도약해서 플레이어들을 깔아뭉갰다.

“아악!”

“끄억!”

“오마이갓!”

공격대 진형이 삽시간에 무너졌다.

그러자 기회를 노린 듯 사방에서 몰려드는 주황색 메뚜기들,

푸스스, 푸슷! 프스스스스···,

허공으로 날리는 아바타의 시체 가루.

보스 메뚜기는 여섯 개의 다리를 움직여 미처 피하지 못한 플레이어들을 짓밟았다.

주황색 메뚜기들도.

콰악! 까드득,

무시무시한 이빨로 닥치는 대로 물어뜯고,

“딸기씨!”

“네! 갈게요.”

파앗!

용감한 딸기가 방패를 앞세우고 보스 굶주린 멸망의 메뚜기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그 뒤를 따르는 찬웅.

따끔.

허리띠에 부착된 주사기 형태의 가속 앰플이 아바타 케이의 몸속으로 주입됐다.

“머리를 잡아요!”

콰앙!

방패 치기 작열!

국내선 여객기만 한 크기의 보스 메뚜기.

거기에 비하면 딸기의 아바타는 너무나 작았지만 절대로 밀리지 않았다.

팟팟팟팟!

딸기가 놈의 주의를 끄는 사이, 찬웅은 바람길 산책으로 딸기의 어깨를 짚고 도약해서, 스킬 약점포착.

서걱!

툭!

메뚜기의 더듬이부터 잘랐다.

팟팟!

서걱!

하나 더.

그러자 방향을 잃고 허둥대기 시작하는 보스 메뚜기.

미국 공격대 절반이 사라졌지만 절반은 살아남았다.

애널써커도 살아남았나보다.

“어그로 잡혔어! 용병들은 주황색 메뚜기 상대하고 각성자들은 날 따라와!”

커다란 대검을 들고 메뚜기의 옆구리 쪽으로 이동하면서.

“달려들어!”

“죽이자!”

“다리 조심하고!”

거기에 딸기의 탱킹,

간혹가다 메뚜기 머리가 돌아갈라치면,

“어딜 보니? 여기 봐!”

쾅!

방패 치기로 어그로 유지하고..

찬웅은 빠르게 움직였다.

팟팟팟!

순간 가속을 이용해 메뚜기의 배 밑으로 파고 들어가 오로지 놈의 다리만 공략했다.

콱콱콱콱콱!

무자비한 도끼질, 다리 하나가 끊어지고,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가,

파팟!

콱! 콱! 콱!

탱킹과 폭딜의 완벽한 조화.

대검으로 메뚜기 다리를 내려치던 애널써커는 혀를 내둘렀다.

상큼한 딸기.

솔직히 애널써커는 여성 플레이어들을 그닥 신뢰하지 않았다.

아바타의 능력치는 남성, 여성 차별 없이 똑같지만 플레이어가 문제.

저 징그럽고 무시무시한 침식지 몬스터에 홀로 맞서는 건 남자로서도 어려운 일.

물론 들고 있는 아이템이 범상치 않다고 하더라도,

‘공적도 10위에 오른 이유가 있었어.’

아니 저 정도면 5위권 안에 들어도 무방할 정도,

딸기의 동화율이 얼만지는 알 수 없지만 스킬 구사력과 과감성, 판단력, 물러서지 않는 용맹함은 인정받아야 마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케이.

‘···저 몸놀림이 가능해?’

대체 무슨 스킬이지?

블링크?

아니다.

케이는 목적성을 가지고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또 저 도끼는?

자신은 수십번을 쳐야 다리에 상처를 입히는데, 케이는 나무 찍듯 쿡쿡 찍어버리니 메뚜기 다리가 툭 하고 떨어진다.

사실 인피니티 공격대가 전멸했지만 보스에게 당한 것이 아니다.

보스는 여기서 처음 본다.

하지만 저 둘이 없었다면 보스에게 도달했다 하더라도 아마 전멸했을 것이다.

어느새 다리를 모두 잘라버린 케이.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세.

팟팟팟팟!

찬웅은 메뚜기 몸통으로 뛰어올랐다.

애널써커도 따라갔다.

기동력을 잃어버린 놈.

이젠 커다란 샌드백 신세일 뿐.

콰직!

서걱!

콱콱!

메뚜기 머리가 난자당했다.

찌르고, 베고, 찍고.

수십 가지의 스킬들이 한꺼번에 메뚜기 머리로 쏟아졌다.

그러나 보스는 보스.

머리가 거의 떨어진 지경이 됐지만 놈의 흉폭함은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안위를 도외시한 맹목적인 공격.

마치 여기서 죽어도 좋다는 듯, 입에 걸리는 대로 플레이어들을 씹어 삼키는 메뚜기.

아그작, 아그작!

그러나 플레이어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뿌지지직!

몸통에서 떨어져 나간 메뚜기의 머리.

멈칫!

움직임을 멈추더니,

기우뚱,

옆으로 천천히 넘어갔다.

“잡았다!”

“우아아아아아!”

“브라보!”

“신이시여!”

살아남은 자의 환호성,

드디어 공략 성공.

“하아,”

딸기도 맥이 탁 풀린 듯 뒷걸음질 치면서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괜찮아요? 다친 데는?”

“어, 없어요. 너무 지쳐서.”

“수고했어요. 여기···.”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자원 재생 물약을 꺼내 뚜껑까지 직접 따서 딸기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이렇게 또 한 번의 침식지 정화.

그러나 남은 침식지 253개, 한참 멀었다.

미국 인피니티 공격대도 축제 분위기.

폭탄과 케이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들도 직접 싸워서 얻어낸 성취니까.

쓰러진 보스의 몸통에 올라가 촬영용 수정구로 셀카를 찍고, 잘린 메뚜기 머리를 발로 툭툭 차가며 뭐라고 소리치고, 어깨동무하면서 보스 메뚜기 주위에서 춤도 추고.

‘···근데 왜 사라지지 않지?’

그랬다.

침식지 몬스터가 죽으면 시체가 사라져야 한다.

‘그러고 보니 공략 성공 메시지도 들리지 않았어.’

이거 설마···,

찬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아직 보스가 죽지 않···,”

그때였다.

꾸물꾸물.

쓰러진 메뚜기 항문에서 삐져나온 길죽한 실뭉치, 끈적끈적한 점액질을 몸에 두르고 빠르게 빠져나오고 있었다.

메뚜기 배가 홀쭉해졌다.

그만큼 크다는 의미.

“저건 내장이야?”

“내장이 살아 움직일 리는 없잖아.”

“···나 저거 알아. 과학 시간에 배웠는데.”

마치 하얀색 지렁이 같은 모습, 철사처럼 쫙 펴져 곧추세워지더니,

“조심해!!!”

츠릿!

여전히 방심한 채 멍하니 구경만 하는 플레이어 한 명의 몸통을 관통했다.

푹!

“어?”

가슴팍으로 삐져나온 철사 같은 걸 보며 죽는 순간까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플레이어.

그리고 본격적인 학살이 시작됐다.

츠리리리리리릿! 츠릴릿!

푸푸! 푸푸푹! 푸푸푸푹!

“끄아아악!”

“이, 이게 뭐야?”

“쉣! 상자 까야 하는데.”

푸푸푸푸푹!

관통, 또 관통, 살아 움직이는 철사.

가루로 변해 흩어지는 플레이어.

째앵!

그나마 7서클 쉴드 마법 스크롤을 제때 찢은 플레이어들은 무사했지만.

“아···.”

찬웅은 깨달았다.

진정한 보스는 저 메뚜기가 아니다.

‘연가시.’

메뚜기 몸 안에 숨어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충,

그놈이 바로 위트리아 침식지의 진정한 보스였다.

“어마···,”

못 볼 걸 봐버렸다는 듯, 아무것도 못 하고 벌벌 떨고 있는 딸기, 그녀의 나쁜 버릇이 또 나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찬웅도 이해했다.

징그럽다.

구역질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어릴 적 냇가에서 처음 연가시를 목격했을 때 느꼈던 소름 끼치는 기분,

‘그때도 메뚜기였지?’

물에 빠진 메뚜기의 항문에서 나왔던 기생충.

“씨발,”

따끔.

가속 앰플 주입.

팟!

찬웅의 몸이 빛살처럼 움직였다.

우우우웅!

루인의 앙증맞은 머리 따개에 짙게 어린 포스.

“이 기생충 새끼가!”

꼬치에 고기를 끼우듯 아직도 플레이어들을 꿰뚫고 다니는 연가시를 따라잡는 동시에,

비열한 습격!

츠피릿!

도끼를 날려 놈의 진행 방향을 방해하고,

퍼억!

서걱!

그대로 달려들어 몸통을 반으로 잘랐다.

투둑!

꿈틀꿈틀,

몸이 잘려도 여전히 움직이는 거대 연가시.

“어후! 징그럽잖아!”

콱콱!

찍고 또 찍었다.

쉴드 스크롤 때문에 살아남은 소수의 플레이어들도 합류했다.

콱콱콱콱!

부산 자갈치 시장의 명물, 꼼장어를 토막 치듯, 조각난 걸 또 조각내고,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이윽고!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두 번의 동화율 돌파.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세 번의 반영률 돌파.

그제야 메뚜기의 시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퍼석, 퍼서석.

조각난 연가시도,

퍼스스스스,

침식의 기운이 흩어진다.

대신 맑고 상쾌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전체 공지.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위트리아 침식지 히든 보스, 굶주린 멸망의 연가시가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플레이어와 대륙 주민들 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또한.

[세 번째 보스 공략을 축하드립니다.]

[공략 참가한 플레이어들에게 특별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정화된 지역에 1분 동안 주신의 축복이 내립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들은 몇 없다.

겨우 열셋? 찬웅과 딸기를 합하면 열다섯?

상자 까자.

빠르게.

기쁨은 나중에 나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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