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85화 (85/204)

< 점점 높아지는 가치 >

서울 여의도 조용한 한식당.

오직 대신전 초대권에 대한 욕심으로 이번 일을 계획했던 두 주역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불안한 표정의 조대만 의원과 김윤명 의원.

“대한 일보 김기자 전화를 받았는데···.”

“네, 저도 연락받았습니다.”

플레이어 케이가 미국 공격대로 합류할 거라는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단다.

그 과정에 자신들의 협박이 있었다는 내용도.

하지만 아직 기사는 나가지 않았다.

“이거 한 방 먹었어요.”

“어, 어떡하죠? 대책을 세우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쯧, 케이 그놈이 누군지만 안다면···.”

“아무튼 기사는 잘 막았으니까.”

“우리도 단속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당황했다.

케이가 이렇게 나올 줄이야.

하긴, 놈이 활동하는 곳은 가상 현실 게임, 시간과 공간적 제한이 없다 해도 무방한 오픈 월드, 게임에 국경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절대 기사 나가면 안 됩니다.”

“당연하죠. 최기병, 그놈 입도 다물게 해야 하고.”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자칫하면···,”

“우리 정치생명은 여기서 끝이에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이지만 일단 선거에 낙선하면 아무것도 아닌 신세가 된다.

그뿐인가?

당에서도 자신들을 가차 없이 버릴 것이다.

그러면 지금껏 쌓아 올렸던 권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테고.

걱정이 태산.

“케이와 만날 방법이 없을까요?”

“어떻게요? APS에서도 그의 정체를 모른다던데.”

“후우, 무조건 만나야 합니다.”

여하튼 이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적 매장은 불 보듯 뻔하다.

“만약 최기병이 폭로하고 나와도 딱 잡아떼고.”

“그래요. 정부의 정치 공세로 몰고갑시다. 뭐, 언론이야 우리 편이니까.”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갈 터.

꼭꼭 숨기면 된다.

“그러다가 놈이 진짜로 미국가서 두 번째 레이드를 성공시키면···.”

“아직 시간이 있어요. 빨리 수습해야죠.”

조대만과 김윤명은 확신했다.

절대 알려질 일 없을 거라고, 그리고 최기병을 통해 압박과 당근을 제시하면 다시 돌이킬 수 있을 거라고.

※ ※ ※

원래 듀플렉스 스페이스의 직업군 통계를 보면 비전투 직업의 플레이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그건 이젠 옛말.

용병 플레이어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그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데도 말이다.

원인은 코인 시세 폭등.

몇 달 전만 해도 1달러 이하로 머물렀던 시세가 지금은 폭등해서 4달러와 5달러대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앞으로 더 올라갈 동력도 충분하고.

비전투 직업군들도 코인이 필요하다.

부족하면 현질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올라 엄두도 못 내는 실정.

그래서 전직을 통해 용병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초보들이 처음부터 어떻게 몬스터를 때려잡아?

여전히 튜토리얼도 통과하지 못해 전직을 포기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았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도움을 주는 곳이 있다.

바로 용병 플레이어 길드.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월정액을 내고 가입하면 훈련과 조언, 파티를 통해 숙련 용병 플레이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길드가 바로 세화 길드.

비록 화정 그룹의 지원을 받아 과거 카쟌 침식지 보스 공략에 도전했지만, 처참한 실패로 체면을 구기긴 했다.

그래도 가입된 용병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제일 많았다.

용병 플레이어 붐에 편승해서 노를 젓는 곳은 길드 말고도 더 있었다.

바로 게임 전문 방송국.

일주일에 한 번 전문가를 초빙해 뉴비 용병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동화율을 올려야 하는지, 특정 몬스터에 가장 효율적인 스킬이 뭔지, 무기는 뭐가 좋을지, 방송을 통해 알려주고 있었다.

<용병 플레이어, 이것만 하면 매일매일 동화율 돌파>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지상파 예능 시청률을 씹어먹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방송 당일.

원래 녹화방송인데 무슨 일인지 게스트의 강력한 요청으로 생방송이 결정되었다.

“오늘은 세화 길드 길드장 전병호님을 모시고 플레이어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에 대해 조언을 받아보겠습니다.”

대본에 따라 진행하는 사회자.

“먼저 카쟌 침식지 공략으로 한국, 아니 세계가 떠들썩한데요. 그게 그렇게 어려웠습니까? 경험자로서 해주실 이야기가 있으실 텐데.”

“하하, 제가 여기 불려온 이유를 알겠네요. 뭐, 저로서도 뼈아픈 실패라서 다시 떠올리고 싶진 않지만.”

무려 300명의 인원이 도전했지만 처참한 전멸.

“솔직히 인원수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300명이 아니라 3,000명이 도전해도 실패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보란 듯이 성공했잖아요.”

“그러니까 대단한 거죠. 사실 한 명이 혼자 캐리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눈을 반짝이는 프로그램 MC.

“혹시 그 한 명이 케이? 케이가 캐리한 거라는 말씀이시죠?”

“당시 공략 참가한 공격대원 중 제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두 명 있는데, 두 사람 다 한결같이 말하더군요. 케이가 없었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공략이라고,”

“아하, 그럼 무슨 진(眞) 아이템들이 나왔는지도 들으셨나요?”

“당연하죠.”

생방으로 초미의 관심사인 진(眞) 아이템에 대한 정보가 나오자 시청률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정석은 들어보셨죠.”

“네!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는 그거 말이죠?”

“그게 제일 많이 나왔답니다. 그리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영웅 등급의 방패에, 체력의 영약, 가속 물약, 드워프가 만든 생맥주도, 맛이 기가 막히다던데···.”

“생맥주, 너무 부럽네요.”

“무엇보다 가장 귀중한 보물이라면 역시 대신전 초대권이죠. 성황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순식간에 치솟는 순간 시청률.

“진(眞) 아이템 확정 뽑기권, 아마 한국이 가장 많은 진(眞) 아이템을 보유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네?”

세화 길드 길드장 전병호는 마음을 굳힌 듯 카메라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앞으로 케이가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을 거란 소문이 있습니다.”

“왜, 왜요?”

“대신전 초대권을 탐내는 세력들이 케이를 협박하고 괴롭혔다고.”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니까 조대만 국회의원이란 사람은 대신전 초대권을 중국으로 넘기라고 말하고 있고, 김윤명 의원은 특정 대기업에 초대권을 팔라면서···.”

생방송, 시청률이 고점에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미처 막을 새도 없이 느닷없이 이루어진 폭로.

“그 사람들 때문에, 케이가 한국을 떠날지도 모른다고요? 책임지실 수 있는 말인지.”

“제 명예를 걸겠습니다.”

“아···.”

핵폭탄이 터졌다.

케이를 협박했다는 국회의원의 실명이 그대로 방송에 나왔다.

전병호는 후환 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다.

따로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 ※ ※

“껄껄껄, 시원하군. 병호가 잘해줬어.”

생방송 TV 프로그램을 보며 큰 웃음을 터뜨리는 정규광.

감히 4년짜리 시한부 권력을 가진 주제에 되지도 않은 욕심을 부려?

물론 홀로 겁 없이 나서진 않았겠지.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에 저러는 거고.

케이가 한국을 떠나면 안 된다.

이제 간신히 인연의 끈을 만들어 놓았는데.

대신전 초대권으로 만족할까?

절대 아니다.

아직 빨아야 할 꿀이 많이 남아있다.

“철진아!”

정규광의 부름에 황급하게 달려오는 비서 김철진.

“네, 회장님.”

“슬슬 시작하자.”

재계 10위 안에 드는 화정 그룹이다.

움직일 수 있는 언론사 하나 없을까?

※ ※ ※

<조대만 국회의원, 중국과 결탁?>

<국보를 외국으로 밀반출하는 반역 행위나 다름없어>

<화정 그룹의 정당한 투자를 문제 삼는 김윤명 의원의 의도는?>

마치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세화 길드 전병호가 생방송에서 폭로한 이상 숨길 수도 없었고.

화정 그룹을 등에 업은 언론사가 보도를 시작하자, 그동안 눈치를 보고 있었던 타 언론사들도 경쟁적으로 뉴스를 쏟아냈다.

<전병호 길드장의 확언, 케이가 없었다면 보스 공략도 없었다>

<카쟌 보스 공략의 주역 케이, 앞으로 미국 플레이어 공격대와 레이드 공략 계획>

<누가 케이를 미국으로 내몰았나>

조대만은 국회로 가는 차 안에서 당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아, 아니 오해라니까. 이건 정치 공세야. ···뭐? 사, 사퇴? 아, 안돼. 기회를 주게. 내가 바로 잡을 수 있어. 박대표, 박대표? 박대표!”

김윤명은 자신의 집 앞에서 하이에나 같은 기자 무리들과 마주쳤다.

“의원님, 한마디만 해주세요. 초대권 강탈에 대한 배후 세력은 누굽니까?”

“···.”

“일본계 대기업이라는 정보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씨발! 카메라 안 치워? 찍지 마!”

국민들도 분노했다.

무수하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

각 당은 빠르게 손절했고.

경찰과 검찰에 대한 수사 요구까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외통수였다.

※ ※ ※

미국 대통령, 조셉 라이든이 올린 메시지.

미국 내에서도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대통령이 SNS를 하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아니 꽤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 내용이 수상하다.

미스터 K? 무슨 준비가 됐다는 거지?

케이라면 설마···.

미국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 레닷.

└ 조셉 라이든 SNS의 미스터 K가 그 케이 맞아?

└ 거의 틀림없다고 봐.

└ 내가 아는 한국 친구가 그러는데 거긴 난리가 났다는데?

└ 뭐가?

└ 케이가 한국을 떠나 미국 품에 안길 거라고.

사실 아바타 케이의 이름은 한국뿐만 아니라 이미 전 세계에 알려져 있었다.

물론 용병 플레이어로서,

한때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 현실 게임을 뜨겁게 달구었던 아바타 케이.

로그드라실, 뉴팩토리, 그라운드 테라에서 있었던 일화들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했다.

또한 카쟌 침식지 공략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고.

└ 그럼 공격대 참여 목적인가?

└ 맞아. 이제 침식지 보스 공략이 대세잖아.

└ 하긴, 성공하기만 하면 얻어낼 수 있는 보상이 어마어마하니.

└ 카쟌만 해도 그래. 리얼(real) 아이템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하더라고.

└ 제기랄! 내가 거기 있었어야 했는데.

하긴, 옆에 있다가 축복 떨어지고 난 뒤 랜덤 상자만 까도.

└ 두 번째 공략지는 어디지? 곧 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우리도 참여 가능할까?

└ 공개 안 할걸? 공개한다고 해도 다른 플레이어 못 오도록 통제할 테고.

└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공격대 이름이 뭐야?

└ 인피니티 플레이어 공격대.

└ 거기 가입 어떻게 해?

설왕설래,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가는 가운데 올라온 하나의 질문.

└ 그런데 왜 한국 플레이어 케이가 미국과 함께하지?

└ 소문으론 한국에서 대신전 초대권 때문에 분쟁이 일어났다고.

└ 협박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어.

└ 뻔한 결말이네.

└ 그래. 거위 배를 갈라버린 거지.

물론 케이가 온다고 해도 달라질 것 없다는 견해도 있었다.

└ 카쟌 보스는 운이었을 뿐이야. 제일 약하기도 했고.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뭐 한 번 더 해낸다면 모르겠지만.

└ 그나저나 진짜 다음 보스 공략은 어디야?

케이의 미국 공격대 합류.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미국 정부가 육성하는 인피니티 플레이어 공격대.

리더 [애널써커], 알렉스 파에톤은 케이의 합류가 썩 달갑지 않았다.

그런 알렉스를 달래는 마이클 피트.

“알렉스, 한 번만 더 생각해봐요.”

“우리도 스스로 할 수 있다고요. 검증되지도 않은 플레이어가 합류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겁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이미 손발을 다 맞췄어요. 케이가 합류하면 혼란만 늘어날 뿐이고.”

마이클 피트는 알렉스의 입장도 이해했다.

독자적인 침식지 보스 레이드 공략을 선언한 인피니티 공격대, 리더인 [애널써커]와 [로드오브게임]이 공격대를 이끌며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제발 우리에게도 기회를 줘요. 마이클.”

“···후우,”

물론 카쟌 공략을 주도한 케이가 합류하면 성공 가능성은 대폭 올라가겠지만, 그동안 힘들게 준비해온 인피니티 공격대에게도 정당한 권리가 있다.

그래서.

“좋습니다. 일단 케이를 배제하고 레이드 공략해보죠.”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을게요.”

“만약 실패하면?”

“그땐 제가 먼저 케이의 합류를 요청할 겁니다.”

과연 성공할까?

그렇게만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후 있을 케이와의 협상에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고.

※ ※ ※

협박 소동은 일단락되었지만 최기병은 마음이 썩 좋지 못했다.

“우리가 할 일을 정규광 회장이 대신해주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최팀장님. 제가 이럴 줄 알고 국정원 캐비넷 자료 긁어왔습니다.”

히죽 웃으며 말하는 이필동.

“무슨 자료요?”

“그동안 조대만, 김윤명이 저질러 온 비리들, 쩔던데요?”

“···걔들이야 어떻게 되든 전 신경도 안 쓰입니다.”

그랬다.

최기병이 걱정하는 건 단 하나.

케이가 한국을 떠나지는 않겠다고 말해줬지만 믿을 수 있나?

옆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텐데.

그나마 기대가 되는 게 있다면···.

“미국에서 케이없이 침식지 보스 레이드 계획 중이라죠?”

“네. 기존 미국 용병 플레이어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해서.”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인피니티 공격대만으로 성공해 낸다면 케이에 대한 미국의 욕심도 다소 줄어들 터, 케이가 없어도 가능하니까 굳이 목맬 필요가 없지 않겠나?

그럼 케이는 다시 함께할 것이다.

한국 APS 공격대와 말이다.

하지만 최기병의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케이없이 시작한 미국 인피니티 공격대의 침식지 보스 공략.

아주 장렬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도 전멸이라는 결과로.

결국 미국으로선 케이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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