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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80화 (80/204)

< 글로리 오브 쓰론(3) >

미국으로 가는 방법은 당연히 비행기밖에 없다.

찬웅에게 여권과 비행기표를 건네주는 최기병.

“얼굴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가장 평범한 동아시아인 얼굴, 실제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얼굴도 가짜, 이름도 가짜, 국적도 가짜.

얼굴부터 바꾸자.

‘눈은 조금 작게, 옆으로 살짝 찢어서, 입꼬리는 내리고, 이마는 좁게···,’

찬웅은 여권 사진과 비슷하게 얼굴을 변화시켰다.

‘똑같네.’

인천 공항에서 달라스 포트워스 공항행 직항기를 타고, 그렇게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찬웅은 텍사스에 도착했다.

“어디서 왔지?”

“일본.”

“어디서 머물 거야?”

“친구 집에서, 주소는···.”

“일본엔 언제 돌아가?”

“이틀 후에.”

입국장에서 최기병이 가르쳐준 대로 무심하게 대답하는 찬웅, 번거로운 절차를 마친 후, 공항 라운지로 나왔다.

미국 측엔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최기병이 그렇게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허리띠에 포스를 불어넣고.

‘영어로 통역 좀 해주라.’

[언어 동시 통역 기능 작동합니다.]

미리 구입한 선불폰으로 마이클 피트의 전화번호를 눌러서,

“여보세요.”

- 누구시죠?

“케이입니다. 여긴 달라스 포트워스 공항이고요.”

- ···벌써 도착했습니까?

“현재 공항 라운지에 있습니다.”

- 당장 자동차를 보내겠습니다.

“아뇨. 농장 위치만 보내주세요. 제가 직접 갑니다.”

- 아, ···알겠습니다.

찬웅은 공항을 나와 한적한 곳에서 바이크를 꺼냈다.

잠시 후 도착한 마이클의 메시지, 농장이 위치한 주소였다.

'위치 안내 부탁해. 제일 빠른 길로, 농장 지형 파악해서 가장 쉽게 잠입할 수 있는 경로도 함께.'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텍사스 포스워스 남쪽 롱혼 팜으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빨리 처리하고 가자.

※ ※ ※

텍사스 포트워스는 옛 서부 시대의 분위기를 간직한 도시, 남쪽으로 광활한 평야가 있어 농장들도 많이 있다.

포트워스 외곽, 소 떼와 말이 뛰어놀아야 할 농장 주변이 총을 군인들과 장갑차, 탱크들로 가득했다.

글로리 오브 쓰론.

최근 나타난 신흥 종교의 본단이 있는 장소.

농장 안에 많은 사람이 인질로 감금되어 있었다.

비록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들도 미국 시민, 그래서 포위망을 형성한 걸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현장에 직접 나온 마이클 피트와 빌 크리스토퍼 FBI 국장.

“케이가 벌써 도착했나?”

“네, 공항이라네요. 농장 주소도 보냈고.”

“한국에서 출국하는 APS 각성 플레이어가 있는지 감시 중이었는데, 한 사람도 없었어.”

“당연합니다. 현재 한국 각성 플레이어들 모두 가상현실에 접속해있으니까요.”

“확실히 APS 소속은 아니군.”

“우현수, 고유섭, 마태길, 봉춘섭, 강찬웅, 민도연이 아닐 뿐이죠. APS에선 케이의 정체를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흐음, 그럼 계속 알아봐야지.”

마이클 피트는 가슴이 답답했다.

세계 최강의 군대, 최첨단의 무기들, 그리고 각성 플레이어들, 모두 다 모였지만 농장 안으론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었다.

게다가,

“농장 안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장 포위망을 풀지 않으면 10분마다 한 명씩 죽이겠다고.”

“이런 제기랄! ···포위망 뒤로 물러요.”

마이클의 의견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빌 FBI 국장.

“그건 안 돼! 놈들이 달아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하지만 인질들을 죽이는 걸 그대로 두고 볼 순 없지 않습니까?”

“결단을 내려야 해. 다소 희생이 생기더라도 강제 진압을···.”

“하아,”

어떡할까?

백악관에선 될 수 있으면 조용히 처리하길 원한다.

“그럼 포위망을 푸는 척하죠. 되도록 천천히. 케이가 오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끄응,”

마이클 피트는 다시 전화기를 들어 케이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뚜우, 뚜우,

하지만 신호음만 계속 들리고.

‘전화기를 꺼뒀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독불장군이군.’

자동차를 보내겠다고 했는데 그마저 거절했다.

‘잘 찾아올 수 있을지나 모르겠어.’

여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의뢰를 받아 작전을 수행하러 왔으면 현지 책임자들과 소통해서 협조를 받는 게 기본, 그래서 미덥지 않다.

‘매번 이런 식이었나 보네.’

소통이 안 되니까 APS에서도 통제를 포기했지.

아무리 각성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그들은 만능이 아니다.

자신들도 그걸 잘 알고 있고.

‘설마 혼자서 행동하려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일반인과 각성 플레이어들을 구별하려고,’

미리 명단을 준비해뒀다.

각성 플레이어로 의심되는 놈들과 일반인들의 사진.

이게 있어야 좀 더 정확한 내부 상황을 알 수 있을 텐데.

‘쯧, 괜히 불렀나?’

각성 플레이어라는 놈들이 다 그렇다.

힘에 취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놈들, 그런 점에서 빌런이나 각성 플레이어나 다를 바 없다.

‘두고 보자.’

얼마나 잘하는지.

솔직히 마이클은 큰 기대는 안 했다.

‘제발 들키지만 마라.’

인질들도 같은 편이 아니다.

이미 세뇌된 사람들.

절대 협조하려 들지 않을 터.

그래서 실패를 가정하고 진압 준비해야 한다.

※ ※ ※

농장 내부.

꽤 큰 저택 안에서 아바타 명 [빅크루거], 글로리 오브 쓰론의 교주, 스캇 딜런은 젊은 남자의 두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 마. 비록 세례를 받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저, 정말인가요, 교주님?”

“그래, 네게 안배된 다른 세상이 있어. 게임에서처럼 넌 그곳에서 다시 부활할 거고.”

스캇 딜런은 남자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랬다.

“의문을 갖지마. 믿음을 가져. 애초에 세례가 실패한 것도 네 믿음이 부족해서였어.”

“···죄송합니다. 레지키쓰론님이 절 용서해주실까요?”

“당연히! 그분은 관대하시니, 자, 이제 밖으로 나가.”

“으음.”

“그리고 놈들에게 보여 줘! 우리의 의지를.”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청년.

그리고 날카로운 쇠꼬챙이를 잡고 바깥으로 나갔다.

스캇은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아직 농장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주 방위군 군대.

쇠꼬챙이를 든 청년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 긴장하며 총기를 겨누고 있었다.

이윽고, 큰소리로 외치는 청년.

“레지키쓰론의 영광이 나와 함께하신다. 불신자들에게 저주를!”

청년은 쇠꼬챙이를 자신의 서슴없이 턱밑으로 찔러 넣었다.

푸욱!

인질이 또 자살하자 당황한 듯 허둥대는 군인들.

레지키쓰론께서 내리신 스킬, ‘용의 피어’

동화율과 반영률이 올라가면 피어 스킬은 한 단계 더 발전한다.

인간에게 공포감을 주는 동시에 ‘세뇌’의 효과도 발현하는 것, 스캇은 이걸 이용해 신도들을 세뇌했다.

지금은 다정한 말 몇 마디로 저렇게 자신의 목숨도 쉽게 버리게 할 수 있을 정도.

스캇은 로메오에게 말했다.

“슬슬 준비하자고.”

“아직 포위망이 완전하게 풀리지 않았잖아. 몇 명 더 죽여서 완전히 철수시킨 다음 결행하는 게 낫지 않아?”

아바타 명 [엘마타도르], 각성 플레이어이자 역시 군주의 사도인 로메로의 대답에.

“놈들은 포기하지 않을 거야. 희생을 무릅써서라도 진압하려 들겠지.”

“하아, 얼마나 공을 들여 마련한 근거지인데.”

“상관없어.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니까.”

“어디로?”

로메로를 바라보며 스캇이 제안했다.

“네 고향 어때? 로메로, 브라질 말이야.”

“괜찮지. 리우 빈민가가 이 텍사스보단 훨씬 나을 거야.”

“브라질에도 우리 사도들이 있을까?”

“글쎄, 텍사스에서 했던 것처럼 소문을 내면 찾아오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해서 왔잖아.”

텍사스에 ‘글로리 오브 쓰론’이란 종교 단체를 만든 것은 바로 스캇, 로메로도 SNS를 통해 이 단체를 알게 됐고, 곧바로 텍사스로 와서 스캇과 합류했다.

그렇게 합류한 사람들이 모두 11명.

그리고 종교 단체에 현혹되어서 온 일반인들을 선별해서 새롭게 만들어낸 사도들이 4명, 합쳐서 15명.

“인질들은 몇 명 남았어?”

“이 저택에 300명 정도, 사료 창고에 200명, 헛간에 200명, 한 700명 조금 넘을 거야.”

“폭탄은?”

“충분해. 이 농장을 불구덩이로 만들 만큼, 언제 터뜨릴까?”

“10분 후에.”

인질들이 갇혀있는 건물마다 엄청난 양의 폭탄들이 매설되어 있었다.

포위망이 느슨해지면 바로 폭탄을 터뜨린다.

그러면 아비규환의 현장이 펼쳐지겠지.

정부의 개들이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바로 탈출하면 그만.

절대 자신들을 막을 수 없다.

제깟 놈들이 군주의 사도들을 어떻게 당할까?

※ ※ ※

부우우웅!

빠르게 도로를 달리는 바이크.

농장이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스슥,

바이크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우웅,

은신막 발현.

‘여긴가?’

그런 것 같다.

이미 농장 전체에 퍼진 진득한 포스와 침식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각성 플레이어들은 몇 명이지?’

하나, 둘, 셋, 넷···, 열넷, 열다섯.

‘씨발,’

15명.

엄청나게 많다.

그것도 빌런 각성 플레이어들.

찬웅은 천천히 제일 가까운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부에서 인식되는 포스.

모두 합쳐 다섯 덩어리.

‘여긴 헛간인가?’

여기에 다섯, 그리고 사료 창고로 보이는 곳에 또 다섯, 마지막으로 저택에 다섯.

그럼 헛간부터.

찬웅은 살짝 열린 헛간 문을 통해 스르륵,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그 안엔 빌런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겁에 질린 채 떨고 있는 다수의 일반인들, 창백한 안색으로 죽은 듯 쓰러진 사람들도 있었고.

그랬다.

사람들이 죽어있었다.

그들 중엔 벌거벗겨진 여성의 시신도 보인다.

‘이 개새끼들이.’

각성 플레이어들이 그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샷건을 들고 낄낄대는 여러 명의 남자, 저들에게선 포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놈들은 일반인들, 자발적 참여자들.

‘빌런들은?’

저기 한 명, 저쪽엔 두 명, 그리고 일반인들 틈에 숨은 두 명.

미국이 요구한 건 농장 내부의 정보, 그걸 토대로 진압팀을 투입할 의도겠지.

과연 성공할까?

턱도 없다.

결국 인질들은 거의 다 죽을 것이다.

‘또  피를 봐야겠네.’

어쩔 수 없다.

자신이 그 멍에를 지지 않으면 누가 지나?

이제 응징의 시간이다.

※ ※ ※

헛간을 담당하는 각성 플레이어 로벤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얼마 전 레지키쓰론을 영접하면서 세례를 받고 난 후 얻게 된 각성의 힘,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아무나 힘을 받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헛간에 있는 놈들은 대부분 선택받지 못한 버러지들이고.

‘쓰레기들.’

바깥에서 군인들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지만 불안 따윈 조금도 없다.

인질을 방패 삼아 탈출하면 그만.

“헤헤, 로벤님. 여기 불···.”

철컥,

선택받지 못한 벌레 하나가 로벤의 담배에 불을 붙여줬다.

“탈출하면 어디로 갑니까? 저도 데리고 가 주실 거죠?”

“그래, 계속 말 잘 들으면.”

“헤헤.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어떻게든 엥겨 붙어 각성의 힘을 얻어 보려는 수작이 귀찮긴 하지만···, 로벤은 참아주기로 했다.

아직은 쓸모있는 도구니까.

“가서 괜찮은 년이나 한 명 끌고 와. 심심해서 몸이나 풀어야겠어.”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샷건을 들고 부리나케 뛰어가는 일반 신도.

마침 적당한 대상을 발견했는지 헛간 구석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풀썩,

그대로 쓰러졌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로벤은 깜짝 놀랐다.

‘습격?’

아니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쓰러진 놈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쌔근쌔근,

조용하게 자빠져 잔다.

“하, 이 덜떨어진 새끼가.”

이와중에 잠을 자?

이러니 군주님을 만나도 세례를 받지 못했지.

그런데 하나가 아니었다.

풀썩, 풀썩, 풀썩···,

그 자리에서 통나무처럼 말없이 쓰러지는 총 든 일반 신도들.

“···무슨?”

다 잠들었다.

갑자기 잠을 잔다고?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데···,

바로 그 순간!

팟!

로벤의 눈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동양인 한 명,

“어?”

콱!

뼈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가슴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격통.

“···끄억!”

로벤은 고개를 밑으로 내려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봤다.

‘···도끼?’

그리고,

서걱!

로벤의 시야가 암흑으로 변했다.

데구르르르,

헛간 바닥으로 굴러가는 로벤의 목.

찬웅은 멈추지 않았다.

바람길 산책 순간 가속.

스팟! 팟팟!

일반인들 틈에 숨어 당황하는 두 명의 각성 플레이어들을 한번에.

서걱! 서걱!

놈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도 몰랐으니까.

툭툭,

차례대로 떨어지는 목,

아직 두 명 더.

“너, 너는···,”

“뭐야?”

츠리리릿! 츠릿!

찬우의 손에서 포스 짙게 어린 도끼 두 개가 동시에 날았다.

비열한 습격.

아니 정당한 응징.

“킥!”

“아악!”

콰직! 콰악!

섬전처럼 쏘아진 두 개의 도끼는 아직도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두 명의 빌런들의 심장을 관통하고, 저절로 날아 다시 찬웅의 손으로 돌아왔다.

휘리릭! 휘릭!

눈 깜짝할 새 사망한 다섯 명의 각성 빌런, 그리고 슬립으로 재워버린 일반 빌런.

언제나 원칙은 지킨다.

빌런 각성 플레이어에겐 죽음을, 일반 범죄자에겐 법의 심판을.

찬웅은 인질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나가지 말고 조용히 기다려요. 군인들이 구하러 올 때까지.”

스스슷,

은신막을 발현하고 다음 건물로 이동.

빠르게 처리하자.

왕복 비행기표를 끊은 터라,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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