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78화 (78/204)

< 글로리 오브 쓰론(1) >

공격대 최종 생존자 21명.

딸기도 살았고, 최기병도 살았고, 또한 각성 플레이어 6명 모두 생존.

‘많이 죽었구나.’

그래도 핵심 인원은 살아서 다행.

나름 재능이 뛰어난 각성 플레이어와 딸기는 그렇다 치고 최기병까지 살아남았다.

아무튼 쓰러진 보스.

동화율과 반영률 돌파 메시지가 끝나고 난 뒤, 곧바로 다음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게임에 접속하고 있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메시지.

[카쟌 침식지 보스, 타락한 맹독 선인장이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플레이어와 대륙 주민들 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모든 물품을 일주일 동안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앞으로 더 질 좋은 아이템을 NPC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전체 공지니까 이 소식은 현실에서도 퍼져나갈 터.

그리고.

[두 번째 보스 공략을 축하드립니다.]

[공략 참가한 플레이어들에게 특별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정화된 지역에 1분 동안 주신의 축복이 내립니다.]

“엥?”

“와! 이런 거도 있었어?”

“대, 대박!”

“주신의 축복이다.”

하지만 겨우 1분.

“래, 랜덤 상자.”

“어? 나 코인 별로 없는데. 누, 누가 나 코인 좀 빌려줘. 두 배로 갚을게.”

“거래 걸지 마! 나 지금 바빠.”

“코인 좀 달라고!!!”

모두 정신없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멍하니 서서 랜덤 상자를 까는 사람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1분이면 상자 겨우 50개 정도 깐다.

그래서 찬웅도.

‘30,000 D코인으로 D박스 100개 구매!’

[D박스 100개를 구입하셨습니다.]

“오픈!”

[D박스에서 ‘가속의 물약’ 한 병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대장장이용 망치’를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진(眞) 상급 활력의 영약’ 한 병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진(眞) 사막 낙타 안심구이’를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찢어진 양피지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스킬 구슬 : 회피’를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진(眞) 상급 마정석’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진(眞) 정신 방어의 비약’ 한 병을 획득하셨습니다.]

.

.

.

‘미쳤구나.’

우수수, 떨어지는 진(眞) 아이템.

‘정신 방어의 비약이라, 새로운 거네.’

일단 축복이 떨어지면 사냥으로 얻은 코인인지, 거래로 얻은 코인인지, 아무 상관 없나 보다.

또한 찬웅에게만 축복이 적용되는 건 아니었다.

“아싸! 진(眞)이다, 진(眞)!”

“누굽니까?”

“저, 전데요.”

“계약 사항 아시죠?”

“···아!”

부산하게 움직이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최기병.

처음 용병 플레이어들이 가입할 때 계약한 조건.

APS 소속 직원이 기관 소유의 캡슐을 이용해 진(眞) 아이템을 획득하면 그것들은 모조리 국가로 귀속된다는 내용.

“제 허락 없이 로그아웃하지 마세요. 로그아웃해도 캡슐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자, 불러보세요. 획득한 진(眞) 아이템 종류와 개수.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보상 지급해 드립니다.”

어차피 APS 플레이어들이 접속하고 있는 장소는 연희동 본부.

이들이 로그아웃하면 아이템은 그곳으로 배달될 테니까.

‘불쌍하네.’

어쩔 수 없다.

월급을 주고 캡슐까지 제공하는 이유가 바로 그건데.

딸기와 찬웅은 제외되지만.

혜택은 진(眞) 아이템 말고도 더 있었다.

“티, 팀장님?”

“왜요?”

“저, 상태창이···, 조금 이상해서.”

“뭡니까?”

“반영률이라는 스탯이 새로 생겼는데.”

“···설마?”

반영률이라니.

“모두 상태창 확인해봅시다. 반영률 스탯 생성되신 분 손 들어주시고.”

“저, 저요!”

“저도···,”

“나도 생겼네?”

“전 아님.”

지금 이 순간 제일 바쁜 사람이 바로 최기병이었다.

진(眞) 아이템 체크하랴, 새로 각성한 인원 확인하랴···.

그러다가 갑자기.

“어···,”

우뚝 멈춰 섰다.

“팀장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아무 말 없이, ···팀장님? 팀장님!”

“아, 아닙니다. 아, 아무튼 각성하신 분들, 저하고 면담이 잡혀있으니 로그아웃하고 퇴근하지 마세요.”

최기병은 뭔가에 홀린 표정.

왜 저럴까?

진(眞) 아이템과 각성 플레이어가 대폭 늘어나서 그런 건가?

어쨌든 플레이어 대거 각성.

‘대단하네.’

찬웅도 솔직히 예상 못 했다.

‘이렇게까지?’

그럼 이걸로 끝인가?

‘대신전 초대권은···,’

그때였다.

[케이님께 헤스티아 성국에서 발송한 우편이 인벤토리에 도착했습니다.]

‘우편?’

그래서 확인해보니.

‘진짜 편지네.’

자필로 쓰인 성황의 편지였다.

내용은 침식지를 정화해준 이방인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내용, 거기에 은빛의 카드 같은 것이 동봉되어 있는데.

‘초대권이구나.’

모두 10장.

기한은 한 달 이내.

‘아직 시간 많이 남았고.’

초대권을 어떻게 할지 천천히 생각해보자.

물론 여기서 2장은 화정 그룹의 몫.

그때 찬웅의 눈에 저 멀리서 주저앉아 울고 있는 상큼한 딸기의 모습이 보인다.

‘울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케, 케이님!”

“왜···?”

“진(眞) 아이템 하나 뽑았어요.”

별일 아니네.

남들도 다 뽑았는데.

“하하하, 축하드려요. 뭐가 나왔나요?”

“진(眞) 상급 치유 물약.”

“···정말요?”

“네.”

우는 이유를 알겠다.

“그럼,”

“저 이제 저 완전히 나을 것 같아요.”

“빨리 로그아웃해서 택배 받아요. 받자마자 마시고.”

“그럴게요.”

찬웅의 권유에 딸기는 곧바로 귀환, 로그아웃했다.

‘나도 나가볼까?’

택배 많이 올 텐데.

하지만 그전에,

‘상태창.’

[이름 : 케이]

[직업 : 용병(랭커)]

[포스 : 8,400]

[액티브 스킬 : 비열한 습격(7단계), 바람길 산책(9단계), 별빛 가르기(9단계), 강타(5단계), 슬립(2단계)]

[패시브 스킬 : 방출(9단계), 듀얼 스트라이크(8단계), 마법 저항(5서클), 약점 포착(2단계), 고무 신체(3단계)]

[동화율 : 176%]

[반영률 : 55%]

동화율 10% 상승, 반영률도 6%나 올랐고.

현실에서 쓸 수 있는 포스의 양이 4,000을 넘었다.

동화율이 200%가 되면 어떻게 될까?

반영률 100%도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고,

‘그때 가면 알게 되겠지.’

아무튼 확인했다.

침식지 보스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

침식지 하나하나씩 정화하다 보면 언젠간 레지키쓰론도 죽일 수 있을 터, 물론 선인장 따위와 드래곤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차근차근 올라가면 돼.’

실제로 많이 올랐고,

로그아웃해서 택배나 받자.

※ ※ ※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 게임의 인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갔다.

실제 현실과 같은 가상에서 게임도 하고, 돈도 벌고.

용병 플레이어가 제일 코인을 많이 벌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직업들이 인기가 없는 건 아니다.

사실 게임의 목적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힐링이냐, 아니면 코인을 벌 목적으로 무시무시한 몬스터와 맞서야 하느냐.

게임 인구의 대부분은 힐링을 택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주요 관심은 용병 플레이어에 집중됐다.

그래서 이번 카쟌 침식지 보스 공략 성공 소식은 TV, 신문, 인터넷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속보! 카쟌 침식지 공략 성공>

<세계에서 두 번째, 한국인 플레이어들이 이뤄낸 쾌거>

<최초 공략된 폭풍 뒷발 광토끼와는 비교도 안 되는 난이도.>

<공략 성공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이번 공략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화정 그룹, 주식 상한가 행진.>

└ 국뽕 한 사발 주쇼. 주모 샷다 내려!

└ 역시 게임의 한국인 아니냐.

└ 소문으로 카쟌 침식지 오아시스에 1분 동안 주신의 축복이 내렸다더라.

└ 오! 그럼 진(眞) 아이템? 몇 개나 나올까?

└ 주신의 축복이잖아. 아마 수두룩하게 쏟아졌을걸?

└ 체력의 영약 먹고 싶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떠들썩했다.

그 와중에 침식지 공략 성공으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데는 바로 화정 그룹.

“으하하하!”

정규광 회장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통쾌한가?

2천만 코인이면 한화로 천억이 넘는 돈.

처음 투자를 결정하고 한국 경제인 연합 행사장에 나갔을 때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웃음의 눈빛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쯧쯧, 그 돈 버릴 거면 나한테나 주지.’

‘사내 유보금 다 털어 넣었지?’

‘어쩌자고 그런 짓을, 욕심이 너무 과했어.’

주주들도 불만이 많았다.

실패했다면 임시총회를 열어 자신의 해임안을 가결했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정규광은 옳았다.

오직 케이만 바라보고 밀어붙인 결과.

이제 확인해보자.

후원자로서 자식 둘을 공격대에 합류시켜 얻어낸 성과를.

“너희들도 상자를 구매했나?”

“···후방에 대기하고 있다가 메시지 듣고 급하게 달려가서 까긴 깠는데.”

“흐음, 처음부터 같이 합류했어야지.”

“그랬다면 죽어서 상자 꿈도 꾸지 못했을 건데요?”

“아무튼! ···나오긴 했어?”

“당연히 나왔죠.”

정규광의 아들, 정지혁이 슬며시 웃으며 돌덩이 두 개를 꺼냈다.

“하급 마정석 하나와 중급 마정석 하나, 총 2개 얻었습니다.”

“···으음.”

진(眞) 아이템 중 가장 수량이 많다고 알려진 마정석, 그래서 기대에 살짝 못 미치지만.

“수고했다. 지은이는?”

아까부터 커다란 가방 하나를 곁에 두고 있는 정지은.

“전 이거···.”

“음?”

방패였다.

거무틱틱한 철제 방패.

“아이템 정보도 직접 적어왔어요.”

“어디 보자.”

[진(眞) 충격 흡수의 철벽 방패]

[등급 : 영웅]

[장비 종류 : 방패]

[귀속 여부 : 거래 가능]

[장비 기술 : 충격 흡수 / 자동 복원]

“오!”

벌떡 일어나는 정규광.

무려 영웅이다.

“잘했다. 아주 잘했어.”

정규광은 상인 플레이어, 영웅 아이템의 가치를 모를 리가 없다.

“충격 흡수라···, 검증 해봤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준비해왔어요.”

정지은은 문 쪽을 향해 소리쳤다.

“들어와.”

그러자 큰 해머를 들고 회장실로 들어온 김철진 비서, 방패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대로 해머를 내려찍었는데···.

투웅,

“허허,”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혔다.

그러나 큰 소리도, 반동도 없다.

“여기 마법 문양 때문에 그런 거겠지? 마정석 가루로 그렸나?”

“네, 아마도.”

“일단 연구를 시작해 보거라.”

“바로 넘길게요.”

충격 흡수와 자동 복원을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화정 그룹은 재계 1위, 아니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마정석도 매입해볼까요?”

“그것도 그렇지만, 전기가 마정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지도 알아봐야지.”

“네.”

마정석은 현실로 따지면 일종의 건전지.

에너지 파장을 연구해서 전기 에너지로 마법 문양 작동을 할 수 있다면?

진짜는 아직 남았다.

“초대권은?”

“2장 배정하겠다고 약속해왔습니다. 일정을 잡아서 같이 대신전을 방문하기로 했고요.”

대신전에서 축복을 받으면 진(眞) 아이템은 또 몇 개나 나올까?

이번엔 물약 종류가 나왔으면 여한이 없겠다.

“혹시 다음 침식지 공략은 언제 하는지 예의주시해.”

“네.”

“케이가 참여한다고 하면 무조건 투자하겠다고 하고,”

“알았어요.”

정규광 회장은 속이 후련하다.

이 소식을 들으면 대현 그룹 표창주 회장의 표정은 어떨까?

‘클클클, 통쾌하군.’

다음 경제인 연합 모임이 기다려진다.

이참에 충격 흡수 기술을 적용해서 자동차 몇 대 생산해볼까? 마침 인수할 만한 회사도 있고.

※ ※ ※

워싱턴 백악관.

리얼(real) 아이템과 각성 플레이어 관리의 실무를 담당하는 마이클 피트 국무 차관보가 주재하는 회의.

“결국 성공해버렸군요. 공략 영상은 입수할 수 있습니까?”

“알아봤는데, 처음부터 찍지도 않았답니다.”

“후우,”

진짜 공략이 성공할 거라는 건 예상도 못 했다.

[케이]라는 플레이어의 저력을 몰라봤던 것이 가장 큰 실수, 이럴 줄 알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으로 데려왔을 것이다.

“케이의 정체는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까?”

“한국 측에서도 실제 신분을 모른다고 합니다. APS도, 국정원도, 청와대도.”

정말 게임 안에서만 접촉하는가 보다.

그럼 미국도 소통의 창구를 열어둬야 하는데.

“일단은 친구 요청부터 해보죠. 거기서부터 시작합시다.”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한국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애널서커]와 [로드오브게임]이 침식지 공략을 시도하겠답니다. 어떻게 할까요?”

“예산 지원 요청인가요?”

“그렇습니다. 현재 침식지 공략 성공으로 게임 속 NPC 상점가에 고급 물품들이 많이 풀렸다고 합니다. 중급 스킬 구슬에, 영웅급 장비도 가끔 나온다고.”

“코인 지원해 주세요. 우리도 성공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다음 안건,

빌 크리스토퍼 FBI 국장이 마이클 피트 차관보에게 말했다.

“마이클, 일전에 자네가 말했던 빌런 각성 플레이어들 꼬리를 잡은 건 같네.”

“네? 정말인가요, 빌?”

“이걸 보게.”

빌 FBI 국장이 건넨 자료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는 마이클.

“이건···, 종교 단체입니까?”

“그렇다네. 텍사스에 위치한 농장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사이비 종교 단체인데, 여기 그들이 사용하는 상징을 봐.”

희미하게 찍힌 사진에 나타난 상징.

“···용이군요.”

“맞네. 용이야. 그리고 이 단체의 이름은 글로리 오브 쓰론, 쓰론의 영광.”

“쓰론이라면···, 설마 레지키쓰론?”

“우리도 그렇게 보고 있네. 게임 속 그놈과 똑같이 그렸어. 그리고 각성 플레이어로 의심되는 놈들도 포착했고,”

“미친!”

한국이 흘린 정보가 사실이었나?

“대응은요?”

“주 방위군에 지원 요청했어. 각성 플레이어도 참여해야지.”

“···섣불리 접근하면 안 됩니다. 제가 한국 APS에 연락해보겠습니다. 군주의 사도라는 놈들이 사용하는 능력이 뭔지 확실하게 알아보고요.”

“알았네. 기다리지.”

사이비 종교 단체와 빌런 각성 플레이어, 끔찍한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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