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74화 (74/204)

< 카쟌 침식지 보스 공략(1) >

보통 대규모 레이드를 계획할 때 드는 비용 중 가장 많은 것이 인건비, 아무래도 용병 플레이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 확률이 올라가니까.

특히 동화율과 스킬, 아이템이 어느 정도 갖춰진 용병 플레이어는 몸값이 매우 높다.

하지만 APS에서 독자적으로 공략을 진행할 예정이라 인원은 150명으로 고정, 인건비는 굳었지만 대신 코인을 전력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

이를테면 아이템이나 스킬 같은 것들, 그리고 소모품.

결정권자들이 모인 긴급회의 자리에서 준비해온 자료로 발표를 진행하는 최기병.

“···해서 최소 예산 1,000만 D코인을 산정했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고요.”

참석자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1,000만이면 한화로 500억에서 600억 사이인가?”

“그것도 시세가 내려가서 그 정도잖아.”

“그동안 예산을 너무 많이 썼어. 더는 짜낼 곳도 없는데 말이야.”

“마른오징어도 물이 나온다지만, 이젠 안 돼! 여력이 없어.”

“아쉽지만 백지화하게.”

예상했던 일.

하지만 최기병은 이에 대비한 플랜도 준비해왔다.

“예산을 다른 곳에서 끌어오겠습니다.”

“음? 어디서?”

“민간 기업을 참여시키면···.”

“민간 기업? 그게 되겠나?”

“맞아, 걔들이 어떤 놈들인데,”

“일단 들어는 봅시다.”

“그래요. 최팀장, 좀 더 자세히 말해봐.”

대형 모니터에 자료를 띄우는 최기병.

딸각.

“아시다시피 진 아이템과 각성 플레이어의 존재에 대해 처음 인지한 국가는 바로 미국입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화면엔 영문 인터넷 사이트.

“레닷이라는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가상현실 게임이 출시되고 약 1년이 지날 무렵 하나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최초의 침식지 보스 레이드를 미국이 해보자는 내용.”

딸각.

“보시다시피 서로 참가하겠다는 용병 플레이어들의 리플이 많이 달렸죠. 그래서 엉성하지만 최초 침식지 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딸각,

다음은 게임 화면.

“총 침식지 숫자 256개, 목표는 가장 쉽고 무난하다고 평가받았던 코네타 왕국의 토끼굴 침식지, 보스는 폭풍 뒷발 광토끼.”

“저건···,”

“네, 아시다시피 공략된 보스입니다. 총 500여 명의 플레이어가 자발적으로 참여, 총 3시간의 사투 끝에 보스는 죽었지만 최종 생존자는 2명만 남았죠.”

“기억이 나는군. 한때 떠들썩했지.”

전멸의 순간에 가까스로 막타를 치고 살아남은 플레이어가 겨우 2명.

“그 두 명의 아바타 이름이 [애널서커]와 [로드오브게임]입니다.”

현재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 2명.

로그드라실 방어전 이벤트 때도 그 2명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었다.

각성 플레이어가 분명할 거라는 의심도 받고 있고.

“이다음부터는 공개되지 않은 사실입니다. 아는 사람만 알고, 또 확실하지도 않고요.”

“혹시 그건가? 성황의 축복? ···나도 들은 내용이긴 하네.”

“네, 맞습니다. 토끼굴 침식지 공략 성공 이후, 애널서커와 로드오브게임에게 헤스티아 성국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성황의 이름으로 된 대신전 초대 메시지였죠.”

“그렇지. 그때 초대된 사람들의 숫자가···.”

“총 7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살아남은 자 2명과 공략에 도움을 줬던 인원 중 5명을 선별해서,”

“으흠.”

그렇게 성황의 축복도 받고, 진(眞) 아이템도 뽑고 그랬다는 이야긴데,

그제야 최기병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표정들.

“헤스티아 성국 대신전 초대권을 대가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자는 이야긴가?”

“맞습니다. 사실 초대권이 아니라 진(眞) 아이템 뽑기 확정권이죠.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참가하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보스 공략 성공이 확실하게 보장되었을 때야 가능한 거 아니겠나.”

맞는 말이다.

최기병의 계획엔 맹점이 있다.

침식지 공략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끼굴 이후로 단 한 군데의 침식지도 공략된 곳이 없다는 사실, 토끼굴 침식지는 쉽게 설계된, 일종의 맛보기였다는 소문이 있었고.

“토끼굴과 비슷한, 혹은 약간 더 난이도가 있는 침식지 레이드가 수십차례 있었지. 국가 주도로 말이야.”

“네, 알고 있습니다.”

“모조리 실패였어. 500명이든, 1,000명이든, 심지어 2,000명이 달려들어도 실패, 그런데 고작 150명 공격대로 카쟌 침식지를 공략하자고?”

최기병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숫자는 문제가 아닙니다. 통제 안 되는 어중이떠중이들 모아봐야 오히려 불리하죠. 정예로 꾸린 150명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있나?”

“네!”

“그럼 추진해보게. 민간 기업 설득은 자네가 알아서 하고.”

최기병이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있었다.

오늘 아침.

테라퓨타에서 경험했던 사건 때문에.

그것이 바로 최기병이 가진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 ※ ※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연희동으로 출근한 찬웅이 중급 스킬 구슬과 상급 스킬 구슬을 대량으로 구할 수 있다고 말하자 최기병은 깜짝 놀랐다.

“스, 스킬 구슬을요? 아니, 중급은 그렇다 쳐도, 상급을?”

“네.”

스킬 구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용 스킬 구슬과 마법 스킬 구슬.

둘 다 마탑에서 생산하고 있다.

공용 스킬은 용병 플레이어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것들, 강타나, 패스트 워커, 소드 블레이드 등등.

스킬 구슬 아이템 정보에 등급이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진 않지만 암묵적으로 통하는 기준이 있다.

찬웅이 배운 걸로 예를 들면 ‘강타’나 ‘방출’은 하급, ‘듀얼 스트라이크’는 중급.

물론 바람길 산책이나 별빛 가르기는 등급이 없다.

전설이니까.

마법 스킬 구슬은 조금 특이하다.

다른 스킬들은 ‘성장형’인데 마법 스킬은 ‘고정형’.

3서클까지 하급, 4서클과 5서클은 중급, 그리고 6서클은 상급.

고정형이라 성장형보다 안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오산, 이미 성장이 필요 없는 완성된 스킬이라고 보면 된다.

7서클은 마탑에서도 생산하기 힘들다.

막대한 양의 상급 마정석과 긴 제련 시간이 필요하기에.

스킬 구슬의 가격도 무시 못 할 수준.

같은 등급이라도 천차만별.

하급이 최소 2,000에서 10,000 D코인.

중급은 최소 50,000에서 100,000 D코인.

그럼 상급은?

잘 팔지도 않고 랜덤 박스에서나 가끔 구할 수 있으니까 가격 산정이 되지 않지만 최소 100만 코인 선이라고 봐야지.

물론 케이가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상급을 어떻게 구하나?

“아하, 혹시 랜덤 박스를 대량으로 까실 예정입니까? 하긴 케이님이라면 상급 스킬 구슬을 뽑아낼지도,”

“아뇨, 그건 도박성이 너무 크죠.”

“그럼 어떻게?”

“마탑에서 직접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

잘못 들었나?

점점 더 점입가경.

마탑이라니,

그보다 랜덤 박스가 더 현실적.

게다가 케이가 마법사들과 충돌이 있었다는 소문도 그전에 들어 알고 있었다.

마법사들과 사이도 좋지 않을 텐데.

여전히 미심쩍은 최기병.

그래서 찬웅이 제안했다.

“저하고 마탑주 얼굴이나 보러 갈래요?”

“···네?”

“여기 캡슐 좀 써도 되죠?”

“다, 당연히 되죠.”

“30분 뒤에 그라운드 테라 용병 사무소 앞에서 봅시다.”

“어···, 네네.”

최기병은 찬웅의 말대로 30분 후 게임에 접속했다.

마법사들이 건설한 위성 도시 그라운드 테라.

그리고 저 먼 하늘에서 작은 점으로 보이는 테리푸타.

‘사람이 꽤 많네.’

플레이어들에게 인기 있는 도시니까.

용병용 스킬 구슬뿐만 아니라 비전투용 스킬 구슬도 생산하는 곳.

여기서 만들어진 스킬 구슬이 전 대륙으로 팔려나간다.

‘어디 있지? ···아! 저기 오는군.’

이쪽으로 걸어오는 케이의 모습.

대체 어떻게 플레이어 출입 금지 지역인 테라퓨타에 입성할 수 있다는 걸까? 그것도 마탑에.

그런데 바로 그때!

‘음?’

케이에게 접근하는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

‘저 새끼들은···,’

확실하게 국적을 명시한 듯한 노골적인 아바타 명들.

[대국56호], [대국94호], [대국77호], 그리고 [대국혼]

“진위앙, 이 개새끼가!”

놈이 케이를 만나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나.

[와치맨] 최기병은 서둘러 달려갔다.

그러자 들리는 대화.

“···과거 원한이 무슨 문제일까요. 중국으로 오시죠.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최기병은 케이의 앞을 막아서며 대국혼에게 쏘아붙였다.

“그만하지? 염치도 없이···, 우리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벌써 잊었나?”

“오! 최팀장도 있었군. 당신도 중국으로 건너와. 섭섭지 않게 대접해주지.”

“씨발, 꺼져!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그러나 진위앙은 신경도 쓰지 않는 투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케이에게 말했다.

“오시겠다는 말씀만 하시면 원하는 것이 뭐든, 반드시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케이를 노리는 건 중국뿐만이 아니었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갑자기 끼어들더니.

“안녕하십니까. 케이상! 일본 총리님의 특명을 받고 왔습니다. 오해 마십시오. 전 자위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일본에서 온 아바타 명 [건담전사].

“총리님의 메시지입니다. 코인이든, 현금이든, 최고 조건으로 케이님을 영입하겠습니다.”

그뿐인가?

미국도.

“미스터 케이, 맞죠? 반갑습니다. 아바타 명 [폴호프만], 그리고 실제 이름도 폴 호프만입니다. 미국 퓨처월드 대표고요.”

미 정부가 비밀리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

리얼(real) 아이템을 무차별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걸로 알려진 회사.

“우린 이미 준비가 됐습니다. 미스터 케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먼저 친구 추가를 요청합니다. 그러고 나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죠.”

미국이 왔다면 따라서 오는 국가도 있다.

“드디어 만났네요. 케이님. 저 [레드나타샤]라고 해요. 러시아 대사관으로 오세요. 전 거기서 접속하고 있어요. 실제 모습과 아바타를 똑같이 만들어서 딱 알아보실 거예요. 그럼 친구 요청?”

이렇다 보니 속이 바짝 타들어 가는 최기병.

갑자기 무슨 일인가.

이런 경우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하긴, 케이는 주머니 속 송곳이었다.

현실에서 그의 신분을 모르기에 망정이지 이미 알았다면?

또한 그럴 리 없겠지만 케이가 한국을 떠난다면?

‘절대 안 돼.’

케이에게 몰려드는 아바타들,

막으려고 해봤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밀려나기 일쑤.

그때였다.

저벅저벅.

용병 사무소 안쪽에서 걸어 나오는 일련의 마법사 무리들.

로브 표식을 보니 최소 5서클에서 6서클이었다.

“어?”

“흠,”

“에이, 씨···,”

모두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여기 그라운드 테라에서도 플레이어 간 분쟁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니까.

잘못하면 파이어볼이 머리 위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싸, 싸운 거 아닙니다.”

“맞아요. 그저 대화를···.”

“보셨죠? 무기도 안 들었잖아요.”

마법사들은 플레이어들의 변명은 듣지도 않았다.

아예 관심도 없었다.

그들의 눈빛은 오직 케이를 향해, 공손한 태도로 머리를 숙이고는.

“케이님, 오래 기다리신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뇨, 좀 귀찮은 일이 있었지만, 뭐, 이 정도는.”

“그러셨군요.”

매서운 눈초리로 플레이어들을 노려보는 마법사들.

꿀꺽,

플레이어들은 긴장했다.

동시에 경악했다.

이방인 천대로 따지면 엘프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오만한 마법사들이 이방인에게 존대를?

“저희가 대신 처리해드릴까요?”

“그럴 필요까지야.”

“네, 그럼.”

화려한 로브에 6개의 원이 그려진 마법사가 품에서 황금색 카드 하나를 꺼냈다.

“지시하신 대로 부유왕국 테라퓨타의 출입증 한 장 더 가지고 왔습니다. 이건 누구에게.”

“여기 와치맨에게 주세요.”

“네.”

마법사가 최기병에게 다가와 출입증을 건넸다.

찔끔하며 허둥지둥 카드를 받아드는 와치맨 최기병.

마법사를 대하는 케이의 태도는 너무 자연스러웠다.

“마탑주님은?”

“케이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요? 빨리 가죠.”

“워프 게이트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벙찐 표정의 플레이어들.

테라퓨타 출입증을 받은 것도 모자라, 마탑주를 만난다고?

‘미, 미친!’

‘플레이어 맞아?’

‘아니, NPC라도 저건 아니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과연 케이가 플레이어가 맞을까?

혹시 NPC는 아닐까?

그것도 굉장히 높은 신분의,

예를 들어 카시우스 제국의 황태자 같은.

그러나 머리 위 이름표는 그가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그 와중에 최기병은 고개를 돌려 타국의 플레이어들을 바라보았다.

씨익,

득의만면한 미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최기병이 승리자였다.

그러나 그도 걱정이 태산.

이미 시작됐다.

케이에 대한 영입 전쟁이.

무조건 막아야 하고.

한국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아무튼 최기병은 마탑주를 만났다.

뭐,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긴 하지만.

그리고 확신했다.

캬잔 침식지 보스 공략은 무조건 성공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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