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73화 (73/204)

< 레이드, 한번 해봅시다. >

작전은 종료됐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 썩 매끄럽지 못했지만 첫술에 배가 부를 리 있나. 차곡차곡 경험이 쌓이면 APS 각성 플레이어 요원만으로 임무를 수행할 날이 있겠지.

조구만, 추민열 사살.

백상억도 사망으로 처리.

시체는 찾지 못했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찬웅이 최기병에게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줬으니까.

톡톡.

함께 서울로 복귀하는 헬기 안에서, 남들 몰래 스마트폰 메시지로 최기병과 대화하는 찬웅.

[최기병] : 백상억이 아바타처럼 가루로 변했다···, 정말이지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만 안 믿을 수도 없고.

[강찬웅] : 조구만 시신은 어떻습니까? 침식의 기운이 발견되지 않았나요?

[최기병] : 네, 우리 능력으론 판별하기 힘듭니다. 우현수씨와 마태길씨에게 따로 물어봤지만 침식의 기운 같은 건 느끼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현재 포스와 침식을 판별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오로지 찬웅뿐, 그래서 딱히 증거가 없다.

바디캠을 달고 나갔으면 증거 영상이라도 남았겠지만···,

‘다음부터는 영상으로 남겨봐야지.’

아무튼 경고가 필요하다.

[강찬웅] : 침식 문제는 되도록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최기병] : 네.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강찬웅] : 청와대요?

[최기병] : 그쪽으로 쥐새끼들이 많거든요. 보고서가 올라가면 최소한 미국, 중국, 일본은 그 내용을 알게 될 겁니다.

그거야 찬웅도 알고 있지만.

[강찬웅] : 아직 스파이들 찾아내지 못했나 보네요.

[최기병] : 뭐, 안 한 겁니다. 의심 가는 인물도 예전에 파악해 뒀고.

[강찬웅] : 그런데?

[최기병] :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요. 이렇게 알려야 할 정보는 진짜로 흘리고, 알려져선 안 될 정보는 거짓으로 가공해서 흘리고, 이게 더 효율적이더라고요.

[강찬웅] :  ···.

어떻게 보면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정보전은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되고.

하지만 찬웅에게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다.

현재 APS 소속 각성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너무 낮다.

‘아무리 힘을 조절해도 내가 너무 돋보이잖아. 어느 정도 비슷해야 이중 신분도 의미가 있지.’

돋보이면 귀찮아진다.

그럼 게임 외적으로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그동안 각성 플레이어를 너무 아끼고 돌았다.

이해는 간다.

게임 안에서 죽기라도 하면 손실이 크니까.

동화율 하락과 반영률 하락이라는 리스크.

그래서 안전한 지역에서 쉬운 몬스터만 사냥하면서 조심조심 플레이.

일반 플레이어들을 동원해 몸빵 해주기, 버스 태우기, 경험치 떠먹여 주기 등으로 온실 화초 키우는 것마냥 관리해왔다.

이러니 발전이 있을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강해지고 싶으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 해야 한다.

그래서 찬웅은 최기병에게 제안했다.

[강찬웅] : 폭렙 한번 해봅시다. APS 소속 플레이어들 전부 모아서.

[최기병] : ···일반 플레이어도 말입니까?

[강찬웅] : 당연하죠. 다 함께!

[최기병] : 파티 사냥이라면 숫자가 너무 많은데요? 비효율적 아닙니까?

[강찬웅] : 파티할 거면 이런 제안은 안 하죠.

[최기병] : 그럼?

[강찬웅] : 공격대, 침식지 보스 레이드 말입니다.

[최기병] : 헐···.

침식지 보스라니.

슬쩍 얼굴을 돌려 찬우의 얼굴을 확인하는 최기병.

정말 진심이냐고 묻는 듯했다.

고개를 끄덕여주고.

[최기병] : 침식지 어디요? 혹시 로그드라실?

[강찬웅] : 설마요. 도마뱀 새끼는 아직 무리입니다.

[최기병] : 그럼 어디···,

[강찬웅] : 카쟌 침식지, 비교적 약하다고 평가받는 보스, 타락한 맹독 선인장.

[최기병] : 아···.

최기병도 안다.

화정 그룹 정규광 회장이 밑천을 대고, 한국의 세화 길드가 용병 플레이어들을 모집해서 공략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 해보고 어이없이 전멸해버린 보스.

[최기병] : 약하긴 하다지만 ···될까요?

[강찬웅] : 되도록 해봐야죠. 그러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최기병] : 준비하는데 코인이 얼마나 들겠습니까?

[강찬웅] : 전에 정규광 회장에게 들었는데 200만 코인을 예산으로 잡았더라고요. 근데 200만은 좀···,

[최기병] : 네, 턱도 없죠. 최소 1,000만 코인은 되어야지. 무조건 예산 따오겠습니다.

[강찬웅] : 예산 나오면 저한테 이야기해주세요. 준비는 제가 할 테니까.

[최기병] : 네!

만약 레이드가 성공하면 1,000만 코인 따윈 아무것도 아니다.

얻어지는 과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로그드라실 웨이브 방어전만 해도 그랬다.

단순히 막아내기만 했는데도 엄청난 양의 진(眞) 아이템들이 풀렸고, 각성 플레이어도 많이 늘었다.

그리고 찬웅에게도 좋은 기회이고.

‘한탕 땡겨보자.’

진(眞) 아이템이든, 코인이든.

그리고 동화율과 반영률 돌파도.

※ ※ ※

APS 소속 인원들이 모두 연희동 본부에 모였다.

첫 작전 기념 회식이라는데 빠질 수도 없고.

“자, 마음껏 드세요. 당분간 게임 안에서만 만나길 바라면서.”

“네, 그래야죠.”

“오늘 마음껏 먹고 내일은 휴가입니다.”

모두들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빌런들은 엄청나게 강한데 그에 대항하는 자신들은 약하니까.

앞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계속 군대가 나서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

군도 한계는 있다.

이번 빌런들이 은신한 장소가 도심에서 벗어난 변두리 지역이었고, 미리 얻어낸 정보로 포위망을 형성할 수 있어서 군사 작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돌발 상황이라면?

변두리가 아니라 도심 한복판이라면?

그래서 군부대의 포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

결국 각성 플레이어가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하고.

그때,

회식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환기시키는 최기병.

“여러분에게 말씀드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

“네?”

“무슨···,”

“아직은 확실하게 결정된 사항이 아니지만···, APS에서 독자적으로 레이드를 계획 중입니다.”

레이드라니,

“레이드···, 설마 침식지 보스 레이드?”

“맞습니다. 일반 플레이어, 각성 플레이어, 열외 없이 참가하는 대규모 레이드.”

“어, 어딜?”

“결정되면 말씀드리죠.”

최기병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무조건 시도할 생각.

예산이 확보되지 않더라도 한다.

대기업에서 스폰서라도 받으면 되지 않나.

“아! 말씀드릴 게 하나 더 있네요.”

“뭐죠?”

“우리 APS에 신입이 들어와서 소개해 드리려고,”

“오! 누군데요?”

“들어오시죠.”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여자.

키도 크고, 늘씬하다.

모자를 눌러썼지만 하관만 봐도 미모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

새로 들어온 신입 각성 플레이어가 모자를 벗고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민도연입니다. 아바타 명은 [롤리롤리팝]이고요.”

삽시간에 조용해진 회식 현장.

누구라고?

“미, 민도연?”

“···설마 ”

“아니겠지, 아닐 거야.”

“자, 잠깐! 아! 오늘 만우절이네.”

“와! 만우절, 그렇구나. ···그런데 장난 스케일이 너무 큰 거 아닙니까? 닮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민도연씨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최기병이 나섰다.

“진짜 민도연씨 맞습니다. 천만 영화배우, 한류스타, 그 민도연씨요.”

“···어.”

“아···,”

“민도연씨가 각성 플레이어?”

“네, 맞아요.”

“맙소사!”

“싸, 싸인 좀.”

“저도요.”

“조, 종이가 없는데, 옷에다가···.”

회식 자리가 난리 났지만 찬웅은 심드렁했다.

한번 봤던 사람이라 그런가?

뭐, 케이로서 만난 사이지만.

찬웅이 그녀에게 궁금한 건 딱 한 가지.

재능, 용병 플레이어로서의 재능, 그것뿐이었다.

아무튼 천천히 준비해보자.

내일 게임에 접속하면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테라퓨타.

브랜달은 열심히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 ※

그라운드 테라.

[대국혼], 중국 상하이 각성 플레이어 관리청장 진위앙은 답답했다.

여기온지 벌써 이틀째, 하지만 [케이]라는 아바타는 보지도 못했다.

만나야 군불이라도 지피지.

그냥 철수 할까?

요즘 그라운드 테라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급하게 알아본 결과 저 위, 테라퓨타에서 권력 암투가 벌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 마법사 NPC들이 부유 도시로 소환되었고.

‘그거야 나하고는 상관도 없고.’

그렇다.

마탑에 문제가 생기든 말든 그게 플레이어와 무슨 상관인가.

사실 플레이어들이 듀플렉스 대륙에서 못 가는 곳은 없었다.

저 부유 도시를 제외하고는,

각 나라의 왕궁을 비롯해, 카시우스 제국 황궁, 헤스티아 성국 대신전, 로그드라실. 마키나 공화국의 마공학 연구소 등등, 다 열려 있었지만 여전히 불친절하게 닫힌 곳이 바로 저기 테라퓨타.

솔직히 진위앙도 가보고 싶다.

마탑, 마탑, 소문만 들었지.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갑자기 헐레벌떡 달려오는 상하이 관리청 플레이어.

“진위앙 청장님!”

“응? 케이를 찾았나?”

“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만···,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들어와서 보고드리려고 왔습니다.”

“말해봐.”

“조만간 상급 스킬 구슬이 곧 상점에 풀릴 수도 있답니다.”

진위앙은 깜짝 놀랐다.

“···뭐? 상급 스킬 구슬?”

“네, 마탑에서 상급 스킬 구슬 생산 라인을 복원했다는 풍문이 돌고 있습니다. 의뢰 공헌도에 따라 구매 자격이 주어진다고.”

세상에!

상급 스킬이라니.

재능을 제외하고 이 지랄맞은 가상현실 게임에서 강자가 되는 조건을 열거하자면 4가지 정도, 동화율 3할, 아이템빨 3할, 스킬빨 3할, 나머지 1할은 운빨.

NPC가 운영하는 상점에서 팔고 있는 스킬 구슬은 거의 하급, 간혹 중급을 팔기도 하지만 상급이 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급 이상은 랜덤 박스를 까야 나온다.

극히 희박한 확률로.

그런데 상급이 상점에 풀릴 수도 있다고?

‘선점해야겠군.’

여기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상급 스킬을 배우면 상급 몬스터 사냥이 쉬워진다.

그러면 동화율과 반영률이 빨리 오르고, 각성 플레이어들은 더 강해진다.

코인도 그렇다.

사냥으로 획득한 코인으로 랜덤 상자를 까야 진(眞) 아이템 획득 확률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변했지? 마탑의 정책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유는? 알아봤나?”

“마탑주가 바뀌었답니다. 기존 마탑주 세력이 물갈이되고 신임 마탑주가 권력을 잡았다던데···, 상당히 진보적인 인물이라고 들었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특이점이 생겼다.

테라퓨타는 이 가상현실 안에서도 비중이 큰 세력 중 한 곳.

마법사들의 고향, 대륙 유일의 마탑이 위치한 곳, 플레이어에게 필수적인 스킬 구슬도 그곳에서 생산된다.

새로운 마탑주를 만날 기회가 있을까?

그럼 상급 스킬 구슬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텐데,

워낙 거물급이라 얼굴도 보기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보면 좋겠는데, 테라퓨타로 입성할 방법 어디 없나.’

※ ※ ※

찬웅은 마탑 최상층, 탑주 집무실에서 신임 마탑주 브랜달을 만나고 있었다.

“어려운 점은 없어?”

“할만해요.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하긴, 마탑의 임시 제어 권한을 가진 브랜달, 그 막강한 힘 앞에선 나이도, 서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마탑의 주인인 찬웅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터라, 누가 실질적인 권력자인지 마법사들도 잘 알고 있었다.

뭐, 브랜이라는 칭호도 받은 후계자이니 정통성도 있고.

“마탑은 잘 제어되고 있지?”

“정말 신세계에요. 마탑의 숨은 기능이 이렇게나 많았는지 처음 알았어요. 마법 연구도 매우 안정적이고, 작업 효율도 몰라보게 뛰어나서···,”

잔뜩 신이 난 브랜달.

잘하고 있나 보다.

“···그래서 부유석 문제도 해결되었으니 곧 테라퓨타를 이방인들에게 개방할 예정이에요.”

“오! 개방? 언제?”

“지금 당장은 어렵고, 또 개방한다고 해도 아무나 안 들이고, 공헌도 점수에 따라서···, 여긴 좁잖아요.”

“하하, 그래야지. 그럼 내 공헌도는?”

“만점이죠.”

분위기 좋다.

슬슬 본론을 꺼내 볼까?

“마탑주님.”

“···으음, 왜요? 갑자기 존대를,”

“용건이 있어서 그렇습니다만.”

“어, 무슨?”

“스킬 구슬이 많이 필요합니다. 되도록 중급 이상으로.”

“아! 스킬 구슬요?”

“···어, 중급은 아무래도 어렵겠지? 마법 서클로 따지면 5서클 급.”

그러자 씨익 웃는 브랜달.

“준비해드릴게요. 마탑이 정상화되어서 충분히 가능해요.”

“오! 그럼 상급도 돼?”

“상급은···, 아시다시피 많이는 안 돼요. 극소량이면 몰라도,”

“가격은?”

“당연히 공짜죠. 이제야 부유석 빚을 갚게 되었네요.”

“···개수가 좀 많은데?”

“상관없어요. 100개든, 200개든, 영혼을 갈아 넣어서라도 맞춰볼게요.”

“그럼 상급과 중급 섞어서 150개만 부탁해.”

“넵!”

찬웅도 씨익 웃었다.

스킬 구슬 받아서 최기병에게 넘겨야지.

물론 코인은 제값으로 받아 따로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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