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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72화 (72/204)

< 공식 작전(3) >

최기병은 작전용 차량에서 모니터로 전투 장면을 관찰하는 중.

APS 소속 각성자들의 가슴에 달린 바디캠이 생생한 현장 모습을 여과 없이 송출하고 있었다.

콱!

푹!

‘됐어!’

한 놈 잡았다.

프로필에 나온 얼굴과 대조해보니 조구만, 팔성파 행동대장으로 각성 플레이어 의심을 받고 있던 인물, 경찰들이 부산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조직원들을 찾아내 확보한 정보였다.

처음 우현수와 마태길이 잘 싸우다가 허둥지둥 몸이 굳어버렸을 때 전신의 모골이 송연했다.

왜 피하지 않지?

아군이 더 유리한데, 2명이 연합해서 공격을 쏟아붓고 있는데, 수적 우세에도 겁에 질렸나?

놈의 손에 들린 회칼, 거칠게 피어나는 포스.

최기병은 눈을 질끈 감을 뻔했다.

위에서 찬웅이 번개처럼 떨어져 내리기 전까진 말이다.

‘아무튼 한 놈 처리했고.’

찬웅이 없었으면 둘 다 죽었을 것이다.

데리고 오길 천만다행.

그 과정에서 기존에 알던 케이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다.

다음은?

아직 못 찾았나?

‘케이, 아니 찬웅씨는···,’

옥상이구나.

어느새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현장을 관찰하고 있는 찬웅.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첫 작전이라 썩 만족스럽지 않다.

조금 전에도 희생이 생길 뻔했으니.

‘아직은 부족해. 좀 더 준비가 필요하겠어.’

각성 플레이어는 아껴야 한다.

그래서 최기병은 군 작전 지휘관에게 무전을 날렸다.

“현 시간부터 작전권을 특전 부대에 넘기겠습니다.”

APS 요원들에게도.

“군대에 맡기고 일단 뒤로 빠지세요. ···아! 괜찮습니다. 그 정도면 됐어요. 무리하지 마시고.”

그나저나 궁금하다.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민도연의 심정이 어떤지.

“어때요? 우리가 하는 일이 저겁니다. 감당할 수 있겠어요?”

그녀는 조용했다.

그러다 입술이 슬며시 열리더니.

“두 명인데···,”

“네?”

“제가 전에 진술하지 않았나요? 이홍종, 그 새끼의 눈을 쳐다보면 몸이 굳어버린다고, 아마도 게임 속에 나오는 스킬 같다고, 그런데 저놈도 똑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네요.”

“···아, 으음, 네, 기억납니다.”

“대비할 수 있었어요. 사람의 눈이 머리 뒤에도 달린 건 아니잖아요. 동시에 앞과 뒤를 바라볼 수 없는데, 그럼 한 명은 앞에서, 또 한 명은 뒤에서 진형을 유지했다면?”

“···.”

최기병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이 백번 천번 맞다.

브리핑 때 언급은 했지만 너무 급하게 작전에 투입해 미처 전략을 짜두지 못한 것이 실수.

“그래도 기습이 먹혀 다행이네요. 저 사람이 제때 와서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민도연의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왠지 가슴이 뛴다.

마치 게임 속에서 파티를 맺어 침식지 몬스터를 토벌하는 기분?

‘APS 각성 플레이어라,’

못할 것도 없다.

“혹시 장비 같은 거도 줘요? 저 메이스 같은 거.”

“으흠, 네, 소속 각성 플레이어에게 무기와 방어구, 소모품도 지급할 예정입니다.”

무기도 있고, 방어구도 있고, 파티원도 있고.

현실이나 게임이나 뭐가 달라?

“그럼, 저 할게요.”

“네?”

“한다고요. APS 각성 플레이어.”

최기병은 한숨을 쉬었다.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차라리 민도연이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어쩌겠나?

본인이 한다고 하는데.

※ ※ ※

추민열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움직이면 바로 표적이 되고 만다.

아마도 조구만이 먼저 뛰쳐나갔을 것이다.

성질이 급할뿐더러 멍청하기까지 하니,

‘무조건 뒈질 거야.’

추민열은 탈출할 자신이 있었다.

나이는 자신이 가장 어리지만 이미 중학생부터 잔뼈가 굵었다.

편의점 털이, 빈집털이, 퍽치기까지.

물론 경찰에 잡힌 적도 많다.

그러나 촉법소년으로 고작 보호처분, 그것도 눈물을 쏟으며 반성하는 척하면 아동 복지 시설로 이관되고.

적당히 시설에서 지내다 다시 탈출해서 하던 일 그대로 계속하고.

그렇게 살아왔다.

가출팸을 관리하면서 미성년자들을 성매매시키고 일 년에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린 적도 있었다.

그걸로 캡슐도 사고, 게임도 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럴만한 힘과 자신도 있고,

‘이건 게임 같은 거야.’

타타탕! 탕탕!

바깥에서 울려 퍼지는 총소리.

기회가 왔다.

‘일단 후문 쪽으로.’

총소리가 정문 방향에서 들려 왔으니 관심이 그쪽으로 집중되겠지.

추민열은 다람쥐처럼 건물 뒷벽을 타고 내려갔다.

‘여기도 있을지 모르니까 빠르게···.’

하지만,

화악!

대낮같이 밝아지는 현장.

“넌 포위됐다. 손들고 투항하라!”

“에이씨···.”

추민열은 포스를 두 다리에 집중시켰다.

동시에 피어 발산.

“내가 잡힐 줄 알아? 머저리들아!”

순간!

콰콰콰콰쾅!

추민열의 전면, 그리고 오른쪽, 왼쪽, 부채꼴 방면에서 굉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이 일어났다.

“끄아아아악!”

M18A1, 크레모아 지뢰.

폭발과 더불어 수천 개의 쇠 구슬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피어는 생명체에게 적용되는 스킬, 크레모아가 공포를 느낄 리 없다.

쾅쾅! 콰콰쾅!

이윽고 연기가 걷히고,

“···씨, 씨이발.”

비틀비틀.

크레모아 폭탄을 온몸으로 맞고도 아직 살아있는 추민열, 독기 가득 서린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

‘···미친!’

군 작전을 책임지는 지휘관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저게 정말 인간인가?

괴물들이라고 말은 들었지만···.

살려두면 안 된다.

저놈이 탈출해서 민가에 숨어들면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까.

“끝내버려.”

타앙!

그러자 저 멀리서 들리는 단 한 발의 총성.

퍼억!

총알은 추민열의 가슴을 관통했다.

장갑차도 뚫어버린다는 30mm 대물 저격총에서 발사된 탄환이었다.

※ ※ ※

찬웅은 옥상에 있었다.

포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건물 안에서 아직 나오고 있지 않은 두 개의 포스 덩어리.

직접 처리할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건 오지랖, 뒤에서 빠져있다가 위험하면 슬쩍 도와준다.

그 와중에 포스의 기운 하나가 살금살금 움직이고 있었다.

탈출하려는 모양, 방향은 후문.

어떻게 대응할까?

방금처럼 각성 플레이어가 나서나?

그때였다.

콰콰콰콰쾅! 쾅쾅! 콰콰쾅!

후문 쪽에서 들리는 화끈한 폭발음.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

군이 직접 개입했다.

총알이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니 더 큰 화력으로.

‘···후우, 대단하네.’

저 정도면 5서클 쉴드도 그냥 깨부술 터.

아무리 각성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당해낼 수 있을까?

‘나도 장담할 수 없어.’

바람길 산책, 순간 가속으로 벗어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

저것도 군이 보유한 무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 방법이 있다면 처음부터 맞서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음?’

건물 안에 남아있던 나머지 포스의 기운도 몰래 움직이고 있었다.

폭발이 일어난 틈을 이용하려는 모양.

‘이 새끼들 의리라고는 하나도 없네.’

조폭이 원래 그렇다.

의리, 의리, 밥 먹듯 외치지만 막상 이런 일이 닥치면 서슴없이 이용하고 배신하는 놈들이다.

‘방금 도망친 놈이 백상억인가?’

그런 것 같다.

포스의 기운도 꽤 짙고, 또한 도망치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그때 찬웅의 귓가에 묵직한 총성이 들려왔다.

타앙!

그러자 후문에 있던 포스 덩어리가 사라졌다.

‘···죽었구나.’

아마 추민열이라는 아이겠지.

맞다. 아직 어린 나이.

아직 20살도 안 된 19살 각성 플레이어.

입맛이 쓰다.

누가 저 애를 저 지경까지 만들었을까?

그냥 평범한 범죄자였다면 저렇게 비참한 죽음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 도망가는 백상억의 나이도 고작 20살.

이게 다 게임 속 그 이상한 도마뱀 새끼 때문이다

대체 놈의 목적은 뭘까?

NPC 주제에 왜 현실에 개입하려 하는 거지?

휘익!

놈은 건물을 빠르게 벗어나고 있었다.

케이가 나서야 할 때.

찬웅은 가슴팍에 달린 바디캠을 뜯었다.

옥상 바닥에 던져두고.

스르륵,

은신막 발현.

팟!

순식간에 펼쳐지는 순간 가속.

팟팟팟팟!

점멸하듯 움직이는 찬웅의 신형.

일단 백상억을 잡고 보자.

※ ※ ※

부산은 바닷가지만 거의 산지나 마찬가지.

그래서 이름에도 산이 들어간다.

따라서 도망칠 때가 많다.

일단 산을 타면 도망가는 건 식은 죽 먹기.

탈출에 성공한 백상억은 안심했다.

험준한 산속,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아무도 쫓아오지 못한다.

‘흐흐, 멍청한 새끼들.’

이제 다 끝났다.

바다를 건너는 것만 남았다.

놈들은 자신이 어디로 갈 것인지 모를 터.

계속 움직였다.

지체하면 안 된다.

그때!

츠피릿!

파악!

눈앞에서 어떤 물체가 빠르게 날아와 옆 나무에 박혔다.

“어···?”

백상억은 나무에 꽂혀있는 물건을 자세히 살폈다.

‘도끼 같은데,’

어디서 날아온 거지?

이 근방엔 인기척이라고는 없다.

쑥!

도끼자루를 잡아 손으로 쑥 뽑아,

“오! 이거 괜찮네.”

손가락으로 도끼날을 쓸었다.

스윽,

그러자 손끝에 맺히는 피.

“와···,”

베인다고?

그 단단한 용의 피부가?

이제 알겠다.

평범한 도끼가 아니다.

진(眞) 아이템이다.

어떤 멍청한 놈이 이 보물을 집어 던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곧 모습을 보이겠지.

그런데?

팟!

“헉!”

화들짝 놀라는 백상억,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남자.

“너, 넌···,”

찬웅은 조용히 말했다.

“내가 말이야, 깡패들 서열 다툼 같은 건 하나도 신경 안 써. 지들끼리 죽이든 살리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무, 무슨 개소리야?”

“널 살려줄 수도 있다고.”

뒹굴뒹굴 눈동자를 돌려가며 주변을 살피는 백상억.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요즘 회의감이 살짝 들어. 계속 이 짓을 해야 하나? 좀 전에도 어린 애가 죽는 걸 봤단 말이야. 추민열, 너도 알지? 아직 19살이잖아.”

백상억은 대답하지 않았다.

주위에 더 이상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이놈만 죽이면?

“될 수 있으면 안 죽이려 하는데···. 솔직하게 말해봐. 네가 살 수 있는 기회니까. 레지키쓰론, 그 도마뱀 새끼가 너희 같은 놈들을 만들어내는 목적은?”

“뭐?”

그걸 어떻게 알았지? 설마 이홍종 그 새끼가···.

“나참, 보자 보자 하니까.”

훌렁,

백상억은 웃통을 벗었다.

양아치들의 흔한 패턴.

문신은 없었다.

대신 몸통 가득 돋아난 용의 비늘, 동시에 놈의 눈이 세로로 찢어졌다.

“감히 그분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 넌 이 자리에서 죽는다. 그것도 갈기갈기 찢어서,”

“또 그거냐? 누가 도마뱀 쫄따구 아니랄까 봐, 눈알도 닮았구나.”

“···왜?”

“그 스킬이 만능일줄 알았어?”

백상억은 당황했다.

피어가 안 걸린다고?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기술인데.

“그리고 들고 있는 도끼, 내 거야.”

휘릿!

“어?”

도끼가 저절로 움직인다.

그러더니 저놈의 손으로 쏙.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백상억.

보통 놈이 아니다.

이홍종도 저놈이 죽였나?

“자, 잠깐! 자, 자수하겠다.”

“자수?”

“항복, 항복한다고,”

백상억은 즉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뒤로 돌렸다.

“그래? 뭐, 좋아. 그럼 말해 봐. 레지키쓰론이 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세상에 너희 같은 사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건 우리가···, 우리가, 그분께 받은 사명은···,”

점점 잦아드는 목소리.

잘 안 들린다.

그래서 찬웅은 백상억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더 크게.”

“···사도의 사명은,”

츠팟!

백상억의 허리춤에서 찬웅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섬뜩한 날붙이.

“널 죽이는 거다! 병신 새끼야!!!”

하지만 찬웅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덥썩!

회칼을 든 백상억의 팔을 붙잡고,

퍽!

도끼를 놈의 가슴팍에 아주 얕게 박아넣었다.

“악!”

“쉿! 조용조용,”

“아파···.”

“조금만 참아. 내가 해 볼 게 있어서 그래.”

“자, 자수한다고.”

도끼를 통해 백상억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는 포스.

“끄아아아악!”

테라퓨타 지하 비고에서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능력.

자신의 포스가 침식당한 브랜데인의 기운을 먹어 치우며 소멸시켰던 그때.

그의 영혼을 해방시켰던 그 힘.

“머, 멈춰! 제발 멈춰.”

과연 현실에서도 적용될까?

적용된다면 굳이 죽일 필요가 없다.

침식의 포스만 삭제하면 그걸로 끝.

우우웅!

찬웅을 통해 주입되는 포스가 점점 많아졌다.

“허어어헉!”

찌직, 찌지직!

된다.

놈의 몸통에서 용의 비늘이 사라지고 있었다.

더불어 세로로 찢어진 놈의 눈도 정상으로.

“키익, 큭, 크윽.”

느껴지는 침식의 기운도 점점 옅어지고.

우우우웅,

‘이거 가능하겠는데?’

그러나.

쩍!

“음?”

쩌저저저적!

스스스스슷!

먼저 백상억의 왼쪽 팔부터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스슷, 스스스스스,

그리고 왼쪽 다리도, 오른팔, 오른 다리, 하반신에, 상반신.

“···.”

스스스스,

머리까지.

스스스스,

머리카락 하나 없었다.

“하아,”

남은 건 놈이 가지고 있던 소지품들,

찬웅은 그중에서 스마트폰만 챙겨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백상억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

그런데 아바타처럼 가루가 되었다고?

점점 게임과 현실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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