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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71화 (71/204)

< 공식 작전(2) >

악인이 선을 이기고 득세하는 건 그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다.

세상에 똑똑한 악인은 없다.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악당들.

보통 사람들이라면 쉽사리 결행하지 못하는 일을 서슴없이, 그리고 잔인하게 해치우기 때문에.

즉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할 양심 따윈 조금도 없다.

백상억도 그랬다.

은퇴한 팔성파 옛 오야붕 생일 파티에 백상억은 혼자 난입해서 현 조직의 보스와 행동대장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

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라 몸통에서 목을 잡아 쑥 뽑아버렸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회칼이 백상억을 난자했지만 용의 피부가 흠집이나 날까?

그 후로 몇 놈 더 죽였다.

아주 잔인하게.

그렇게 백상억의 전신이 피로 흠뻑 젖어버리자 생일 파티 현장은 조용해졌다.

뒤를 이은 용의 피어.

피어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난 뒤에 시전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팔성파 조폭들은 백상억에게 굴복했다.

그로써 조직을 장악하고, 마약을 풀어 자금 마련하고, 구역을 넘보는 타 조직원들 제껴 세력을 넓히고···,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쭉쭉 성장하고 있던 조직이 한순간에 와해될 지경.

이홍종이 사망하고 나서부터였다.

놈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팔성파를 탈탈 털기 시작했다.

백상억은 자신의 부하들과 같이 부산 변두리 5층짜리 주류 유통업체 건물에 숨어있었다.

경찰 수사가 점점 좁혀오자 피신한 곳이 이곳.

‘멍청한 새끼, 깝치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

같은 각성 플레이어지만 이홍종은 하나를 더 가졌다.

자신은 깡패, 놈은 재벌 3세, 다 가진 새끼가 허무하게 죽었다.

‘경찰뿐이 아니야. 정부도 개입한 거 같은데.’

그럼 자신이 각성 플레이어라는 걸 알아차렸을 터, 그렇다면 더 이상 이 땅에서 살 수 없다.

어떻게 국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수는 있을까?

일단은 피해야지.

국가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기를 때까지.

그래서 일본에 연락을 취했다.

그곳엔 게임상에서 만난, 또 다른 레지키쓰론님의 사도가 사는 곳.

답장은 바로 왔다.

국적이 달라도 같은 뜻을 품고 있는 동지에게서 은신처를 마련해주겠다는 메시지.

‘오늘 밤에 뜨면 그만이야.’

그동안 이홍종과 자신이 발굴해서 세례를 받게 한 각성 플레이어가 2명, 자신까지 모두 3명, 일본에 가서도 충분히 세력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제기랄!’

현재 그를 괴롭히는 건 딴 게 아니다.

게임.

당장 게임에 접속할 수 없다는 고통.

‘조금만 기다리자.’

여기 조용히 숨어있다가 새벽이 되면 움직인다.

게임은 일본에 가서 하면 되고.

팔성파 행동대장 조구만이 백상억에게 말했다.

“형님, 일본보다는 차라리 다른 도시로 뜨는 게 낫지 않습니까?”

“왜?”

“영 성미에 안 맞아서, 우리가 뭐가 무서워서 달아나야 합니까. 경찰 놈들 기껏해야 권총이나 들고 올 텐데, 오는 족족 대가리 따버리죠.”

올해 27살의 조구만은 백상억보다 나이도 많고 조직 내 서열도 높았지만 꼬박꼬박 형님이라 부른다. 이 바닥에선 강한 놈이 형님이니까.

팔성파 간부 중 한 명이자 마약 유통 책임자인 추민열이 조구만의 말에 딴지를 걸었다.

“구만이 형님, 우리가 경찰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잖아요. 괜히 설치다가···.”

“뭐? 설쳐?”

“말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분 말씀 잊으셨어요? 드러내지 말고 세력을 키워라.”

“이 새끼가···. 누굴 바보 취급하나. 한판 뜰까?”

19살의 추민열은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가출팸 우두머리 출신으로 누구보다 잔인하고 음험했다.

조구만과 추민열 모두 백상억의 심복이자 각성 플레이어.

“모두 그만해. 이미 결정한 사안이다. 우린 일본으로 간다.”

“네. 따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백상억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고작 경찰들을 무서워해야 할 지경이라니,

하지만 군대가 개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무기가 총만 있나?

그때였다.

더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자동차 엔진음.

각성 플레이어의 청각은 남다르다.

“음?”

“···어.”

“무슨 소리지?”

한밤중.

이곳 주류 유통업체는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어,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니다.

“혹시···.”

백상억은 재빠르게 창문 밖을 주시했다.

어둠 사이에서 희끗희끗 보이는 움직임.

“경찰?”

“네? 어, 어디···, 맞네! 씨발 새끼들이, 어떻게 알고.”

“형님, 어떡하죠?”

이게 다 이홍종 그 새끼 때문.

애초에 그놈을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일은 벌어졌다.

“형님! 까짓거 정면 돌파합시다.”

“정면 돌파?”

“셋이 뭉치면 무서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백상억은 고민했다.

각각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힘을 합쳐 상대할 것인가?

“정면 돌파는 위험합니다. 저 새끼들이 총만 가지고 왔을까요?”

“민열아, 너 쫄았니?”

“구만이 형님은 미사일이나 폭탄 맞고 살 수 있습니까? 그리고 각성 플레이어가 우리뿐만은 아닐걸요?”

“···.”

맞는 말이다.

현대 화기 앞에서 뭉쳐서 버티는 건 자살행위.

또 어떻게 죽었는지 알진 못하지만 자신만큼이나 강한 이홍종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그래서 백상억의 판단은 빨랐다.

“각자도생한다. 알아서 따돌리고 일본으로 건너와.”

“네!”

“일본에서 보죠.”

팟! 팟! 팟!

그렇게 백상억과 조구만, 추민열은 각각 세 방향으로 흩어졌다.

※ ※ ※

APS 각성 플레이어팀이 탄 헬기는 목표 지점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착륙했다.

헬기가 여기 오는 동안 찬웅은 몰래 APS와 국정원, 경찰 전산망을 해킹해 팔성파 조직에 관해 알아보았다.

시간이 제법 걸렸다.

먼저 백상억.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팔성파 보스로서 최소 10건 이상의 살인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파악되며 폭력과 협박, 납치, 강간···.]

더 들어 볼 것도 없다.

죽일 놈이니까.

다음은 각성 플레이어로 의심되는 조직원.

백상억을 제외하고 2명 더.

기존 팔성파 조직원들을 직접 취조해 얻어낸 따끈따끈한 정보였다.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각성 플레이어 의심자 조구만은 팔성파 행동대장으로서 최근 ㅇㅇ동 재개발 반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폭력과 방화, 살인을 지시한 정황이 있으며···.]

이 새끼도 죽여야 할 놈이고.

‘다른 한 명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각성 플레이어 의심자 추민열은 가출팸 리더 시절 미성년자 성매매 강요, 감금, 절도 등의 전과를 가진 인물로서 최근 팔성파 간부에 발탁돼 마약을 유통하는 총책임자···.]

‘후우,’

죽일 놈이 너무 많다.

‘케이로 올 걸 그랬나?’

일반 범죄자였다면 경찰에 맡겨버리면 그만이지만 이놈들은 각성 플레이어, 유치장에 가두어 둘 수도 없다.

하지만 이왕 결정한 거, 강찬웅으로서 놈들을 처리한다.

되도록 티 안 나게, 적당하게 힘을 사용해서.

놈이 숨어있을 거라 예상되는 건물 전체에 이미 포위망이 완성되어 있었다.

“현 시간부로 실탄 사용 허가합니다. 방탄복 방검복 착용하시고 진입 준비하십시오.”

최기병은 찬웅에게도 권총 한 자루를 건넸다.

“여기, 이걸 쓰세요.”

“아! 괜찮습니다. 한 번도 안 쏴봐서···.”

군대도 안 다녀왔는데.

맨손이면 충분하다.

찬웅의 역할은 백업 대기 요원.

어쩔 수 없다.

APS 소속 우현수, 고유섭, 봉춘섭, 마태길, 이 4명은 게임 안, 혹은 현실에서 손을 맞춰온 파티원들, 찬웅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터라 포지션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찬웅에게 그게 더 낫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작전 시작합니다. 생포보다는 사살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그냥 죽이라는 말이었다.

※ ※ ※

조구만은 바깥 동태를 살폈다.

생각 같아선 앞을 막는 새끼들 모조리 찢어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가고 싶지만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판국.

될 수 있으면 조용히 빠져나가자.

창문을 열고 벽면을 타고 조심조심 내려와 땅에 착지했는데···.

“응?”

조구만은 목격했다.

자신의 몸에 점점이 찍힌 붉은 점을.

“무슨···.”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레이저 조준 장치인가?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들켰다.

“좆까!”

파밧! 파바바밧!

조구만은 일단 달렸다.

포위망이 아무리 촘촘하다 한들 각성 플레이어를 막을 수 있을까?

“발포해!”

타타타탕! 탕! 탕!

쏟아지는 총알 세례.

그러나,

티팅! 티티팅! 몸에 적중하고도 튕겨 나가는 총알.

특전사 군인들은 깜짝 놀랐다.

총알이 박히지 않아?

괴물들이라고 미리 언질은 받았지만···.

“사격 중지.”

여기서부터는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다.

조구만도 괜찮지 않았다.

용의 피부로 인해 총알이 관통하지는 않지만 충격은 그대로 전달됐다.

아프다는 말.

“이익, 제, 제기랄!”

하지만 계속 달렸다.

언젠간 반드시 갚아준다.

다시 돌아와 경찰이든, 군인이든, 정치인이든 모조리 죽여준다.

순간!

“어딜 가?”

어느새 조구만의 앞을 막아선 우현수와 마태길.

“이 병신 새끼들은 또 뭐야?”

싸울 때가 아니다.

그래서 바로 방향을 꺾었는데.

휘릿!

“···음?”

어느새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

“니들 혹시···,”

“보자, 얼굴이···, 조구만? 존만이 맞지?”

확실하다.

각성 플레이어.

자신과 마찬가지로 포스를 사용하는 놈들.

스르렁!

조구만은 허리춤에서 시퍼런 회칼을 꺼내 들었다.

“···국가 소속이야?”

“그래, 넌 깡패고,”

“낄낄낄, 좆도 아닌 새끼들이, 국가의 개 노릇이 좋냐?”

“양아치보다는 나아.”

결심했다.

도망치기 전에 죽이고 간다.

“니들은 배때기 안의 내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못 봤지? 내가 오늘 구경시켜줄게.”

우현수도 군용 단검을 뽑아 들었다.

“양아치 새끼가, 누구 앞에서 칼을 들어?”

“군바리였구나. 좋아! 죽여주지.”

팟! 파밧!

눈에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격돌하는 두 명의 플레이어.

챙! 채챙!

조구만이 세례를 받아 총알도 안 박히는 용의 피부를 받았다지만 우현수의 단검도 포스가 짙게 어려있었다.

확실히 우현수의 단검술은 일반 조폭들이 엉망으로 휘두르는 그것과는 달랐다.

서걱! 서거걱!

단검에 의해 온몸이 베이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조구만.

갑자기!

퍼억!

“큭!”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마태길이 갑자기 달려들어 은빛 찬란한 메이스로 조구만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죽어!”

진(眞) 아이템 레어 등급 [홀리 메이스]의 모조품, 중국 각성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던 걸 최기병이 현장에서 수거해서 APS 각성 플레이어들에게 나눠준 무기였다.

“비, 비겁하게!”

“같잖은 소리 마라. 설마 일대일로 붙을 줄 알았어?”

퍼억! 퍽퍽!

막 후려치고 있었지만 메이스에 실린 힘과 빠르기는 범상치 않았다.

마태길도 재능있는 각성 플레이어니까.

또한 사도 플레이어들의 약점은 침식의 기운이 섞인 포스.

일반 플레이어와는 천적 관계, 그것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러나 조구만도 남다른 것이 있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주어진 용의 힘.

“이 개자식들아!!!”

조구만의 눈이 세로로 찢어졌다.

용의 눈동자,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게 원초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피어.

“헉!”

“아!”

순간 우현수와 마태길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감히 군주의 선택을 받은 이 몸에 상처를 입혀?”

저벅저벅,

회칼을 들고 다가오는 조구만.

하지만 우현수와 마태길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놈의 눈동자.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대, 대체 무슨 스킬이지?’

이제야 기억난다.

이홍종과 함께 있었던 목격자의 진술.

놈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공포감에 휩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내용.

하지만 단순히 겁에 질려 그런 걸로 생각했는데.

지이잉,

포스가 잔뜩 어려있는 회칼이 우현수의 눈 가까이 다가온다.

“버러지 같은 새끼들, 편히 죽지 못하게 만들어 줄게. 눈알을 파버려서···,”

그러다 갑자기 우뚝, 멈춰서는 조구만.

‘뭐지?’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

조구만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눈에 보이는 건···,

‘신발 밑창?’

근데 왜 저게 위에서···.

“어?”

쐐애액!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찬웅.

콱!

동시에 조구만의 머리를 밟아 눌렀다.

푸욱!

몸은 땅 위에, 머리는 땅속 깊이 박혔다.

사시나무 떨듯 경련하더니 이내 추욱, 움직임을 멈춰버린 조구만.

“···.”

“차, 찬웅씨?”

“괜찮습니까?”

“네, ···네,”

우현수는 내심 놀랐다.

강찬웅이 실력 있는 사람이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백제 호텔 옥상에서 중국 플레이어와 사투를 벌이면서 스스로 증명해냈으니까.

강하다.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

최팀장이 신입 강찬웅을 애지중지 관리하는 이유를 알겠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

‘케이와 비교하면 누가 세지?’

그러나 우현수는 속으로 픽 웃었다.

어떻게 감히 케이와 비교해?

케이는 보통 각성 플레이어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다.

그가 나섰다면 이미 상황을 끝났을 터.

“빨리 다음 놈 잡으러 가죠.”

찬웅은 살짝 고민했다.

‘너무 과했나?’

급박한 순간이라 그냥 힘으로 찍어눌렀는데.

하지만 스킬도 안 썼고 무기도 꺼내지 않았으니까.

이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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