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70화 (70/204)

< 공식 작전(1) >

연희동 APS 본부.

이홍종이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의 포렌식이 완료됐다.

그걸 토대로 얻은 정보.

각성 플레이어로 의심되는 놈의 신분.

그런데 좀 특이하다.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물어오는 우현수.

“팀장님, 사실입니까? 각성 플레이어라는 건 그렇다 치고, 백상억 이놈이 부산 팔성파 보스라고요?”

“경찰 말로는 몇 주 전에 조직 위계에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흐음, 이거 웃기네요. 겨우 20살밖에 안 되는 하부 조직원이 팔성파를 집어삼켰다니···, 뭐 각성 플레이어라면 일도 아니었겠지만.”

부산에서 가장 큰 폭력 조직인 팔성파.

오래된 조직이고, 따라서 위계질서도 엄격하다.

아무리 두각을 나타낸들 칼받이나 다름없는 애송이가 조직을 장악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

하지만 각성 플레이어에겐 너무나도 쉽다.

“놈이 조직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종자만 15명이 넘습니다.”

“어디다 파묻었겠죠. 조폭 새끼들이 하는 짓이 뻔하지.”

“실종자 대부분 폭력 전과가 있는 놈들이지만 그 중엔 팔성파가 관리 중인 유흥업소 종사자 여성들도 3명이나 있어요.”

“하아! 미친 새끼네. 경찰은 뭐 했답니까?”

“증거가 없었으니까요. 솔직히 경찰이 수사 못 했던 것이 다행이죠. 만약 경찰들이 나섰다면···.”

피해가 더 커졌을 터.

아무튼 증거는 충분하다.

이홍종의 휴대폰에서 서로 연락한 정황도 있었고 둘이 나눈 메시지도 확보했다.

내용은 주로 ‘후보를 찾아냈다.’ ‘게임 안에서 만나자.’ ‘세례 완료.’

뭐 이런 내용인데···, 이걸 감안하면?

“팔성파 조직안에 백상억 말고도 다른 각성 플레이어가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총출동해야겠네요. 유섭이하고 같이 작전 준비하겠습니다.”

“네, 빠르게, 자칫하다간 놈들이 숨어버릴 수도 있으니.”

“그럼 신입도 데리고 갑니까? 강찬웅씨 말입니다.”

“글쎄요.”

여기서 선택해야 한다.

강찬웅이 작전에 투입되면 케이는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반면 케이가 나타나려면 강찬웅은 빠져야 하고.

‘참가하더라도 자유롭게 풀어두는 편이 좋아.’

최기병이 조용하게 고민하자 아무것도 모르는 우현수가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면 빼도 되고요. 능력이야 확실하겠지만 무리하면 안 되죠.”

“일단 얘기는 해보겠습니다.”

그때였다.

지이잉,

최기병의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진동음.

못 보던 번호인데.

- 최기병씨?

“누구신지?”

- 저 민도연이에요. 지금은 대현 병원이고.

“흐음, 제가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렸나요? 어떻게 알고.”

-  ···지금 이 자리에서 그걸 말하긴 곤란하고, 제가 전화한 이유는 저 고백할 게 있어서요.

“···.”

최기병은 잠시 침묵했다.

고백이라, 뭐 남녀 사이의 그런 고백은 분명 아니겠고.

“그 사건과 관련된 겁니까?”

- 비슷해요. ···근데 저 각성 플레이어예요.

“네?”

무슨 소리지?

- 저 각성한 지 한참 됐어요. 그 당시에도 그랬고요.

민도연이 각성 플레이어라,

“지금 그걸 밝히시는 이유는?”

- 제가 협박을 받고 있어서요. 아들이 죽었다고 제게 따지러 온 재벌 회장님이 여기 계신데···.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거기 계세요.”

최기병은 전화를 끊고 외투를 입었다.

“팀장님? 어디 가시는지···,”

“병원에 갑니다. 우리 사건과 관련된 목격자분이 입원한,”

“아하, 그분? 무슨 일인데요? 혹시 다른 증언이?”

“HTS 그룹 이복동 회장이 찾아왔다던데.”

“이복동?”

우현수는 고개를 갸웃하다.

“아하! 그 이홍종 아버지죠?”

“네. 지 아들 누가 죽였는지 알아내려고 하나 봅니다.”

“이 미친 영감탱이가 간땡이가 부었나? 저도 빨리 가죠. 목격자분 위험하겠네.”

“아뇨, 저 혼자 처리 가능합니다. 현수씬 출동 준비나 해주십시오. 빨리 다녀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진짜인지 가서 확인하면 안다.

최기병은 요원들을 데리고 한달음에 대현 병원으로 달려갔다.

입원실에 들어가 보니 이복동은 이미 민도연에게 제압당해 있었다. 경호원인듯한 두 사람도 쓰러져 있었고.

먼저 이복동에게 다가가서.

“이복동 회장님?”

“누, 누구?”

“정부에서 나왔습니다.”

“오! 자, 잘 왔네. 여, 여기 이년이야! 이년이 아들을 죽였어. 당장 잡아가!”

“···후우.”

최기병은 이복동에게 바짝 다가가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대체 뭐 하는 수작질입니까?”

“···수작이라니.”

“경찰에서 보호하는 목격자에게 접근하는 거 불법인지 몰라요?”

“아, 아니, 이년이 내 아들을 죽였다고.”

“우리가 바본 줄 압니까? 민도연씨는 범인이 아닙니다.”

“자넨 잘못 알고 있어. 보통 여자가 아니야. 이년은···.”

“압니다.”

“뭐?”

태연하게 말하는 최기병.

“한 가지 더 알려드려요?”

“무슨···,”

“설사 민도연씨가 이홍종을 죽였더라도 그녀는 무죄가 될 겁니다. 국가에서 직접 보호할 거고요.”

“···어.”

이복동은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쩌려고? 재벌기업 회장이 그렇게 대단해? 세무조사부터 검찰 조사까지 탈탈 털어줄까? 모든 국가사업에서 HTS 그룹은 아름도 못 올리게 만들어 줄 수도 있어.”

“대,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긴, 평범한 기업가분이 뭘 알겠습니까? 아무래도 현실을 알려드릴 필요가 있겠군요.”

최기병은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는 걸 확인하고,

“자, 받아보세요.”

“···어디?”

“청와대, 비서실장입니다.”

꿀걱!

이복동은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시오. 그, 그렇소. 나 이복동이오.”

복잡한 일은 비서실장에게 넘겨버린 후, 최기병은 민도연 앞에 섰다.

“민도연씨?”

“빨리 오셨네요.”

“거두절미하게 묻겠습니다. 각성하신 거 맞습니까?”

“그래요. 이 방 상황 보면 다 아실 텐데.”

“제 명함은 그 사람에게 받았고요.”

“맞아요. 그 사람.”

민도연의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이미 마음을 굳힌 터.

아역 때부터 지금까지 연예계가 그녀의 터전이었다.

다른 삶은 꿈도 꾸지 못했다.

병원에 있으면서도 했던 생각이라고는 퇴원 후 스케줄은 어떻게 될까? 얼마 전에 상영한 영화는 관객 수가 얼마나 나올까? 다음 작품을 뭘 할까?

영영 이 바닥은 못 벗어날 거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삶을 살아볼 기회가 찾아왔다.

평범한 건 아니지만···, 괜찮겠지.

“제게 연락을 했다는 건···, 앞으로 각성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들립니다만, 그렇게 판단해도 되겠습니까?”

“그래요.”

“할 수 있겠습니까?”

최기병은 신중했다.

국가 소속 각성 플레이어가 부족하다지만 아무나 막 영입할 수는 없는 노릇.

민도연은 여자.

그리고 현 직업은 배우.

과연 그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성차별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각성 플레이어들 중 여성의 비율은 극히 낮다.

왜?

애초에 용병 플레이어 중에서 여성이 별로 없으니까.

“위험한 일입니다.”

“각오하고 있어요. 제 신변 보호만 확실히 해준다면요. 배우는 계속할 겁니다. 하지만 APS 활동은 비밀로 해주세요.”

그건 어렵지 않지만.

“좋습니다. 제안 하나 하죠.”

“무슨···?”

“오늘 밤 APS 소속 모든 각성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작전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요? 저보고 참여하라고요?”

“천만에요. 저와 같이 가셔서 안전한 곳에서 참관해보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최소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나서 그다음에 결정을 내리세요.”

민도연은 잠시 생각하다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자세한 건 본부로 가서 말씀 나누죠. 비밀 유지 서약서도 쓰셔야 하니까.”

막상 보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이번 작전은 다소 위험할 테니까.

※ ※ ※

찬웅은 한숨 자고 일어났다.

거실로 나가서 커튼을 걷자 쏟아져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좋다.’

새집에서 맞이하는 아침, 아니 벌써 오후 1시,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쐴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 집이 얼마짜리인데, 웬만하면 집에 오래 있어야지.

혼자 있어도 좋다.

집이 넓으면 다른 걸로 채워 넣으면 되고.

이참에 TV나 바꿔야겠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네.’

밥이나 먹을까?

그래서 배달 대행업체에 식사를 시켰지만···.

‘배달이 안 된다고?’

왜 그런지 알아보니 보안이 철저한 고급 빌라라 배달도 경비실까지만 허용된단다.

‘차라리 나가서 먹는 게 낫겠어.’

그런데 막상 나가려고 하니 귀찮다.

결국 냉장고에서 전에 사뒀던 즉석식품으로 대충 때우고 침대에서 빈둥빈둥.

‘게임이나 할까?’

요즘 통 침식지 사냥터를 나가지 못했다.

그럼 쓰나?

몬스터도 잡고 상자도 까고.

찬웅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톡톡,

[케이] : 뭐 하세요?

바로 답장이 왔다.

[상큼한 딸기] : 아! 저 운동 중이에요. 한강 변에서.

[케이] : 아! 방출 스킬 연습하시는 중?

[상큼한 딸기] : 네! 포스 운용이 제법 많이 나아졌어요. 저 지금 걷고 있어요.

[케이] : 그래요? 더 열심히 하시면 뛸 수도 있을 겁니다.

[상큼한 딸기] : 저, 케이님은 언제 접속하시죠? 지금이라도 접속할까요?

[케이] : 아닙니다. 오늘은 좀 쉬려고요. 접속하면 따로 메시지 드릴게요.

[상큼한 딸기] : 넵!

운동하는 사람 방해할 수도 없고.

혼자 접속하면···.

‘아니야. 맨날 게임만 하고 살면 안 되지.’

그래, 이참에 조금 쉬자.

그런데 바로 그때!

띠링!

스마트폰으로 문자 하나가 왔다.

‘음? 본부에서 온 건가?’

- APS 소속 플레이어 전원 소집 요망. 작전 계획 브리핑 예정. 장소는 연희동 본부. -

동시에 뒤를 이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 찬웅씨는 쉬어도 됩니다. 제가 팀원들에게 따로 말해 둘게요. -

‘흐음,’

어떡할까?

어차피 케이가 아닌 APS 소속 강찬웅으로 외부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신분.

그럼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해내야지.

‘먼저 알아보고 가자.’

아마도 클럽 룸에서 죽은 이홍종의 스마트폰에서 단서를 찾아냈나 본데.

자신도 가지고 있는 자료.

‘이홍종의 폰에서 나온 단서는?’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이홍종이 소유하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부산에 거주하는 팔성파 조직원 백상억과의 메시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주 내용은 군주, 사도, 각성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거구나.’

그래서 답장했다.

- 저도 가겠습니다. -

※ ※ ※

찬웅은 바이크를 타고 연희동으로 갔다.

처음엔 감을 잡지 못해 바이크 운전을 조금 헤맸지만 곧 익숙해졌다.

위치는 알고 있지만 낯선 건물이라 걱정했는데, 건물 정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최기병.

“이쪽으로,”

“네.”

“상황이 변했습니다. 현재 목표 대상의 위치가 밝혀져서 바로 치려고요.”

“아!”

“시간이 없어서 헬기로 이동할 겁니다. 거기서 다시 브리핑할 테니 자세한 건 그때.”

“네, 그렇게 하죠.”

“그리고···.”

할 말이 더 있는 듯 잠시 주저하다 말을 이어가는 최기병.

“민도연씨 아시죠?”

“알고 있어요. 혹시 그녀가 연락을?”

“네, 각성 플레이어라고 알려왔습니다. 간단한 조사 결과 진실로 판명되었고요.”

“그런데 왜?”

“민도연씨가 이번 작전 참관할 겁니다. 그러고 나서 영입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아!”

이해했다.

아직 미덥지 못한가 보다.

그래도 클럽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보면 머리는 좋아 보이던데.

찬웅은 최기병과 함께 헬기장으로 이동했다.

이륙 준비를 끝마친 헬리콥터, 올라타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어이, 찬웅씨, 현실에서 보는 건 처음이죠? [재능만점축케] 우현수인데.”

“반가워요. 저 아시죠? [잠수군바리] 고유섭.”

“어서 오십시오. [봉선미] 봉춘섭입니다.”

“[칼리파] 마태길입니다.”

이들이야 처음이겠지만 케이로서는 이미 만났던 자들.

“네, 현실에선 처음 뵙겠습니다. ···[먹튀왕트롤러] 강찬웅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조용히 앉아있는 한 명의 여자.

‘민도연.’

그녀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민도연인줄 모르나 보다.

사실 전부 긴장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공식적인 첫 작전 수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우현수와 고유섭은 일본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와 일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지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지, 그들도 첫 경험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찬웅은 데뷔전을 치렀다.

백제 호텔 옥상에서 중국의 각성 플레이어들과 벌인 사투.

그래서 은연중에 모두 찬웅을 인정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능력을 증명해 냈으니까.

“그럼 모두 모이셨으니 간단한 설명 후 출발하겠습니다. 먼저 목표 대상의 사진입니다. 이름 백상억, 나이 20세, 각성 플레이어로 추정되고 죽은 이홍종과는···.”

최기병의 브리핑이 시작됐다.

모두 다 아는 이야기.

중간중간 민감한 내용은 빠졌다.

“방심하면 안 됩니다. 그놈 하나만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각성 플레이어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전은 경찰 특공대와 군 특전대 차출 인원들이 담당, 우리들은 뒤에서 주 병력을 보조하는 역할이고요.”

원래 이게 정석이다.

국가의 방식.

군대가 주력, 각성 플레이어는 보조.

“인원 배정하겠습니다. 우현수씨와 마태길씨는 정문 진입팀과 함께 움직입니다. 고유섭씨와 봉춘섭씨는 후방 지원팀, 그리고 강찬웅씨는···, 백업 대기. 하지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을 봐서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십시오,”

브리핑이 끝났다.

그리고 헬기가 부산을 향해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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