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69화 (69/204)

< 새로운 마탑주 >

테라퓨타의 마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마법사들의 안식처, 아카데미, 연구실, 작업장, 저장고, 수련장···, 그리고 궁극의 방어 병기.

마탑이 있어 세상의 마나가 이곳으로 몰려든다.

몰려든 마나는 자동으로 정제되고 마탑 안으로 뿌려진다.

연구를 해도 마탑 안이 좋고, 수련을 해도 마탑 안이 유리하며, 작업을 해도 마탑 안에서가 효율이 뛰어나다.

또한 마탑이 존재하는 한 테라퓨타는 공략 불가능한 공중요새, 누구라도 쳐들어오면 자동 발동되는 다양한 방어 및 공격 마법이 침입자들을 무자비하게 녹여버린다.

세상 그 어떤 무력도 마탑을 부수지 못한다.

흠집 하나 낼 수 없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만약 부유왕국 테라퓨타가 비공정 전함 정도의 이동 속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 이미 대륙은 마탑에 의해 정복되었을 것이라고.

기존 마탑이 가지고 있는 기능의 약 70%만 활동하고, 나머지 30%는 비활동 기능이라고 하던데, 완전하지 않아도 그 정도.

무려 500년 동안 완전하지 못했던 마탑이었다.

물론 브랜데인 실종 직후 뒤를 이은 마탑주들이 잠든 마탑을 깨워보려 노력했지만 다 허사.

하지만 상관없다.

기능 일부분을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마탑은 마탑, 테라퓨타를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 마법사들이 가진 오만함의 근원.

처음 마탑에서 찬란한 빛이 차례대로 들어왔을 때 브랜카인은 몹시 당황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마, 마탑이 온전하게 깨어났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대체 왜?

역대 마탑주들이 그렇게 깨우고자 노력해도 꿈쩍도 안 하던 마탑이 왜 지금에서야?

‘저건···.’

그런 브랜카인에게 이방인 케이가 땅에 냅다 꽂은 지팡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기억이 난다.

마탑주실 복도 벽에 부착된 초상화들, 그곳에서 봤다.

‘설마 브랜데인의 지팡이?’

확실하다.

초대 마탑주 브랜데인의 신물.

‘저게 마탑을 깨웠구나.’

왜 그동안 저걸 몰랐을까?

평범한 지팡이인 줄만 알았는데.

그건 그렇고 어디서 났지?

‘···지하 비고였어.’

놈은 지하 비고에서 저걸 얻었을 것이다.

500년 동안 숨겨졌던 마탑 기동의 열쇠.

‘저건 우리 거야!’

너무도 당연하다.

초대 마탑주의 물건이니 현 마탑주인 자신의 것.

의문이 풀리자 지독한 탐욕이 피어 올라왔다.

무조건 가져야 한다.

부유석보다 더 가치 있는 물건.

‘놈을 죽인다.’

그리고 뺏는다.

브랜카인의 뇌리에 현재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마법 주문들이 주르르 스치고 지나갔다.

‘일단 프리징으로 놈을 얼리고, 화염 마법을 쏟아부으면···.’

브랜카인은 계획이 있었다.

안티 매직 필드라는 9서클 마법이 펼쳐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차라라락!

마탑 꼭대기에서 뿜어져 나온 기묘한 빛의 파장.

그리고 테라퓨타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사의 서클을 묶어버렸다.

“헉!”

“아아,”

“···이런!”

“마, 맙소사!”

서클이 돌아가지 않는다.

마나를 움직일 수 없다.

당연히 마법도 사용이 안 된다.

브랜카인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서클이 결박되자 닥쳐오는 절망감.

급기야!

비틀, 더는 서 있지 못하고 쓰러지는 브랜카인.

“탑주님!”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들은 일반인보다 못하다.

블링크는커녕 쉴드조차 펼칠 수 없다.

즉 그냥 도끼로 한방씩만 찍어도···.

그러나 찬웅은 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다.

[안티 매직 필드 발동. 범위 테라퓨타. 지속시간은 5분.]

5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마탑에 각인된 마법이 그것만은 아니다.

‘자, 또 뭐가 있을까?’

[현재 사용 가능한 마법 목록 표시.]

세계수에 이은 또 하나의 시스템 메시지.

데우스칩의 허리띠야 현실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이니 제외하고.

마탑!

세계수의 음성과는 사뭇 다르다.

조금 더 기계적이라고나 할까.

마탑을 건설할 때 누가 참여했나?

당시엔 모두가 함께했다.

브랜데인을 위시한 마법사들이 설계, 뼈대는 드워프가, 건설에 필요한 희귀금속과 각종 재료들을 제련하는 건 연금술사들이, 그리고 시스템과 마법 회로 연성은 마공학자들이 참여했다.

에고 시스템이 삽입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그 마스터 키가 바로 이 지팡이고.

찬웅은 처음 브랜데인의 지팡이를 들고 포스를 주입했을 때 들렸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기존 사용자 소멸.]

[새로운 사용자 등록 가능.]

[권한 획득에 대한 동의 필요.]

[획득에 동의하면 예. 동의하지 않으면 아니요.]

이게 웬 떡인가?

당연히 동의해야지.

[테라퓨타 마탑 제어 권한 플레이어 케이에게 양도.]

이렇게 마탑은 자신의 것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마탑주, 브랜카인.

“허허허, 이 무슨···.”

허망한 목소리로 넋두리를 쏟아냈다.

“이럴 수는 없어. 이래서는 안 돼. 왜 브랜데인의 신물을 이방인 따위에게···, 신이 우릴 버렸나?”

여전히 한심하다.

이방인 따위니, 신이 버렸냐느니,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일단 남 탓부터.

저들은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따라서 대화할 필요도 없지만.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나, 브랜카인?”

“···무슨 사과를 말이냐.”

“처음부터 정당한 거래관계로 임했다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마법사들이 이방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우리는 마법사들이다! 진리를 탐구하는 자, 세상의 본질을 향해 나아가는 자, 죽으면 죽었지, 그건···.”

“그래, 그 특권의식, 선민의식 잘 들었다.”

연금술사들과 마공학자들이 떨어져 나간 이유를 알겠다.

다 이 새끼들 때문이었다.

“당장 꺼져!”

“···뭐!”

“넌 추방이다. 브랜카인!”

팟!

마탑 벽면의 한 부위가 빛을 발했다.

그러자 마탑주 브랜카인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헉!”

“이, 이놈! 가, 감히!”

[지정한 대상 봉인된 지하 비고로 강제 이동.]

부탑주 브랜스톤도.

“너도 추방!”

팟!

‘지하 비고 봉인 더 강화하고 절대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지하 비고의 봉인 강화 실행.]

그러고 나서 찬웅은 마법사들을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자, 또 사라지고 싶은 사람?”

하지만 누구도 입을 떼지 않았다.

8서클의 마탑주와 7서클의 부탑주가 찬웅의 한마디에 허무하게 사라진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는데.

결국 진리 탐구니, 세상의 본질이니 떠들어대는 고결하신 마법사들도 압도적인 힘 앞에선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겁쟁이일 뿐.

찬웅은 한쪽 구석에 엉거주춤 서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브랜달을 불렀다.

“이리 와.”

“···저, 저요? 왜?”

저들 말대로 어쨌든 자신은 이방인.

마탑의 주인이라도 탑주는 되지 못한다.

그럼?

“이제부터 네가 탑주해라.”

“무, 무슨 소리 하시는지,”

“지팡이를 넘겨줄 순 없지만 마탑의 일부 권한은 양도가 가능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왜 탑주를···.”

“마탑주도 없고, 부탑주도 사라졌으면 남은 사람은 너뿐이잖아.”

“네?”

찬웅은 브랜달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브랜달에게 마탑 한시적으로 제어 권한 일부 양도.’

[마법사 브랜달에게 1년간 마탑 제어 권한 일부 양도 실행.]

[마법사 브랜달에게 마탑 활용 매뉴얼 주입.]

“아!”

브랜달도 들었나보다.

“마탑에 너와 뜻을 같이 하는 마법사들은 있냐?”

“···이, 있긴 하지만.”

“그럼 됐다. 개혁을 하고 싶다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해. 잘해라. 테라퓨타가 변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와서 권한 취소할 거야.”

“그, 그게···.”

“앞으로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마법사가 돼. 그리고 마키나 공화국과도 관계 개선 노력해보고.”

찬웅은 지팡이를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고 축복받은 부유석을 꺼냈다.

“자.”

“···.”

“빨리 받아. 없어선 안 되는 거잖아.”

“이 부유석, 바, 받아도 돼요? 제가 드릴 건 없는데···.”

“괜찮아. 다른 데서 이미 많이 받았어.”

“어···,”

이번 퀘스트로 얻은 게 굉장히 많다.

동화율과 반영률 상승에, 진(眞) 스킬 구슬과 마법 스크롤, 그리고 지팡이까지.

이제 로그아웃할 시간.

밖에서 좀 쉬었다가 다시 오자.

※ ※ ※

찬웅은 먼저 대기실로 귀환했다.

오랜만에 상태창부터 확인하고.

[이름 : 케이]

[직업 : 용병(랭커)]

[포스 : 7,400]

[액티브 스킬 : 비열한 습격(7단계), 바람길 산책(7단계), 별빛 가르기(7단계), 강타(4단계), 슬립(2단계)]

[패시브 스킬 : 방출(8단계), 듀얼 스트라이크(6단계), 마법 저항(5서클), 약점 포착(2단계), 고무 신체(2단계)]

[동화율 : 166%]

[반영률 : 49%]

동화율 166%에 반영률 49%.

‘1%만 더 올리면 반영률 50%구나.’

스킬 레벨도 꽤 많이 올랐다.

‘진짜 얻은 게 많아.’

이 정도면 현실에서도 달라진 걸 체감할 수 있을 정도.

‘로그아웃할까?’

하지만 그전에.

‘상자부터 까보고.’

계좌엔 약 800만 코인.

100억에 가까운 고급 빌라를 현금으로 질러도 이만큼 있다.

그렇지만 사냥으로 번 코인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열심히 퀘스트를 진행해서 완료시켰으니 뭐라도 주지 않을까?

아니, 꽝이어도 1000개 정도의 소모품을 받게 되는 셈이니.

‘그래, 괜히 잡화점 같은 데 가서 사면 귀찮잖아.’

난 이런 남자다.

귀찮아서 몇백이면 살 수 있는 소모품을 몇억 주고 구매하는 그럼 남자.

그래서.

“30만 코인으로 랜덤 D박스 1000개 구매.”

[D박스 1000개를 구입하셨습니다.]

“오픈!”

하지만 곧 찬웅은 시스템이 녹록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엄격한 원칙, 사냥해서 번 코인으로만 상자를 까라.

단 하나의 진(眞) 아이템도 나오지 않았다.

“···씨발.”

그저 1000여 개의 소모품, 혹은 쓰레기만 대기실에 그득 쌓일 뿐.

“진짜 더러워서 사냥 간다.”

그래, 결정했다.

다음 접속은 무조건 사냥이다.

※ ※ ※

대현 병원 VIP 입원실.

배우 민도연은 지금 상황이 난감하기만 하다.

자신을 경호하던 경찰들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누군지 알고는 있지만 만나기 껄끄럽던 인물.

“자네가 당한 일은 내가 알고 있네. 그건 유감이네만, 하지만 꼭 알아야겠어. 대체 누군가? 우리 아들 죽인 놈이.”

HTS 그룹 이복동 회장이 두 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침대 옆에서 협박하듯 그녀를 다그치고 있었다.

이해는 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귀한 줄 안다던데, 자신의 아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갔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대외적으로 자신은 피해자.

그것도 제 아들에게 어떤 꼴을 당했는지 뻔히 알면서도 이러는 건 아니다.

‘애비나, 아들이나.’

그래서 민도연은 뾰족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알고 계시죠?”

“그래, 나도 들었고 또 알고 있다. 망나니였고 각성 뭐시긴가 하는 거, 충분히 알지. 그런데 그게 내 아들이 죽어야 할 이유인가?”

“당신 아들은 사람을 막 죽여도 되고요?”

“죽음이 다 같은 건 아니야. 죽음에도 무게가 있는 법이지.”

“이홍종씨 죽음은 꽤나 무거운가 보네요.”

“허허, 생각보다 맹랑한 년이군.”

분노한 듯 이복동이 목소리를 낮추며 음산하게 말했다.

“지금 경찰 따위를 믿고 그러나 본데, 당장 네년 인생을 파멸시켜줄 수도 있어. 고작 배우 주제에 감히 나에게 이빨을 드러내? 영화든 드라마든, 네가 캐스팅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주지. CF? 그것도 엄청난 위약금을 물고 계약 해지가 되게 만들어 줄 테다.”

비릿한 미소를 짓는 이복동.

“그러니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똑똑하게 말해!”

“···하아.”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하긴 죽은 놈이 누군데.

배우로서 활동했던 동안 이런 협박을 한두 번 들었나?

그때마다 정면으로 돌파해왔다.

그녀 인생에서 타협 같은 건 없다.

벌떡 몸을 일으키는 민도연,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이복동 회장 앞에 섰다.

“흠?”

이복동이 흠칫 놀라자 경호원이 황급하게 달려왔다.

민도연은 먼저 한 놈에게 가볍게 잽을 날렸다.

퍽!

“헉!”

풀썩,

정통으로 한 대 맞고 그대로 쓰러지는 경호원.

또 다른 한 명도,

살짝 주먹을 뻗어.

퍽!

“억!”

무슨 일이지?

이복동은 눈만 끔벅거렸다.

나름 운동 좀 한다던 경호원들이다.

그런데 저 비쩍 마른 여자에게?

‘설마···?’

보통 여배우가 아니다.

“호, 혹시 네년이 내 아들을···,”

“멋대로 판단하지 마세요. 영감님.”

콰악!

민도연은 손을 뻗어 이복동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커억!”

“잘 들어요. 난 죽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영감님의 망나니 같은 아들은 죽어 마땅한 놈이었어요. 내가 그놈보다 조금만 더 강했어도 내 손에 죽었을걸요?”

“이, 이년이···.”

“나이 쳐드시고 하는 소리가 년밖에 없나? 쓰러진 경호원들보고도 감이 오지 않아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영감님은 지금 살아있지도 못해요.”

“크윽, 컥, 컥!”

“그리고 내 인생 파멸시킨다고? 할 테면 해보세요.”

멱살을 놓으니 바닥에 털썩 쓰러지는 이복동.

민도연은 쓰러진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번호를 눌렀다.

각밍 아웃.

차라리 국가의 보호를 받는 게 훨씬 낫지.

이복동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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