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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64화 (64/204)

< 왜 여기서 침식이···. >

대현 병원,

찬웅은 슬슬 퇴원 준비를 했다.

똑똑.

노크와 함께 들어온 최기병.

“아! 오셨어요?”

“마침 접속 안 하고 계셨네요. 새로운 집과 바이크는 모두 준비해뒀습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명의 이전도 다 끝냈고요. 여기 주소···.”

찬웅은 최기병에게 새로운 집과 이동 수단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니다.

모든 비용은 찬웅이 냈다.

계좌에 코인이 엄청나게 들어 있으니까.

이럴 때 환전해 쓰지, 언제 쓰나?

“그럼 집에 들어가 봐도 되나요?”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캡슐 설치도 완료했고요. 그리고 바이크는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건데, 이사한 집 주차장에 세워뒀습니다.”

새로운 집은 보안이 철저한 거처가 우선, 그래서 정한 곳이 부자들만 산다는 고급 빌라.

또한 앞으로 찬웅이 이용할 이동 수단은 바이크로 정했다.

안타깝게도 자동차 면허증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과거 불구가 되기 전 원동기 면허증은 따뒀다.

알바로 먹고 살기 위해 치킨 배달도 해봤으니까.

등록과 취득에 관한 모든 사항은 최기병이 대행해줬고.

아무튼 간만에 휴식, 페널티가 끝나고 재접속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저, 바깥에 나가려고 하려는데, 퇴원 수속은 다 끝났습니까?”

“지금이라도 나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경호원 몇 명 붙여드릴까요?”

“아뇨. 저 혼자 갔다 올게요.”

확실히 편하긴 하다.

일상생활 지원을 대가로 최기병과 맺은 구두 계약.

부동산 계약에, 이사, 바이크 구입, 그리고 장애인이었다는 기록도 없애줬고, 퇴원 수속까지 모두 다 대행해줬다.

찬웅은 홀로 병원 밖을 나섰다.

그리고 행선지 상관없이 정류장에서 제일 먼저 오는 버스를 탔다.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일.

이렇게 떳떳하게 얼굴을 드러낸 채 대중교통을 이용해 번화가에 내려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느껴 보는 것.

접속 제한 동안 찬웅은 이 평범한 일상을 마음껏 즐겨보기로 했다.

그동안 못했던 거 다 해봐야지.

가로수길, 압구정, 청담동.

배가 고프면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 줄 서서 음식도 먹어보고, 유명하다던 프렌차이즈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와 함께 이것저것 시켜보기도 하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

사고가 나기 전에도 맛보지 못했던 사치.

찬웅에겐 특별한 경험이었다.

고아 출신으로 만 18세가 되어 정착 지원금 500만 원과 월 30만 원의 자립 수당으로 근근히 생활하던 때,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알바란 알바는 모두 해봤다.

그러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음주 운전 자동차에 치여 불구가 되어버렸고, 그마저 운전자가 무면허, 무보험이라 보상금도 코딱지만큼 받았었다.

‘그러고 보니 보육원도 한번 가봐? ···아니야. 가서 뭐 하게?’

보육원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없다.

어떻게든 지원금을 많이 타 먹으려고 수작을 부리던 원장, 험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만 보고 살아야 했던 과거.

그래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 몇 놈은 있었는데, 사고 후 연락이 끊어져 지금은 전화번호도 모르고.

그냥 내 인생 즐기자.

어느새 어둑한 밤.

도시의 야경도 눈부시다.

‘이제 새집으로 가볼까?’

바로 그때!

[메인 서버에 접속을 시작합니다.]

[접속을 완료했습니다.]

‘뭐야? 갑자기···,’

[강남구 논현동 ㅇㅇ로 헥사곤 클럽.]

‘클럽 위치를 왜···,’

무슨 일이지?

찬웅의 뇌리에 월스트리트 클럽에서 일어났던 대학살이 스치고 지나갔다.

한국에선 그럴 일이 없겠지만.

‘내가 가봐야 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강요하진 않습니다.]

‘웃기시네.’

결국 갈 줄 뻔하게 알면서.

여기서 멀진 않다.

빠른 걸음으로 클럽을 찾아가 보니, 현란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힌 입구에서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못 들어가려나.’

아마 입구컷 당할 터.

그런데 바로 그때!

‘응?’

찬웅의 감각에 섞여 들어온 무언가.

‘···포스?’

맞다.

포스다.

하지만 그것만 있진 않았다.

그 속에 섞여 있는 음험한 한줄기 기운.

‘설마···,’

그럴 리 없다.

포스는 그렇다 쳐도,

말이 돼?

‘침식이라니.’

이 서울 한복판에서 침식의 기운이?

‘왜 여기서 침식이···,’

게임 안에서도 그랬다.

침식지가 아닌 테라퓨타의 지하 비고에서 침식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나? 뭐, 게임이라 그럴 수도 있다지만 여긴 현실인데?

착각일 리 없다.

지금도 느껴지고 있었다.

여태까지 봐왔던 각성 플레이어들의 포스보다 훨씬 더 짙다.

‘대체 누굴까?’

들어가 보자.

그 전에 스킬 구슬부터 먹어두고.

‘내가 뭘 먹었더라.’

게임 안에서 먹었던 것과 같은 걸로.

[약점 포착]에, [고무 신체], 그리고 [마법 저항], [슬립].

하나하나 각인되는 현실의 스킬들.

이 정도면 됐다.

다른 건 그다지 필요치 않다.

스르륵,

찬웅은 은신막을 발현하고 조심조심, 입장하는 사람들 틈에 숨어 클럽 안으로 녹아 들어갔다.

‘어디지? ···저쪽이군.’

그런데 포스의 힘이 하나가 아니다.

인식되는 건 두 개.

하나는 침식의 기운이 섞인 포스, 하나는 순수한 포스.

VVIP 룸.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피 냄새.

‘늦었나?’

찬웅의 몸이 그 자리에서 팟! 하고 사라졌다.

※ ※ ※

보통 강남 대형 클럽 헥사곤에서 이런 VVIP 룸을 잡고 놀려면 최소 술값을 2천 이상 써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보통 재력으로는 꿈도 꾸지 못하는 곳.

그러나 30대 초반의 나이에도 아직 20대의 외모를 유지하고, 한류 돌풍의 주역이며, 최근 크게 터진 드라마로 미국에까지 알려진 한국 S급 여배우 민도연이 헥사곤 VVIP 룸에 있는 건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민도연은 떨고 있었다.

공손하게 두 손으로 꼭 잡은 아르망디 샴페인 병이 눈에 띄게 흔들릴 정도로.

“도연씨, 침착하세요.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어요? 그저 술이나 한잔하자는 건데.”

“아, 아니에요. 그, 그럴 리가요.”

음흉한 미소로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 HTS 건설사 대표 이홍종.

민도연은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너무나 무섭다.

단순히 그가 영향력 있는 건설사 대표이자 재벌 2세라서?

아니다.

자신도 연예계에서 아역 배우 시절부터 시작해 볼 장 다 본 고인물이다.

또 믿는 구석도 있고.

문제는 그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느껴지는 공포.

마치 보아뱀 앞에 놓인 새끼 사슴 같은 신세, 이홍종이 술잔을 드는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움츠러드는 마음.

벌떡!

갑자기 이홍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민도연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아, 으음,”

“쉿! 왜 떨고 그래?”

“저, 저기, 제, 제가 스케줄이 있어서.”

“에이, 내가 네 일정을 모를까. 응?”

말투부터 달라진 이홍종의 손가락이 민도연의 뺨을 쓸어내린다.

움찔하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녀.

“그래, 생각해봤어?”

“전 아직도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한테나 하는 제안이 아니야. 오직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만 하는 제안이고. 그냥 선택받은 거라 생각해.”

민도연은 너무 무서워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며칠 전부터 매니저를 통해 들어온 터무니없는 이홍종의 제안.

함께 가상현실 게임을 하자는 거지만, 그건 핑계, 자신의 몸을 요구하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이런 꼴 한두 번 당했나?

적당히 거절하면서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이젠 매니저까지 매수해서 자신을 이곳 클럽까지 유인했다.

“그저 가상현실 게임같이 하자는 것뿐이잖아. 나하고 한적한 별장에서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함께 게임도 하다 보면 놀랄만한 경험을 하게 될 거야. 넌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그건 따로 만나도 되잖아요. 굳이 한곳에서 접속하지 않아도.”

“그럼 재미없지. 친구와 PC방을 왜 같이 가겠어. 현실에서 같이 하는 게 더 재미있어 그러지.”

“저, 게임 못해요.”

“웃기고 있네. 너 용병 플레이어잖아. 동화율 150% 넘은 걸로 아는데.”

“···어떻게?”

“다 아는 수가 있지.”

이홍종이 민도연을 여기까지 유인한 이유는 그녀의 재능 때문.

게임을 한 지 6개월도 안 돼 벌써 동화율 150%를 찍었다.

그분께서 원하시는 ‘사도’의 조건.

현실 세계에서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플레이어로서의 재능,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다.

반드시 그녀를 ‘사도’로 끌어들인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이유.

민도연을 볼 때마다 아랫배가 묵직해지면서 끓어오르는 욕망, 그녀는 천상 남자를 홀리는 요물이다.

지금도 미치겠다.

이 자리에서 민도연의 몸에 걸린 거추장스러운 옷을 찢어버리고 싶다.

겸사겸사 그분의 지시도 이행하고, 그리고 개인적인 욕망도 풀고.

“흔치 않은 기회야. 장담하지. 나랑 함께면 넌 이 바닥에서 최고가 될 거야. 더불어 이전에 가지지 못했던 절대적인 힘도.”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좋아. 결정을 도와주지.”

이홍종은 테이블 위에 부착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문이 벌컥 열리면서 웨이터가 뛰어 들어왔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응, 가서 아르망디 5병 더 가져오고, 옆방에 있는 애도 불러와.”

“바로 대령하겠습니다.”

잠시 후,

또 문이 열리면서 금빛 호화로운 술병 5병을 가지고 오는 웨이터,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온 왜소한 남자 하나, 바로 민도연의 매니저였다.

웨이터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매니저, 너 이리 와봐!”

“네, 회장님!”

시계를 풀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홍종

“민도연씨가 말을 안 듣네?”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런 겁니다. 잘 타이르면,”

“그래, 이리 와서 한잔 받아.”

“네!”

술을 따르는 척 하며 이홍종은 탁자에 놓인 아르망디 샴페인 병을 들고 민도연 매니저의 머리를 그대로 후려쳤다.

퍼억!

“꺄아아악!”

민도연은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가 밖으로 퍼져나가진 못했다.

퍼억!

뿌걱!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 이미 매니저의 한쪽 머리가 함몰되어 버렸다.

“이 새끼야! 나보고 타이르라고? 그건 네가 미리 했어야지.”

이홍종은 멈추지 않았다.

흩뿌려지는 선혈에도 계속 샴페인 병을 들고 퍽퍽퍽퍽!

“왜 비명을 질러? 널 배신한 매니저잖아. 대신 죽여주니 오히려 좋아해야 하지 않나?”

“아아, 아아아···,”

민도연은 정신이 완전히 나갔다.

미처 막지도 못했다.

매니저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람이 저렇게 참혹하게···.

“어때? 결정에 도움이 됐나?”

“···미, 미친 새끼!”

“낄낄낄, 정확해. 나 미친 거 맞아. 하지만 그래도 되지. 난 선택받았으니까.”

광기 어린 이홍종의 눈동자.

찌지직!

민도연의 옷이 찢겨나갔다.

“아, 안돼!”

“포기해. 어차피 여긴 아무도 안 들어와! 내가 이 버튼을 누르면 모를까.”

“아아아!”

비틀,

풀썩,

극도의 공포감에 그만 기절하고만 민도연.

“에이, 이러면 재미없는데···,”

그때였다.

벌컥!

열리는 문.

동시에 누군가 문을 통해 들어왔다.

“···어? 이 새끼는 뭐야?”

찬웅은 룸 안에 들어오자마자 먼저 상황부터 살폈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한 남자, 그리고 옷이 찢긴 채 소파에 쓰러져있는 한 여자.

‘죽었네.’

쓰러진 남자의 심장이 뛰지 않았다.

형체도 모르게 으깨진 머리.

반면 여자는···,

‘살아있어.’

심장은 뛴다.

‘기절했나? ···그럴 리가 없는데.’

이 여자는 왜 기절한 척하는 거지?

평범하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 놈 하나.

‘이놈이군.’

확실하다.

명품을 덕지덕지 걸친 놈의 몸에서 포스와 침식의 기운이 동시에 느껴지고 있었다.

“네가 죽였어?”

“그래, 내가 죽였다. 나참, 귀찮게시리, 시체 두 구나 치우게 생겼네.”

덜컹!

찰카닥.

찬웅은 문을 잠궜다.

그러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질문하는 이홍종.

“짭새야?”

“아니.”

“그럼 방을 잘못 찾았냐?”

“그런 것도 같고.”

“쯧쯧, 이걸 어째, 하필 보지 말아야 할 것 봤네. ···그냥 재수 없다고 생각하고 편안히 가.”

놈은 자신을 파악하지 못한다.

하긴!

포스를 알아차릴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

어차피 놈은 여기서 죽는다.

하지만 그 전에 왜 이놈에게서 침식의 기운이 느껴지는지 알아봐야 한다.

“나도 한 잔 줄래? 비싼 술 같은데···,”

“하! 이 새끼 봐라? 흐음, ···너 혹시? 좋아. 한 잔 주지.”

이홍종은 피가 잔뜩 묻은 아르망디 샴페인 병을 찬웅에게 던졌다.

츠리릿!

매섭게 날아오는 포스 잔뜩 실린 병, 하지만 찬웅은 태연하게 허공에서 잡아채면서,

뽀각!

유리병 목을 분질러 안에 든 액체를 꿀꺽 마셨다.

“달콤하니, 맛있네.”

“와! 소름! 내 이럴 줄 알았어. 너도 나랑 같은 놈이구나.”

짝짝짝,

손뼉 치면서 이홍종이 물었다.

“모시는 분은? 아직 없냐? 없다면 기회를 주지.”

모시는 분이라···,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모신다고? 누굴?”

“흐흐흐, 없는 모양이네.”

“누굴 모셔야 각성이 되는 건 아닐 텐데.”

“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었군. 좋아. 하지만 그냥 말해주면 재미없고···,”

순간!

세로로 찢어지는 놈의 눈동자.

“맞춰봐. 내가 누굴 모시는 것 같아?”

인간의 그것이 아니다.

마치 뱀의 눈.

‘어디서 봤더라···, 설마?’

순간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올랐다.

'···뱀, 그래, 도마뱀도 뱀이지.'

그것도 거대한 도마뱀 말이다.

“광룡 레지키쓰론?”

“이런 버릇없는 개새끼가, 뭐? 광룡?”

맞구나.

그런데 이게 뭔가?

가상현실 게임의 NPC, 그것도 침식지 보스를 모시고 있다고?

찬웅은 허리띠에 포스를 불어넣었다.

‘보다시피 이런 상황인데, 아는 거 없어?’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직접 알아봐야겠다.

죽이는 건 그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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