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62화 (62/204)

< 침식당한 마법사(1) >

기대는 했었다.

마탑 비밀 창고 입장이라는 퀘스트 완료 조건, 보상은 진(眞) 스킬 구슬, 하지만 많아 봐야 서너 개 정도인 줄 알았는데.

샅샅이 훑어 한참을 찾았다.

그리하여 세어보니···, 무려 21개.

“더 이상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거 같네요.”

지하 비고라면 당연히 이래야지.

퀘스트하길 잘했다.

계속 이런 퀘스트들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일반 스킬 구슬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딸기도 파티원이니,

“반으로 나눌까요? 10개씩···,”

찬웅이 제안하자 무슨 소릴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대답하는 딸기.

“말도 안 돼요. 제가 왜 이걸 가져요? 한 게 뭐가 있다고, 케이님 다 가지세요.”

“파티원인데, 분배는 해야죠.”

“전에 주신 진(眞) 치유 물약 은혜도 다 못 갚았어요.”

“그건 코인으로 받았잖아요.”

“절 염치없는 사람으로 만드시려고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딸기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제가 건강해진 것도 다 케이님 때문이에요···, 만약 주신다고 해도 전 그냥 버리고 갈 거예요.”

“으음···.”

확실히 사람은 잘 봤다.

“좋아요. 그런데 이거 한 개는 꼭 가지세요. 안 받으면 저도 주운 거 다 버릴 겁니다.”

“···그, 그래도.”

“지금 다 버려요?”

“아, 아니, 받을게요.”

찬웅은 스킬 구슬 하나를 골라 딸기에게 넘겼다.

[진(眞) 스킬 구슬 : 방출]

자신은 이미 배운 방출, 그러나 그녀에겐 꼭 필요한 스킬.

“방출을 익히면 포스를 좀 더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아!”

힘차게 걸어 다닐 수도 있겠지.

익숙해지면 일상생활도 별문제 없을 테고.

찬웅은 딸기가 각성 플레이어의 세계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어디 뜻대로 될까?

딸기가 구슬을 인벤토리 안에 보관하는 걸 확인한 후 그제야 찬웅도 구슬들을 모두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띠링,

퀘스트가 떴다.

다음은 뭐지?

- 지하 비고 정화(1)

- 완료 조건 : 봉인된 지하 비고에서 침식당한 마법사들을 처치하세요.(0/13)

- 보상 : 동화율과 반영률 상승.

‘뭐···,’

새로운 연계 퀘스트.

그런데 처치하라는 대상이,

‘침식당한 마법사?’

마법사? 몬스터가 아니라 마법사라니.

잘못 봤나 싶어 재차 확인해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었다.

마법사라고, 여기 마법사가 있다고? 그것도 침식을 당해서?

어쩐지 기분이 이상하긴 하더라.

하지만 여긴 침식지도 아니지 않나.

갈수록 수수께끼.

그때였다.

“케이님?”

“네.”

“침식당한 마법사들 어디서 찾아야 하죠?”

“···네?”

어떻게···. 혹시?

“딸기씨도 퀘스트가···,”

“떴어요. 봉인된 지하 비고에서 침식당한 마법사들을 처치하라고.”

“보상은?”

“동화율과 반영률 상승요.”

같은 퀘스트다.

아마 지하 비고에 함께 들어옴으로써 조건을 만족시킨 것일 터.

“잠시만요, 정리하고 움직여요.”

스킬 구슬을 퍼준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페널티 완화, 귀환 및 로그아웃 불가, 부활 재접속 시 입구에서 다시 시작.

다 이걸 위해서였나?

더구나 최종 퀘스트도 아닌 것 같다.

‘쉽지 않겠어.’

먼저 비고에서 느껴지는 침식의 기운.

여기가 침식지가 아닌 건 확실하다. 그럼 도시 전체가 변화되었겠지.

그렇다면 이 비고 안에 침식의 원인이 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

‘그런데 현 마탑주도 모른단 말이야.’

아마 5백 년 이상을 이어오면서 중간에 단절이 있었을 터, 몬스터도 아닌 마법사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침식당했다’

‘···테라퓨타의 마법사들이겠지.’

현 마탑주 브랜카인이 비고에 대해 언급했을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곳에 들어가면 다 죽는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이전에 들어갔던 자들이 있었다는 말.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니 죽었다고 생각했을 테고.

NPC들이 침식을 당하면 보통은 죽는다.

가끔 변이체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럼 이곳에 들어왔던 마법사들의 숫자가 꽤 많았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궁금한 것이 침식당한 NPC들이 얼마냐 강하냐는 건데.’

아무리 플레이어가 침식의 기운에 상성이 좋다고 해도 마법사인데···.

결국 부딪혀봐야 안다.

“딸기씨!”

“네?”

“풀도핑 하세요. 비약이든 영약이든, 그리고 가속 물약이나 증폭 물약 같은 것도 챙기고.”

“네!”

찬웅도 인벤토리에서 비약들을 꺼내 마셨다.

화염 저항, 냉기 저항, 전격 저항···, 스킬도 배우자.

진(眞) 스킬 구슬.

여기서 먹어도 상관없다.

이미 획득한 이상 로그아웃하면 택배로 올 테니까.

‘마법 저항부터···,’

공격력은 충분하다.

전설 등급 공격 스킬이 있는데 다른 걸 익힐 이유가 없다.

그래서 주로 패시브 스킬 위주로,

[아바타 케이가 스킬 : 마법 저항(5서클)을 익혔습니다.]

마법사들을 상대해야 하니 필수고,

[아바타 케이가 스킬 : 약점 포착을 익혔습니다.]

암살자 클래스에게 필수적인 스킬.

[아바타 케이가 스킬 : 고무 신체를 익혔습니다.]

유연성을 높여 주는 건가?

패시브 스킬은 3개가 다.

다른 건 이미 배웠던 거거나 죄다 액티브 공격 스킬.

‘이건 익혀두자.’

[아바타 케이가 스킬 : 슬립을 익혔습니다.]

슬립, 잠재우기.

나중에 현실에서도 배달이 되면 다 먹어야 할 것들.

[이름 : 케이]

[직업 : 용병(랭커)]

[포스 : 6,600]

[액티브 스킬 : 비열한 습격(4단계), 바람길 산책(5단계), 별빛 가르기(5단계), 강타(2단계), 슬립(1단계)]

[패시브 스킬 : 방출(6단계), 듀얼 스트라이크(5단계), 마법 저항(5서클), 약점 포착(1단계), 고무 신체(2단계)]

[동화율 : 158%]

[반영률 : 43%]

그리고 각종 비약을 먹어 저항력도 올라간 상황.

“들어가 봅시다.”

“제가 앞장설게요.”

딸기가 앞으로 나섰다.

“그럴 필요까지야···,”

“로그드라실에서 에루인 장로님께 제일 중점적으로 배운 게 있어요.”

“뭔데요?”

“몬스터를 붙잡고 끝까지 버티는 방법요.”

“하지만 동화율이···,”

“아이템 빨로 버티면 돼요. 더구나 마법사들이잖아요. 이 방패, 효과가 뭔지 아시죠?”

알고 있다.

사실 그 방패는 데우스칩이 마법사들을 겨냥해 만든 방패.

빛, 암흑, 불, 물, 독, 바람, 전격, 일곱 가지 마법 속성을 반사한다는 의미에서 무지개 반사 방패.

“스킬은?”

“진(眞)은 아니지만 충분히 익혔어요. 단단한 피부라든지, 마지막 저항, 무적 철벽 같은 고급 스킬도,”

그녀의 주무기, 방패와 톱날검, 모두 전설 등급이다.

또한 영웅 등급 갑옷까지 입었으니.

말하자면 그녀는 탱커, 찬웅 자신은 딜러, 전사 클래스와 도적 클래스라고 하면 비유가 적절하려나.

“좋아요. 그렇게 해요.”

슥!

딸기는 방패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비고는 생각보다 넓었다.

스킬 구슬이 있던 방을 지나 복도로 진입, 그리고 또 다른 방으로.

혹시나 몰라 바닥을 자세히 찾아봤지만 스킬 구슬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음? 사부, 아니 케이님! 저, 저기.”

“어, 저도 봤어요.”

한쪽 구석에 널려있는 돌돌 말린 종이 쪼가리들.

몇 장 되진 않았지만 종이가 확실하다.

아이템 정보는,

[진(眞) 마법 스크롤 : 파이어볼(3서클)]

‘응?’

진(眞) 마법 스크롤?

이것도 있었어?

세어보니 총 5장.

[진(眞) 마법 스크롤 : 블링크(5서클)]

[진(眞) 마법 스크롤 : 콜 라이트닝(5서클)]

[진(眞) 마법 스크롤 : 맹약의 주문서]

[진(眞) 마법 스크롤 : 맹약의 주문서]

맹약 주문서도 있구나. 그것도 2장이나.

‘미쳤다.’

비록 1회용이지만 쓰임새가 다양하다.

‘땡큐 베리 감사지 뭐, 싹 다 챙기자.’

비고에서 찾은 물건은 2종류였다.

스킬 구슬과 마법 스크롤.

‘알만하네.’

테라퓨타의 주요 생산품이 바로 스킬 구슬과 스크롤.

아마도 비고 안에 가득 차 있었을 터.

그러다 생긴 문제.

침식의 기운이 비고로 침범해서 전체를 봉인해 버렸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 아이템은 세월과 침식의 영향으로 삭아 없어지고 주신의 축복이 깃든 진(眞) 아이템만 남게 된 것?

뭐, 추측일 뿐이다.

슬슬 기대가 커진다.

다음 방으로 가면 또 뭐가 나올까?

“갑시다.”

“네.”

점점 짙어지는 침식의 기운.

대체 언제 나타날까?

마법사가 13명이나 있는데, 놈들을 다 처치해야 한다던데.

그때였다.

“λμνξ, οπδ···,”

저쪽에서 들리는 인기척.

의미를 알 수 없는 웅얼거림.

그리고,

저벅저벅,

무언가 나타났다.

“아!”

“···.”

마법사였다.

수수한 회색 로브와 모자를 쓴 젊은 마법사.

그러나 평범한 NPC의 외모가 아니다.

‘침식의 영향인가?’

마치 칠이 벗겨진 듯한 초상화, 곡선없이 각진 캐릭터, 심지어 얼굴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 좀비와도 비슷했다.

한마디로 그래픽이 오류가 나서 게임 캐릭터의 외형이 박살난 듯한 느낌.

“케이님, 덮칠까요?”

“잠깐만!”

보통 마법사들의 지위는 그들이 입고 있는 로브로 결정된다.

적어도 테라퓨타에선 말이다.

가슴팍에 흰색 실로 나타낸 3개의 원.

‘3서클이야.’

딸기의 실력을 알아볼 기회.

동시에 놈의 눈동자가 이쪽으로 향했다.

“δε? ζηθ!”

마법사는 거리를 주면 안 된다.

“쳐요!”

찬웅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쏜살같이 돌진하는 딸기.

쐐액!

파악!

“얍!”

강렬한 방패 치기가 침식당한 마법사의 몸에 명중했다.

쿵!

위이이잉!

톱날검이 소름 끼치는 굉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법사도 만만치 않았다.

“ξυκ!!!”

퉁!

어느새 펼쳐진 쉴드.

화르륵!

뜨거운 불덩어리가 짧은 시동어와 함께 딸기에게 작열했다.

“딸기씨! 조심···,”

파앗!

딸기는 방패를 들어 불덩어리를 재빠르게 막아냈다.

퍼억!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는 불덩어리, 오히려 불길이 놈의 로브에 옮겨붙는다.

화륵!

‘···충분하구나.’

이제 볼 거 다 봤고,

찬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비열한 습격.

츠피릿!

콰악!

찌잉,

깨어지는 쉴드.

순식간에 침식당한 마법사의 전면에 도달해,

스팟!

또 다른 도끼 하나로 약점으로 붉게 표시된 놈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서걱!

툭!

목이 떨어지고,

푸스스스···,

시커먼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마법사.

- 완료 조건 : 봉인된 지하 비고에서 침식당한 마법사들을 처치하세요.(1/13)

이제 겨우 한 놈.

그것도 최약체.

12마리 남았다.

“제발 이런 놈들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그렇게 되진 않을 거라는 건 찬웅도, 딸기도 안다.

게임의 공식, 처음엔 약한 놈들이 나오다가 점점 강한 놈들이 나와 끝엔···,

‘설마 보스는 없겠지?’

예를 들어 역대 마탑주 한 명이 비고로 들어가 침식당했을 가능성.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원래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족속이 마법사들이니까.

‘최소 7서클까진 나온다는 가정을 하고 움직여야 해.’

7서클이라.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겠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괜히 페널티를 완화해 줬을까?

“그럼 계속 전진할게요.”

다시 복도.

여길 지나면 또 다른 방으로.

순간!

“ᛈᚹλ!!!”

“εκ!”

“ᚣ!”

푸슛! 푸슈슛!

복도 끝에서 날아오는 무시무시한 위력의 불꽃의 창.

“꺄악!”

침식당한 마법사, 한두 놈이 아니다.

따라서 날아오는 불꽃의 창도 한두 방이 아니다.

비명은 질렀지만 날아오는 공격을 반사 방패로 끝까지 막아내는 딸기,

팍! 파박! 파바박!

한방씩 막을 때마다, 움찔움찔 딸기의 몸이 뒤로 밀려난다.

“씨이발!!!”

욕도 하네?

많이 힘든가 보다.

타다닥! 타닥!

찬웅은 복도 벽을 밟아가며 앞으로 달렸다.

모두 3놈,

‘그래, 한 마리씩 나올 거라곤 기대도 안 했다.’

불꽃 창, 파이어 스피어, 4서클에서 배우는 마법. 그럼 최소한 저 세 놈은 4서클 이상.

스팟! 팟팟! 팟팟!

바람길 산책의 순간 가속이 연달아 펼쳐졌다.

지이잉.

놈들도 쉴드 주문을 시전했다.

무조건 근거리로 붙어야 한다.

콰악!

찌잉!

강타 한 방으로 쉴드를 벗겨내고,

뒤를 이어 별빛 가르기!

콰직!

팟!

콱!

찌잉!

서걱!

순식간에 두 놈 처리, 나머지 한 놈은···,

핏!

“어?”

사라졌네?

차르륵!

쐐애액!

퍼억!

“윽!”

등 뒤에서 날아오는 얼음 창, 아이스 스피어.

쉴드 자동 발동과 마법 저항으로 데미지는 살짝 따끔할 정도지만,

“블링크?”

순간이동과 함께 날아온 공격, 5서클 마법사다.

입은 로브의 가슴 부위에 청색 수실로 장식한 원의 개수가 모두 5개.

팟!

찬웅도 순간 가속으로 놈에게 바짝 붙었다,

그러나,

핏!

또 다시 거리를 벌리며 날아오는 전격계 마법 쇼크 웨이브.

치르르릇!

“크윽!”

찬웅은 놈의 공격을 무시하고 무조건 달려들었다,

맞는 게 낫다.

피하려다 거리를 주면 최악, 무수한 마법이 난사될 터,

팟!

순간 가속으로 붙고,

핏!

그럼 또 블링크로 거리를 벌리고,

팟! 핏! 팟! 핏···,

블링크와 순간 가속, 누가 이길까?

하지만 찬웅에겐 동료가 있었다.

“이 개새끼야!”

쐑!

어느 틈에 놈의 등 뒤에서 돌진한 딸기,

스킬 증폭 물약을 입에 문 채 톱날검을 힘차게 찔렀다.

위잉!

찌잉!

푸욱!

그리고 찬웅의 마무리, 머리 따기.

콰지지직!

“θᛈομ···,”

- 완료 조건 : 봉인된 지하 비고에서 침식당한 마법사들을 처치하세요.(4/13)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아바타 상큼한 딸기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이거 점점 어려워지겠는데?

그래도 동화율 돌파.

차근차근 가보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