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60화 (60/204)

< 공중도시 테라퓨타(2) >

그 시각 [와치맨] 최기병은 APS 신입 환영회를 준비했다.

장소는 로그드라실.

새로 영입한 각성 플레이어 ‘강찬웅’을 기존 플레이어에게 소개하고 파티 사냥도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최기병을 비롯해 [재능만점축케] 우현수, [잠수군바리] 고유섭, [봉선미] 봉춘섭, [칼리파] 마태길···, APS 소속 각성 플레이어들이 모두 모였다.

“신입은? 어디 있습니까?”

“곧 올 겁니다.”

“나이가 32살이라던데, 맞나요?”

“네.”

“좀 많은 편이네.”

“그래도 오자마자 한 건 했잖아요. 옥상에 그놈들 있는 건 어떻게 알았대?”

“누군가 호텔 벽을 타고 오르는 걸 봤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당분간은 연희동 본부에서 접속하지 못할 거란 얘기까지 들었다.

“고블린부터 잡으면서 손발을 맞춰보죠.”

“동화율 렙업은 오크 잡으면서?”

“분위기 좋으면 미노타우루스까지 가는 걸로 하고.”

“네, 이제 찬웅씨만 오면 다 되네요.”

바로 그 순간!

사람들이 모인 장소로 헐레벌떡 뛰어오는 플레이어 한 명.

아바타 명은 [먹튀왕트롤러].

“어···,”

“설마 저 플레이어가 강찬웅씨는 아니겠죠?

“아바타 명이 특이하네.”

“우리도 평범한 건 아니죠.”

“그래도 저건 좀···.”

일행이 서 있는 장소에 멈춰서더니.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강찬웅입니다.”

“어,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

한심하다는 듯 [먹튀왕트롤러]를 노려보는 최기병.

“자자, 장비 점검하시고, 찬웅씨는 저 좀 봅시다.”

[먹튀왕트롤러]가 쭈뼛거리며 다가오자 최기병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아바타 명도 참 잘 지었네요. 아주 센스가 넘쳐흘러요.”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하아, 아무튼 절대 실수하시면 안 됩니다. 이필···, 아니 강찬웅씨.”

“걱정 마세요. 제가 또 이런 거 전문 아닙니까.”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에서 강찬웅의 아바타 역할을 맡기로 한 이필동, 틈틈이 키워온 용병 플레이어의 동화율이 벌써 142%란다.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게임 할 시간도 별로 없었을 텐데 자신보다도 더 높다.

아무튼 가상현실에서 강찬웅의 대역을 맡기엔 이필동이 제격.

이번 치유 물약 관련 사태를 겪으면서 최기병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

곳곳에 존재했다.

청와대에도, 국정원에도, APS에도.

매번 작전을 시행할 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개입을 해왔다.

‘이젠 놈들이 뭐든 알고 있을 거라 가정하고 판을 짜야 해.’

물론 자체적으로 조사는 벌여 발본색원해야 하지만, 당분간은 이 상황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역정보를 흘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케이, 진짜 강찬웅과는 구두로 계약을 맺었다.

APS 최기병은 그의 신분 보장을 약속하면서 현실 생활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을 해주기로 했고,

반면 케이는 APS가 의뢰하는 사안을 처리하기. 실행 가능한 범위에서, 이를테면 감당 불가능한 빌런 각성 플레이어가 출현했을 때라든가.

청와대에도 보고되지 않은 사항이다.

나중에 이 사실이 밝혀지면 최기병의 독단이라 징계를 먹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해야 비밀 유지가 가능하니까.

“잘하세요. 괜히 진짜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그게 제 전문입니다.”

“···.”

그놈의 전문, 전문, 이 사람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 허세가 심한 건가?

“근데 진짜는 어디에?”

“저야 모르죠.”

“퀘스트?”

“아마도.”

“그 양반이 하는 퀘스트라면 평범한 건 아니겠죠? 전에 마키나 공화국 퀘스트도 거의 전설급이었다던데···,”

“나도 모릅니다. 그러니 묻지 말아요. 모르는 게 속 편합니다. 지원을 요청하면 모를까.”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전설급 퀘스트

전설급 NPC가 등장하거나, 혹은 그와 관련된, 그래서 연계 퀘스트를 통해 게임 시나리오를 관통하는 내용이 대다수.

최기병도 용병 플레이어.

‘어후. 일만 아니면···.’

같이 하자고 운이나 한번 띄워봤을 텐데.

※ ※ ※

중년의 마법사, 테라퓨타의 부탑주, 염화의 7서클 마도사 브랜스톤은 미칠 것만 같았다.

진짜 부유석이었다.

그것도 저 짙은 광채로 미루어 축복받은 부유석이 분명하다.

테라퓨타에서 부유석을 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이 다 접근했다.

부유석 있는 곳을 알고 있다, 가져올 테니 선수금으로 돈을 달라, 몇몇 음흉한 연금술사는 부유석 연성 레시피를 넘길 테니 최상급 마정석 100개와 바꾸자···,

다 사기꾼이었다.

그래서 저자도 그런 놈들인 줄만 알았다.

일반 부유석 10배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던 보물 중의 보물, 지금은 아예 씨가 말라버린 물건이 이 이방인에게 있었다.

사실 공중 도시는 언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한 상태.

혹자는 너무 많은 건물과 인구 때문에 가라앉고 있다 분석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명 문제 때문.

마탑에 박혀있는 부유석의 수명이 다했다.

앞으로 3개월이면 테라퓨타는 침식지 한 가운데로 추락할 터.

시간이 필요하다.

도시를 위로 띄웠을 때부터 마탑이 세웠던 계획, 도시 자체를 움직여 침식지를 벗어나 안전한 지역에 내려 앉힌다.

착륙 후보지로 정한 곳이 바로 그라운드 테라.

그때부터 아주 조금씩,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공중 도시는 움직이고 있었다.

테라퓨타의 자랑, 진리의 보고, 마법사들의 정신적 지주인 마탑을 살리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성과가 보였다.

지금도 조금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한 3년이면 침식지를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다.

그 3년을 충분히 버텨주고도 남을 축복받은 부유석이 눈앞에 있고.

“제, 제발···, 뭐든!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겠소.”

“···.”

그뿐만 그런 게 아니었다.

모든 마법사들이 안절부절,

이럴 줄 알았나?

이번에도 가짜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찬웅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가? 아님 말아?

이미 오만정이 뚝 떨어져서 그냥 가버리고 싶지만.

‘···퀘스트는 해야지.’

- 축복받은 부유석(2)

- 완료 조건 : 지상 도시 그라운드 테라에서 마법사 브랜달을 만나세요.

- 보상 : 호감도 상승.

완료 조건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주라는 내용이 없으면 안 주고, 주라는 말이 있으면···, 줘야겠지?

그래, 그렇게 행동하자.

“브랜달을 데리고 와.”

“음?”

“브랜달하고 대화한 후 결정하지.”

완료되면 어떤 퀘스트가 시작되는지 보고.

“아···,”

브랜스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저 이방인이 하라는 건 다 해야 한다.

“브랜달을 불러와라! 어서!”

잠시 후, 천진난만한 얼굴로 마법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쭐레쭐레 띄어오는 브랜달.

“와! 진짜 오셨다. 약속 지키셨네요.”

“그래, 꼬맹아. 내가 온다고 했잖아.”

“헤헤, 아무도 제 말을 안 믿어줘서···, 그럼 부유석 우리 줄 거에요?”

찬웅은 어린 브랜달의 머리를 쓸어주며 말했다.

“글쎄, 두고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럼 테라퓨타로 방문하는 건?”

“흐음, 가보긴 해야지.”

그러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브랜스톤과 마법사들.

띠링!

- 지상 도시 그라운드 테라에서 마법사 브랜달을 만나세요.(완료)

[테라퓨타 마법사들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자, 일단 하나는 해결됐고, 세 번째 퀘스트는?

띠링!

- 축복받은 부유석(3)

- 완료 조건 : 공중 도시 테라퓨타 마탑의 봉인된 지하 비고에 입장하세요.

- 보상 : 진(眞) 스킬 구슬.

‘어?’

뭐지?

부유석을 넘기라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마지막 퀘스트도 아직 안 떴는데, 벌써 진(眞) 스킬 구슬이라···.

예감이 좋다.

찬웅은 중년의 마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브랜스톤이오. 이방인. 테라퓨타 마탑의 부탑주를 맡고 있소.”

말투가 고분고분해졌다.

그럼 이쪽도 조금 달라져야지.

“아! 브랜스톤씨, 공중 도시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문제없소. 오히려 환영하는 바이오. 여기 출입증 받으시오.”

“···이거 꼭 있어야 합니까?”

“이건 탑주도 지켜야 하는 규칙이라, 또한 이 출입증이 없으면 워프 게이트가 작동하지 않소만.”

“그럼 한 장 더 주세요.”

“왜···, 아!”

브랜스톤의 눈길이 상큼한 딸기에게 향했다.

“혹시 동료?”

“맞아요.”

“으음···, 좋소. 그렇게 하리다.”

그리하여 딸기도 출입증을 받았고, 퀘스트만 수행하면 되는데···, 그런데 왜 지하 비고가 봉인되어 있지?

물어보자.

“마탑에 봉인된 지하 비고가 있나요? 퀘스트때문에 그러는데.”

“아! 주신의 인도!”

탄성을 질렀지만 곧 갸우뚱 영문을 모르겠다는 브랜스톤의 표정.

“···그런데 봉인된 지하 비고? 처음 들어보오.”

찬웅도 조금 당황했다.

마탑의 부탑주도 모른다?

그럼 누가 알아?

“아무튼 주신께서 인도하셨다니,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 같고, 테라퓨타에 도착해서 탑주님을 만나 그분께 물어보는 것이···,”

“네, 그러죠.”

그 유명한 테라퓨타 마탑, 탑주까지 만나게 되다니,

뭐, 전설급 NPC는 아니지만 말이다.

방금 그라운드 테라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꽤나 시끌벅적했다.

그리고 여긴 NPC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도시 중 하나.

플레이어와 NPC 사이에서 다툼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다.

평소엔 쉽사리 볼 수 없는 NPC들과 한 플레이어와의 충돌.

각종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서 ‘케이’의 이름이 눈에 띌 정도로 자주 출현하기 시작했다.

※ ※ ※

워프 게이트를 타고 이동한 부유왕국 테라퓨타 공중 도시.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남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하늘을 뚫을 정도로 높게 치솟아 오른 거대한 탑.

저걸 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높다는 L타워에 비견될만한, 아니 그보다 더 거대했다.

“와···,”

고개를 뒤로 젖혀보면서 탄성을 지르는 상큼한 딸기.

“있잖아요. 전 그냥 탑이라 하길래 에펠탑보다 좀 더 못한 수준이겠거니 했는데, 이건 제 상상을 초월하네요.”

“그래요. 마법사들이 공중 도시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골조와 뼈대는 미스릴과 아다만타이트, 오리할콘등, 희귀 금속이 들어갔고, 석재는 드워프 왕국에서 직접 조달해왔단다.

또한 마탑 벽면에 어지럽게 새겨진 각종 수식, 그 문양을 통해 은은하게 빛나는 광채, 브랜스톤이 말하길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10번 이상 얻어맞아도 버틸 정도라고 한다.

“전 마탑주를 보고 올 테니까, 딸기씬···.”

“네, 전 천천히 구경하면서 기다릴게요.”

찬웅은 브랜스톤의 안내를 받아 마탑 최상층에 있는 탑주를 만나러 갔다.

마탑주 브랜카인.

겁화의 8서클 대마도사.

그를 만나기 전엔 흰 수염 길게 늘어뜨린 신선의 풍모를 예상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등 굽은 시골 촌부.

“어서 오게. 이방인 케이. 주신의 인도를 받은 자여.”

“안녕하세요.”

“만나자마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듯 하네만 염치 불고하고 부탁하겠네. 부유석을 보여줄 수 없겠나?”

“보여드리죠.”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축복받은 부유석을 꺼냈다.

“클클클, 정말이었군. 안 죽고 버티길 잘했어.”

그리고는 슬며시 다시 집어넣었다.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다.

8서클 대마도사 앞에서 무방비로 손에 들고 있을 수도 없고.

“이방인이여, 그대가 받은 주신의 인도 내용에 테라퓨타로 부유석을 전하라는 내용이 있던가?”

“아직은요. 먼저 테라퓨타의 봉인된 지하 비고에 입장하라는 말 밖에.”

“···으음? 다, 다시 한번 말해보게.”

“봉인된 지하 비고 입장.”

“허어,”

난색을 표하는 브랜카인.

“···그걸 어떻게, 그리고 왜 묻는 건가?”

“들어가려고요. 할 일이 있어서,”

브랜카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말했다.

“잘 듣게. 내 그대를 인정해서 하는 말인데 봉인되었다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

“이유?”

“거기 들어가면 무조건 죽어! 그대도, 나조차도!”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인지?”

“응?”

“생각해보세요. 내가 누구죠?”

“그야 이방인···, 아!”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브랜카인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렇군. 이방인들에겐 문제가 아니었군. 허허허,”

불사의 존재, 이방인들에겐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듬성듬성 빠진 이빨을 보이며 찬웅에게 말하는 브랜카인.

“봉인된 지하 비고가 있긴 하지.”

“위치는 지하겠고, 그럼 뭐가 있나요?”

“나도 모르네. 단 죽는다는 것만 알 뿐. 그리고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어. 물론 자넨 이방인이라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맞다.

뭐가 문제인가?

그래도,

‘동화율 떨어지면 안 되니까.’

조심해야지.

“그럼 입장해도 되죠?”

“마음대로 하시게. 자넨 그럴 자격이 있는 자니까. 그, 그럼···, 부유석은?”

“다녀와서 생각해보죠.”

“···알았네.”

축복받은 부유석으로 퀘스트를 시작했지만 정작 핵심은 부유석이 아닌 것 같다.

부유석은 일종의 미끼.

이걸로 마법사들의 환심을 사고, 테라퓨타에 입성한 다음, 마탑주를 만나 봉인된 지하 비고로 들어가는 식, 즉 지하 비고가 핵심이었다.

퀘스트 어떻게 뜨는지 보면 더 확실히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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