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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58화 (58/204)

< 먼치킨 >

그러니까 암살자 루인의 앙증맞은 머리 따개가 자동차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기 1시간 전쯤.

찬웅은 구급차에 올라타자마자 제일 먼저 암살자 루인 세트를 꺼내 입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최기병.

“근데 왜 정체를 드러내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찬웅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워낙에 일을 잘하셔서, 흐음, 증거 인멸하자고 이분들 죽일 수도 없고.”

찔끔,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이필동과 구종수.

“그냥 평범한 각성 플레이어라고 밝히셨어도 되지 않았습니까? 케이가 아니라.”

“글쎄요. 아무튼 누구든 각성하게 되면 APS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무조건 원칙이니까.”

“그럼 제 아바타는? APS 들어가서 아바타 공개하면 제가 케이라는 게 바로 발각될 텐데.”

“···.”

“어차피 이분들이 절 찾아낸 이상 피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도망? 이 좁은 한국 땅에서 도망갈 데가 어디 있나요. 잘 숨어 도망 다닌다 해도, 어떻게 게임을 하죠?”

최기병도 동의했다.

이필동이 찬웅이 각성 플레이어라는 걸 인지하고 찾아온 순간 이미 끝난 거였다.

“뒷문이나 열어주세요.”

“···어딜 가시는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맞고는 못 살아요. 제가.”

“아!”

“그리고 병원 주소와 입원실 알려주세요. 대외적으론 제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어야 하니까. 금방 올게요.”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이 폰을 쓰십시오.”

찬웅은 스마트폰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어쨌든 보안 신경 쓰셔야 할 것 같네요. 너무 허술하지 않습니까? 일본에다 중국까지.”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습니다만.”

“그럼 수고들 하시고,”

스르륵,

귀신처럼 사라지는 신형.

“어헉!”

단말마처럼 터져 나온 구종수의 비명.

귀신인가?

이필동을 따라온 뒤로 벌렁벌렁한 가슴이 진정되질 않는다.

‘씨발, 박동구, 그 새끼는 왜 하필 나한테, 넌 죽었어.’

평범한 경찰 생활은 끝났다.

적당히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해 연금 받으며 노후를 보내고 싶었는데, 그날 박동구 전화만 받지 않았어도.

덜컥,

구급차 뒷문이 열리자,

스팟!

세찬 바람이 불었다.

※ ※ ※

메이스로 얻어맞은 곳이 아직 욱신거린다.

그러나 걱정 없다.

‘하급이면 되겠지?’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진(眞) 하급 치유 물약 한 병을 꺼내 마셨다.

씻은 듯 사라지는 통증.

더불어 속도 후련해졌다.

‘속박이 풀린 거라고 생각하자.’

강찬웅이라는 자신의 정체성.

지금까지 케이라는 부케가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강찬웅으로서 자아도 자유롭지 않았다.

외부 활동은 고사하고 쭈욱 전동 휠체어에 앉아서 장애인 행세를 해야 했다.

돈이 많으면 뭘 하나?

자동차 한 대 못 사고 먼 거리는 택시 타고 다녀야 했는데.

이제 강찬웅은 자유다.

반면 ‘케이’라는 존재도 여전히 숨겨져 있었다.

이로써 완벽하게 분리된 두 개의 이중 신분.

드러낸 것과 숨겨진 것.

과연 유지될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자신이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

‘이것’이 없었다면 신분을 감춘 채 계속 숨어서 지냈을 터.

찬웅은 마공학자 데우스칩의 넉넉한 허리띠에 포스를 불어넣었다.

[메인 서버에 접속을 시작합니다.]

[접속을 완료했습니다.]

현실 과학 문명에선 듀플렉스 스페이스의 스킬과 아이템이 마법, 반면 듀플렉스 스페이스 세상에선 바로 과학 문명이 마법.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이 바로 접속과 에고 시스템.

진정한 먼치킨이다.

‘혹시 통화 감청 가능해? 으음, 키워드 몇 개 넣으면···, 먼저 백제호텔 주변으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가능합니다.]

‘키워드는 치유 물약, 거기에 내 이름도 추가하고.’

[키워드 치유 물약, 강찬웅, 전방위 통화 감청을 시작합니다.]

‘도망가기 전에 빨리 찾아야 하는데.’

백제 호텔 옥상엔 그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임무를 수행하다 살해된 옥상 경비팀.

놈들은 살인을 저질렀다.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때.

[키워드가 포함된 통화내용이 감청되었습니다.]

찾았다.

‘들려줘.’

[재생을 시작합니다.]

이윽고 들리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

실패, 원인, 하룻강아지, 강찬웅, 구급차, 치유 물약 확보, 지원 병력···,

‘통화한 사람 신분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등록된 번호의 주인들은 현재 사망한 상태입니다.]

대포폰이구나.

‘GPS 위치는?’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중국 상하이, 다른 하나는 서울 강남 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녹음해서 떠 두고, 이동 중인 거 추적해줘.’

[안내를 시작합니다.]

찬웅은 가까운 빌딩 위를 타고 올라가 바람길 산책을 발동했다.

최대한 빠르게.

스팟! 팟팟팟팟!

빌딩과 빌딩을 넘었다.

간격이 좁은 곳은 그냥 뛰어서, 간격이 넓으면 땅으로 내려오고.

은신막 발현으로 거의 반투명 상태의 찬웅.

사람들이 봐도 상관없다.

귀신이구나 하겠지.

한참을 달려가니.

[발밑에 보이는 은회색 승합차에서 목표 대상의 GPS 신호가 발견됩니다.]

‘승합차?’

[안내를 종료합니다.]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꺾어가며 남쪽으로 향하는 승합차.

그리고 비교적 후미지고 인적이 드문 골목에 승합차가 들어서자 그제야 찬웅은 자동차 앞에 섰다.

극대화된 시각.

앞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운전자의 얼굴,

그놈이다.

백제호텔 옥상에서 있었던 각성 플레이어.

찬웅은 앙증맞은 머리 따개를 힘차게 뿌렸다.

츠피릿!

퍼억!

콰직!

※ ※ ※

첸카이는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도끼가 운전석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더니 류쉰의 가슴에 찍혔다.

공격의 이유가 뭔지는 중요치 않다.

지금 그걸 생각해서 뭐 하게?

“류쉰은?”

“수, 숨을 안 쉬어···,”

죽었나?

하긴 심장 깊숙하게 박혀버렸으니.

골목을 막고선 검정 후드의 남자.

놈은 아직도 거기 서 있었다.

“나가서 놈을 죽여···,”

그때였다.

쐐애액!

츠핏!

날카로운 바람이 첸카이의 옆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서걱!

콰직!

“끅!”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짤막한 비명.

꿀꺽,

첸카이는 움직이지도 못했다.

또 도끼가 날아왔다.

하지만 조금 전과 상황 자체가 다르다.

자신의 두 눈은 놈을 향해있었다.

그러나 던지는 동작도 없었다.

‘대체 언제 도끼가···.’

슬며시 뒤를 돌아보는 첸카이.

두 눈을 부릅뜬 채 고개를 뒤로 젖힌 왕룬보, 그의 머리에 박힌 자그마한 도끼.

그리고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난 홀리 메이스 래플리카도.

‘저걸 자르고 박혔다고?’

무의식적으로 막았을 것이다.

뭔가가 날아오면 반사적으로 손이 들어 올려지니까.

그런데 저렇게 허무하게 잘려?

원본 레어 등급 진(眞) 홀리 메이스가 가진 무기 효과는 강건한 내구도, 모조품이라 하지만 60% 정도는 비슷했다.

즉 내구와 강도 면에선 티타늄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말.

“으아···,”

덜덜덜, 바로 옆에서 왕룬보의 그대로 죽음을 목격한 천웨이의 바지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첸카이는 천웨이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정신 차려! 일단 밖으로 나가···,”

쐐애액!

츠핏!

서걱!

툭, 데구르르,

“천웨이, 천웨이?”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걸까?

여전히 멱살을 잡고 있었는데···,

“아!”

발밑에 있구나.

천웨이의 머리가 말이다.

“···.”

놈은 자신들을 우리에 가둬놓고 하나씩 사냥하고 있었다.

류쉰, 왕룬보, 천웨이···, 모두 죽었다.

그렇다면 남은 사냥감은 자신.

사냥하고 있다고 치자.

어떻게 쫓아왔을까?

설마 배신?

그럴 리 없다.

탈출 경로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서울 지리를 잘 알고 있는 류쉰이 알아서 운전했다.

츠핏! 츠핏!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저절로 놈에게 돌아가는 도끼.

저벅저벅,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애써 참았다.

‘이대로 당할 순 없어.’

놈과 가까워졌을 때가 기회일 터.

우웅우웅,

첸카이는 가만히 스킬 발동을 준비했다.

3계급의 중화각성용사가 되려면 무조건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스킬. 동화율과 반영률이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스킬 구슬이 지급된다.

작전 책임자인 첸카이가 가진 스킬은 강타, 온몸의 포스를 한곳에 모아 일격필살로 적을 분쇄하는 기술, 가장 대중적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드르륵!

승합차 문이 열리자마자.

“죽어!”

강타!

첸카이의 포스가 온전하게 실린 메이스가 놈의 머리에 작열했다.

그러나,

퉁!

“···어?”

소리가 이게 아닌데, 쾅! 혹은 빠각! 하다못해 퍽! 하는 소리라도 나야지.

그런데 퉁? 퉁이라고?

“쉴드?”

그제야 첸카이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누구냐?”

“나 몰라?”

“내가 널 어떻게···,”

“그새 날 잊어버린 거?”

희한하다.

낯이 익다.

어디서 봤더···, 설마?

“너, 너는?”

백제 호텔 옥상.

겁 없이 혼자 달려든 하룻강아지 같은 놈.

“···강찬웅?”

“그것까지 알고 있었어? 중국에서 심어둔 간첩이 많긴 많은 모양이야.”

“네, 네가 왜? 넌 병원에···.”

“날 찾아오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직접 왔어.”

우웅,

도끼에 어리는 짙은 포스.

너무 짙어서 보기만 해도 오한이 돋는다.

‘가만! 도끼? 도끼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순간!

첸카이는 떠올렸다.

로그드라실 방어전에서 중국의 대계를 방해했던 그 아바타.

[대국혼], 진위앙이 반드시 찾아내라던 그 플레이어.

‘그런데 여긴 현실이잖아. 아! ···혹시?’

그렇다.

저 도끼는 진(眞) 아이템이다.

‘케이, 케이였어. 강찬웅이 케이···.’

둘은 동일 인물이었다.

‘속였구나.’

옥상에서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었다.

강찬웅이 케이다.

상하이 각성 플레이어 관리청 본부에서 요주의 플레이어 1순위에 자리하는 놈.

“이제 가라. 내가 좀 바빠서.”

“어어어···.”

알려야 한다.

살아남아서 본국에 돌아가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래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자, 잠깐! 사, 살려주면 우리와 내통하고 있는 자들을 알려주겠다.”

“필요 없어.

내통자야 마음만 먹으면 찾는다.

“왕파단!!!”

첸카이가 메이스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찬웅은 그보다 빨랐다.

“먼저 가 있어. 지옥에.”

콰직!

앙증맞은 머리 따개가 첸카이의 두개골을 파고들었다.

“거기서 보자.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암살자인 자신이 지옥에 안 가면 누가 갈까?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물론 내일도, 그다음 날도···.

※ ※ ※

대현 병원 VIP 입원실.

최기병은 강찬웅의 이름으로 입원실을 예약했다.

그러나 정작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구종수.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죠?”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만. 그럼 전 오늘부터 그···, APS 소속인가요?”

“네, 경찰서엔 따로 통보가 갈 겁니다. 내일부턴 연희동으로 출근하세요.”

“그럼 업무는?”

“게임이죠. 아바타 있어요?”

“없는데요.”

“그럼 오늘이라도 만들어요. 용병 플레이어로,”

그런 구종수의 옆에서 찬웅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최기병과 이필동.

이미 병원 이름과 호실을 알려줬다.

곧 오겠지.

“그나저나 우리 이과장님, 차암, 일 잘하셔.”

“···.”

“그렇게 각성 플레이어 잘 찾으시는 분이 왜 그전엔 그렇게 헤맸대?”

“···.”

“님이 열심히만 하지 않았어도 ‘케이’는 지금도 아무도 모르는 ‘케이’였을 텐데 말이죠.”

“···.”

“그럼 얼마나 좋아! 비밀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왜? 나도 누군지 모르니까!”

이필동은 최기병의 눈을 피하며 변명하듯 말했다.

“어쨌든 잘 해결되었잖습니까.”

“앞으로가 문제죠. 비밀 유지! 이거 안 되면 큰일 나는 거 잘 아시겠고.”

“···그렇죠. 일본에다 중국까지 엮여있는데, 게다가 미국에서 이 사실을 알아내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과장님도 APS 들어오세요.”

“네?”

“강찬웅 플레이어가 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모조리 제 곁에 둬야겠습니다. 불안해서.”

“파, 파견 근무는 안 될까요?”

“그냥 들어와요. 연봉 섭섭지 않게 책정해 드릴 테니까. 어차피 인원 보충해야 해요.”

이필동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이나 APS나 같은 공무원이지.

대우가 더 좋고, 더구나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게임뿐이지 않나,

“우리 셋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릅니다. 강찬웅씨는 흔한 각성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니까요. 이번에 갓 각성한.”

“그래요. 숲속에 나무 한 그루죠.”

흔하다?

예전 같았으면 무슨 개소리냐고 할 테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오늘만 해도 미국, 유럽 등지에서 수십 명의 각성 플레이어들을 찾아냈다는 정보가 감지됐다.

중국은 또 얼마나 많을까?

또 인도와 같이 인구는 많은데 생활 수준이 낮아 게임 인구가 적은 국가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판에.

결국 강찬웅은 오늘 전 세계에서 발견된 각성 플레이어 중 한 명일 뿐이다.

또한 어딘가에 있을 스파이들의 이목에도 그는 단순한 한국 각성 플레이어.

그때였다.

“두 분 원래 사이가 좋았나?”

“어이쿠,”

“으아! 깜짝이야!”

스르륵.

귀신처럼 나타나는 찬웅.

“어, 언제 오셨습니까? 그리고 우리 사이 별롭니다.”

“방금요. 일은 잘 끝내고 왔습니다.”

“그럼?”

“네. 마무리했어요. 장소 알려드려요?”

“아뇨, 누군가 발견해서 신고하겠죠. 우리는 뒷수습만 하러 가면 되고.”

그편이 낫다.

그래야 누가 했는지 모를 테니까.

구종수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여기 누우십쇼.”

“아! 감사합니다.”

아픈 데는 없지만 며칠 입원해있어야 한다.

그래야 알리바이도 성립되고.

“좀 있다가 게임 할 건데···, 그래도 되죠?”

“그럼요. 그래서 캡슐이 설치된 VIP실로 예약한 겁니다.”

“우린 나가보겠습니다. 걱정 말고 푹 쉬십시오. 밖에 우리 요원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네.”

최기병, 이필동, 구종수가 나가고 드디어 혼자 남게 된 찬웅,

참으로 스펙타클한 하루다.

‘근데 기분이 찜찜한데.’

중요한 무언가를 빠트린 듯한 느낌.

‘···아차!’

깜빡 잊고 있었다.

딸기.

오늘 전화하기로 했다.

‘지금 해볼까?’

찬웅은 최기병에게 받은 스마트폰으로 그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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