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52화 (52/204)

< 나는 빌런 >

미국 워싱턴.

리얼 프로젝트팀을 운영하는 지크 맥도웰 과학기술정책 실장은 백악관으로 들어가 마이클 피트 국무 차관보와 만났다.

“쉴드, 마법방어 반지, 재현했습니다.”

“오! 신이시여! 고생 많이 하셨어요. 연구팀에게 휴가라도 좀 주세요.”

쉴드 반지 내부에 있었던 알갱이의 정체는 역시 진(眞) 마정석.

진품 반지를 정밀 스캔해서 0.000001mm 오차도 없이 설계도를 만들고, 3D 프린터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동시에 알갱이를 반지 내부에 박았다.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실제 반지와 실험실에서 만든 레플리카의 차이점은 거의 없지만, 쉴드의 위력이 다소 떨어집니다.”

“원인은요?”

“반지 금속의 재질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혹시 지구에 없는 금속 성분?”

“흐음, 플래티넘은 확실해 보이는데, 또 어떻게 보면 조금 다르고,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 금속 재질을 확실하게 파악하면 진품과 똑같은 반지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요?”

지크 맥도웰 과학기술정책 실장은 마이클 피트 국무 차관보에게 반지 2개를 건넸다.

“이건 진품, 이건 래플리카입니다.”

“네, 확인해보겠습니다. 혹시 필요한 건?”

“마정석이 더 필요하죠.”

“후우, 이거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네요.”

“어쩔 수 없어요. 물약 연구보다 무기 및 장비 아이템 연구가 더 급하니까요.”

사실 지크 맥도웰이 움직이는 리얼 프로젝트팀은 하나가 아니다.

미국 유수에 대학 연구소에서 차출한 화학자들, 제약회사의 연구원들로 이루어진 물약 프로젝트팀.

각성 플레이어가 가진 포스와 마정석 에너지가 서로 동일한 파장을 가졌다는 전제하에서 시작된 각성 및 강화 프로젝트팀.

그리고 쉴드 반지와 같은 진(眞) 아이템 장비 재현 프로젝트팀.

프로젝트팀이 3개나 되지만 현재 확보한 리얼(real) 마정석은 모자란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마이클 피트 국무 차관보.

“네, 일단 절반쯤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마정석은 진(眞) 아이템 장비 재현 프로젝트팀으로 몰아드리죠.”

현 상황이 심상치 않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각성 플레이어.

대부분 국가가 접근하여 통제하고 있지만, 반면 숨어버리거나 빌런으로 변해 사고를 치는 경우도 다반사.

그들은 위험하다.

지금은 드문드문 나타나서 그렇지, 빌런 각성 플레이어들이 조직화 된다면? 100명만 있어도 백악관이 초토화되고, 정부가 전복의 위기에 처할 터.

작은 국가는 10명 있어도 가능하다.

잔뜩 부풀어 올랐다.

당장 내일 각성 플레이어의 존재가 만천하에 공개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

그때가 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국가 차원에서 충분한 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각성 플레이어와 진(眞) 아이템 사이에서 뭐가 더 중요한지 선택하라면 마이클 피트 국무 차관보는 서슴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일단 게임 속 아바타의 동화율이 150%, 그리고 반영률이 20%인 각성 플레이어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의 힘은?

의자형 접속기를 사용하면 상관없지만 캡슐형 접속기를 사용한다면 150%에서 10%를 빼야 한다.

즉 동화율 140%에 포스는 4,000.

거기서 반영률 20%를 적용하면 실제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포스는 800.

물론 그것만으로 일반인 수준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지만 아무래도 게임 속 아바타와는 천지 차이.

그러나 진(眞) 아이템은 다르다.

말 그대로 진(眞).

게임 속 아이템의 성능이 그대로 현실에 적용된다.

만약 포스를 300 올려주는 아이템이 있다고 하면 현실에서도 반영률 상관없이 300이 적용된다.

결국 아이템빨.

각성 플레이어의 힘을 향상하려면 진(眞) 아이템을 재현해내는 것이 가장 효율이 높다.

만약 현실에서 온몸에 진(眞) 아이템을 주렁주렁 착용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제발 그자가 빌런이 아니기만을 빌어야지.

※ ※ ※

찬웅은 목이 꺾인 곽종대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또 저질렀다.

곽종대는 명백한 빌런, 살인마, 즉 악인(惡人).

그럼 자신은?

‘뭐, 똑같은 빌런이지.’

굳이 부정하고 싶지 않다.

맞다.

자신은 빌런이자 암살자다.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 받은 [암살자 루인의 앙증맞은 머리 따개], 이걸 시작으로 쭈욱 그래왔다.

급기야 암살자 루인, 엘프 장로 에루인을 직접 만나고, 그녀의 스킬을 배우고 아바타 케이, 현실 찬웅, 모두 똑같이 암살자 세트 아이템으로 무장했다.

박달환을 죽이고, 일본의 각성 플레이어를 죽이고, 곽종대를 죽이고···,

이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했을 일, 그 누군가가 바로 자신이 된 것뿐.

다만 꼭두각시는 되고 싶지 않다.

더불어 피에 미친 살인마도 싫다.

그래서 일반 병사들은 그냥 겁만 줘서 쫓아 보냈고.

‘이런 걸 원했나? 나도 선택받은 거? 그래서 이렇게 퍼주는 건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선택받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선택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을 기다렸을 뿐입니다.]

‘후우,’

기억난다.

게임의 첫 접속.

그 끔찍한 고통을 견뎌내고 아바타를 생성하자마자 들었던 시스템 메시지.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찬웅은 그것이 아바타 생성 시 누구나 듣는, 으레 하는 인사치레 메시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오직 자신에게만 들렸었다.

또한 박달환이나 조창대 따위를 처리하라고 이런 힘이 생긴 건 아닐 것이다.

뭔가 큰 것이 올 거라는 확신이 든다.

자신의 힘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무언가.

‘나한테 원하는 것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듀플렉스 스페이스는 플레이어에게 무한한 자유도를 부여하고 있습···.]

‘시끄럽고,’

조창대나 처리하러 가자.

※ ※ ※

콰쾅!

콰콰콰콰쾅!

수류탄인가?

벙커 천정에서 먼지가 우수수수, 떨어져 내렸다.

뒤를 이은 실탄 발사.

타타탕! 탕탕! 탕탕탕!

봉춘섭과 마태길은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길래?

그러나 답을 해줘야 할 조창대 군단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자신들 앞에 장교용 권총 두 자루를 던져주고.

“총을 잡아!”

“네?”

“하, 하지만,”

“잡으라고! 새끼들아, 아니면 나한테 죽는다.”

봉춘섭과 마태길을 서둘러 총을 잡았다.

“내가 명령하면 무조건 발사해.”

“···어, 사, 사람을요?”

“이런 병신들이, 그걸 말이라고 해? 쏘라면 쏴! 그리고 싸우라면 싸워!”

“아, 알겠습니다.”

조창대는 크게 한번 심호흡을 했다.

‘후우,’

그리고 눈을 돌려 집무실 벽을 잠시 쳐다보았다.

장식용으로 걸어둔 장검, 조창대는 벽에 걸린 검을 가져와 천천히 뽑았다.

스러렁,

이 검은 과거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했을 때 국방부 장관에게 받았다.

삼정검(三精劍).

조선 시대 사인검(四寅劍)을 본뜬, 오직 별에게만 주어지는 증표, 대한민국 최고의 명장이 만들었다.

칼의 앞면에 새겨진 글귀, 필사즉생(必死卽生) 행생즉사(幸生卽死), 반드시 죽으려 하는 자는 살고,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

각성 플레이어가 되고 난 후, 더더욱 날카롭게 세워 서늘한 빛이 감도는 검날.

조창대는 삼정검에 자신의 포스를 불어넣었다.

지이잉!

떨리는 검날, 어둠 속에서도 확연하게 푸른색의 검기가 보인다.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건 무조건 벤다.

무럭무럭 솟아나는 자신감.

그때였다.

저벅저벅,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봉춘섭과 마태길은 플래시를 문 쪽으로 비추면서 권총을 겨누었다.

꿀꺽,

쏠 수 있을까?

표적도 아닌 사람을?

당장이라도 총을 버리고 싶다.

그러나 뒤에서 시퍼런 검을 들고 있는 조창대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저벅저벅,

가까이 왔다.

제발 오지 마라, 오지 마!

그런데?

“아!”

플래시에 비친 낯익은 얼굴.

곽종대다.

곽종대 소령이 돌아왔다.

“종대야! 왔구나! 그놈은?”

고개를 끄덕이는 곽종대.

아마 처리했다는 의미일 터.

“후우, 수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멍청한 놈들을 데리고 뭘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는데···, 쯧! 하필이면 이런 놈들이 각성해 가지고.”

조창대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곽종대를 치하했다.

그 말에 봉춘섭 병장은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하고야 말았다.

“도,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뭐?”

“제가 각성하고 싶어 했습니까? 다 필요 없습니다. 보내주십시오.”

“이 새끼가?”

용기를 얻었는지 함께 나서는 마태길.

“저도 나가겠습니다. 군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더 이상 이 더러운 짓거리에 동참할 수 없습니다.”

“허어, 둘 다.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조창대는 같잖다는 듯 픽하고 웃으며 말했다.

“곽소령,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서 이놈들 가족,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여버려, ”

“아, 아니 왜?”

“가족들은 죄가 없는데···,”

“닥쳐!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반항을 해? 변승국과 그 가족, 어떻게 됐는지 안 봤어? 지금 당장 네 대가리에 달린 눈알부터 파줄까?”

우우웅!

삼정검의 검신이 포스로 진동했다.

“···.”

“···.”

조창대는 검을 봉춘섭과 마태길 가까이 들이밀었다.

“대답은?”

“보, 복종하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이제야 만족한 표정의 조창대.

“그래그래, 곽소령이 다 처리했잖아. 이제 우리 앞길엔 장애물 따윈 없어. 너희도 나만 따르면 돼. 그럼 좋은 세상이 올 테니.”

그나저나 조창대는 매우 궁금했다.

곽종대가 그놈을 어떻게 죽였을까?

아마 게임 속에선 대단했지만 현실에선 별 볼 일 없는 하룻강아지였음이 분명했다.

“종대야, 아까 그 폭발음은 수류탄?”

“···.”

“흐흐흐, 5발이나 맞고도 살아있을 리 없겠지. 아주 갈가리 찢겼겠군. 그렇지 않나?”

“···.”

“곽소령?”

곽종대 소령, 아니 찬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하지만 조창대가 아니라 봉춘섭과 마태길에게.

“너흰 각성 플레이어?”

“어, 그, 그렇습니다만, 왜 그걸 지금 물어보시는지.”

“이 조창대란 새끼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고?”

“···네?”

잘못 들었나?

새끼?

“곽소령!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정신이 나갔나?”

찬웅은 플래시를 자신의 얼굴에 비추며 말했다.

“내가 아직 곽종대로 보여?”

“···뭐?”

“멍청한 놈이 눈치라도 빨라야지.”

“너어···.”

꿀렁꿀렁,

SF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빠르게 변하는 얼굴.

처음 보지만 조창대는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케이?”

“맞아. 네 이름은 뭐였더라? 무슨 깃발 어쩌고저쩌고였는데.”

“과, 곽소령은? 설마 죽인 건···?”

“죗값을 치러야지. 비록 네 지시를 따랐다 하더라도, 충분히 거부할 수 있었는데. ”

순간!

도끼 두 자루가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났다.

“무, 무슨?”

삼정검을 앞으로 세우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조창대.

쌍도끼,

저놈이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쌍도끼.

저걸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게임 속에서도 저것에 어깨와 무릎을 맞아 트라우마로 아직 욱신거리는데.

“진(眞) 아이템? 그, 그 도끼가 진(眞) 아이템?”

미친!

조창대는 직감했다.

새파랗게 어린 짙은 포스.

보기만 해도 살벌한 기운을 물씬물씬 풍기는 도끼날.

저건 모조품 따위가 아니다.

“시험해볼래?”

“뭘···,”

“막아봐!”

스팟!

“헉!”

순식간에 전면으로 짓쳐들어온 찬웅, 동시에 도끼를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츠핏!

소스라치게 놀란 조창대가 삼정검으로 도끼를 막았지만 ,

덜걱!

삼정검의 중간 부분이 도끼에 잘려,

탱그랑!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창대는 절망했다.

피하지도 못했다.

막지도 못했다.

저 도끼가 검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를 향해 온다면?

저자는 자신을 죽이러 왔다.

케이의 처분에 따라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된다.

그럼···,

“···살려다오.”

“내가 그래야 할 이유는?”

조창대는 무릎을 털썩 꿇었다.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

“제 힘이 아깝지 않습니까? 거두어주십시오. 대한민국을 케이님께 바치···.”

서걱!

“어?”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비스듬하게 갈라져 떨어지는 조창대의 목.

툭!

데구르르르.

나는 빌런.

암살자 루인의 제자.

빌런을 죽이는 빌런.

남은 건 이 두 사람인데.

찬웅이 자신들을 바라보자 안색이 새파랗게 변하는 봉춘섭과 마태길.

“아저씨들,”

“으아, 사, 살려주세요.”

“집에 가고 싶죠?”

“···?”

봉춘섭과 마태길은 의외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살짝 안도하며 말했다.

“가고 싶습니다.”

“저도요.”

“여기서 기다려요.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알겠습니다. 절대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여기 전화기가···,”

“저, 저기 책상 위에 있습니다.”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

최기병.

소속과 직책은 나와 있지 않고 전화번호만 딸랑 적인 명함.

“내선 전화기인가? 이거 어떻게 쓰는 건지.”

“제가 번호 눌러드리겠습니다.”

“스피커 폰으로 부탁해요.”

봉춘섭을 아직도 떨리는 손으로 조심조심 번호를 눌렀다.

-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못 보던 번호인데.

“와치맨?”

- 헉! 지, 지금 어디? 5분 후면 우리 측 군대가 3군단 본부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그래요? 뭐, 조창대와 곽종대는 처리했으니 바로 지하 벙커 안으로 오시면 됩니다.”

- 무슨···?

“아! 억울하게 말려든 군인 각성 플레이어 2명도 벙커 안에 함께 있을 겁니다. 이름이···.”

“봉춘섭입니다.”

“이병 마태길!”

재빠르게 말하는 두 사람.

“들으셨죠?”

- ···아! 네네.

“그럼 자세한 건 이분들하고 통화하시고···.”

용건은 끝냈다.

조금 기다리다가 뒷정리할 인원이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집에 가자.

인제읍까지 뛰어가서 택시 타야지.

그런데 택시가 있으려나?

택시비 또 왕창 깨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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