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46화 (46/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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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어장. >

찬웅은 이제야 깨달았다.

게임의 편의라는 것이 단지 게임 안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현실에서 게임 속 상황을 살펴보고, 현실에서 현실의 정보를 알아내고.

‘게임 속 정보는 그렇다 치고, 현실은? 어떻게 캡슐의 숫자까지 정확하게 맞출 수 있···, 아!’

그런 거였나?

접속.

만약 이 ‘에고 시스템’이 게임의 메인 서버에 ‘접속’되어 있다면, 그래서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면, 캡슐의 아이피 주소 아는 것쯤이야 너무나 쉽다.

‘소문에 듣기로는 게임을 운영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강인공지능이랬어.’

강인공지능이 듀플렉스 스페이스 세계관의 주신(主神)일 거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그러니 세계수가 보조 운영자라는 걸 유추할 수 있고.

계속 물어보자.

이번엔 질문의 범위를 좀 더 확장해서,

거기에 ‘부탁’ 혹은 ‘요청’을 첨가하고.

‘혹시 3군단에서 캡슐을 설치했다는 증거 같은 건 받을 수 있어?’

또,

‘그리고 육군 제3군단 군단장 조창대 중장이나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사령관 변승국 중장이 얼마만큼 개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말 이것까지 대답해줄까?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해 준다고?’

진짜 미쳤다.

그런데 답변 간격이 조금 길다.

시간이 조금 걸리나 보다.

[캡슐들이 모여있는 장소의 GPS 좌표를 확보합니다.]

‘오!’

[육군 제3군단 본부 내 모든 CCTV 영상을 다운로드합니다.]

‘어?’

[조창대 중장 명의의 스마트폰에 있는 데이터를 전체 다운로드합니다.]

‘···?’

영상 다운로드? 스마트폰 데이터도?

어떻게?

‘이걸 입수할 방법은 해킹 말고는 없는데···.’

틀림없다.

해킹이다.

아니, 무슨 해킹까지.

‘미친!’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 게임.

진짜 같은 세상을 실재처럼 구현하는 강인공지능.

당연히 허접한 방화벽 따위야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

‘절대 불가능하지 않아’

진(眞) 아이템과 각성 플레이어도 나타나는 판에 그깟 해킹쯤이야.

물론 엄청난 힘이다.

시스템이 허락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라도 아무 데서나 열람할 수 있다는 의미, 뭐, 캐비닛에 담긴 종이 서류는 볼 수 없지만.

그럼 이것도 되나?

‘증거 자료를 현실에서 받을 방법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무선 통신이 가능한 저장 장치를 지정하십시오. 선택 후 전송이 시작됩니다.]

무선 통신이 가능한 저장 장치라, 매체만 있으면 전송도 가능하고.

포스보다, 진(眞) 아이템보다, 솔직히 이 ‘에고 시스템’과 ‘접속’이 더 놀랍다.

‘대체 왜 내게 이런 힘을?’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 ※ ※

일본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인 무토 미나미는 용병이긴 하지만 재능이 없었다.

동화율이 136%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위대의 각성 플레이어로 영입된 이유는 바로 스킬 때문.

원래는 민간인 신분으로서 특정한 직업 없이 게임에서 번 돈으로 어렵게 먹고살던 그였는데,  어느 날 게임 안에서 번 돈으로 상자 하나를 까다가 특이한 아이템을 획득했다.

진(眞) 스킬 구슬 : 탐지.

황당하게도 현실에서 택배로 그 구슬을 받았고.

처음엔 이게 대체 뭔가하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굿즈 같은 건가?

그럼 캐릭터를 만들 것이지, 구슬을 왜 만들어?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각성!

아바타가 아닌 실제 몸에 생겨난 포스의 힘.

그제야 무토 미나미는 그 스킬 구슬의 용도를 알게 되었다.

놀랍고 신기한 마음에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다가 자위대에 끌려가 강제 입대를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월급도 많고, 일상의 자유도 주어졌고, 전투 요원도 아니니까.

탐지 스킬이 과학 수사 기법이 발생한 현대 세상에서 무슨 쓸모가 있겠냐고 할 테지만 무토의 스킬은 즉각적이고 정확했다.

탐지는 게임 속 레인저, 혹은 사냥꾼 NPC들이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명령을 받은 무토는 즉시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밤중에 서울에 도착했다.

그리고 새벽 택시를 잡아타고 마포대교 남단에 내렸다.

‘여기구나.’

먼저 폰으로 보고부터.

- 마포대교 도착했습니다. 탐지 시행하겠습니다.

- 확인만 하고 바로 돌아오도록!

현장은 깨끗했다.

하지만 코를 찌르듯 물씬 풍겨오던 짙은 혈향.

피 묻은 아스팔트를 긁어냈을 테고, 보도블록도 교체하였겠지만 냄새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킁킁킁,

무토는 연신 냄새를 맡았다.

탐지 스킬 핵심은 민감한 감각, 후각도 그렇다. 한번 맡은 냄새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유지 코스케의 체취야. 기무라와 마사오도 있고. 설마···, 죽었나? 정말 죽었다고?’

충격이었다.

자살할 리는 없고 살해당했다는 말인데.

‘누구지? 한국에 그만한 각성 플레이어가 있었나?’

아무튼 사망은 확실해 보인다.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죽음의 향기가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킁킁킁,

탐지 스킬은 단순하게 감각만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 남겨진 시각적 자취, 피가 뿌려진 방향, 그걸 냄새와 종합하면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슷하게 유추할 수 있었다.

‘격렬한 싸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아.’

저항이 거의 없었다는 말.

분명히 목표를 제압했다고 했는데···, 그때 방심하다 기습을 받았을까?

다수의 인원이 동원된 건 아니다.

현장에 있었을 거라 추측되는 사람은 많아 봐야 10명, 그중에 자위대 소속 5명을 빼면···.

‘겨우 5명 안팎.’

강한 상대였던 건 틀림없다.

하지만 유지 코스케와 5명을 한꺼번에 제압하려면 최소한 동화율 160% 후반대는 되어야 가능하다.

그래도 이상한 것이···, 이렇게 깔끔하게?

갈수록 의문.

아무튼 임무는 완수, 돌아가서 보고하는 것만 남았다.

‘부대가 발칵 뒤집히겠어.’

그때였다.

저 멀리서 들리는 사람의 인기척 소리.

하나, 둘, 셋.

모두 3명.

‘이 늦은 시간에?’

그냥 술 취해서 지나가는 사람일까. 아니면 여기서 벌어졌던 사건과 관계있는 사람일까.

지나가면 상관없지만 만약 관계가 있다면···.

‘알아보고 가는 게 맞아.’

이 정도 작전이야 본토에서 많이 경험해봤다.

무토는 볼펜형 녹음기를 현장 구석에 숨겼다.

어두운 밤이다.

자세히 봐도 찾기 힘든 작은 볼펜.

자신은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절대 알아차리지 못하게.

쥐 죽은 듯 엎드려 숨어 있자.

※ ※ ※

최기병은 마포대교에 도착했다.

우현수, 고유섭도 같이, 둘은 그날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몇 시간 만에 퇴원했다.

외상, 내상 가릴 것 없이 그 어떤 손상이라도 즉시 회복시키는 신비한 치유 물약의 효과. 덕분에 이렇게 멀쩡하게 걸어 다닌다.

“쩝, 여길 또 오네.”

“전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극복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딸딸이부대 새끼들 모조리 지옥으로 보내줄 겁니다.”

“네, 두 번은 당하지 말아야죠.”

찰나의 순간에 기습을 받아 제압당했다.

뼈가 부러져 완전하게 무력화된 상황에서 참수까지 당할 뻔했다.

솔직히 트라우마가 없다면 거짓말.

“주위엔 아무도 없습니다.”

“이쪽도,”

방심하지 말아야지.

경계심을 바짝 조였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언제든 무기를 꺼낼 수 있도록.

“아직 안 왔나?”

“네, 기다립시다.”

사실 10분 일찍 왔다.

기다리는 게 문제가 될까?

“그런데 팀장님.”

“네,”

“이번엔 마키나 공화국에서 무슨 작전을 수행하셨습니까? 우리 플레이어들이 거의 몰살 당했다던데, 드래곤 브레쓰 맞은 것도 아니고. 아무리 퀘스트라도 사망 페널티를 받아 가면서···.”

“케이와 관계된 작전이었습니다.”

“아!”

깜짝 놀라는 우현수와 고유섭.

“아니, 그럼 왜 저희는 안 부르시고.”

“그때는 아직 병원에 계셨···.”

“저 다 나았습니다!”

“하아, 좋은 기회였는데.”

최기병은 쓴웃음을 지었다.

뭐, 두 사람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죽을 것이 뻔한 임무에 각성 플레이어를 보낼 순 없지.

게임 안에서 한번 죽으면 손실이 얼마나 큰데, 3일 접속 제한은 그렇다 치고 동화율과 반영률 하락은 치명적이다.

“그러니까 제가 기회를 마련하려고 데리고 왔지 않습니까? 그때는 상황이 워낙 급박해서 말도 못 꺼냈지만 오늘은 소개해 드려야죠.”

케이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이번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전설급 NPC에게 직접 퀘스트를 받는 사람이다.

전설급 NPC들이 주는 퀘스트가 간단할 리 있나?

이번처럼 APS 소속 플레이어들을 동원해 그가 맡은 퀘스트를 돕고, 자신들도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최기병은 우현수와 고유섭을 파티원으로 추천하기 위해서 데리고 온 것이고.

물론 거절하면 어쩔 수 없지만.

“거절하면 어떡하지? 무릎이라도 꿇을까?”

“그럼 더 부담스럽지. 일단 차근차근, 친구 요청부터.”

“그것도 안 된다면?”

“진심을 담아서 부탁해 봐.”

“내 진심을 그 사람이 어떻게 알고.”

강해지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케이와 파티를 하면 강해질 수 있다.

지금 보다 더.

그때였다.

“못 들어드릴 것도 없죠.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화들짝 놀라는 세 사람.

“아이고, 깜짝이야!”

“헉!”

“케, 케이님?”

스르륵.

찬웅은 은신막을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나타나는데 경계심은 무슨.

“전 당분간 마키나 공화국에 있을 예정입니다. 와치맨님과 함께 접속하셔서 친구 요청하세요. 수락해드릴게요.”

“아! 가, 감사합니다.”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친구 요청받아준다는 말에 좋은 티를 팍팍 드러내는 두 사람.

그러나 최기병은 멍하니 입만 떡 벌렸다.

그럴 수밖에.

케이가 숨기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왜 이 사람이 얼굴을 보여주지?’

그전엔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오만 생각이 다 스치고 지나간다.

영화에서 보면 악당이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 얼굴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혹시 지금도 같은 경우?

아니면 그거겠지.

얼굴을 보여주고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만약 선을 넘는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인가?

최기병은 불안했다.

대체 무슨 의도에서 얼굴을 깠을까?

그런데 자신의 속도 모르는 우현수는,

“오! 정말 잘생기셨네요.”

“으음, 그런가요?”

“네! 영화배우 뺨치십니다. 하하하. ···어, 진짜 영화배우하고 똑같으시네.”

생각이라는 게 없나?

찬웅은 불안해하는 최기병에게 물었다.

“저한테 주실 것이 있다고,”

“아! 네, 여기···,”

최기병이 건넨 건 바로 스마트폰 2개.

“완벽하게 보안 처리된 물건입니다. 하나는 촬영용, 군부대에 들어가실 때 어떤 증거라도 찾게 되면 이걸로 촬영해 주십시오.”

“다른 하나는?”

“해킹 복제 툴 어플이 깔려있습니다. 혹시라도 조창대 중장의 스마트폰을 확보하시게 되면 이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어플을 실행해···.”

“그럼 복제가 된다는 거네요.”

“그, 그렇습니다. 하지만 꼭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캡슐 촬영만으로 충분합니다.”

“이리 주세요.”

찬웅은 스마트폰 2개를 받았다.

될까?

어쨌든 하나를 지정해서.

‘저장 장치 선택, CCTV 영상은 여기에.’

그러자,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전송이 가능합니다.]

‘지금 바로 전송해 줘.’

[전송을 시작합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놀랍다.

지금까지 얻은 능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일까?

[전송을 완료했습니다.]

다음은 폰 복제.

조창대의 스마트폰을 통째로 옮기면 된다.

당연히 에고 시스템이 알아서 할 것이고.

[전송을 완료했습니다.]

좋다.

두 개 다 완료.

찬웅이 스마트폰만 쳐다보자 불안해진 최기병.

“거,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떤 추적 장치도 달려 있지 않습니다. 맹세합니다.”

“그런가요?”

사실 추적 장치 있어도 상관없다.

인벤토리에 넣어버리면 그만.

전파도 터지지 않고 당연히 GPS 신호도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이걸 주느냐?

천만에!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 능력만은 숨겨야 한다.

그래서,

“이틀 후에 만납시다. 증거 확보해서.”

“여기서 같은 시간에 다시 만나는 겁니까?”

“아뇨. 사실 마포대교도 매우 좋은 약속 장소이긴 하지만 슬슬 귀찮아져서.”

“···네? 뭐가 귀찮으시다고.”

찬웅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뭐, 황금어장 같은 곳이네요.”

“무슨 말씀을···.”

“셋이서만 오셨죠?”

“네.”

“각성 플레이어는 두 분뿐이시고.”

“APS 소속은 두 명 말곤 없습니다.”

“그럼 잠시···.”

팟! 팟! 팟!

순식간에 사라지는 찬웅.

※ ※ ※

일본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인 무토 미나미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마포대교에 나타난 3명의 남자를 훔쳐보고 있었다.

시각을 극대화하니 어둠 속에서도 제법 잘 보인다.

누굴 기다리는 중인가?

저들이 누군지는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그 사건과 관계있는 자들일지도 모를 일.

그래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으면 기억해야 한다.

다른 건 녹음기가 알아서 해 줄 것이고.

‘한 명은 평범한 인상의 중년남이고, 두 명은 머리를 짧게 깎았고, 또 한 사람은 얼굴이 잘 생겼···, 어?’

하나, 둘, 셋, 넷.

넷?

4명?

3명이었는데···, 어디서 나타난 거지?

‘잘못 봤나?’

아니다.

무토는 자신의 감각을 믿었다.

처음은 확실하게 3명, 그러나 갑자기 4명으로 늘었다.

‘자가 분열이라도 한 거야?’

순간!

팟팟팟!

‘헉!’

한 명이 또 사라졌다.

이제 3명.

뭐지?

귀신일까? 단순한 착각일까? 아니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건가?

그때였다.

덥썩!

“헉!”

“잡았다!”

“나, 난다···,”

빠르게 움직인 게 맞았다.

‘들켰구나.’

무토는 눈을 찔끔 감았다.

멀리서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최기병과 각성 플레이어들.

“저자는 언제 저기 숨어 있었죠?”

“씨발!”

“···.”

우현수와 고유섭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연이은 경계 실패.

대등한 파티원으로서 함께 성장하려 했지만 성가신 짐덩이 신세로 전락해버릴 판.

이게 무슨 개망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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