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44화 (4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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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眞) 아이템 하나 더.

각성 플레이어 전담반(Awaken Player Squad) 구성원들의 출신은 다양한 편이다.

특전사, 해병대 수색대 등 특수 부대 출신들이 많고, 경찰, 국정원 등의 정보기관, 공무원, IT업계 종사자에, 프로게이머 출신까지.

출신이 워낙 다양한지라 약간의 잡음도 있었지만 일반 길드와는 달리 조직적이고 지시가 떨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최기병의 인솔하에 뉴팩토리 성문을 나서 올드팩토리로 향하는 146명의 용병 플레이어.

프로게이머 출신 아바타 명 [뒈지면3일휴가]가 공무원 출신 [영원히철밥통]에게 말했다.

“아저씨, 몇 팀에 있어요?”

“육성 5팀요. 그리고 저 아저씨 아닙니다.”

“그럼 아가씨?”

“남잡니다. 잡담하지 말고 주위나 살피세요.”

“네네, 그런데 우리 어디에 투입되죠? 3일 만에 접속했는데 몸 사려야지.”

“몸 사린다는 분이 아바타 명은 잘도 지었네요.”

3일 만의 접속이다.

모두 들뜬 기분.

얼마나 기다렸던 접속인가.

하지만 올드팩토리 초입에서 최기병이 브리핑을 시작하자 모두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성벽을 넘어서 몬스터들을 유인하라고요? 죽을 때까지?”

“와! 이거 너무하잖아요. 3일 만에 접속인데.”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또 죽으면 동화율 바닥 치는데요?”

“후우,”

146명의 용병 플레이어 전부가 같은 심정, 죽는 게 싫었다.

얼마나 열심히 동화율을 돌파해왔는데, 로그드라실 웨이브에서 죽어 3일 만에 접속한 지 바로 오늘인데, 여기서 더 올라도 시원찮을 판에, 또 죽어?

그러나 최기병은 단호했다.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는 퀘스트.

그래야 케이와의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

게임에서나, 현실에서나 케이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고마울 뿐.

“열외 없습니다. 유급휴가라고 생각하세요. 저기 아바타 명이 [뒈지면3일휴가]라는 분도 있네요. 물론 선택은 자유입니다. 응하지 않을 거면 지금 바로 로그아웃하시고 사직서 작성하면 됩니다.”

모두 조용하다.

사직서?

미쳤다고 사직서를···.

그야말로 꿈의 직장 아닌가.

온종일 출근해서 하는 일은 무조건 게임.

게임 하면서 돈 받는 곳이 바로 APS인데.

“그럼 그만두실 분? ···없네요. 그럼 브리핑 마저 하겠습니다. 먼저 조를 짭니다. 총 8개 조로 나누어··· ···, 최대한 몬스터 많이 유인하시고 오래 버티십시오.”

그동안 찬웅은 딸기와 대화를 나누는 중.

“아쉽지만 딸기씬 여기서 할 일이 없어요.”

“네? 저도 잘 할 수 있어요.”

“성벽에 올라가자마자 죽을 게 뻔한데? 그리고 지금 동화율 얼마입니까?”

“혀, 현재 135%.”

“많이 떨어졌네요. 이번에 죽으면 더 떨어질 테고.”

“···.”

처음엔 함께 데우스칩의 퀘스트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딸기의 역할은 따로 있다.

“빠지세요. 다른 곳에서 동화율 올리고 와요. 로그드라실 정도면 괜찮겠네요.”

“···네.”

“이거 해결하고 연락드릴게요.”

풀 죽은 딸기를 달래고.

브리핑이 끝났는지 최기병은 줄을 세워 플레이어들에게 아이템을 나눠줬다.

“이번 작전을 위해 중앙 마공학 연구소에서 아이템도 제공했습니다. 쉴드보다 한 단계 높은 배리어가 각인된 아이템, 인벤토리에 넣지 말고 꼭 착용합시다.”

최기병은 퀘스트의 주체가 케이라는 걸 밝히지 않았다.

찬웅이 그렇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저 중앙 마공학 연구소의 퀘스트를 받았다는 언질만 흘렸을 뿐.

“영웅 등급인데?”

“이거 비싼 거 아닙니까?”

“팀장님! 그냥 주는 건가요?”

그러자 찬웅을 바라보는 최기병.

찬웅은 고개를 끄덕여줬다.

국가에서 따로 뭔가 해 주겠지만 동화율 하락을 각오한 플레이어들이니 별도의 보상은 있어야지.

“네, 이번 희생에 대한 보상입니다.”

“오!”

“득템이다.”

“이 정도면 죽어도 괜찮아.”

APS 소속 용병 플레이어들이 아이템을 받아들고 자신의 위치로 이동을 시작했다.

무려 146명이 희생을 각오했다.

성공해야 한다.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

3일 후에 재시도하면 되겠지만 양심이 있지, 또 희생을 요구할 순 없지 않나!

시간이 흐르고, 속속들이 들어오는 메시지.

[통화률200%] : 팀장님 1조 준비 끝났습니다.

[랜덤박스까면여친나오냐?] : 2조 완료.

[오늘은이거다] : 3조도···.

.

.

.

8개조 모두 제 위치.

최기병이 찬웅에게 물었다.

“시작할까요?”

“네.”

최기병은 인벤토리에서 활을 꺼내 들었다.

화살에 폭음탄을 장착하고,

핏!

쐐애애액!

펑!

하늘 높은 곳에서 터지는 폭음탄.

“우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성벽을 타고 올라가는 용병 플레이어들.

경보음이 울리고,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경고 발령! 경고 발령!>

찬웅은 속으로 천천히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여덟, 아홉, 열!’

타닥! 타다다다닥!

맹렬한 기세로 성벽을 타고 올라가는 찬웅, 눈 깜짝할 새 성벽 위에 도달했다.

“미친!”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많다.

도시 내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이 다 몰려나왔다.

“끄악!”

“씨바알···,”

“3일 휴가다!”

퍼버버벅!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들에게 휩쓸리고 있었다.

베리어 생성 아이템이라도 있어서 망정이지.

하지만 이들의 희생으로 돌파구가 생겼다.

길이 보인다.

몬스터들을 뚫고 올드팩토리 중앙광장으로 가는 경로가.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가속의 물약을 꺼냈다.

꿀꺽,

[10초간 스피드가 대폭 향상됩니다.]

쿨타임이 10분, 시작할 때 마시고, 탈출할 때 마시고.

찬웅은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스르륵,

그리고,

순간 가속!

스팟! 팟! 팟! 팟! 팟···.

포스를 아낄 이유가 없다.

팟! 팟! 팟!

가속 물약 영향으로 스피드는 더더욱 빨라졌다.

중심부로 가면 갈수록 뜸해지는 몬스터들.

‘음?’

그런데 희한한 것이 보인다.

중앙광장이 있어야 할 곳에 거대한 기둥 2개가 솟아올라 있었다.

높이는 약 20층 건물 크기.

‘저건?’

골렘, 아니 기간트.

군데군데 파손되고 녹이 슬어 멈춰버린 대형 마그누스 기간트 2기가 중앙광장에 마치 건물처럼 세워져 있었다.

대상은 확인했고, 이제 시간 싸움이다.

‘가슴 부위에 있었지?’

빨리 엑사급 코어를 꺼내 돌아가야 한다.

‘포스가···.’

순간 가속을 연달아 펼치느라 바닥난 포스, 인벤토리에서 자원재생 물약을 꺼내 마셨다.

타닥! 타다닥!

부서진 기간트를 밟고 위로 올라가는 찬웅.

‘여긴가?’

문양이 새겨진 위치로 보아 맞는 것 같다.

앙증맞은 머리 따개를 들고 코어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위치를 힘껏 내리쳤다.

깡!

중앙광장에 울리는 금속음.

한 번 더.

깡!

좀처럼 부서지지 않는다.

녹이 슬었는데도 이 강도라니.

포스를 끌어올려서, 지이잉, 힘차게!

퍼억!

“오!”

도끼날이 들어간다.

계속해서.

퍼억! 퍼억! 퍼억!

점점 더 벌어지는 틈새.

조금만 더.

바로 그때였다.

쿠쿵! 쿠쿵!

“이런!”

들썩들썩, 땅이 뒤집어질 듯 울리는 충격파.

어둡다.

지면을 완전하게 가리는 그림자.

그리고!

쿠쿵! 쿠쿵!

올드팩토리 침식지 보스 해방된 마그누스 에고 기간트가 머리 위 긴 뿔을 자랑하며 기어코 모습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씨발···.”

대체 이 게임은 정도라는 게 없다.

저걸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몹인가?

빨리 코어 획득하고 튀자.

퍼억! 퍼억! 퍼억!

그렇게 몇 번 더 내리치니 벌려진 틈으로 자동차 엔진만 한 엑사등급 코어가 보였다.

찬웅은 힘을 주어 코어를 뜯어냈다.

두두둑!

그리고 인벤토리로.

[마그누스 기간트의 엑사등급 코어를 획득하셨습니다,]

‘됐어!’

이제 튀자.

그런데?

<침입자 발견. 소멸 작업 실행.>

광장에 울리는 섬뜩한 기계음.

동시에!

츠츠츠츠츠···.

해방된 마그누스 에고 기간트의 긴 뿔에 맺히는 강한 스파크, 보스의 시선은 정확하게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어···,’

차롸롸롸뢋!!!

찬웅을 덮쳐오는 무시무시한 벼락!

동시에, 스팟!

콰콰콰콰쾅!!!

“미친!”

찬웅이 올라타 있던 부서진 기간트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 다시, 츠츠츠츠츠···.

<침입자 발견. 소멸 작업 실행.>

‘가속 물약 쿨타임은?’

다행히 쿨이 돌아왔다.

꿀꺽,

[10초간 스피드가 대폭 향상됩니다.]

찬웅은 정신없이 순간 가속을 시전했다.

팟팟팟팟!

차롸롸롸뢋!!!

콰콰콰콰쾅!!!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는 파괴 스파크!

보스뿐만이 아니다.

성벽으로 몰려갔던 메탈 경비 골렘들도 죄다 찬웅에게 몰려왔다.

두두두두두두.

차롸롸롸뢋!!!

콰콰콰콰쾅!!!

역시 피아구분이 없는 보스 몬스터의 공격.

잡몹들도 스파크 공격에 우수수 쓸려나간다.

‘조금만 더.’

팟팟팟팟!

성벽이 바로 눈앞,

다리에 힘을 주고,

타탁!

찬웅은 높이높이 뛰어올랐다.

발밑에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최기병이 보인다.

탈출 성공.

※ ※ ※

듀플렉스 대륙의 NPC에게 가장 큰 공포는 바로 침식지다.

침식을 당할 바엔 목숨을 끊는 게 낫다고 할 정도, 그래서 대륙의 어떤 국가든 웨이브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나마 로그드라실은 사정이 나은 편, 세계수가 있으니까.

마키나 공화국엔 아무것도 없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웨이브에 대비하려면 마그누스급 기간트는 필수, 그러나 가장 중요한 코어 제작 기술이 남아있지 않으니.

한때, 자신의 지식을 뽐내며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었던 수석 연구원들도 후임을 남기지 못하고 다 죽어버렸다.

데우스칩 혼자만 근근히 살아남아 마도공학의 명맥을 이어왔던 것.

올드팩토리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그곳에서 잃어버린 마도공학의 술식과 문양, 코어견본을 되찾아올 수만 있다면.

하지만 오늘 데우스칩의 오랜 숙원 하나가 풀렸다.

“오오오오! 드디어!”

- 올드팩토리 내부에 부서진 마그누스 기간트에서 엑사급 코어 획득(완료).

데우스칩에게 코어를 넘겨주고 완료 메시지가 뜸과 동시에.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동화율과,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반영률 3%씩 동반 돌파.

‘그래, 이거지!’

보상 안 받아도 좋다.

날아갈 듯 기뻐하는 데우스칩.

“흐흐, 엑사 등급 코어야, 엑사 등급! 흐흐흐흐.”

“그렇게 좋으세요?”

“···난 솔직히 자네가 해낼 줄 몰랐어. 이거 루인도 실패했거든.”

사부님이?

설마?

“동료들과 함께했나요?”

“천만에! 어디 루인은 고고한 호랑이 같은 여인이지. 떨거지들과 함께 다닐 리 없어.”

그럼 그렇지.

혼자서 하다 실패했구나.

자, 이제 그럼,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을 받을 시간.

“아차! 뉴팩토리를 구한 구원자에게 선물을 줘야지. 이리로.”

데우스칩은 찬웅을 연구실 한쪽으로 안내했다.

“이리 와서 여기 서게.”

“여기요?”

“그래, 이 동그란 원, 워프 게이트에.”

보물 창고로 이동되나?

슈슛!

“오!”

찬웅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간이었다.

중간에 길이 하나 나 있고 그 양옆으로 세워진 갖가지 물건들.

“자, 마음대로 골라.”

“몇 개요?”

“···다, 당연히 하나만,”

하긴, 폴리모프 복면도 받았으니.

“이건 어떤가? 집사 골렘이네. 머리 좋은 에고가 삽입되어 있어 똑똑해.”

집사 골렘?

찬웅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아뇨, 집사는 필요가 없어서.”

진(眞) 아이템이 아니다.

“그럼 이건? 쌍도끼가 주무기라도 방패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지. 막을 때마다 일정 확률로 데미지를 상대방에게 되돌려주는 반작용 방패인데.”

“흐음, 쌍도끼로 충분합니다.”

“소환수 골렘 기사는 어떤가? 소드 익스퍼트 수준의 검기를 뽑아내는···.”

“괜찮아요.”

“쯧! 까탈스럽기는 제 사부하고 똑 닮았어.”

마음에 들지 않는 걸 어쩌라고,

찬웅이 원하는 건 하나, 진(眞) 아이템.

정말 없나? 그냥 아무거나 받아? 골렘 기사 정도면 괜찮긴 한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복도를 거닐며 발명품을 확인하는 찬웅.

순간!

‘어?’

드디어 찾았다.

진(眞) 아이템.

그런데 아이템 정보가···.

[진(眞) 마공학자 데우스칩의 넉넉한 허리띠.]

[등급 : 전설]

[장비 종류 : 허리띠]

[귀속 여부 : 습득 시 귀속]

[장비 기술 : 에고 시스템(오류) / 접속(오류) / 인벤토리 확장]

장비 스킬이 3개인데 그중에 2개가 오류.

‘불량품이구나.’

그래도 인벤토리 확장은 개꿀인데···.

찬웅은 허리띠를 들고 고민했다.

“에잉, 이게 왜 여기 있어! 이건 내 실패작이야. 분명 버렸는데 언제 또 굴러왔데?

”그런가요?“

”얼마 전 꿈속에서 주신을 만나 영감을 얻어 만들었지. 하지만 에고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 쓰레기야.“

쓰레기.

에고 마공학자인 데우스칩으로선 할만한 이야기.

그러나 찬웅은 이게 마음에 든다.

다른 스킬이야 다 고장이 났지만 인벤토리 확장만으로 가치가 있다.

”이걸로 가져갈게요.“

”···정말인가?“

”네, 저한테 가장 쓸모가 있는 물건입니다.“

”하여간 이방인들이란, 쯧쯧쯧, 마음대로 하게. 대신 이거.“

데우스칩은 찬웅에게 은빛 금속패 하나를 건넸다.

”이건?“

”중앙 마공학 연구소 명예 연구원 자격증, 혜택이 많아. 마키나 공화국 어느 도시에서도 통용이 되지.“

”어휴, 뭐 이런걸.“

주는 데 거절할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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