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41화 (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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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

찬웅은 주저하지 않았다.

바로 손을 써야만 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참수라니?

체념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길게 목을 내민 두 명, 그중에 한 명은 찬웅도 알고 있는 얼굴.

게다가 일본인이 왜 마포대교 다리 밑에서···.

처음엔 사투리겠거니 했지만 확실히 일본어였다.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직전.

머리 위로 올려진 칼 든 놈의 손, 그 손에 새겨지는 힘줄, 꽉 깨문 입술, 움찔거리는 어깨···, 반사적으로 도끼를 날릴 수밖에.

츠리릿! 츠피릿!

서걱! 서걱!

툭! 툭!

또 사람을 죽였다.

한번 경험하면 두 번째는 쉽다는 말은 정말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더 쉽다.

아니 이미 세 번 했나?

‘회수!’

훌륭하게 제 임무를 마친 도끼가 다시 찬웅의 손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부하 4명을 이끌고 한국으로 넘어온 동화율 156%, 반영률 20%의 각성 플레이어, 자위대 일등 육위 유지 코스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번 임무 따윈 그저 산책 수준이라 생각했다.

한국에 들어와서 이곳에 오기까지 실시간으로 세세한 정보를 받았다.

치유 물약 거래 접선을 위해 출동한 인원이 몇인지, 그중 각성 플레이어의 숫자는, 동화율이 어떻게 되는지, 현재 어디로 이동하는지.

이번 로그드라실 이벤트에서 갓 각성한 두 명의 한국 플레이어 제압하는 거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고, 가장 중요한 목표물인 케이라는 놈이 아무리 강하다 해봐야 5명의 수적 우세를 이겨낼 수 없을 테고,

역시 기습은 성공적이었다.

당연히 안전하리라 믿었던 장소에서 뜬금없이 5명의 각성 플레이어가 공격해왔는데 어떻게 대응해?

설령 대비하고 있다 해도 공격받는 그 순간에 이미 끝난 게임.

두 명을 처리했으니 나머지 한 명은 다섯 명이 상대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날지 생각이나 했을까?

히끗! 하면서 눈앞을 지나가는 물체.

“뭐···.”

목 두 개가 차례로 땅에 떨어졌다.

얼마나 빠르게 자르고 지나갔는지 목이 먼저 떨어지고, 몸은 그대로 선 채 멈춰있다가 잠시 후에 쓰러졌다,

참수는 한국 각성 플레이어가 아니라 자신의 부대원들이 당했다.

‘···.’

그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어떻게?

순간!

휘리리릭!

다시 뭔가가 눈앞을 지나갔다. 그것이 날아왔던 반대 방향으로,

“헉!”

고개를 돌리며 물체를 쫓아가는 유지 코스케의 시선.

그리고 목격했다.

탁! 탁!

어두운 마포대교 남단 다리 밑에서 날아오는 쌍도끼를 받아드는 한 남자.

설마 저자는···.

“케이?”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계속 주위를 관찰하고 있었다. 눈도 떼지 않았다. 이 근방엔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는데, 귀신도 아니고.

그러나 지금은 의문을 가질 때가 아니다.

만약 저 도끼가 또 날아온다면 어떡할 건데,

“이, 인질을 잡아!”

화들짝 놀라 각자 인질 한 명씩 잡고 방패를 세우는 자위대 부대원들, 유지 코스케도 최기병의 머리채를 잡고 자신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츠리릿! 츠리리릿!

다시 도끼가 날았다.

그러나 목표는 자신들이 아니었다.

챙! 챙그랑! 채챙!

연속적으로 깨어지는 가로등.

그리고,

스르륵,

어둠에 스며들 듯 사라지는 케이.

“어억!”

“무, 무슨?”

“···이, 이게?”

없어졌다.

정말 귀신?

이게 말이 돼?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두워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지경.

“침착해! 놈은 여기 있어. 시각에 의존하지 마. 소리, 소리를 들어!”

유지 코스케는 냉정하게 주의를 환기했지만 살아남은 부대원들은 공포에 질렸다.

이미 두 명이 죽었다.

그것도 목이 잘려서.

“치, 칙쇼!”

“으으, 어, 어디야?”

인질을 꽉 끌어안고 단검을 목에다 댄 채 주춤주춤, 물러나면서 뒤로 봤다가 옆으로 봤다가···, 어둠과 적막, 덮쳐오는 긴장, 초조, 불안, 두려움.

보이지 않는 위협이 자신들을 노린다.

공포는 더더욱 극대화되었다.

유지 코스케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작전은 실패, 보이지도 않는 놈을 어떻게 잡을까? 지금은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

그건 그렇고 저렇게 몸을 숨긴다는 건.

‘은신 스킬.’

그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스킬이 그것뿐만도 아닐 거야.’

도끼를 날리는 것도 스킬.

돌아오게 하는 것도 아마 스킬.

‘어떡하지?’

보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유지 코스케는 일본도를 들고 최기병의 목에 갖다 댄 후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당장 나와! 나오지 않으면 이놈을 죽여버리겠다.”

찬웅은 조심스럽게 은신막을 유지하며 놈들의 동태를 살폈다.

남은 숫자 3명, 저마다 한 명씩 인질을 잡고 있었고.

우두머린 듯한 놈이 뭐라고 뭐라고 소리쳤지만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다.

와치맨, APS 팀장은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다른 두 사람이 문제.

창백한 얼굴, 힘없이 감긴 눈, 팔과 다리는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었으며, 그저 놈들이 이끄는 대로 무력하게 인형처럼 흔들거릴 뿐.

죽이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인질이 문제다.

도끼가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우리 편이 죽는다.

설령 맞춘다고 해도 그렇다.

목이 칼이 대어져 있어 삐끗하면 끝.

각성 플레이어라고 무적일까?

그들도 피 많이 나면 과다출혈로 사망.

자신의 무기, 그리고 스킬, 아이템 효과를 조합해 최적의 공격 시뮬레이션을 짜보는 찬웅, 실패는 없어야 한다.

‘후우,’

심호흡 한번.

손가락을 움직여 근육을 풀고.

정신을 집중하자 극도로 예민해지는 감각.

새벽의 차가운 공기, 풀 냄새, 물 흐르는 소리.

‘됐어.’

비열한 습격은 봉인, 직접 다가가서 별빛 가르기로 머리를 따버린다.

한편 유지 코스케는 갈수록 불안해졌다.

이런 싸움은 처음 겪어본다.

언제 어디서 도끼가 날아들지 모른다.

어떻게든 놈이 모습을 드러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빈틈이라도 노려보지.

“어이, 기무라!”

“네! 대장.”

“인질을 죽여.”

“···뭐, 뭐라고요?”

“죽이라고! 지금 당장!”

“···.”

인질을 죽이면 최소한 반응은 오겠지.

하지만 기무라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인질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방패가 사라지는 셈, 무방비로 적에게 노출된다.

‘제기랄!’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상관의 지시, 그에게 복종은 세뇌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기무라는 단검을 높이 치켜세웠다.

그리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나와! 나오라고! 안 그럼 주, 죽인다! 지금 죽일 거라고! 죽인다니까···,”

스르륵.

“어?”

스팟!

콱!

“끅?”

털썩.

관자놀이에 도끼를 맞고 그 자리에서 비스듬히 쓰러지는 기무라, 즉사였다.

스르륵.

‘미, 미친!’

유지 코스케는 기무라가 어떻게 죽었는지 목격했다.

처음엔 다소 먼 거리에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깜빡, 점멸하더니 어느새 기무라의 옆에서 나타나 그를 도끼로 찍고 다시 어둠 속으로 스르륵.

이제 남은 건 단 2명, 자신과 부하 마사오.

“으아, 으어어어어.”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동자의 마사오, 사시나무 떨 듯하면서 겁에 질려 정신없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 바람에 훤히 열린 가슴팍.

“우, 우린 죽을 겁니다. 다 죽을 거예요. 지, 집으로 가야···.”

“마사오! 정신 차려! 인질을 끌어당겨! 몸을 보호해!”

“살려줘. 난 시키는 대로···.”

스팟!

“마사오!!!”

콱!

어느새 바로 앞에 나타난 찬웅, 마사오의 가슴에 작열하는 자그마한 도끼.

“꺼억!”

털썩,

스르륵.

그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신형.

“···.”

결국 혼자 남았다.

유지 코스케도 정신이 반쯤 나갔다.

이번엔 보지도 못했다.

그저 스팟, 콱! 털썩.

정신이 아득하다.

대마도에서 한국으로 건너올 때 이런 상황을 예상이나 했을까?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비롯되는 공포.

도망가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유지 코스케도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저 인질을 꼭 끌어안고 주춤주춤, 뒷걸음질.

순간!

“헛!”

머리 뒤쪽이 쎄하다.

설마?

“아, 안돼! 아아, 안···.”

유지 코스케는 바람을 느꼈다.

서걱!

뜨끔, 서늘한 목덜미.

“끄르륵!”

시야가 변했다.

기우뚱!

눈앞에 보이는 땅.

그리고 또 하늘이 보이고.

데굴데굴,

하늘, 땅, 하늘, 땅, 하늘···.

사람은 목이 잘려도 1, 2초간 살아있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실인 것 같다.

목이 굴러가면서 보이는 땅과 하늘, 그것이 유지 코스케의 마지막이었다.

찬웅은 쓰러진 최기병을 일으켜 세워 결박을 풀고 그의 입을 막고 있던 청테이프도 벗겨냈다.

“괜찮아요?”

“저, 전 괜찮습니다. 하지만 우, 우리 요원들이···.”

“일단 신고부터 하세요.”

찬웅은 쓰러진 한국 각성 플레이어들에게 다가갔다.

역시 청테이프를 벗기고 확인해보니.

“으으···, 어떻게?”

“···노, 놈들은요?”

“안심하세요. 끝났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다.

온몸의 뼈가 조각조각 부러진 듯.

이 고통을 어떻게 견뎠을까?

일반인이라면 벌써 기절하거나 쇼크로 죽었을 텐데.

“조금만 참아요.”

현재 찬웅이 보유하고 있는 치유 물약은 총 14병, 하급 8개, 중급 4개, 상급이 2개, 원래 중급이 5개 있었지만 하나를 신여은, 딸기에게 줬다.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최기병.

“와치맨씨,”

“아? 네, 네.”

“대충이라도 뼈를 맞출 수 있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맞춰보세요.”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하급 치유 물약 2개를 꺼냈다.

뼈가 부러진 정도니 아마 하급이면 충분할 터, 물론 하루 이틀 정도는 병원에 있어야 할 테지만.

“그, 그거?”

최기병은 깜짝 놀랐다.

하급 치유 물약이 2개나 나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이 갑자기 허공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이 더 놀랍다.

‘···인벤토리?’

대체 이 사람은?

“자, 마셔요.”

퐁!

찬웅이 물약 뚜껑을 따서 입에 흘려주자 머리를 흔들며 거부하는 우현수.

“아, 안 됩니다. 이 귀한 걸 어떻게···, 병원에서 치료하면,”

“괜찮아요. 앞으로 할 일도 많을 텐데, 빨리!”

꼴깍, 꼴깍.

다른 각성 플레이어에게도.

“처, 처음 뵙겠습니다. 고유섭입니다. 여, 영광···, 흡.”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마셔요.”

그러고 나서 찬웅은 멍하니 서 있는 최기병을 보며 말했다.

“일본이죠?”

“네? 아! 네네, 그런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죽이는 수밖에”

“아, 아닙니다. 자, 잘하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앞으로 할 일이 많겠어요.”

최기병은 부끄러웠다.

명색이 국가 기관의 요원들이다.

그러나 정보가 새어 나가고, 무력하게 기습이나 당하고, 죽음의 위기에서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살아났고···,

이게 무슨 창피한 꼴인가.

“···면목 없습니다.”

최기병은 얼굴도 들지 못했다.

원래 APS 소속 각성 플레이어를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가 있었다.

케이와 정식으로 안면을 익히게 한 후, 게임 안에서 파티를 이루게 할 목적, 그러나 그 말은 꺼내지도 못하게 생겼다.

“받아요.”

스웃!

엉겁결에 자신에게 날아온 물건을 받아든 최기병.

“헉! 이, 이걸 또?”

진(眞) 하급 치유 물약이었다.

‘···또? 또 있었다고?’

솔직히 케이가 각성 플레이어들에게 치유 물약을 넘겨줬을 때 내심 아까워했다.

골절이야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될 텐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성 플레이어니까 금방 회복될 건데.

그래서 빈손으로 돌아갈 각오까지 했다.

“바, 받을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 요원들에게 주셨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아까 그건 제가 그냥 드린 거고 이건 약속한 물건이니까요.”

“아아···.”

“하지만 이번 한 번뿐입니다. 두 번은 없어요.”

“죄송합니다.”

이제 갈 시간.

멀리서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

찬웅은 주변에 널린 시체들을 보며 최기병에게 말했다.

“처리는 잘해주실 거라 믿어요.”

“걱정 마십시오.”

“그럼···,”

스팟!

순식간에 사라지는 찬웅.

“후우,”

그제야 최기병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토해냈다.

안도의 시간이 끝나고 난 뒤 찾아오는 분노.

“씨발 새끼들!”

그냥 두지 않는다.

비서실장이든, 국정원이든, 군 사령부든, 이 일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책임을 지게 할 것이다.

“우현수씨, 고유섭씨,”

“네!”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겁니다.”

“네, 당연하죠.”

약 기운이 도는지 제법 힘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우현수.

고유섭도 마찬가지.

“누군지 찾아만 주십시오. 배신자는 우리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최기병의 생각도 그랬다.

그럼 먼저 배신자를 찾아야 한다.

마침 매우 의심이 가는 인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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