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38화 (3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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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솔직히 찬웅은 당황스러웠다.

[와치맨] 최기병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이들이 누구인지 알려줬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러운 아바타 이름을 머리 위에 달고 있지만, 무려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원장, TV에서나 보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주눅들 이유도 없다.

자신이 왜?

가상 현실 세상에서 아바타와 아바타로서 만나는 것뿐.

찬웅은 그들이 왜 왔는지 이해했다

진(眞) 하급 치유 물약 거래, 어쩌면 수백억에 가까운 국가 세금을 지출해야 하는데, 그에 맞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게 맞지.

부담스러워도 어차피 만났고, 웃는 낯에 침 뱉을 수도 없고.

태도는 어떻게 하지?

늘 하던 대로?

‘후우, 그건 너무 나갔지.’

동방예의지국 운운하지 않아도 사람에겐 기본적인 예의가 있다.

저쪽에서 먼저 무례하게 나왔다면 모를까.

“저도 처음 뵙습니다. 케이입니다. 진(眞) 하급 치유 물약이 필요하시다고요?”

“네, 연구 목적입니다. 모조품이라도 만들어 보려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본래 효과의 10%만이라도 보여줘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긴, 치유 물약의 가치는 뛰어난 범용성.

손상을 치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광범위한 효능인가.

“조건은 맞춰오셨죠?”

“5백만 D코인 어떠십니까? 현재 바로 집행 가능한 코인이 그게 전부라서, 따로 예산을 책정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요. 물론 기다려주신다면 금액을 더 많이 책정할 수는 있습니다.”

상급도 아니고, 중급도 아니고, 하급이 5백만이라.

찬웅도 미리 조사해봤다.

하지만 아직 하급 치유 물약이 풀렸다는 정보가 없어 아무도 가격을 모르는 상황.

또한 코인 시세가 엄청 올랐다.

1코인에 4달러, 5달러 왔다 갔다 하니.

한화 300억 이상, 수수료 제해도 그 금액.

“네, 팔겠습니다. ”

“오! 사정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물건은 어떻게···?”

“장소를 정하세요. 가져다드리죠. 단! 절 추적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고.”

그러자 단호한 표정으로 나서는 아바타 [양지해장국111] 국정원장 양화갑.

“이제 저희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케이님께 부탁드릴 판이죠. 될 수 있으면 신분을 드러내지 마시라고.”

“왜죠?”

“진(眞) 아이템을 원하는 국가는 많습니다. 중국, 일본, 북한에, 그리고 우방국도 안심할 수 없죠. 우리가 완벽하게 케이님을 지켜드릴 자신이 없습니다.”

아하!

뭔질 알겠다.

“솔직히 말해 저희 측 보안이 완벽하다 말할 수 없습니다. 이미 정보가 유출되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차라리 모르는 것이 더 낫습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럼 장소는 마포대교 남단 다리 밑이 어떻습니까? 시간은 편하신 대로,”

“새벽에 만나죠. 한 2시에서 3시 사이.”

이제 거래할 차례.

[아바타 케이님의 D코인 계좌에 5,000,000코인이 입금되었습니다.]

어우, 진짜 상상이 안 되는 돈.

이건 당분간 환전하지 말고 쓰자.

상자를 까지 않더라도 게임에서 써야 하는 코인은 한도 끝도 없다.

“그럼 이만,”

“아! 자, 잠깐만요.”

돌아서는 찬웅을 잡는 최기병.

“게임을 하시다가 보면 믿을 만한 파티원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당연히 필요하죠.”

“혹시 인원이 필요하시면 꼭 제게 연락해 주십시오. 국가 소속 재능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지금은 말고.”

언뜻 들으면 사심 없어 보이지만, 나름 속셈이 보이는 제안이다.

딸기 신여은, 당연히 조사했을 테고, 그녀가 단시간에 쑥쑥 커버린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눈치를 챘을 테고, 그럼 국가 소속 각성 플레이어도 같이 키워주면 안 되겠냐, 이런 의도?

하지만 찬웅으로서도 손해 볼 것 없다.

언젠가 사람이 필요할 때가 올 터, 그럼 검증된 플레이어와 함께 하는 것이 좋겠지.

‘정부 기관과 많이 엮이겠네.’

물론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좀 더 두고 보고,’

아직은 아니다.

충분한 신뢰 관계가 쌓인 후에 판단할 문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일이 있어서.”

“케, 케이님!”

“네?”

“···친구 추가는?”

“아! 해드릴게요.”

그러자 슬쩍 눈치를 보며 나서는 아바타 [블루다이아222]와 [양지해장국111].

“저, 저희도.”

“부탁드립니다.”

“···요청하세요.”

친구 추가도 해주고, 거래를 끝낸 찬웅은 그들과 헤어졌다.

이젠 퀘스트를 할 차례.

그 전에 마정석부터 팔아치우자.

거래는 상인 플레이어보다 NPC에게, 물어볼 것도 있고.

※ ※ ※

중앙 광장에 주변에 널려있는 다양한 상점들, 찬웅은 갖가지 물건을 팔고 있는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이방인, 용건은?”

“마정석 좀 팔려고요.”

“호오,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공급이 뜸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용병 놈들이 며칠째 보이지 않아.”

“아마 내일이면 우르르 몰려올걸요?”

“그랬으면 좋겠군.”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마정석을 꺼냈다.

“어디 보자, 하급이···, 43개, 중급이 19개군.”

모두 62개.

“여기 마정석 시세표네. 확인하고 결정하게.”

시세표를 보니 하급 마정석은 100 D코인, 중급 마정석은 1,000 D코인.

“모두 팔 텐가?”

“네, 전부.”

[23,300 D코인이 계좌에 입금되었습니다.]

큰돈이 들어오니 이 정도는 푼돈, 그러나 사냥은 계속해야 한다.

랜덤 상자 진(眞) 아이템은 오로지 사냥해서 획득한 코인만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나저나 합치면 구분이 될까? ···뭐 알아서 나눠지겠지.’

NPC의 환심을 사려면 역시 돈질이 최고.

“물건 좀 둘러볼게요.”

“마음껏!”

이것저것 샀다.

자동 장비 수리 키트, 각종 스크롤, 필요는 없지만 물약과 비약도 몇 개 사고, 그랬더니 벌써 10,000 D코인이 훌쩍 넘었다.

상점 주인은 활짝 웃으며 물건값을 계산했다.

“돈 쓸 줄 아는 이방인이군. 이방인이라면 보통 짠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찬이십니다. 여기 물건들이 워낙 좋아서,”

“그런가? 하하하하.”

분위기 좋다.

여세를 몰아서,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문양이 새겨진 미스릴 너트를 꺼냈다.

“혹시 이 물건에 대해 아시는 바 있는지.”

“···응? 이거 미스릴 아닌가?”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쯧쯧, 그 비싼 미스릴로 너트를 만들어? 알만하군. 이런 미친 물건을 만드는 곳은 중앙 마공학 연구소밖에 없지.”

“중앙 마공학 연구소요?”

“그래, 저쪽 광장 북쪽에 커다란 건물 보이지. 바로 거기네.”

중앙 마공학 연구소.

찬웅도 들은 기억이 난다.

바로 에루인에게서.

‘거긴 가지 말라고 했는데.’

야행복의 본래 주인이 중앙 마공학 연구소 수석 연구원 데우스칩이라고 들었다.

‘이거 완전 플래그잖아.’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대개 그런 식.

단란한 가족사진을 보여주는 병사는 대개 죽는다.

결혼 날짜 잡은 신병도 거의 죽는다.

딸이 태어나 제대 후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다진 고참병도 결국은 죽는다.

이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연구소에 절대 가지 말랬는데, 결국 가게 된다.

데우스칩, 절대 만나지 말랬는데, 결국 만나게 된다.

어떡하지?

퀘스트 포기? 아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이런 연계 퀘스트를 해보겠다고.

“혹시 연구소에 가면 데우스칩이라는 분 만날 수 있을까요?”

“쯧, 어림도 없는 소리! 공화국 총리보다 더 만나기 힘든 분이 바로 데우스칩이야. 나도 여기서 10년째 장사하고 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렇군요.”

하긴!

데우스칩에 대해서도 미리 조사를 해왔다.

마키나 공화국의 최강자, 전설의 NPC, 쉽게 만날 수 없는 존재, 에루인이야 특별한 경우고.

그럼 중앙 마공학 연구소에 가서 너트를 보여주면 되는데···.

‘가보자.’

어차피 가까우니까.

찬웅은 뉴팩토리 중앙 광장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중앙 마공학 연구소 입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NPC, 그리고 수많은 골렘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골렘의 나라답다.

골렘들도 가지각색.

인간형 골렘이 가장 많았다.

인간보다 키가 작은 놈, 비슷한 놈, 더 큰놈, 훨씬 더 큰놈.

‘너트 주인이 누구지?’

어디서 물어봐야 하나.

주위를 살펴보니 안내 프런트처럼 생긴 곳이 보인다.

찬웅은 프런트 앞으로 걸어갔다.

“저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방인님.”

“제가 이 너트를 주워서,”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문양이 새겨진 미스릴 너트를 꺼냈다.

“원래 주인께 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아! 연구소 물건이 맞긴 하는데, 잠시만요. 제품 번호를 확인해볼게요.”

안내원이 너트를 받아 들고 외눈 돋보기안경으로 문양을 확인했다.

“흠, 전투 기간트 골격구조 개선과 제품이군요.”

“···그런가요?”

“제가 담당자 불러드릴게요.”

“잠시만, 혹시 담당자분이 데우스칩님은 아니겠죠?”

“에? 설마요. 그분이 이런 너트 따위에 신경이나 쓰실까요. 그분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포기하세요. 여기 근무하는 사람들도 보기 힘든 분이라.”

“아, 네네.”

다행이다.

엮일 위험은 없을 듯.

안내원은 통신용 영상 수정구를 작동했다.

“아아, 과장님? 이 너트 혹시 개선과 물건인가요?”

- 어? 마, 맞는데, 와! 이거 어디서 났어?

“이방인 방문자가 들고 왔습니다. 오다가 주웠다고.”

- 당장 갈게! 기다려.

그렇게 잠시 기다리니.

저 멀리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한 명의 NPC.

“이분이야?”

“네, 과장님.”

“너트는?”

“여기.”

“오오오! 맞아. 그 너트야. 연구 중에 고양이가 물고 도망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가 물고간 거였어?

띠링.

- 마키나 공화국 뉴팩토리에 있을지도 모를 주인 찾아주기(완료).

[1,000 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완료 메시지가 떴다.

그럼?

[연계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괜찮은 보상의 퀘스트가 나오면 좋겠는데.

띠링!

- 분실한 미스릴 너트(2)

- 완료 조건 : 수석 연구원 데우스칩 만나기(0/1).

- 보상 : 연계 퀘스트 - 3

‘···뭐?’

데우스칩을 만나라니.

‘플래그 맞네.’

어쩐지 기분이 불안불안하더라.

이건 해서는 안 될 퀘스트다.

튀자!

찬웅은 과장이라는 담당자에게 말했다.

“주인을 찾아드려 뿌듯하네요. 전 이제 가도 될까요?”

“어허, 잃어버린 부품을 찾아주셨는데 그냥 가시면 안 되죠. 제가 상부에 연락해서 다른 보상이 있는지 물어볼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약속이 있어서.”

“엄청 고마워할 텐데, 아마 높으신 분이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도···,”

“아닙니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전 이만···.”

찬웅은 빠른 걸음으로 연구소 출입구 쪽으로 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삐잉, 삐잉, 삐잉!

귀를 찢을 듯이 크게 울리는 경고음.

<긴급 경보 발령!>

<긴급 경보 발령!>

<연구소 원천 봉쇄!>

<연구소 원천 봉쇄!>

.

.

.

스르륵, 쾅!

스르륵, 스르륵, 쾅! 쾅! 쾅!

연구소 입구며, 창문이며, 복도며, 사람이 지나다니는 모든 길목에 두터운 강철문이 내려왔다.

<근무자들은 비상 수칙 제 43조에 따라 행동 바람!>

<다시 말한다! 근무자들은 비상 수칙 제 43조에 따라 행동 바람!>

“응?”

“무슨···,”

“에이, 또 무슨 난리래!”

그러자 데스크에 앉아 있던 안내인이 품에서 돌돌 말린 종이 뭉치 하나를 꺼냈다.

너트 주인인 전투 기간트 골격구조 개선 과장이란 사람도,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던 이름 모를 연구원도,

바닥을 청소하던 청소부도,

“다들 뭐하세···.”

저마다 종이 뭉치를 꺼내더니,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슛! 슈슛! 슛! 슛!

‘텔레포트?’

빛무리와 함께 사라지는 NPC들.

순식간에 그 시끄럽던 로비가 조용해졌다.

남은 존재는 자신과 움직임을 멈춘 수많은 골렘.

“어···,”

이거 좆된 건가?

그런 느낌이 든다.

완전하게 봉쇄된 출입구.

잠시 후 로비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성.

“루인, 드디어 나타났구나! 언젠간 올 줄 알았다.”

복도 한쪽 문이 열리고,

철커덩, 철커덩!

기름때가 묻은 체크무늬 작업복에, 산발한 머리, 작업용 고글을 착용한 남자가 탑승형 이족보행 골렘을 타고 로비에 나타났다.

에루인의 옛날 가명을 불렀다는 건?

- 수석 연구원 데우스칩 만나기(완료)

‘제기랄!’

에루인이 소름 끼치도록 무서워했던 마키나 공화국의 메인 NPC, 같은 연구소 사람도 만나기 힘들다는 그 데우스칩이 연구소 로비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루인! 어디 갔어? 크하하! 대체 얼마 만인가!”

철커덩, 철커덩!

이쪽으로 다가오는 데우스칩.

어떡할까?

도망쳐야 하나?

어디로?

“드디어 만나게···, 음?”

데우스칩은 찬웅 바로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뭐야?”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넌 누구냐? 으흠, 이 경보 체계는 인비저블 수트에 반응하도록 만들었는데···, 어째서 그 옷을 입고 있는 거지? 네가 루인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게다가 넌 엘프도 아니고,”

저 혼자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데우스칩.

대꾸하긴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왜 이방인 따위가, 뭐, 일단 잡아서 족쳐보면 알게 될 테지.”

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데우스칩.

“저놈 잡아!”

순간!

멈춰있던 로비 안 모든 골렘이 찬웅을 향했다.

우르르르,

한꺼번에 몰려오는 각종 골렘들.

크리릭! 끄릭! 끼리리리릭!

골렘 관절 움직이는 소리가 소름 끼친다.

띠링!

[연계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 분실한 미스릴 너트(3)

- 완료 조건 : 데우스칩의 골렘 처치(0/10).

- 보상 : 연계 퀘스트 – 4

내 이럴 줄 알았다.

도망가?

어디로?

근데 보자 보자 하니까, 수석 연구원씩이나 되는 새끼가,

이상한 점이 있으면 먼저 물어볼 것이지, 뭐 잡아서 족쳐?

“씨발, 그래, 한번 해보자.”

스승의 적이면 당연히 제자의 적이기도 하지.

“드루와! 새끼들아!”

스슷!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앙증맞은 머리 따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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