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35화 (3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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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해드릴게.

최기병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저 남자가 진짜 케이? 그것도 한국인?’

하지만 진짜든 가짜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누군지 알고, 위치도 파악하고 있으며, 목적이 무엇인지도.

혹시 타국의 정보요원?

스파이였나? 어디서? 중국? 러시아? 일본?

하지만 스파이라면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없다. 계속 숨어 있으면서 정보나 캐고 다니는 게 더 낫지.

‘도대체···,’

너무나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거침없는 태도로 자신이 케이라고 밝히기까지.

둘 중 하나다.

자신의 실체를 절대 모를 거란 확신, 그리고 밝혀져도 상관없다는 자신감.

굵은 저음의 목소리, 그래서 나이도 모르겠다.

발음은 비교적 또렷하다.

완벽한 서울 사투리, 즉 한국인.

우현수를 죽이지 않고 살려둔 걸 보면 아직 대화할 여지가 있다. 만약 죽일 작정이었다면 한 방에 끝냈겠지.

말이라도 걸어볼까.

“···한국인?”

그러나 대답 대신.

휘리릿! 탁!

벽에 박힌 도끼가 다시 저 남자의 손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보이는 선명한 도끼 자국.

‘어디서 많이 본···, 아!’

그제야 최기병은 기억이 났다.

귀신작두 박달환이 사망한 아파트 벽에서 발견된 흔적.

‘박달환, 박달환을 죽인 무기가 무거운 날붙이랬어.’

똑같다.

그렇다면 놈은 죽인 사람도 저 케이였다.

어처구니없게도 최근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케이와 연관이 되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스킬, 정말 스킬인가.’

이전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반영’이란 스탯이 게임 속 아바타의 능력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 그것은 비단 포스만이 아닐 거라는 것.

‘모습을 안 보이게 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도끼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모조리 스킬이 틀림없어.’

하긴, 스킬 구슬도 아이템인데.

저자는 기존 각성 플레이어의 수준을 넘어섰다.

거의 아바타다.

가상게임 속 아바타가 현실로 강림한 수준.

그래서 지금 최기병의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미칠듯한 호기심이 공포를 이겨냈다..

“박달환은 당신이 죽였나?”

“그래.”

찬웅은 맞다고 대답해주었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고맙군.”

“···.”

“놈이 죽인 사람 중에 내 후배도 있었거든. 그 부분은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대화가 통한다.

저쪽도 대화를 원하는 것 같고.

그럼 응해줘야지.

찬웅은 포스를 성대로 밀어 넣으며 중저음의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날 찾은 이유는? 박달환 때문에?”

“아니, 그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물어보고 싶은 거라, 먼저 확실히 해둘 건 해두고 나서,

“좋아, 그전에 부탁 하나 하지.”

“무슨?”

“신여은 씨는 내가 누군질 몰라. 그냥 게임상에서 만난 친구일 뿐, 현실에선 아무런 접점이 없어. 파봐야 나오는 것도 없을 테고, 괜히 괴롭혀서 성가시게 만들지 말라고.”

“그건 우리가 판단할 문제···,”

순간!

우우웅!

소용돌이치는 포스의 힘.

찌지지직,

주차장 바닥이 금 가는 소리.

“부탁이라고 말하니까 진짜 부탁인 줄 알아? 내가 쉬워 보여? 대화에서 주도권이라도 가지려고?”

“그, 그게 아니라···.”

압도적인 기세에 최기병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무릎을 꿇을 것 같아서.

강하다.

그저 강하다.

이거 말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우현수가 가벼운 주먹질 한방에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는 걸 보면 알겠다.

팟!

순식간에 최기병의 바로 코앞에 나타난 찬웅.

‘씨, 씨이발!’

오줌을 지릴 것 같다.

이미 지렸는지도 모르지.

아무리 각성 플레이어라지만 인간의 몸놀림이 어떻게?

“그래, 그럼 표현을 수정할게. 부탁이 아닌 경고로, 난 지금 당신에게 경고하는 거야. 아! 협박으로 받아들여도 돼.”

“···.”

“현실에서 날 쫓을 생각하지 마. 꿈도 꾸지 말라고, 만약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스웅.

앙증맞은 도끼날에 포스의 기운이 시퍼렇게 어렸다.

“그땐 말로 하지 않을 거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최기병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그럴 만한 힘이 있는 자다.

이미 보여줬다.

귀신작두 박달환.

국정원과 군 수사기관, 전담반을 조롱하며 수많은 사람을 살해한 박달환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그리도 놈의 한쪽 어깨를 자르고 심장을 무참하게 갈라버렸다.

‘으으···,’

지금도 피부를 저며들 듯 파고들어 오는 매서운 살기에 최기병은 정신을 못 차릴 지경.

반면 새하얗게 질린 상대의 모습을 보며 찬웅은 약간 풀어줄 필요성을 느꼈다. 강압적인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채찍과 당근.

나쁜 경찰, 착한 경찰.

그래서 이번엔 부드럽게.

“대신 날 만나고 싶으면 게임 안으로 와. 거기서 만나 친구 맺어 주지.”

순식간에 사라지는 살기.

최기병의 숨통이 조금 트였다.

“···게임 안에서라면?”

“내일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장소는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 마키나 공화국 수도 뉴팩토리 중앙광장.”

친구 추가는 일종의 거래 형식이다.

특정 장소에서 둘이 함께 있어야 가능.

로그드라실은 피할 예정, 자신이 누군지 알았겠지만 엘프들과 거리낌 없이 대화하고 세계수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정말 친구 받아준다고?”

“날 믿어. 친구비도 안 받고 공짜로 해줄게.”

뜬금없는 농담에 최기병의 경계심도 살짝 풀어졌다.

‘친구라,’

만약 그의 말대로 된다면 신여은을 조사할 필요는 없다.

그녀가 각성 플레이어도 아니고, 단지 이벤트 웨이브에서 공적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는 것 하나뿐, 그마저도 케이에 의해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이 케이라는 플레이어와 지속적으로, 그리고 우호적으로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

최기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당신도, 신여은씨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되나?”

“무사해지고 싶으면 그렇게 해야 할 거야. 너도, 네 상관도, 네가 몸담은 직장도,”

“대한민국 정부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못할 것도 없지. 확인하고 싶으면 해봐!”

꿀꺽,

오싹하다.

자유자재로 몸을 숨기는 능력, 인간 같지 않은 빠르기, 만약 저자가 마음먹고 청와대라도 쳐들어간다면?

절대 못 막는다.

군대를 모조리 동원해 청와대를 2중, 3중으로 에워싸도 막기 힘들 터.

저자는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최소한 지금으로선.

“물어볼 것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최기병은 현재 가장 절실한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혹시 신여은씨의 지병이 나은 이유가 진(眞) 아이템 때문인가?”

“맞아. 내가 준 거, 치유 물약.”

“아···.”

치유 물약. 그 귀한걸.

“저, 정규광 회장도?”

“그것도 맞아. 상급 활력의 영약, 그땐 너무 싸게 팔아서 후회스럽지만, 뭐, 사람 하나 살렸으니.”

그 영감탱이가 왜 이자를 그토록 찾았는지 알 것 같다.

이 사람은 대체 몇 개의 진(眞)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걸까?

그걸 뽑아내는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나?

“호, 혹시 여분의 아이템을···, 가, 가지고 있나?”

“진(眞) 아이템?”

“가급적 치유나 활력, 체력 쪽으로.”

“흐음, 그걸 물어보는 이유는?”

“당연히 필요해서. 치유 물약을 확보하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어.”

한 병으로 많은 사람이라,

그럼 어떻게든 양산할 수 있다는 말인데.

“가지고 있다면 팔 생각은···?”

눈치를 슬슬 보며 저자세로 말하는 최기병.

찬웅은 잠시 고민했다.

치유 물약을 판다?

현재 하급과 중급, 상급을 합쳐 15병.

한 병쯤 팔아도 문제없다.

거래 대금이야 디멕스 코인 거래소 계좌로 받으면 되고.

문제는 얼마에 파냐는 것.

“치유 물약, 얼마에 살 건지 먼저 결정해와. 대가만 합당하면 못 팔 것도 없으니까.”

“아! 저, 정말인가? 팔겠다고?”

“믿지 못하겠다면 그만두던가, 그리고 난 코인으로만 거래해. 게임 안에서 입금 먼저 하고 물건은 나중에.”

“물건을 어떻게 준다는 거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곰곰이 생각하는 최기병.

선입금이라, 사기 당하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다.

설령 사기를 당한들, 일단 케이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먼저다.

“상부에 보고가 먼저야. 그럼 널 만났다는 걸 밝혀야 하고.”

“상관없어. 현실에서 날 쫓지만 않으면.”

“알았어. 가격을 정해오지.”

“좋아. 그럼 마키나 공화국에서 보는 걸로.”

“자, 잠깐만.”

뒤로 돌아서는 찬웅에게 최기병이 소리쳤다.

“왜?”

“조심해. 현재 중국 쪽에서 많이 화가 난 것 같아. 당신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아! 그거, 근데 왜 그걸 당신이 걱정해?”

“그래, 괜한 오지랖이군. 그리고 내 이름은 각성 플레이어 전담반 최기···,”

“그만. 내가 언제 당신 이름 물었나?”

“아, 아니···.”

“아바타 이름이나 알려줘.”

“···[와치맨]”

팟!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라지는 케이.

때마침 쓰러져있던 우현수도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으음, ···최팀장님.”

“현수씨, 괜찮아요?”

“머리가 살짝 아픈 거 말고는, 그런데 어떻게 된 겁니까? 뭔가 번쩍했는데···, 헉! 티, 팀장님은 괜찮으십니까?”

“네, 다친 데는 없어요.”

최기병은 쓴웃음을 지었다.

우현수도 각성 플레이어인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정도라니.

“일단 본부로 갑시다. 가면서 이야기해요.”

“···네.”

“너무 침울해하지 마세요. 여기 온 보람이 있으니까요.”

“저, 정말입니까?”

“그래요. 굉장한 수확입니다.”

우현수는 영문을 몰랐다.

자신이 기절한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그건 그렇고 대체 그놈은 누굴까?

너무 빨라 손끝도 까닥하지 못했다. 게다가 저 반듯하게 잘린 K5 권총은 또 뭐고?

솔직히 쪽팔린다.

순식간에 당했다.

저항도 못 해보고.

뭐? 한 번쯤 힘에 취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이것도 힘이라고 으스댄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게임이나 열심히 하자.’

그래야 할 것 같다.

최기병은 본부로 가는 동안 침묵했다.

생각할 것이 많다.

현실에서만 자신을 쫓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는 케이의 경고, 혹은 협박, 그렇다면 그렇게 해줘야 한다.

사실 현실에서 추적을 계속한다 해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여은과의 접점이 없다면 어떻게 찾을 건가?

스스로 몸을 투명화하는 능력도 갖춘 플레이어.

못 찾는다.

찾을 자신도 없다.

그가 지금처럼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한.

‘상부에 보고할 때도 그 부분을 확실하게 주지시켜야 해.’

높으신 분들이 엉뚱한 판단을 내릴지도 모르니까.

※ ※ ※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과학재단, 과학 기술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고 향후 계획 수립한다.

한해 배정된 예산만 100억 달러.

훌리오 라모스 이사장의 주재로 열린 리얼 프로젝트팀 긴급회의.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과학자들이 한데 모였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확인해보죠. 쉴드 반지의 방어막이 진짜라고 확인되었으니.”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하는 연구진들.

“새겨진 문양은 일종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회로도 같은 걸로 파악됩니다.”

“엑스레이로 확인한 결과 반지 내부에 작은 알갱이들이 숨어 있는데, 그것이 쉴드를 작동하는 에너지원 같고요.”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모조품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에너지원이,”

“전기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지 연구 중입니다.”

“확실하게 판별하려면 반지를 분해해야 하는데···, 그건 승인이 떨어지지 않겠죠?”

될 리가 있나?

하나 더 있으면 모를까?

“그럼 그 알갱이가 뭔지 알기 전까진 쉴드 방어막의 원리는 알 수 없다는 건가?”

“정확합니다. 에너지원의 정체만 알아낸다면 바로 재현 가능합니다만, 하아, 확! 쪼개버리고 싶네요.”

“쯧, 차라리 액체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긴 발모제도 그랬지. 거의 모든 성분이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고.”

“그리고 하급 체력의 영약도 그렇고요.”

발모제와 하급 체력의 영약.

발모제는 로렉탈 제약회사에서 입수한 성분표 목록을 가지고 조사했다. 배합과 처리 과정이 비밀이긴 하지만 어쨌든 거의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들.

로렉탈이 재현한 발모제는 게임상에서의 발모제 아이템과 다른 점이 있다.

게임 아이템은 한 번만 바르면 되지만, 현실에서 재현한 건 일주일에 한 번 지속적으로 발라줘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완전성 때문에 로렉탈이 돈을 긁어모으고 있고,

81살의 미국 상원 의원 롭 워렌이 마신 하급 체력의 영약도 마찬가지. 그가 먹다 남긴 병을 입수해 싹싹 긁어서 조사했다.

이것도 이미 있는 약과 흡사했다.

바로 스테로이드 제제, 하지만 부작용이 완벽하게 제거된 근육 강화제.

이 또한 양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배합식과 처리 방법이 다른 건지, 부작용을 완전하게 해소하는 방법은 알아내지 못했고.

“제대로 된 체력의 영약 한 병을 구한다면 아마 똑같이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효과는 훨씬 뛰어나고 부작용 전혀 없는 신약을 말입니다.”

“쯧, 성공하면 보디빌더들이 박탈감을 느끼겠군.”

“그렇죠.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테니까.”

슈퍼 솔저, 즉 캡틴 미국 대장을 사단 병력으로 구성할 수도 있을 테고.

아무튼 모든 리얼(real) 아이템의 특징이 이렇다.

절대 재현 불가능한 물건들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그렇지.

퍼센트로 산정하면 90%?

10% 부족, 물론 그 10%가 핵심이겠지만.

“뭐라도 하나 더 구했으면 좋겠는데.”

“특히 치유 물약이라면···. 하급이고 중급이고 상관없이.”

“치유 물약은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잖아.”

“만약 나온다면 예산 배정은 어떻게?”

“1억 달러든, 2억 달러든, 무조건 사!”

맞다.

10% 부족한 치유 물약만 재현해도 그게 어디인가!

“그냥 듀플렉스 스페이스 게임 회사 대표 게리 스탁턴, 그 양반 족치면 안 되나? 그 사람이 만든 게임이잖아. 그게 쉬울 것 같은데,”

“설마 백악관도 그걸 모르겠어?”

“근데 왜 가만히 있냐고.”

“건드릴 수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이유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하긴,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 벌써 그렇게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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