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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2)
라이브 방송 중이었다.
영상 조작이나 속임수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
그러나 여전히 불신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스마트폰 필터링 앱 하나만 깔아도 50대 배 나온 중년 아저씨를 청순 요염 베이글 소녀로 둔갑시키는 세상 아닌가!
└ 와! 진짜 같은데? 애썼다.
└ 하하, 저걸 믿어 달라고?
└ 이 새끼, 아무리 조회수가 중요하다 해도, 장난이 너무 지나치잖아.
└ 근데 시나리오 좋아.
└ 연기도 괜찮고, 프래드, 할리우드에 가보지 그래?
└ 아까 천 달러 쏜다는 새끼 어디 갔어?
.
.
.
주르륵,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채팅창, 내용은 놀람 반, 비웃음 반.
심지어 당사자인 프래드 윌슨도 얼떨떨하다.
이게 과연 진짜일까?
쿡쿡,
웅, 우웅.
손가락으로 찌를 때마다 비눗방울처럼 일렁이는 반투명의 쉴드.
확인해보면 된다.
프래드는 자신의 책상을 열어 뭔가를 꺼냈다.
글록 17, 자동권총.
총기 소지 자유 국가에서 누구나 집안에 권총 하나쯤은 있으니까.
철커덕!
슬라이드를 뒤로 당겼다 놓은 프래드, 크릭! 안전장치도 해제하고.
└ ···어이, 프, 프래드 뭐해?
└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 야야야, 스탑! 사람 죽는 거 생방송으로 보고 싶지 않아.
└ 왜 말려? 한번 해봐.
└ 쏘면 천 달러 도네 간다.
프래드는 고민했다.
채팅창은 읽어보지도 않았다.
어디를 쏘면 될까?
복부? 다리? 팔? 어깨? ···만약 가짜라면?
에라, 모르겠다.
프래드는 총구를 자신의 어깨 쪽으로 돌려 방아쇠를 당겼다.
탕!
치짓!
탱,
툭!
쉴드에 짓눌러진 채 부서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총알.
떼구르르···,
잠시 바닥을 굴러가다 멈췄다.
└ ···.
└ ···.
└ ···어.
└ 아.
└ 오 마이 갓!
└ 음,
└ 세, 세상에!
프래드는 허리를 굽혀 총알을 주웠다.
찌그러진 총알.
어깨는 아무렇지도 않다.
쉴드의 형태도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꿀꺽,
프래드도 마른침을 삼켰다.
한 발 더?
이번엔 허벅지에, 하체도 보호해주나?
탕!
치르르르르···.
탱,
툭! 떼구르르르.
또 막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2발째 총알에 쉴드가 사라진 것.
자동권총으로 쏜 총알을 2발이나 막아?
“봐, 봤지? ···아, 아직도 조작으로 보여?”
└ ···진짜 조작 아니야?
└ 지저스 크라이스트!
└ 돌아버리겠군.
└ 미쳤다, 미쳤어.
└ 그거 누가 갖다준 거야? 물론 현실에서.
└ 프래드, 이제 곧 끌려가겠다.
└ 어디?
└ CIA? 혹은 FBI?
└ 끌려가기 전에 맛있는 거 먹어.
무수하게 쏟아지는 알림음.
시청자들의 도네가 쏟아졌다.
그러나 프래드는 표정은 이상했다.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생방송 시청자 수를 보니까···,
‘백만? 언제 이렇게 많이 들어왔어?’
엄청난 숫자다.
이걸 녹화하는 놈도 반드시 있을 테고.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프래드.
‘젠장!’
기뻐할 때가 아니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반지를 상자에서 까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총을 들어 2발을 발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일단 여길 떠나야겠어.’
집에서 떠나있자.
조용한 장소에 숨어서 동영상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 지켜보자.
그때 가서 이 아이템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생각하고.
프래드는 방송을 종료했다.
서둘러야 한다.
부산하게 움직이며 자동차 키며, 현금, 스마트폰 충전기, 배터리, 닥치는 대로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딩동!
‘헉! 누구지? 설마···,’
똑똑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윌슨씨? 프래드 윌슨씨?”
이런! 퍼킹!
벌써 들이닥쳤나?
※ ※ ※
그 무렵 찬웅은 로그드라실에서 상자 깔 준비를 했다.
시간도 남았겠다, 그래서 상태창부터.
[이름 : 케이]
[직업 : 용병(랭커)]
[포스 : 5,900]
[액티브 스킬 : 비열한 습격(3단계), 바람길 산책(4단계), 별빛 가르기(4단계)]
[패시브 스킬 : 방출(5단계), 듀얼 스트라이크(4단계)]
[동화율 : 154%]
[반영률 : 40%]
드디어 랭커.
랭커, 특별히 높은 지위, 전체 플레이어의 0.00005%, 순위 1,000위권 안에 드는 플레이어를 일컫는 말, 자신이 오르고 누군가는 밀려났겠지만.
자세한 순위는 모른다.
그저 1,000위 안에 들었다는 것만 알 뿐,
반영률도 40%.
아바타의 능력이 현실에서 40%나 반영된다니, 그 무시무시한 드래곤의 콧잔등을 도끼로 찍은 아바타 케이의 힘이.
스킬 레벨도 올랐다.
하지만 만숙련이 12단계라 아직 멀었고,
상태창 확인했으니 이제 까자.
‘코인이 얼마더라···.’
66,284 D코인.
이벤트가 좋긴 좋다.
하루 만에 이만큼이나 벌다니.
6만이면 상자 200개는 깐다.
“60,000 D코인으로 랜덤 D박스 200개 구입.”
[D박스 200개를 구입하셨습니다.]
“오픈!”
[주신(主神)의 축복이 D박스에 깃듭니다.]
[D박스에서 ‘진(眞) 하급 치유 물약’을 획득하셨습니다.]
‘···처음부터?’
[주신(主神)의 축복이 D박스에 깃듭니다.]
[D박스에서 ‘진(眞) 자원 재생 물약’을 획득하셨습니다.]
‘또?’
[주신(主神)의 축복이 D박스에 깃듭니다.]
[D박스에서 ‘진(眞) 상급 활력의 영약’를 획득하셨습니다.]
‘···.’
3연속 진(眞) 아이템.
[D박스에서 ‘잘 벼린 화살촉 1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공작부인의 손수건’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구멍 난 소환수 입마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물론 잡템도 나왔고.
[D박스에서 ‘진(眞) 해독 물약’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진(眞) 발모 물약’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진(眞) 중급 마정석’을 획득하셨습니다.]
점점 무서워진다.
‘뭐가 이리 많이 나와? ···마정석도 진(眞)이 있었나?’
[D박스에서 ‘진(眞) 사막 전갈 속살 튀김’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진(眞) 로그드라실산 허브티를 획득하셨습니다.]
들어보지 못한 음식도,
[D박스에서 ‘진(眞) 중급 치유 물약’을 획득하셨습니다.]
치유 물약들도,
[D박스에서 ‘진(眞) 스킬 구슬 : 강타’를 획득하셨습니다.]
스킬 구슬도.
하지만 대부분 주로 물약이나 비약, 영약 같은 진(眞) 아이템, 소모품.
줄줄이 나왔다.
이게 다 현실에서 배달이 된다고?
어느덧 상자도 200개가 거의 다 까지고,
진 아이템은 60개 이상 나온 것 같다.
이제 마지막 하나.
뭐가 나올까?
하지만 주신의 축복 같은 건 들리지 않았다.
[D박스에서 ‘문양이 새겨진 미스릴 너트(퀘스트 시작 아이템)’를 획득하셨습니다.]
‘어···.’
퀘템이라고?
퀘스트 시작 아이템.
퀘스트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특정한 물건으로 시작되는 퀘스트는 경험치와 보상이 좋다.
찬웅은 박스에서 나온 너트를 손에 쥐어보았다.
[문양이 새겨진 미스릴 너트와 접촉하셨습니다.]
[연계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너트라면 마키나 공화국인가?’
마도 공학이 발달한, 기존 판타지와는 사뭇 다른 환경의 국가.
당장이라도 수락하고 싶지만,
‘일단 보류.’
퀘스트는 다음에.
찬웅은 미스릴 너트를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상자 하나 남았다.
세계수, 보조 운영자가 공적 삭제에 대한 대안으로 자신에게 준 장비 확정 D박스.
[D스에서 ‘진(眞) 암살자 루인의 섬세한 살색 장갑’을 획득하셨습니다.]
세트 아이템이다.
아이템 정보는?
[진(眞) 암살자 루인의 섬세한 살색 장갑]
[등급 : 전설]
[장비 종류 : 장갑]
[귀속 여부 : 습득 시 귀속]
[장비 기술 : 만능열쇠 / 공격 속도 20% 상승.]
‘살색? 이거 인종차별적 단어 아닌가?’
찬웅은 하늘하늘한 장갑을 들어 손에 착용해봤다.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손, 착용한 느낌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스르륵,
찬웅의 피부와 완벽하게 흡사한 빛깔로 변하는 장갑.
‘아! 이래서 살색이구나.’
정해신 색이 아닌 착용자의 피부색에 맞춰 바뀌는 장갑.
‘세트 효과는?’
[암살자 루인의 빛과 어둠.]
[세트 : 앙증맞은 머리 따개, 노골적인 야행복, 섬세한 살색 장갑]
[3세트 효과 : 포스량 증가 300 / 피격시 자동으로 쉴드(5서클) 발동(쿨타임 30분)]
추가된 효과는 자동 쉴드 생성.
살짝 실망이다.
5서클 쉴드라고 해봐야 드래곤 브레쓰도 못 막아준다.
‘+1 스킬 레벨 상승 같은 거 나오면 좋았을 텐데.’
쉴드가 현실에서도 쓸모가 있을지 미지수.
‘총알은 막아줄까 모르겠네.’
막아준다면 좋고.
쿨타임이 30분이라는 것도 아쉽다.
최소 5분마다 터져야지.
이번 반영률 40%로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벤토리 칸수는 대략 60칸 정도일 터. 진(眞) 아이템 넣어둘 공간이 부족하다.
아무튼 상자를 까 깠으니.
“로그아웃!”
현실로 돌아왔다.
잠시 후,
딩동!
울리는 초인종.
나가보니 상자가 무려 3개나 켜켜이 쌓여있다.
“몇 개야? 인벤토리에 들어갈 자리가 없겠는데···,”
먼저 중요한 것부터.
치유 물약이 총 15병.
하급 8개, 중급 5개, 상급이 2개.
“이건 보관.”
영약은 3병.
상급 활력의 영약과 중급 체력의 영약, 그리고 하급 인식의 영약.
“이건 이따가 마시고.”
스킬 구슬 강타.
구슬도 바로 삼키고.
그 밖에 해독 물약이 10병, 자원 재생 물약이 12병, 가속의 물약이 4병, 적중의 물약 5병 등등, 그밖에 화염, 냉기, 전격 저항의 비약들도 대여섯 개씩 나왔다.
지금 먹을 필요는 없으니 이것도 인벤토리에.
그리고 발모 물약.
‘흐음.’
로렉탈 제약회사에서 발모제가 나오고 있지만 매우 비싸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소중하게 보관하자.
‘꽉 차겠네.’
마정석도 있었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투명한 수정체.
‘···이것도 넣어 다니자.’
쓸데가 없을 것 같지만.
얇은 장갑도 상자에서 나왔다.
‘섬세한 살색 장갑이랬지?’
암살자 루인의 빛과 어둠, 이로써 현실에서도 3세트 수집.
착용해서 자세히 봐도 이것이 장갑인지 맨손인지 모를 정도.
‘그냥 끼고 다녀도 되겠어.’
음식들도 왔다.
냉장고로 직행.
찬웅은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진(眞) 스톤포지 브루어리 밀맥주. 예전에 받아놓은 걸 아까워서 따지도 않았다.
‘···한잔할까.’
그래, 먹자.
아껴서 뭘 하게.
퐁!
마개를 열고,
꿀렁꿀렁,
유리잔에 맥주를 따라,
“크아!”
안주는 예쁜 접시에 담긴 진(眞) 사막 전갈 속살 튀김.
바삭!
맛있다.
정말 끝내준다.
맥주와 튀김이 점점 줄어드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
‘음식도 장난이 아니야.’
진(眞) 아이템이 다 그렇지.
‘좋긴 좋네.’
기분 좋게 즐기자.
언젠가는 이 모든 현상을 이해할 날이 올 터, 그리고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된다.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해야 할지 말이다.
맥주잔과 전갈 속살 튀김을 옆에 두고 노트북 전원을 켜는 찬웅.
로그드라실 웨이브 방어전 이벤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보려고 커뮤니티 사이트 핫게시판을 열었다.
당연히 순위와 그에 대한 보상 이야기가 주로 올라왔을 터.
그런데?
“음?”
게시판엔 공적 순위에 대한 제목은 보이지 않았다.
1위 애널써커 이름 대신 죄다 프래드 윌슨.
‘프래드 윌슨은 누구야?’
추천수 1위 먹은 게시물을 클릭해보니.
“···어?”
뭐지?
잘못 봤나?
리얼(real) 아이템이라고?
‘그거 진(眞) 아이템이잖아.’
내용엔 너튜브 영상 링크가 있었다.
클릭.
영상이 재생됐다.
“하아,”
내용은 찬웅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저렇게 어이없게 공개되다니.
언젠간 밝혀지리라 생각했지만 너무 황당하게 이루어졌다.
리얼(real) 마법 보호의 반지.
하루 두 번 사용할 수 있는 쉴드 마법 아이템.
그것이 현실에서 나타났다.
찬웅이 가지고 있는 전설 등급 세트 아이템 3개에 비하면 성능이나 가치가 한참 떨어지는 물건, 그래도 총알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성능을 보여줬다.
또 사람들은 진(眞) 아이템이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 출현하는지, 그 알고리즘을 알아차렸다.
‘난리가 났구나.’
결국 밝혀진 랜덤 D박스의 비밀
‘잠깐 이렇게 되면?’
찬웅은 노트북으로 코인 시세를 확인했다.
'···미친!'
개당 3달러?
지금도 기세 좋게 쭉쭉 올라간다.
그건 그렇고,
미국 정부는 어떻게 나올까?
‘···한숨 자고 일어나면 결론이 나 있겠지.’
자기 전에 이거나 마시고,
상급 활력의 영약, 중급 체력의 영약, 하급 인식의 영약.
꿀꺽, 꿀꺽, 꿀꺽.
3병 다 까서 마셨다.
반응이 오나?
이것도 자고 일어나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