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28화 (2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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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드라실 방어전(2)

딸기는 스트리머들을 한칼에 처리하고도 계속 그 자리에 남았다.

스슷, 스슷!

페널티 없이 다시 그 자리에서 부활한 스트리머들을,

“야잇! 싯팔!”

“너, 죽어···,”

서걱, 쑤컹!

깔끔하게 처리해야지.

딸기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날 밤, 자신에게 신비한 액체를 먹여줬던 수수께끼의 남자는 분명 케이였다.

‘꼭 치유 물약 같았어.’

담당 의사가 화들짝 놀란 건 당연했다.

어떻게 된 거냐? 믿을 수 없다, 혹시 민간요법이라도 썼냐? 썼다면 뭔지 말해달라.

물론 딱 잡아떼고 입을 꾹 다물었다.

이제 괜찮아졌다.

산소호흡기가 없어도 된다.

심지어 엄마와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게임 접속은 두말할 필요 없고.

그런데 접속해서 나눈 케이와의 첫 대화에서 그는 왠지 자신을 숨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럼 자신도 입 꾹 닫아야지.

‘절대 말 안 할 거야.’

딸기는 케이를 이해한다.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안 되는 불치병을 고쳐준 사람,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수많은 사람이 그를 찾을 것이고, 그러면 얼마나 피곤할까? 아니 피곤 정도가 아니라 위험해질 수 있다.

가상과 현실, 둘 다!

케이는 다른 용병들과 다르다.

동화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그와 같은 사냥 능력을 갖춘 플레이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스트리머들은 영상을 찍어 플랫폼에 올려 수익을 창출한다.

케이의 전투 영상은 누가 봐도 대박이 터질 것이다.

반드시 주목받을 터, 그리고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잘 이야기 해도 알아 처먹질 않으니, 할 수 없이 손을 써야지.

그녀는 무서운 것이 없었다.

자신의 생을 연장해 준 케이를 위해서라면 말이다.

딸기는 훌륭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고 다시 찬웅에게 달려왔다.

“···죽였어요?”

“네, 말을 안 들어서, 혹시 제가 실수했나요?”

“아, 아뇨. 잘했어요.”

“그쵸? 뭐 진짜 죽는 것도 아닌데,”

“···.”

만약 딸기가 각성해 현실에서 포스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귀신작두 박달환보다는 훨씬 강할 거야.’

아무튼 방해자도 처리했고.

다시 사냥에 나선 찬웅과 딸기.

서걱!

콱! 콱!

웨이브가 중반으로 치달았다.

점점 늘어나는 오크들, 게다가 놈들 후미로 나타난 미노타우루스, 소 떼.

“우워어어!”

“크르르릉!”

딸기도 대검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업진살부터 잡을까요?”

“딸기씨는 삼겹살 위주로 잡아요. 제가 업진살 칠 테니까.”

“네!”

코볼트와 고블린들을 잡을 땐 조용했던 시스템 메시지가 오크, 미노타우루스와 마주하자마자 시끄럽게 울려댔다.

오크들은 맛있는 경험치 덩어리다.

미노타우루스는 별미고.

뻥튀기된 포스, 2단계나 올라간 스킬.

오크도 한 방.

미노타우루스도 한 방.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동화율이 오른다.

[108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코인도 들어온다.

이제 좀 재미가 난다.

콰악! 콱! 콱!

화려하게 피어나는 포스의 꽃, 듀얼 스트라이크로 펼쳐지는 비열한 습격과 별빛 가르기, 눈으로는 쫓을 수 없는 바람길 산책의 순간 가속.

딸기도 잘 따라왔다.

원래 용병 체질이었나?

손발이 착착 맞는다.

“아홋!”

“와!”

“또 돌파!”

한 번씩 추임새를 넣어주고, 흘린 오크도 받아먹고, 심지어 미노타우루스도 제 손으로 처리한다.

오크와 미노타우루스를 압살하는 찬웅.

주목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 스트리머도 냄새를 맡았던 거고.

사실 로그드라실 웨이브 방어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플레이어 간, 혹은 특정 세력, 심지어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이벤트 보상 중 <최고 공적 플레이어에 한해 성황의 축복 및 귀족 작위 획득의 기회>, 1위는 성황의 축복, 2위와 3위는 귀족 작위, 나머지는 코인과 아이템.

무조건 공적 1위를 달성해 성황의 축복을 받아야 하는 부류, 또는 2위나 3위라도 해서 귀족 작위를 받아 명예를 드높이려는 부류.

마침 찬웅과 딸기 가까이에 그런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부류가 있었다.

아바타 [대국혼]은 미친 듯이 오크와 미노타우루스를 살육하는 찬웅과 딸기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후우, 불안해. 이건 너무···,’

[대국혼]은 단순한 용병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도 싸우지 않는 용병, 싸우는 것이 아니라 육성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 자신이 맡은 팀만 수십 개다.

대국혼은 능력있는 육성가였다.

또한 자신의 조국에서 제갈량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전략가이고.

현재 그가 맡아 육성하는 플레이어는 [중화영웅], 상위급 랭커이면서 동시에 각성 플레이어.

그런데 너무 차이가 난다.

저 [케이]라는 플레이어와 말이다.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왔지?’

육성팀이 한 마리씩 배달해주는 오크와 미노타우루스를 안전하고 간편하게 홀로 독식하면서 킬수를 늘려가는 [중화영웅].

반면 손에 걸리는 놈은 오크든, 미노타우루스든, 닥치는 대로 쓸고 나가는 케이.

포스가 모자라지도 않나? 가끔 자원 재생 물약을 먹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무척 효율적인 몸놀림이었다.

공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적중, 공속, 치명, 삼박자가 조화롭게 딱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놈의 옆을 지켜주는 상큼한 딸기라는 플레이어의 재능도 만만치 않고.

그에 반해 자신이 육성하는 중화영웅은 상대적으로 너무 허접하다. 지금도 받아먹고만 있지 않나.

‘이렇게 확연하게 차이가 나니 속이 쓰리군.’

물론 중화영웅도 초기엔 반짝이는 재능의 플레이어였지만 지금은 타성에 젖었다. 너무 쉬운 길만 가려고 한다.

‘케이라, 다른 때였다면 품겠지만 지금은···, 제거해야겠어.’

대국혼이 보기엔 저놈은 공적 순위 10위안에 무조건 든다.

심지어 1위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

“육성 5팀은 지금 뭐 하고 있지?”

“2팀과 교체 준비 중입니다.”

“지금 불러와.”

“네?”

“잡초를 뽑아야겠어. 저기,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 말이야.”

“아! 네, 알겠습니다.”

찬웅은 기세를 탔다.

그와 손발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딸기도 점점 무아지경.

희한하다.

도끼로 몬스터를 조준해 맞추는 게 아니라, 도끼를 아무 생각 없이 막 휘두르면 몬스터들이 알아서 머리를 들이민다.

퍽퍽! 콰직! 퍽!

최적의 속도로 포스를 낭비하지 않고 약점만 골라서 적중! 간간이 치명타가 터지면 한방이면 족하고.

바로 그때!

이상한 대가리가 찬웅의 시야에 나타났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콰직!

‘응?’

스스스,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아바타.

'플레이어?'

이 아바타는 누구길래 앞을 막고 있었지?

한둘이 아니다.

흉흉한 기세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아바타들, [대국34호], [대국105호], [대국327호]···, 숫자는 약 30명.

‘아바타 이름 건성으로 짓나? 대국은 또 뭐야?’

딸기도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싸부님!”

“나도 알아요.”

처음엔 난전 상황이라 잘못 부딪혔다 생각했는데 이놈들 목표는 몬스터가 아니다.

“사부님은 사냥에만 집중하세요. 이 새끼들은 제가 어떻게 해볼게요.”

혓바닥으로 입술을 낼름 핥으며 눈을 반짝이는 딸기.

찬웅은 그런 딸기의 모습이 살짝 섬뜩했다.

‘설마 이 상황을 반기고 있나?’

에이, 그럴 리 없겠지.

딸기가 몸을 날렸다.

“죽어!”

서걱, 쑤컹, 서걱!

[대국105호]가 목이 잘렸다.

[대국95호]의 심장에 대검이 박혔다.

‘살벌하네.’

정말 잘 싸운다.

몬스터가 아닌 플레이어에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 저년부터 죽여! 집중 공격!”

“으아, 씨, 씹···, 켁!”

“악!”

“···아니다. 저 남자 새끼, 케이만 죽이고 빠져!”

뭐?

사람 물로 보나?

츠리릿!

찬웅의 손에서 도끼가 날았다.

빠각!

“끅!”

비열한 습격.

[대국34호]의 뚝배기를 깨고 돌아오는 도끼.

빠각!

별빛 가르기.

나머지 하나는 오크의 머리를 날리고.

콰직!

그 모습을 지켜본 [대국혼]은 경악했다.

육성팀 30명이 저렇게 쉽게?

하나하나 으스러진다.

대검에 베이고 도끼에 찍힌다.

“어, 어떡할까요?”

“한팀 더 보내.”

“그럼 육성 프로그램이 제대로···,”

“흐음.”

너무 성급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대체 누굴까?

국적은? 나이는?

그리고 지금 한팀 더 보낸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자칫하면 [중화영웅]의 공적 쌓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이벤트의 목적이 저놈 죽이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없지. 부활하면 후퇴시켜.”

“그게 이미 부활 한 번씩 해서.”

“···.”

순간!

대국혼은 케이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웃으며 손 한번 흔들어주고.

지금은 놓아준다.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케이라, 기억해두지.’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쓸만한 놈은 품어야 한다.

“이벤트 끝나면 [케이]라는 아바타 이름을 사용하는 플레이어가 누군지 알아봐! 블로그, 인터넷 게시판, SNS. 뭐든 샅샅이 뒤져서.”

“네!”

찬웅도 대국혼을 마주 노려봤다.

‘새끼가, 손은 왜 흔들어?’

[대국혼]?

대국 시리즈의 우두머리 같은데.

저런 새끼가 제일 싫다.

죽이고 싶었으면 직접 나설 것이지, 부하들을 보내놓고 지금은 실실 쪼개?

딸기가 숨을 쌕쌕거리며 물었다.

“저 새끼도 죽일까요?”

“내버려 두세요.”

“하지만···.”

“방어전 중이잖아요. 로그드라실 지켜야죠.”

맞다.

우선순위를 생각해야지.

하지만 이벤트 끝나면 알짤 없이 대가를 치르게 한다.

“우리도 조금 멀리 떨어지죠.”

“넵! 똥이 무서워 피하나요?”

다시 사냥 개시.

집중력이 흐트러져 있던 터라 빨리 시동을 걸고.

몇 시간이 흘렀을까?

5시간? 6시간?

이윽고 점점 줄어드는 몬스터 군단.

게임 시각으로 저녁에 시작된 웨이브가 어느덧 새벽.

[웨이브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막간 쉬는 타임.

하지만 다음 웨이브엔 트롤과 오거까지 몰려오겠지.

찬웅은 가쁜 숨을 고르며 혼이 반쯤 나간 딸기에게 말했다.

“후우, 후우, 조금 쉽시다.”

“네, 그, 그래요.”

찬웅은 혹시 몰라 주위를 살폈다.

대국 어쩌고 하는 놈들이 또 덤벼들까 봐.

‘없구나.’

오면 또 죽여버리면 되고.

그런데 갑자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딸기.

“뭐 하세요?”

“상자 깔려고요. 획득률이 올라간다고 해서.”

“아하!”

“케이님은 안 까세요?”

“전 이따가 한꺼번에.”

주위를 보니 다른 용병 플레이어들도 모두 비슷하게 행동했다.

모두 바쁘다.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다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가 하면, 욕설도 하고, 주먹도 불끈 쥐고, 환호성도 지르고, 한숨도 쉬고.

이벤트 혜택 중 하나, 웨이브 당일 로그드라실 내에 존재하는 플레이어에 한해 랜덤 D박스 고급 아이템 획득 확률 상승, 아무리 대폭 올랐다지만 랜덤 D박스의 확률은 악명이 높은데.

“아싸!”

딸기는 뭔가 좋은 게 나왔나 보다.

“치유 물약 나왔어요! 안 그래도 물약이 간당간당 했는데.”

“···그냥 물약요?”

“아뇨!”

그럼?

“상급요! 이거 먹으면 상처가 거의 100% 회복되잖아요.”

“···.”

처음 먹어 보나?

현실에서 먹어 봤으면서, 진(眞) 상급 치유 물약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빠르게 오르던 동화율이 어느 시점부터 좀처럼 올라가질 않는다.

140% 후반대에서 정체된 느낌.

많은 플레이어들이 벽이라 생각하는 구간.

‘후반전엔 좀 오르려나.’

바로 그 순간!

“쿠오오오오오오오!”

또 한 번 울려 퍼진 드래곤의 포효!

로그드라실 용병들 전부가 멈칫 몸이 굳었다.

“아씨, 도마뱀 새끼는 왜 또 지랄이래?”

“2페이즈네요. 긴장합시다.”

우우웅, 곧 따스한 기운을 뿜어내며 그들을 독려하는 세계수

[로그드라실 웨이브가 재개되었습니다.]

후반전 시작.

로그드라실 내에 존재하는 용병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멀쩡했다.

그냥 레이드였다면 아마 반쯤은 쓸려나갔을 텐데, 세계수의 버프가 너무나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과연 후반전에도?

웨이브가 재개되었음에도 여전히 조용한 로그드라실.

그런데 그때!

쿠웅!

은은한 진동음과 함께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

쿠웅! 쿵!

점점 커진다.

쿵! 쿵! 쿵! 쿵···,

지진이라도 났나?

우지끈, 우지끈.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자 보이는 몬스터.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키키킥!”

“케륵!”

오크들이 뒤를 이었으며,

“취이익!”

“꾸익!”

미노타우루스와,

“우워워억!”

오크보다 더 긴 송곳니를 가진 털복숭이 트롤도,

“캬아아악!”

마침내 쿵쿵 소리의 주범, 먹이 사슬 최상위 그룹에 위치한 평균 신장 5m 숲의 지배자 오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르르···”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대규모 무리.

로그드라실 웨이브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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