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25화 (2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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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것보단 살리는 게 좋다(2)

신여은, [상큼한 딸기]는 살짝 불안한 마음, 케이와의 파티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오크 정도가 딱 좋은데.’

미노타우루스라니,

소 대가리에, 뿔까지 달린 놈 아닌가,

크고 붉은 혀에서 끈끈한 침이 뚝뚝 떨어지고, 왕 콧구멍에서 쉿쉿, 뜨거운 김도 뿜어져 나오고,

‘어우, 생각만 해도 징그러워.’

사실 상큼한 딸기는 자신의 나아진 모습을 케이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굉장히 많이 나아졌다. 그 쉬운 전직 시험도 쩔쩔매든 옛날의 딸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지.

어릴 적부터 가졌던 꿈, 악당들을 물리치며 정의를 바로 세우는 용감한 경찰이 되는 것, 한때 태권도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땄지만 불치병이란 악몽이 그녀를 덮쳤다.

하지만 지금은 산소호흡기가 없으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지경이다.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는 그저 게임 접속이 가능하게 해 주는 것.

그마저도 오래는 못한다.

점점 안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 이벤트가 끝나면 게임에 접속하지 못할 수도, 아니면 그 전에.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미노타우루스면 어떤가?

찬웅은 로그드라실과 침식지 경계에서 딸기를 기다렸다.

이벤트 하루 전날이라 그런지 용병들이 바글바글하다.

파티의 목적은 웨이브를 대비하는 몸풀기.

보통 사냥이라면 솔플이 편하지만 엄청난 숫자의 대규모 부대들이 몰려오는 난전 상황에 독불장군처럼 혼자 하다간 뒤통수 맞기 십상.

동화율 150% 이상의 플레이어들도 파티나 공격대를 조직해서 웨이브를 준비하는 판국인데, 자신이 뭐가 잘나서?

더구나 딸기는 재능이 있다.

밖에서 뭘 했는지는 몰라도 파워도 있고 순발력도 제법인 편.

몬스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초반엔 허둥지둥했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자신도 에루인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재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물론 그것 말고 도끼로 맺어진 인연이 있긴 했지만, 또한 가르치다 보면 서로 배우는 것도 있으니까.

저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상큼한 딸기.

“싸부님!”

“···그냥 케이라고 불러요.”

“네! 케이님!”

“준비됐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파티 걸게요.”

“감사합니다. 전처럼 코인은 필요 없으니···.”

“아뇨. 원칙대로 해야죠.”

[아바타 상큼한 딸기와 파티가 체결되었습니다.]

[파티 리더는 케이님입니다.]

[전리품 분배 방식은 기여도에 따라 자동 분배됩니다.]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정당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마음이 편하고.

딸기가 장담한 대로 제대로 된 한몫을 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터, 그럼 그녀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

“갑시다. 탈것 꺼내요.”

“네.”

로그드라실 침식지는 커다란 어둠 숲.

말 그대로 굉장히 어둑하다.

음산한 기운이 퍼지는 숲속 곳곳에 용병 파티들이 있다.

“용병들은 주로 고블린 잡는구나. 저도 고블린 2마리 정도는 한꺼번에 잡아요.”

“축하드립니다.”

“···.”

“오크 잡는 용병들도 많네요. ···우리도 오크부터 시작하면 안 될까요?”

“어차피 잡게 될 거예요. 미노타우루스 잡다 보면 오크도 나오고 그래요.”

“···.”

“혹시 불안하면 파티 해체하고.”

“아, 아뇨. 저 너어무 편안해요. 호호···,”

미노타우루스가 사는 지역이라고 놈들만 있지는 않다.

오크들과 고블린, 미노타우루스가 섞여 있다.

한창 소대가리 치고 있는데 뒤에서 오크가 급습한다면?

그래서 솔플은 위험하다.

“일단 몸은 풀어야 하니까 오크부터 잡읍시다.”

“···케이님께 오크 정도는 몸풀기였군요.”

슬슬 사람들이 드물다.

피부를 찔러오는 살기, 가까운 곳에 몬스터들이 있다.

“저기!”

“넵!”

찬웅 일행을 발견하자 괴성을 지르며 덤벼오는 오크 3마리.

이제 한몫할 수 있다는 딸기의 말에 솔직히 반신반의 했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의식 안에 각인된 몬스터에 대한 공포가 그리 쉽게 지워질까? 그러나 딸기의 장담은 허세가 아니었다.

휘리릿!

무식하게 달려오는 오크를 투우사처럼 옆으로 흘리며 검으로,

‘잘하네.’

서걱!

오크의 등줄기에 난 길다란 검상.

푸욱!

가슴팍에 한 방 더.

[84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또 잡을까요?”

“당연하죠.”

오크 한두 마리 정도는 충분해 보였다.

침착하고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 놓는다.

서걱!

그녀의 주무기는 검과 활, 하지만 그것만 쓰는 것도 아니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심지어 회축도.

‘태권도잖아.’

거의 선출 수준.

딸기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남다른 재능인 것 확실하고.

“저 잘하죠?”

“인정.”

“헤헤.”

물론 찬웅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굳이 스킬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전투 소리가 들리자 그에 반응하여 우르르 출현하는 오크, 찬웅은 양손에 도끼 하나씩을 들고 보이는 대로 번갈아 가며 퍽퍽! 퍽퍽퍽퍽! 퍽! 퍽! 타작을 시작했다.

오크야 잡을 만큼 잡아봤으니까.

“와! 소름! 몬스터가 불쌍해.”

“언제는 징그러워서 무섭다면서.”

“그거야 지금은···, 극뽁!”

마주치는 오크를 족족 잡으면서 천천히 앞으로 전진.

손발이 착착 맞는다.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딸기가 왼쪽을 받쳐주고, 앞으로 전진하면 뒤를 맡아준다.

‘확실히···.’

편하긴 하다.

그러나 오크는 어디까지나 몸풀기, 파티의 손발을 맞춰보는 용도, 진짜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우워워워워!!!”

마침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전장에 나타난 미노타우루스, 떡 벌어진 어깨에, 울룩불룩한 근육과 연신 뿜어져 나오는 콧김, 자기 키만 한 대형 도끼를 등에 멨다.

“어, 으음, 아, 어, 어떡하죠?”

“극복했다면서요?”

“그, 그래도 저건 너무···.”

오크는 평균 신장은 180cm, 그러나 미노타우루스는 최소 3m.

그 무시무시한 위압감에 딸기의 나쁜 버릇이 또 나왔다.

“지, 징그러···,”

“소 새끼!”

“네?”

“횡성 한우가 두 발로 걸어온다 생각해요. 어차피 살살 녹는 업진살 덩어리 아닙니까.”

“어, 업진살보다 살치살이 맛있어요. ···근데 횡성 한우? 사부님 혹시 한국인?”

“···.”

딸기의 물음은 무시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솔직히 자신도 처음 잡아보는 거긴 하지만.

바람이 불어온다.

스르릇!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찬웅.

“아!”

딸기의 감탄을 뒤로하고 순간 가속과 함께 번뜩이는 쌍도끼.

움직일 때마다 미노타루우스의 몸체 여기저기에 앙증맞은 도끼가 박혔다.

“우웍! 우워억! 우우···,”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앞에서, 뒤에서,

팟! 콱! 팟! 콱! 팟! 콱···,

미노타루우스는 큰 도끼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만 있었다.

뭐가 보여야 내리치든지 하지.

상큼한 딸기는 찬웅의 몸놀림에 그저 탄성만 질러댔다.

“와! 와! 미쳤다!”

저렇게 큰 놈이 어이없이 당하는 걸 보니 딸기도 점차 두려움이 사그라든다.

때마침 미노타우루스 뒤편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오크.

커다란 검을 두 손으로 단단히 움켜잡고,

“사부님! 저도 갑니다!”

어딜 뒷치기 하려고.

서걱! 서거걱!

“쿠에엑!”

검으로 오크를 후려 베는 딸기.

한 마리 더, 또 한 마리.

[아바타 상큼한 딸기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덕분에 찬웅은 미노타루우스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 마무리, 별빛 가르기로 소 대가리 두 뿔 사이에 정확하게!

콰직!

[90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꽤 든든한데?’

이렇게 난전 상황에선 등을 지켜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믿음직한가.

“본격적으로 가보죠,”

“네!”

닥치는 대로 잡았다.

미노타루우스가 보이는 족족 달려가는 찬웅, 그를 보조하며 함께 싸우는 딸기,

[84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92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딸기도 신이 났다.

무려 미노타우루스, 이놈보다 상급의 몬스터는 트롤과 오우거, 드레이크 뿐이다.

동화율이 낮은 딸기로선 감히 사냥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몬스터인데.

그때였다.

자꾸만 인상을 찌푸리는 딸기, 행동도 점점 느려졌다.

“힘들어요? 좀 쉴까요.”

“아, 아뇨, 그, 그게 아니라.”

딸기에게 좀 전부터 계속 들려오던 메시지가 있었다.

동화율이 오른다는 시스템 알림음이 아니고,

[신여은 플레이어님의 바이탈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잠시 후 게임이 강제 종료됩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신여은 플레이어님의 바이탈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잠시 후 게임이 강제 종료됩니다.]

지속적으로.

[신여은 플레이어님의 바이탈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잠시 후 게임이 강제 종료됩니다.]

급기야.

‘휴우,’

딸기는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

‘여기까지네.’

올 것이 왔다.

조금만 늦게 오지.

“저어···,”

“말해보세요.”

“앞으로 저 접속 못 할지도 몰라요.”

“음? 왜···, 혹시 바쁜 일이?”

“제가 사실 몸이 좋지 않거든요.”

“아!”

얼마나 아프길래 게임을 못 한다는 거지?

“···그래요. 건강이 먼저죠. 좋아지면 다시 만나요.”

“저도 그러면 좋겠지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왜 그래요? 다신 안 볼 사람처럼.”

“그냥 기억만 해 주세요. 딸기 말고 신여은으로.”

꾸벅 인사를 하는 딸기.

갑자기?

“혹시 심각해요?”

“···.”

“무슨 병이길래,”

“···어! 저기 미노타우루스!”

그 와중에 콧김을 씩씩 뿜으며 달려오는 몬스터.

“제가 먼저 갑니다!”

다다다다!

딸기가 용감하게 미노타우루스에게 돌진했다.

무시무시하게 내려쳐지는 커다란 도끼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죽엇!!!”

서걱!

단단한 피부에 상처를 내는 데 성공하는 딸기.

찬웅도 순간 가속으로 미노타우루스 정면에 도달했다.

콱!

목덜미에 박히는 앙증맞은 머리따개, 그 뒤를 이어 딸기의 대검이 미노타우루스의 가슴팍에 꽂혔다.

“굿!”

“헤헤, 저 잘했죠.”

“잘하셨어요. 완전하게 극복했네요.”

“또 한 마리 잡아요. 함께! 시간이 별로 없어···,”

그때였다.

슈슛!

순식간에 빛무리와 함께 사라진 딸기.

“어···,”

정말 강제 종료였다.

“흐음,”

한창 파티 사냥의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딸기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바이탈 이상으로 강제 접종되는 경우는 다양하다.

당장 감기만 걸려도 문제가 된다.

무슨 병일까?

‘큰 병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솔플로 사냥해도 상관이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사냥할 맛도 나지 않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손발을 맞추던 플레이어가 병 때문에 강제 접속 종료를 당했는데, 태연하게 게임을 계속하는 것도 그렇다.

어쨌든 미노타우루스도 별 무리 없이 잡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돌아가자.’

찬웅은 탈것을 타고 로그드라실로 향했다.

도시는 여전히 북적였다.

파티를 구하는 용병, 상인을 상대로 거래를 하는 용병, 서로 노닥거리며 긴장을 푸는 용병.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구나.’

그런 그의 눈에 저 멀리, 도시 중앙에 커다란 세계수가 찬웅의 눈에 들어왔다.

뜬금없이 귀신작두의 위치를 알려줬던 세계수, 보조 운영자일지도 모르는 신격 존재.

알고는 있을까?

자신이 귀신작두를 죽였다는 사실을.

‘···확인해볼까.’

세계수 주변은 용병 플레이어가 갈 수 없는 금지, 엘프 레인저들이 세계수를 둘러싸고 출입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수님을 뵙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케이님은 괜찮습니다. 장로님께 미리 언질을 받아서,”

“감사합니다. 그럼 잠깐만 들어갈게요.”

찬웅이 다가오자 엘프 레인저들이 길을 열어줬다.

또 한 번의 교감.

전처럼 세계수의 줄기에 손을 댔다.

그런데?

[보상으로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응?’

갑자기?

반영률 돌파야 그렇다 치고, 이번엔 ‘보상으로’ 라는 말이 메시지에 추가됐다.

‘보상이라니, 퀘스트도 없었는데···,’

설마?

‘귀신작두를 죽인 것에 대한 보상인가요?’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

답변할 수 없기는!

딱 그건데.

‘나한테 원하는 게 뭡니까?’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똑같이 행동하면 되나요? ···만약 아무것도 안 하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듀플렉스 스페이스는 플레이어에게 무한한 자유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유 의지에 따른 행동과 판단에 그 어떠한 불이익도 없음을 약속드립니다.]

이건 또 말해주네.

좋다.

‘그럼 아무거나 말해보세요.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아바타 [상큼한 딸기]의 플레이어가 현실에서 앓고 있는 병은 근위축성 측색경화증, 운동신경 세포 파괴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는 불치병의 일종으로···,]

‘뭐?’

이걸 왜 대답해줘?

그건 그렇고,

‘불치병?’

딸기가 서서히 죽어간단다.

물론 애처롭고 안타깝다.

그런데 왜 세계수가 자신에게 이 사실을 알려줄까?

혹시?

‘···아바타 [상큼한 딸기]의 플레이어가 현실에서 접속하고 있던 장소는요?’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서울특별시 송파구 풍남동 대현 종합 병원···,]

‘아···,’

이번엔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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