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21화 (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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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작두(2)

이벤트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로그드라실로 온 용병들도 있었다.

각성 플레이어 전담반.

최기병 팀장도 아바타가 있다.

용병 플레이어 아바타 [와치맨], 재능의 한계로 봉인해두고 있던 형편.

때마침 열린 로그드라실 웨이브 이벤트.

이건 기회였다.

2배의 동화율 경험치와 D코인 드랍률 상승, 박달환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놈은 확실히 로그드라실로 온다.

경찰이 나서서 최고급 캡슐을 사용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플레이어들의 집을 방문해 경고도 해주고, 제보 부탁도 하고,

정보가 쏟아졌지만 대부분 거짓, 그러다 기어코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

[와치맨] 최기병은 제보자에게 위치 정보를 받아 30명의 팀원들을 이끌고 [귀신작두] 박달환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놈이 아무리 랭커라 해도 전담반 소속 용병 플레이어가 무려 30명, 이 전력이면 놈을 잡고도 남는다.

그리고 기어코 만났다.

“늦었네?”

이미 이쪽으로 온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태연한 표정의 귀신작두 박달환.

“이 개새끼가,”

“쯧, 보자마자 욕이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덕담은 못 할망정,”

“···어디냐? 어디 있어?”

“여기 있잖아.”

“네가 접속하고 있는 장소.”

“흐음, 그건 좀 곤란한데.”

최기병은 싸늘하게 말했다.

“이것만은 장담하지. 넌 이벤트에 참가 못 할 거다.”

“여기서 죽이려고?”

“그래. 오늘 죽이고 3일 후에도 또 죽여주마. 네 동화율이 바닥날 때까지.”

“어이쿠, 무서워라! 그럼 나도 장담 하나 할게.”

박달환은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내가 게임 안에서 한 번씩 죽을 때마다 현실에서 사람이 죽어 나갈 거야. 나도 죽이고 또 죽여줄게.”

협박이 나올 줄 알았다.

이놈은 이유가 있어도, 이유가 없어도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 차라리 여기서 죽여 힘을 빼놓은 다음, 현실에서 처리하는 게 더 큰 이익.

그래서 협상은 없다.

“눈이나 깜빡할 것 같아? 넌 무조건 여기서 죽어.”

박달환은 피식 웃었다.

놈들의 의도는 뻔했다.

현실에서 자신을 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니 게임에서라도 잡겠다는 의도, 그러면 동화율과 반영률이 떨어져서 힘이 대폭 약화될 거니까.

처음 자신이 각성했을 때 동화율 151%, 반영률은 10%였다.

하지만 힘에 도취한 나머지 SNS에 각성 사실을 언급했고 전담반에 의해 발각되고 말았다.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후회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버러지 같은 놈들, 선택받지도 못한 주제에···,

그런데 놈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회유하려는 낌새가 보인 것.

기회였다.

재빠른 태세 전환으로 항복 선언을 한 후, 게임만 하게 해달라고 했다.

거의 6개월 동안 협조적인 자세로, 심지어 국가에 대한 충성 맹세도 하고, 계약서도 쓰고,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기도 하면서, 동화율을 높이고, 반영률도 찔끔찔끔 올리면서, 힘을 키웠다.

현재 자신의 동화율 158%, 반영률 14%,

포스가 1이 올라도 남다름을 느끼는 판에, 최초 각성 때 포스량 510에서 현재 812.

이제 할만했다.

그래서 탈출을 결행, 하지만 도망가도 게임은 해야 한다.

야밤이나 새벽에 포스의 능력을 이용해 아파트나 주택으로 침입해 최고급 접속 캡슐이 있는 집에 들어갔다.

거기 사는 사람은 죽이고 캡슐로 접속해서 게임을 해왔다.

그러다 다음 집으로, 지금 접속한 곳은 3번째.

“정말 자신 있어? 후회할 텐데, 일반인들 목숨은 아무렇지도 않나 봐? 내 동화율 하락과 바꿀 만큼?”

“···개소리마라. 넌 우리가 쫓던, 쫓지 않던, 상관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다닐 거잖아.”

“정답이네. 그럼 뭐···,”

잠시 숨을 고르는 박달환, [귀신작두]

그러더니 크게 소리쳤다.

“여기요!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무슨···, 아!”

최기병은 놈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빨리 쳐! 총공격!”

번뜩이는 각종 무기가 놈이 있던 자리로 쏟아졌다.

하지만 재빠른 몸놀림으로 요리조리 피하는 박달환. 놈은 150% 이상,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랭커 플레이어.

좀처럼 잡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죽여야 한다.

놈의 힘을 약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현실에서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모두 멈춰! 로그드라실에선 일체의 분쟁 행위를 금지한다.”

스슥, 스스슥!

엘프 레인저들이 어느새 무기를 들고 나타나 그들을 포위했다.

비릿한 표정의 박달환, 반면 최기병과 팀원들은 멈칫했다.

“자, 이제 어떡할래? 계속할래?”

“이 비열한···.”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물러나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냐? 아니면 결판을 낼 것이냐.

엘프 레인저들은 모두 10명, 숫자는 적어 보여도 저들은 매우 강하다.

물러설까?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합리적, 어차피 놈은 이벤트에 무조건 참가할 테니까.

그런데,

“참! 별장에서 죽은 놈 중에 네 후배가 있었지? 어찌나 살려달라고 빌던지, 결혼 날짜를 잡았다나, 멍청한 새끼, 그게 사망 플래그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그냥 죽였어. 엉엉 울면서 뒈지더라고.”

“···.”

으드득!

[와치맨] 최기병은 이를 악물었다.

도발인 줄 알아도 어쩔 수 없다.

때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다.

그게 뻔한 결과를 불러온다고 하더라도.

“죽여!!!”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눈에 불을 켜고 박달환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엘프 레인저들의 화살 공격이 시작되었다.

푹! 푸푸푹!

“으윽!”

최기병은 자신의 등허리에도 한 대의 화살이 꽂힌 걸 느꼈다.

뭉텅 사라지는 체력바.

고통스럽다.

실실 쪼개면서 자신을 비웃는 저 살인마 새끼의 표정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분하다.

그럼에도 아무런 감정도 없이 팀원들에게 화살을 쏘아대는 엘프 레인저들.

최기병은 울분을 토했다.

“저놈은 살인마란 말이야!!! 현실 세상에서 벌써 몇 놈이나 죽인 줄 알아? 최소 9명! 그보다 더 죽였을 수도 있다고!!!”

그러나 돌아온 엘프의 답변은 싸늘하다.

“네 세상에서 일어난 일은 그쪽에서 해결해라. 여긴 로그드라실이다.”

“놈을 죽여야 한다고! 그래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법을 지켜라! 이방인!”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지, 법이 중요해?”

그 모습을 보며 이죽거리는 박달환.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 팀장님이 할 소리는 아닌데? 상황에 맞게 이랬다저랬다. 쯧쯧, 하긴 내로남불 공무원 새끼들이 다 그렇지.”

“개자식···,”

최기병은 핏발 선 눈으로 놈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푹!

“크윽!”

결국 머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낄낄낄, 어쩌나, 3일 후에 보겠네. 이벤트 끝나고.”

박달환은 배를 잡으며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최기병을 보고 비웃었다.

그러자 그를 보며 경고하는 엘프 레인저.

“그만해라. 이방인 [귀신작두]. 계속하면 너도 처벌 대상이다.”

“네네, 알겠습니다. 조용히 하죠.”

임무를 나친 엘프 레인저들은 다시 순찰에 나섰다.

찬웅은 그 모든 과정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사실 그도 별로 할 것이 없었다.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당한 플레이어와 일행은 경찰 같은데···,’

왜 여기서 기를 쓰고 저놈을 죽이려 했을까?

차라리 살살 구슬려서 자수를 유도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행동을 보면 자수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긴 했다.

아무튼 확실한 건 ‘저 새끼는 나쁜 새끼.’

피아식별 확실하게 해두고.

박달환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찬웅을 노려보며 말했다.

“넌 뭐야?”

찬웅도 눈을 피하지 않고 대꾸했다.

“기억해두려고,”

“뭘?”

“귀신작두···, 넌 이벤트 기간에 사냥은커녕 몬스터 한 마리도 못 잡을 거다. 나한테 죽을 거니까.”

“니가? 뭘 믿고?”

“그때 가서 보자. 항상 뒤를 조심해.”

“뭐, 그래, 기대하지. ···케이? 흐흐흐, 이름도 별거 없군.”

실실 웃으며 자리를 벗어나는 귀신작두.

찬웅도 발길을 돌렸다.

기분이 더럽다.

빨리 추스르고 에루인이나 만나러 가자.

※ ※ ※

찬웅은 에루인의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왔어? 오크 새끼들 모가지 잘 땄냐?”

“네.”

“기분이 왜 그래? 힘들었어?”

“아닙니다.”

“···선물 줄게. 그럼 기분이 좋아질 거야.”

보상 하나.

에루인의 특별한 선물.

주섬주섬, 에루인은 자신의 오두막 침대 아래에서 검정색 옷감 같은 걸 꺼냈다.

걸레인가, 자세히 보니, 속옷? 내복 같기도 하고.

“요거 탐내는 년들이 많았는데! 아무도 주지 않고 꼭꼭 숨겨둔 거거든.”

“···이걸 탐낸다고요?”

“당연하지! 얼마나 좋은 건데, 봐봐!”

“어,”

이건 마치···,

“전신 레깅스?”

“응? 얘 또 이상한 소릴 하네. 야행복! 암살자라면 이 정도는 입어줘야지. 이게 이래 보여도 방어력 끝장나거든! 아라크네의 실타래와 용의 수염, 그리고 수호령 엔트의 나무 섬유로 짠 거야.”

옷감, 아니 야행복을 둘둘 말아 찬웅에게 툭 던져주는 에루인.

찬웅이 받아들자 아이템 정보가 떠올랐다.

[진(眞) 암살자 루인의 노골적인 야행복]

“···.”

방어구에 왜 노골적이란 말이 붙어?

무기에 ‘앙증맞은’ 이란 수식어가 붙을 때 알아봤다.

[등급 : 전설]

[장비 종류 : 전신 갑옷]

[귀속 여부 : 습득 시 귀속]

[방어 기술 : 은신막 발현 / 피격시 데미지 감소]

멋지다.

다만,

“여성용 같은데, 전 남자라서.”

“걱정하지 마. 착용자의 신체에 따라 저절로 줄어들거나 늘어나. 너무 딱 맞아서 거의 안 입은 듯 느껴질걸?”

느껴지는 정도를 넘어 저거 입으면 정말 안 입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야야, 내가 아무렴 이것만 입고 돌아다니라 하겠어? 속에다 받쳐입으라고, 딱 좋지 않니?”

“아! 그러네요.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스승님.”

“그래야지.”

사실 방어구는 원했던 것이긴 했다.

현재 찬웅이 입고 있는 의복은 아바타를 생성할 때 기본적으로 입혀져 있던 평상복을 입고 싸웠다.

상점에서 살 수도 있었는데, 어차피 랜덤 박스를 계속 깔 예정이어서, 굳이 사지는 않았다.

때마침 보상으로 방어구를 받았으니 속에 받쳐 입고 가자.

무려 전설 등급 아닌가!

방어력 빵빵하고, 효과도 괜찮고.

‘은신이라,’

스르르륵!

‘흐음.’

빛의 굴절 원리?

포스를 바깥으로 뿜어내서 투명한 은신 막을 만들어 모습을 감추는 식, 그래서 안에 받쳐 입어도 효과가 그대로 나타났다.

“자, 그럼 이제 만나러 가야지.”

“누굴···,”

“따라와 보면 알아.”

보상 중 하나가 만남 주선이라는 건 알겠는데, 대체 누구하고?

도시 중앙 쪽으로 사뿐사뿐 걸어가는 에루인, 찬웅은 아무 생각없이 그녀를 따랐다.

그런데!

‘저긴?’

로그드라실 중앙엔 건축물이 없다.

오로지 한 그루의 나무만이 심겨 있었다.

“세계수?”

“맞아, 이왕 로그드라실에 왔으니 침식지 웨이브 이전에 세계수를 알현해야지.”

“어···,”

엘프 왕국의 핵심은 세계수다.

세계수가 바로 왕, 없으면 왕국이 성립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왕국의 이름이 세계수의 이름이겠나?

세계수의 영향력이 미치는 권역이 바로 엘프 왕국의 경계선, 거길 넘어가면 바로 침식지.

“제가 가도 될까요? 전 엘프도 아닌데.”

“괜찮아.”

세계수가 심어진 반경 50m 지역은 절대 금역.

엘프가 아닌 이들은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

물론 그곳을 지키는 엘프 레인저들도 있고, 그러나 찬웅이 에루인과 가까이 다가가자 막기는커녕 오히려 길을 비켜주는 엘프들.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세계수, 그 높이는 구름을 뚫을 정도.

“가까이 가봐.”

“네.”

찬웅은 그녀 말대로 했다.

그를 막고 선 커다란 벽.

하지만 이건 나무줄기, 하도 높아서 나뭇잎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게 나무라니.’

인간은 거대한 것을 마주하면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낀다.

세계수도 거대하다.

하지만 경외심보단 친숙함이, 두려움보단 포근함이 찬웅을 감싸왔다.

“손을 대고 세계수와 교감을 나눠.”

“손을요?”

“그래.”

홀린 듯 천천히 나무에다 손을 가져다 대는 찬웅.

“아!”

따스한 기운이 아바타의 몸으로 전해져온다.

세계수의 영능, 그 불가사의한 존재의 축복이 내려온다.

부르르,

몸을 떠는 찬웅.

바로 그때였다.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반영률?’

게임의 아바타가 현실의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주는 퍼센티지.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

.

.

반영률이 계속해서 올라갔다.

‘이게 왜···,’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교감을 이뤄냈구나. 그럴 줄 알았다. 이제 세계수님과 소통이 가능할 거야. 하고 싶은 말이나 평소 궁금한 걸 여쭈어봐. 대답해 주실 거야. 흔치 않은 기회니까.”

“어떻게···?”

“손을 대고 속으로 네 생각을 전달해.”

뭘 말해야 하나?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아이템이 왜 현실로 배달되나요?’

그러자.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응?’

세계수의 음성이 마치···,

‘시스템 메시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분명 비슷하다.

세계수도 가상현실에선 신적인 존재라 그런가?

맞을 것이다.

이 게임의 최고 운영자는 시스템, 즉 강인공지능, 여기선 주신(主神), 그리고 세계수도 신급이니 아마 보조 운영자 정도는 되겠지.

다른 걸 물어보자.

‘현실에서 포스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흠.’

많이 들어본 대답.

‘반영률 스탯은 왜 주어지는 건가요?’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듀플렉스 스페이스 게임을 만든 사람은 외계인입니까?’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

확실히 운영자가 맞는 것 같다.

그러니 앵무새처럼 답변할 수 없다고 하지.

그럼 이 질문은?

결국 모른다고 할 테지만···,

‘아바타 [귀신작두]의 플레이어가 현실에서 접속하고 있는 장소는요?’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 1동 라미안 아파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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