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20화 (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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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작두(1)

찬웅은 로그드라실에서 다시 에루인과 마주했다.

“그래, 할 만해?”

“네. 그럭저럭.”

“하아, 역시 재능충이란.”

“저 재능충 아닙니다.”

“뻔뻔한 소리, 고작 몇 시간 만에 바람길 산책과 별빛 가르기를 익힌 주제에.”

“그건 스승님께서 워낙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죠.”

스승님이란 말에 살짝 놀라는 에루인.

“어머? 스승님? 얘는 갑자기 훅 들어와.”

“···그렇게 부르지 말까요?”

“아니, 생각해보니 이방인 제자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겠다. 계속 불러줘.”

기분이 좋은 듯 에루인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아름답다.

뇌쇄적이다.

이래서 엘프, 엘프 하는구나.

그러나 정신 바짝 차려야지.

최소 1,000살의 에루인.

가상이라도 거의 조상님 연배다.

그녀는 차인지 술인지 모를 음료를 호르륵 한 모금 들이키고는 이어 말했다.

“더는 심상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겠구나.”

“네···, 그럼?”

“실전으로 넘어가야지. 웨이브도 얼마 안 남았고, 그래서 할 일이 있어.”

또 퀘스트 냄새가 난다.

가상현실 게임답게 퀘스트도 사실적, 물론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부여되는 임무도 있지만 보통은 NPC와의 대화에서 이루어진다.

평범한 어린이 NPC에서부터, 각종 직업군의 NPC, 관리 같은 공무원 NPC, 심지어 부랑자, 거지 NPC도 퀘스트를 준다.

그런데 현재 찬웅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NPC가 누구인가? 듀플렉스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최강의 NPC, 엘프 장로 에루인이다.

그녀가 주는 임무, 그에 대한 보상이 단순할까?

안 주면 줄 때까지 달라붙어야 할 판, 없는 꼬리도 만들어 흔들면서,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고맙네. 솔직히 침식지는 우리도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그래서 용병들의 힘을 빌리는 거고.”

“이해합니다.”

“지금은 침식을 당해 광룡이 되어버린 그린 드래곤 레지키쓰론도 예전엔 현명한 친구였는데···, 이젠 별 거지 같은 오크 새끼들도 두려워해야 할 판이니.”

에루인의 처연한 음성.

이 엘프 절대자가 왜 침식지를 두려워할까?

게임 설정상 ‘침식’은 마치 바이러스와도 같은 것, 드래곤도 침식을 당해 광룡이 되어버린다. 침식에 면역을 가지고 있는 존재는 오로지 용병 플레이어뿐.

“실전으로 드가자. 심상의 오크가 아니라 실제 오크 말이야.”

“자신 있습니다.”

“만만히 보지 말아. 침식지 오크가 왜 무서운지 아니? 웨이브가 시작되면 로그드라실을 침공하는 대다수의 몬스터가 바로 오크야.”

맞다. 신체적 능력과 더불어 무시무시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오크.

“최소 백만 마리 예상하고 있어.”

“···.”

미친! 백만이 애들 이름도 아니고, 상상을 초월한 숫자.

이벤트를 위해 로그드라실로 오는 용병 플레이어의 숫자가 15만에서 20만 사이라고 볼 때 백만이면···,

“마침 적당하게 연습할 수 있는 숫자의 오크 부족이 있어. 로그드라실 경계로 가봐. 주술사와 족장인 오크 족장은 매우 위협적이지만···, 해볼래?”

“오크 슬레이어가 되어서 돌아오겠습니다.”

띠링!

[퀘스트가 발동됐습니다.]

- 로그드라실 서쪽 오크 부락 소탕

- 완료 조건 : 오크 300마리 처치(0/300), 오크 주술사 처치(0/1), 오크 족장 처치(0/1)

- 보상 : 엘프 장로 에루인의 1)특별한 선물과 2)특별한 만남 주선.

선물이 특별하단다.

무려 2개.

그런데 만남 주선은 뭐야?

소개팅인가.

그때였다.

띠링,

[로그드라실 이벤트에 대해 공지합니다.]

게임상에서 뜨는 전체 공지였다.

‘이벤트?’

떴구나.

에루인도 뭔가를 들었나 보다.

“아싸! 계시다! 주신의 계시야! 너도 들었지? 드디어 웨이브가 코앞에···,”

그러나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음, 좋아할 건 아니구나.”

“그렇죠. 아니죠.”

침식지 몬스터가 쳐들어올 거라는데 뭐가 좋다고.

※ ※ ※

전체 공지와 더불어 듀플렉스 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오피셜로 이벤트가 공지되었다.

<용병 플레이어만을 위한 공식 이벤트!>

<2022년 02월 02일 단 하루!>

<이벤트 : 로그드라실 침식지 몬스터 웨이브를 저지하라!>

포탈 검색 페이지 배너 광고, 그리고 너튜브 광고, TV, 영화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광고가 흘러나왔다.

또한 이벤트답게 눈이 돌아갈 만한 보상.

<동화율 상승과 코인 드랍률 2배 적용.>

<개인별 공적 자동 집계로 푸짐한 D코인 획득>

<최고 공적 플레이어에 한해 성황의 축복 및 귀족 작위 획득의 기회>

<로그드라실 손도장을 받은 플레이어는 누구나 랜덤 D박스 3개 지급>

<이벤트 당일, 로그드라실 내에 존재하는 플레이어에 한해 랜덤 D박스 고급 아이템 획득 확률 상승>

<웨이브 전일과 당일, 로그드라실 게이트 통로 무료 변경 가능>

용병 플레이어들이 환호했다.

오랜만에 용병을 위한 단독 이벤트.

사실 타직업군은 코인을 벌기 어려워서 이런 이벤트가 상시적으로 개최된다.

음유시인 직업을 위한 쇼미더코인 이벤트, 재봉이나 가세, 보세는 패션쇼, 그 외 각종 직업군을 위한 경연대회, 생산 독려 이벤트, 보물찾기 등등.

그러나 이번 이벤트는 오직 용병들만을 위한 행사.

약 20만에 가까운 용병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로그드라실로 몰려들 예정.

하지만 철저한 준비부터.

이벤트 떴다고 처음부터 설치는 건 금물, 이런 이벤트는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유리하다.

죽어버리면 그만큼 공적 쌓을 기회가 사라지니까.

상점이나 상인들의 개인 상점에서 물약과 소모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플레이어들은 이참에 좋은 장비를 맞추기 위해 현질도 서슴지 않았고.

코인 거래소에도 신호가 왔다.

그야말로 폭등!

1달러, 급기야 2달러 선을 뚫고 치솟아 오르는 호가.

이번엔 큰 손들도 막을 수 없었다.

아니, 저들이 오히려 코인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었다.

이벤트 내용이 너무나도 유혹적이었기 때문이다.

성황의 축복, 그리고 랜덤 D박스 고급 아이템 획득 확률 상승.

이걸 어떻게 참아?

진(眞), 리얼(real) 아이템을 획득할 기회인데.

그 와중에 찬웅은 오크 부락 근처에 도착했다.

전술은 별거 없다.

일점 돌파.

오크 300마리야 어떻게든 잡지만 문제는 주술사와 오크 족장.

빠르게 잡고 빠진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띠링.

[상큼한 딸기] : 어디세요? 3일 동안 접속이 없으셔서, 혹시 주, 죽었···,

딸기였다.

[케이] : 안 죽었습니다. 볼일이 있었어요.

[상큼한 딸기] : 아하! 다행이다. 이벤트 참가할 거죠?

[케이] : 봐서요.

[상큼한 딸기] : 오옷! 가신다는 말이네요. 거기서 봬요!

[케이] : 볼 수 있으면요. 전 이만 사냥을···,

[상큼한 딸기] : 넵!

전통적인 판타지 몬스터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크, 놈들은 최소 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다녀 꽤 까다롭다.

하지만 그것도 필드에서 만났을 때나 적용되는 이야기지. 이렇게 하나의 부락 전체를 공격한다면?

‘뭐 이렇게 많아?’

오크 300마리 잡으라고 해서 300마리 정도 있는 줄 알았는데, 최소 그 열 배 3,000은 되어 보였다.

‘역시 쉬운 일은 없어.’

그래도 대책이 없는 건 아니었다.

원래 지능이 있는 몬스터들은 계급 사회를 이루며 산다. 놈들을 한꺼번에 상대하게 되면 나름 전략과 전술을 갖추고 달려들게 뻔하고.

그러나 그 계급 체계가 약점이 될 수 있다.

명령 체계 최상층에 있는 지배자만 따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질 터, 문제는 잔챙이들을 뚫고 우두머리가 있는 곳까지 달려야 하는데···,

‘바람길 산책이 핵심이었군.’

애초에 에루인이 이 스킬을 가르쳐준 이유를 알겠다.

잔챙이들은 보류하고 대가리부터 죽이자.

찬웅은 오크 부락 중심지로 나아갔다.

“크릉?”

“킁킁.”

“꾸익?”

오크들은 당황했다.

찬웅의 몸놀림을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릇! 천천히 걸어가다 바람을 이용한 순간 가속, 팟! 막으려고 치면 어느새 뒤로 가 있고,

‘니들이 날 어떻게 막아?’

최대한 공격을 자제해서 포스를 아낀 채 주술사와 오크 족장이 있는 곳까지 진격한다.

심상의 공간에서 스킬을 시험한 대상이 오크, 이미 신물이 나도록 상대한 놈들이라 전투 습성까지 파악했다.

슥! 스르릇!

제끼고, 또 제끼고, 목표를 향해 빠르게.

이윽고 보인다.

거적때기를 걸치고 지팡이를 하늘로 치켜세운 채 뭐라고 소리치는 오크 주술사, 그 옆에서 징그러울 정도로 울룩불룩한 근육을 자랑하며 철심 박힌 몽둥이를 든 오크.

순간!

느려지는 발걸음.

땅속에서 정체 모를 힘이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 같다.

‘주술이군.’

주술사 마법은 매우 성가시다.

적의 힘을 깎는 저주, 아군의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버프, 두 가지가 동시에 적용되었다.

그러나 주술이라 해봐야 오크 주술.

포스를 일으켜 끊어버리고.

툭!

‘비열한 습격!’

오른손에 든 도끼는 비열한 습격, 왼손에 든 도끼도 역시 비열한 습격, 쌍습격, 하나는 주술사에게, 하나는 족장에게. 살짝 시간 차를 두고.

듀얼 스트라이크가 이래서 좋다.

츠릿! 츠리릿!

퍼억!

주술자의 가슴 중앙을 관통하며 날아가는 도끼.

“끽!”

콰직!

오크 족장의 두개골을 으깨버린 도끼.

“케륵.”

- 오크 주술사 처치 완료 (1/1)

- 오크 족장 처치 완료 (1/1)

[357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409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코인과,

[오크 주술사의 벽조목 지팡이(레어)를 획득하셨습니다.]

[오크 족장의 배꼽링(레어)를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그리고.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오!”

코인 대박, 아이템, 게다가 동화율 돌파까지.

아이템은 처음 먹어본다.

역시 하급 보스 정도는 되어야 아이템을 뱉는가 보다.

‘대기실에 진열해두면 되겠다.’

쓸 일은 없겠지만 기념으로 가지고 있어야지.

우두머리들이 쓰러지는 걸 목격하자, 지리멸렬 이쪽저쪽으로 흩어지는 수천 마리의 오크.

자, 이제 수확이다.

츠리릿! 퍽!

도끼가 신명 나게 춤을 춘다.

바람길 산책, 별빛 가르기, 그리고 비열한 습격.

띠링,

퀘스트 완료 알림음.

- 오크 300마리 처치 완료 (300/300)

300마리 끝, 하지만 덤이라는 게 있다.

숫자 딱 맞춰 끝내면 왠지 정이 없게 느껴진다. 그래서 휴지 한 장 달라고 하면 두 장 주는 게 인지상정이고, 그래서 300마리만 더.

콰직! 콰가가각!

앙증맞은, 그러나 위력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은 쌍도끼가 오크들을 휩쓸었다.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동화율이 오른다.

코인도 우수수 떨어진다.

[17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20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

.

.

‘꿀이구나.’

※ ※ ※

찬웅은 오크들을 마저 잡고 로그드라실로 돌아왔다.

로그드라실은 플레이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직 이틀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넓은 공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어떻게 이벤트에 대비할까 의논하는 용병 플레이어들.

‘벌써 이렇게 몰려왔나?’

이벤트의 위력이 대단하긴 한가 보다.

동화율이 낮은 용병들이야 웨이브가 시작되자마자 갈릴 테지만 그들도 파티라는 훌륭한 수단이 있으니, 약한 자들은 약한 자들끼리, 강한 자들은 강한 자들끼리, 그렇게 파티를 짜고 계획을 세우는 중.

‘보상받고 로그아웃하든지 하자.’

이벤트에 참가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다.

현실에서도 좀 쉬어야지.

그나저나 확실히 쉬워졌다.

엘프 장로 에루인의 세심한 가르침으로 바람길 산책과 별빛 가르기를 배운 덕분이었다. 사실 이걸로도 큰 보상.

그런데 무슨 소란이지?

전투가 벌어졌나 보다.

누굴까?

당연히 플레이어들일 터.

‘쯧쯧, 여기서 싸우다간 레인저들에게 당할 텐데.’

엘프의 법은 엄격하다.

로그드라실에서 분쟁은 그 이유가 뭐든 금지되어 있었다.

무시하면?

사망각이지.

그럼 3일 동안 접속 못 하고, 이벤트도 물 건너가고, 이런 멍청한 짓을 왜 할까?

하긴 사람이 많이 모이면 반드시 갈등이 생기긴 한다. 에루인 만나기 전에 싸움 구경이나 하고 가자.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엘프 레인저와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이 보인다.

구경하는 사람도 몇 없다.

가까이 있다가 눈먼 화살이라도 맞으면 그대로 사망각.

‘왜 여기서 싸워? 차라리 밖에 나가서···. 음?’

뭐지?

1대 30인가?

우루루, 쫓는 30여 명의 플레이어들, 도망가는 놈은···,

‘귀신작두?’

확실하다.

그 귀신작두다.

현실에서 살인마라는 그놈.

저놈이 왜 여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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