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9화 (19/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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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드라실 이벤트(3)

카쟌 침식지에서 전직 시험을 위해 들어간 심상의 공간은 사막이었지만 여긴 울창한 숲.

심상의 공간.

조금 우습다.

애초에 듀플렉스 스페이스가 그런 곳 아니었나?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기분. 가상공간 안에 가상공간, 가상의 가상.

“자, 잘 봐.”

숲속의 공터에 홀로 서 있는 에루인, 그녀가 바람을 타고 산책을 시작했다. 유려한 몸짓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바람에 등을 떠밀려 가는 것처럼, 다리의 움직임도 최소화.

“바람길 산책, 첫걸음은 몸을 가볍게, 저항이 아닌 순응, 그러면서도 육체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거야.”

찬웅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에루인의 음성.

바람길 산책을 하려면 포스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려주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바람의 결을 탄다고 해야 하나?

불어오는 미풍, 바람에 떠밀려 간다.

“그래, 그게 바로 첫 단계야.”

그런데,

순간 적막해진 숲속.

“바람이 불지 않는데요?”

“두 번째 단계, 바람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바람을 피워야 해.”

···바람피우라니.

“마나, 아니 포스를 주위에 퍼뜨려. 이쪽은 차갑게, 그리고 저쪽은 뜨겁게, 어때? 바람이 불지 않아?”

“아하!”

포스가 흐른다.

바람이 없으면 일으킨다.

그 길을 찾아서 올라탄다.

허공을 밟고, 풀 위를 걸어, 길을 만들어 움직인다.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무협지에서 봤는데, 비풍보, 질풍보, 초상비, 능공허도, 등평도수, 허공답보, 답설무흔···, 이 중에 하나겠지.

“잘하네, 확실히 재능충이었어, 얼굴도 잘생겼으면서 재능까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라고!”

“둘 다 아닌데요? 얼굴도 별로고 재능도···,”

“시끄럽고, 세 번째 단계야. 바람길 산책의 핵심, 순간 가속!”

스윽,

에루인은 공기의 흐름대로 바람을 탄 종이연처럼, 스릇 느리게 움직였다.

바로 그때!

스팟!

“오!”

스릇, 스팟!

스릇, 스팟!

순간 가속.

처음부터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다. 느렸다 빨랐다, 빨랐다 느렸다, 당연히 상대하는 적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가 순간적으로 포스를 발밑에서 응집했다가 터뜨려. 이렇게, 이렇게!”

팟! 팟! 팟!

귀신인가?

축지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시 보여줘?”

“네.”

팟! 팟! 팟!

포스를 터뜨려 그 폭발력으로 이동한다는 것.

에루인은 좋은 스승이었다.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찬웅에게 몇 번이고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에루인.

덕분에 찬웅도 흉내 내는 수준까지 왔다.

느리게, 빠르게, 순간 가속의 묘미, 스르륵, 파밧! 스르륵, 파밧!

“좋아, 이제 반복 숙련하면 될 거야.”

“벌써요?”

“그래, 너무 빨리 배워 분하지만 다음 스킬!”

그러자 어느새 평원에 초록색 오크 한 마리가 나타났다.

크르르르,

에루인의 두 손이 빛났다.

“별빛 가르기.”

에루인은 두 손을 엑스자로 교차했다.

“목표를 정하고, 보통은 대가리가 제일 확실하지.”

츠리리릿!

그러자 뿜어지는 찬란한 별빛.

서거거거걱! 콰삭!

“빛도 가를 만큼 빠르게. 방어 따윈 생각도 하지 마, 빛을 피워내면 누구도 못 막아.”

오크의 몸뚱이에 달려있던 머리가 단 한 동작에 으깨져 버렸다.

“이것 때문에 머리 따개라는 별명이 붙었지. 마음에 드는 스킬 명이야. 그렇지 않아?”

한 마리의 오크가 사라지자 또 한 마리가 더 나타났다.

“포스의 흐름은 기억했지? 해봐.”

하라면 해야지.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도끼를 가슴 앞에서 교차시켜 한 번에···,

츠릿! 츠릿!

“별빛이 약해.”

“약하면 포스를 더 강하게요?”

“아니, 그 반대로, 더 부드럽게, 그래야 포스가 끊기지 않지.”

츠리릿, 츠리릿!

도끼에서 포스가 실타래처럼 줄줄이 엮여 나왔다.

“포스가 질질 흐르잖아! 잡아 가둬!”

“그렇지, 흘리고 다니면 안 돼.”

“잘하고 있네.”

“포스를 응축, 또 응축, 추진력을 얻기 위해 잠시 움츠렸다가.”

“지금!”

서거걱! 콰사삭!

오크의 한쪽 어깨가 도끼에 의해 박살 났다.

“살짝 빗나갔어. 정확도도 생각해야지. 본격적으로 해볼까?”

이게 본격적인 게 아니라는 건가?

“이 동네 오크들은 보통 3인 1조로 움직여”

커다란 도끼를 든 오크 3마리, 자신이 가진 앙증맞은 도끼의 크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크라라랏! 크르르, 취이익!

핏발선 눈으로 달려드는 놈의 모습이 무시무시하지만,

“바람길 산책과 별빛 가르기를 연계시켜.”

머리 위에서 찍어 내려오는 도끼, 머리카락으로 부는 바람, 스르륵, 찬웅은 도끼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아슬아슬? 아니다.

바람은 원래 그렇게 타는 거다.

그래서 옆에서 보면 피하는 것이 아니라 도끼가 일으킨 바람이 아바타를 밀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아바타 케이가 스킬 : 진(眞) 바람길 산책을 익혔습니다.]

스팟!

순간 가속, 어느새 오크의 뒤편에 나타난 찬웅.

“바로 따 버려!”

별빛 가르기.

서거거거걱! 콰삭!

사라지는 오크의 머리.

“비열한 습격도!”

츠리릿!

콱!

“한 마리 남았다.”

스팟!

서걱! 콰삭!

[아바타 케이가 스킬 : 진(眞) 별빛 가르기를 익혔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하아, 하아,”

배웠다.

익혀냈다.

덤으로 동화율 돌파까지.

“잘했어. 역시 재능충이란.”

“저기, 좋은 말 두고 왜 자꾸 충이라고···.”

“혼자서 수련해도 되겠구나.”

“···네?”

“재능만 의지하지 마. 지금은 그저 원석일 뿐이야. 아무리 아름다운 원석이라도 갈고 깎아내지 않으면 보석이 되지 않으니까.”

“원석만으로 만족하는데요?”

“응, 그래, 이따가 봐.”

“여보세요! 어딜 가시나···,”

팟!

순식간에 사라지는 에루인,

어느새 눈앞에 또 나타난 3마리의 오크.

“···.”

익숙해지려면 굴러야 한다는 말인데···,

‘이럴 바엔 차라리 구슬로 줄 것이지.’

그럼 먹기만 하면 끝인데.

스킬 구슬은 현실에서 배달되겠고.

하루 종일 오크만 잡았다.

3마리 잡는 게 쉬워지니 6마리가 나오고, 그마저도 쉬워지면 9마리, 게임 중단 권고가 뜰 때까지 했다.

전에 만났던 [상큼한 딸기], 그녀도 이런 기분이었나?

조련당하는 기분 말이다.

‘괜히 딸기에게 미안해지네.’

그러나,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심상의 공간에서도 동화율은 올랐고, 심지어 더 빨리 올랐다.

[아바타 케이가 반영률을 1% 돌파했습니다.]

‘···반영률도?’

이것도 오르는 거구나.

결국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심상의 공간에서 대기실로 자동 귀환.

[이름 : 케이]

[직업 : 용병(숙련)]

[포스 : 4,000]

[액티브 스킬 : 비열한 습격(2단계), 바람길 산책(2단계), 별빛 가르기(2단계)]

[패시브 스킬 : 방출(2단계), 듀얼 스트라이크(2단계)]

[동화율 : 140%]

[반영률 : 21%]

드디어 동화율이 140%에 도달.

스킬도 모두 2단계.

※ ※ ※

지이잉.

찬웅은 심상의 공간에서의 수련을 마치고 최고급 캡슐에서 일어났다.

하얗게 불태웠다.

캡슐에서 나와 포스를 일으켜 두 다리로 저벅저벅 걸어 냉장고 앞으로, 안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딱!

“어후,”

시원하다.

소확행이 무엇인지 실감하고 있다.

게임도, 일상생활도.

흥이 오른다.

맥주 한 캔 더 마시자.

게임 안에서 진(眞) 스킬을 획득했으니 곧 초인종이 울릴 터.

그럼 바람길 산책을 배우겠지?

스킬을 익히면 장애가 되기 이전보다 더 빠르고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다.

동화율도 동화율이지만 스킬빨은 무시 못 한다.

특히 이동 스킬은 포스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전투가 쉬워진다.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 아직 진(眞) 스킬 구슬을 먹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상하네. 왜 알고 있지?’

보통 스킬 구슬을 먹어야 뇌리에 각인되는데.

‘포스를 발바닥으로 보내면서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서···,’

그때였다.

스르르륵!

“···어.”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는 찬웅의 신형, 급기야,

“어어어어?”

꽈당!

벽에 처박고 나동그라졌다.

“무, 무슨?”

이거 바람길 산책이잖아.

아직 배달이 오지도 않았다.

현실에서 스킬 구슬을 보지도 못했다.

왜 스킬 발현 방법을 알고 있는 걸까.

‘설마 별빛 가르기도,’

스슷,

인벤토리에서 앙증맞은 머리 따개를 꺼내 X자로 교차해보는 찬웅,

치직! 치지직!

포스가 번개처럼 치직거린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다. 여기서 도끼를 휘두르면 집안 세간살이 하나는 무조건 박살 난다.

‘이것도 이미 익히고 있었어.’

찬웅은 쌍도끼를 다시 집어넣었다.

‘으흠, ···설마 그래서 그런가?’

획득 방식의 차이.

비열한 습격을 랜덤 상자에서 획득했다면 바람길 산책과 별빛 가르기는 상자에서 나온 스킬이 아니다.

에루인에게서 직접 배웠지.

‘이렇게도 진(眞) 스킬을 배우는 거구나.’

구슬을 먹지 않아도 이미 익혔다는 뜻.

가상에서도, 현실에서도.

가설이 맞는 듯하다.

진(眞) 아이템 배달 올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초인종이 울리지 않고 있으니···.

딩동!

‘어, 울리네?’

도대체 뭐가···,

“강찬웅씨, 혹시 안에 계십니까? ”

“아!”

진(眞) 아이템 배달은 아니다.

누가 자신을 찾아온 것.

“누구시죠?”

“경찰입니다. 전에 응급실에서 한번 본 적 있으시죠?”

경찰? 갑자기? 무슨 일일까.

인터폰 화면으로 보니 신분증을 들고 있는 경찰의 얼굴이 보였다.

기억난다. 그때 그 형사다.

“네, 나갑니다.”

찬웅은 서둘러 전동 휠체어에 앉았다.

하반신에 담요를 덮고, 현관문으로 가서 문을 열어주니

“다시 뵙겠습니다. 금천 경찰서 수사계 구종수 경위입니다.”

“아, 네네, 혹시 무슨 일로···,”

“하하, 특별한 일은 아니고요, 괜찮으신지 확인차 방문 드렸습니다. 참! 이야기 들으셨죠, 박동구와 김한출 구속된 거.”

“알고 있습니다.”

그건 이미 들었다. 자신은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근데 문제가 생겼나?

구종수 경위는 찬웅의 집안을 힐끗 보며 말을 이어갔다.

“전에도 봤지만 최고급 접속 캡슐을 이용하고 계시네요.”

“···그런데요?”

“으흠, 재가 여기 온건 다름이 아니라, 캡슐과 연관이 된 강력 범죄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강력 범죄요?”

“네, 이틀 동안 연속적으로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입니다. 피해자들은 강찬웅씨처럼 혼자 사시는 분들이시고요. 공통점이라면 그들 모두 최고급 접속 캡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탐문조사를 하고 있고요.”

경찰이 찾아온 용건은 알겠다.

살인, 그것도 최고급 캡슐 보유자들을 노린 사건.

구종수 경위는 종이에 인쇄된 사진 하나를 찬웅에게 내밀었다.

“항상 문단속 잘하시고, 누군가 찾아왔을 때 반드시 확인 먼저 해주세요. 그리고 만약 이 사진 속 얼굴과 비슷한 사람이라 판단되면, 여기 밑에 이 번호로 전화를···,”

이놈이 용의자구나.

조금 특이하다.

용의자 이름 박달환, 사진, 그런데 희한하게도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의 아바타 이름까지 적혀있었다.

“귀신작두?”

“그렇습니다. 놈도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에서 접속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제보 현상금도 있네요? 그것도 가상현실 안에서···.”

무려 5천 코인.

“게임 안에서 찾아도 별 소용이 없을 텐데.”

“뭐라도 해봐야죠.”

듀플렉스 스페이스의 개인정보 보호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플레이어에 관한 모든 사항은 철저하게 보호되어 있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조심할게요.”

“네! 그럼 수고하십시오. 전 이만.”

경찰이 떠난 뒤에도 찬웅은 혹시 자신만 이러나 싶어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로 들어가 봤다.

제일 많은 추천수를 받은 게시물 하나.

클릭해보니.

- 야, 혹시 집에 경찰 찾아오지 않았냐? 조심하라더라. 살인사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댓글도 많이 달렸다.

└ 나도 왔다 갔다.

└ 나도.

└ 소문 듣기론 최고급 캡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상이라던데, 그래서 우리 집에도 왔었어.

└ 와! 기만자 새끼들, 그래서 다 캡슐이 있어? 금수저 많네.

└ 그거 얼마 한다고, 용병에 재능 있으면 2년 안에 3억 넘게 번다.

└ 요즘 살인범 새끼도 수저 따지는구나. 가난하면 살고 부자면 죽냐?

└ 크크크, 빈익생 부익사. 난 산다.

└ 귀신작두, 나 이 새끼 알아. 유명한 PK 플레이어잖아. 동화율 150% 넘지, 아마?

└ 아주 개새끼네, 게임에선 PK, 현실에선 살인이야?

└ 위치 제보 현상금도 있더라고.

└ 근데 게임에서 잡아서 뭐 해? 현실에서 잡아야지. 게임 안에서 보면 어떻게 하려고?

└ 글쎄, 왜 죽였냐고 물어보고 싶어서?

‘흐음,’

남의 일 같지 않다.

하여간 이런 놈 때문에 게임이 욕을 먹는다.

그리고 미디어에선 게임의 중독성, 폭력성 운운하며 자칭 전문가들 나와 주절주절 떠들겠지.

‘···게임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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