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2화 (1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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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설마···.

포스는 말 그대로 ‘힘’이다.

권력이라든가 군사력 같은 걸 의미하기도 한다.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에서 포스는 오직 용병 플레이어 아바타만이 가진 힘의 원천.

‘이게 왜 갑자기···,’

휠체어에 앉은 찬웅은 포스를 손에 집중시켰다.

우우웅,

확실하다. 현실에서도 포스가 사용할 수있다.

반면 삼단봉이 잡히자 당황한 듯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김한출, 빼려고 했지만 빠질 리가 있나.

“뭐, 뭐야?”

찬웅은 잡은 삼단봉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포스를 각성한 이상 이까짓 벌레들이 뭐가 두려울까?

“···어어어?”

김한출은 허둥지둥 힘없이 끌려왔다.

퉤! 입에 물린 수건을 뱉어내고,

“내가 병신이라고?”

“씨발, 조, 좆 같은 벼, 병신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

찬웅은 포스를 씌운 주먹을 놈의 입에 가볍게 꽂아 넣었다.

콱!

“케엑!”

후두둑!

떨어지는 이빨들.

“아그, 아, 아, 아우,”

그리고 삼단봉을 쥔 놈의 손목을 역방향으로 꺾어줬다.

뿌걱!

“끄아아아악!”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 우리 사이좋게 병신하자.”

“자, 잠깐···,”

앞으로 쓰러지려는 놈의 다리를 잡고 발목도,

빠각!

“꺼어···,”

이빨이 부러지고, 손목과 발목이 꺾여 부러진 김한출은 극심한 고통에 방바닥을 뒹굴었다.

“아악! 으허, 으허, 아, 아파! 아프다고···, 큭!”

그러더니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하는 김한출.

그 모습에 사정을 모르는 박동구가 나지막이 한숨만 쉬어댔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병신 천지구나. 덩치도 큰 놈이, 심지어 무기까지 들었는데, 휠체어 탄 병신 하나 못 잡아?”

박동구는 끓는 물이 든 냄비를 한 손에 들고 찬웅을 향해 걸어왔다.

성큼성큼,

“하아, 찬웅아, 강찬웅! 넌 옛날이나 지금이나 왜 그렇게 뻣뻣하니? 말 잘 들으면 좀 좋아? 뜨거운 물 좀 뒤집어써야 정신 차릴래?”

찬웅은 박동구를 잠시 노려봤다.

힘이 있어도 기동성이 문제, 휠체어를 타고 끓는 물을 피해낼 수 있을까?

그런 그의 눈에 보이는 캔커피 하나, 거실 바닥을 구르다 휠체어 바퀴에 걸려 멈춰있었다.

전에 편의점에서 간식용으로 사 온 것, 밑으로 손을 뻗어 캔 커피를 잡고.

“크크큭, 웬 캔커피? 아하, 던지려고? 병신아, 내가 맞겠냐? 너 이제···,”

퓨슛!!!

쾅!

박동구는 뭔가가 쏜살처럼 자신의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간 걸 느꼈다.

“···어.”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굉음, 얼굴을 덮쳐오는 강렬한 풍압, 얼마나 빠른지 뺨이 따끔거릴 정도.

더불어 오피스텔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면서 방 안 전체에 진동이 느껴졌다.

폭탄이라도 떨어졌나?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박동구, 그의 눈에 콘크리트 벽에 박힌 캔 커피가 보였다.

‘벼, 벽에 박혔다고?’

캔 커피가?

어떻게?

사람이 저걸 던져서 박을 수 있나?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박동구.

“···빗나갔네.”

무심하게 읊조리는 찬웅의 말 또한 그의 귀에 박혔다.

‘저, 저게 어떻게 박혀?’

박동구와 김한출이 서로 친구 사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상하관계는 명확했다.

주도적인 존재는 박동구, 덩치만 큰 김한출은 꼬붕 역할, 살짝 어리숙한 놈인지라 간혹 멍청한 짓을 곧잘 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멍청한 짓 하다가 당한 줄 알았다.

방심했겠지.

아니면 다리도 못 쓰는 병신에게 저렇게 당할 리 있을까.

달라질 건 없다.

끓는 물을 머리에 잔뜩 부어주면 자신의 처지를 깨달을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칼침 한방 놓아주고.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

놈이 던진···, 던지기라도 했나?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쨌든 미사일처럼 쏘아진 캔 커피가 저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단단히 박혀버렸다고?

“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서 있는 박동구의 눈에 다시 허리를 굽혀 뭔가를 집는 강찬웅이 보인다.

또?

‘으음, 비, 빗나갔다고 했었지.’

놈은 자신을 캔 커피로 맞추려고 했다.

빗나가서 망정이지 만약 정확하게 명중했다면?

다급하게 소리치는 박동구,

“자, 잠깐! 치, 친구야, 그거 내려놓고 내 말 좀 들어봐.”

“···친구?”

“하하하, 우, 우리 같은 고등학교 친구였잖아.”

“그럼 말해봐.”

“응?”

“네가 친구로서 날 어떻게 대했는지.”

“그게···,”

박동구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제기랄,’

솔직히 친구는 무슨, 그냥 심심할 때 두들겨 패는 샌드백 정도였지.

일단 튀는 게 좋겠다.

저거 맞으면 머리가 으스러진다.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기회를 엿보는데,

“도망가려고?”

“···조용히 가면 보내주냐?”

“설마,”

“씨발!”

박동구는 여전히 뜨거운 물이 든 냄비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품속에 가지고 다니는 회칼 한 자루.

‘갑자기 뜨거운 물을 뿌리면 움찔하겠지? 그 틈을 노려 칼을 모가지에 찔러 넣으면 지가 어쩔 건데.’

맞다.

캔 커피를 벽에다 박아 넣는 믿지 못할 힘을 가졌다고 해도 어차피 놈은 장애인, 던질 틈만 안주면 그만.

게다가 놈이 손에 든 물건을 보니 고작 딱딱한 캔 커피가 아닌 에어컨 리모컨.

“하아, 그래, 끝까지 가보자.”

박동구는 시퍼렇게 날이 선 회칼을 꺼내 들었다.

환하게 미소 짓는 찬웅.

“오! 칼까지? 양아치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

칼, 칼이다.

하지만 막상 접해보니 웃음이 나온다.

겨우 생선 써는 칼?

포스가 생겨난 후로 찬웅에게 회칼은 딱정벌레 발톱만도 못했다.

사실 찬웅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삼단봉을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온몸이 욱신욱신 타박상. 하지만 여전히 뱃속에서 꾸역꾸역 터져 나오는 포스의 힘.

‘저 새끼 머리를 도끼로 콱 따줬으면 좋겠네.’

하지만 쌍도끼는 옷장 안에 숨겨져 있고, 그걸 꺼내기엔 여유가 없고, 캔커피 비슷하게 던질 게 없나, 그래서 손에 든 것이,

‘리모컨, 이거면···,’

찬웅은 리모컨을 손으로 잡아 앞으로 치켜세웠다.

박동구가 비아냥거렸다.

“흐흐흐, 리모컨? 좆만한 플라스틱 가지고 뭘 한다고···.”

찬웅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포스가 생기자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여러 스킬들.

방출, 듀얼 스트라이크, 그리고···,

바로 그때!

휙!

박동구가 손에 든 냄비의 물을 뿌렸다.

“죽어!!!”

촤아아악!

살짝 식었지만 그래도 뜨거운 물.

동시에 칼을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드는 박동구.

하지만,

‘비열한 습격.’

스피릿!!!

리모컨이 날았다.

비록 캔커피에 포스를 대부분 소모해 위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그럼에도 돌처럼 단단해져 버린 리모컨이 박동구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무슨?’

빠악!

산산조각이 난 채 방안에 흩뿌려지는 플라스틱 부품, 동시에 박동구는 머리가 크게 뒤로 젖혀지면서 훨훨 날아 벽에 쿵! 하고 처박혀 버렸다.

대짜로 뻗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박동구.

“후우,”

끝났다.

이젠 어떻게 한다?

뭐, 경찰에 신고해야지.

119도.

그전에 벽에 박혀있는 캔 커피부터 치워야겠다.

※ ※ ※

찬웅은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타박상에 가벼운 화상까지, 박동구가 뿌린 물을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그나마 물이 조금 식어있어서 이 정도지.

간단하게 치료만 하고 집에 가려 했는데 참고 조사를 한다며 응급실 침대 옆에서 찬웅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사.

“그래서 뭘 던지셨다고요?”

“리모컨요.”

“강찬웅씨, 아무리 피해자라도 거짓말하시면 안 됩니다. 옆집에서 다 이야기 듣고 왔습니다. 쿵! 하고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고요.”

“폭탄요? 그럼 찾아보세요. 폭탄이 있는지, 요즘 수사 기술도 발전했는데, 화약 반응 검사도 해보시고.”

처음엔 협조를 잘했다.

두 놈이 어떻게 자신의 집에 들어왔는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삼단봉, 회칼, 뜨거운 물로 어떤 짓을 했는지.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다소 강압적으로 나오는 형사.

“후우, 강찬웅씨, 지금 박동구는 두개골이 골절되어 혼수상태고, 김한출은 이빨이 7개나 나간 데다, 발목과 손목은 복합골절로 인해 영영 장애가 올 수도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요? 형사님은 제가 과잉방어라고 판단하시는 겁니까?”

“정당방위치고는 너무 심하죠.”

“전 살기 위해 싸웠습니다.”

무심하게 말을 이어가는 찬웅.

“그런데 형사님은 절 가해자 취급하시는군요.”

“···어, 가해자는 아니지만.”

“경찰분이시니 법에 따라 판단하시겠죠. 좋은 그림 나오겠네요. 혼자 사는 장애인 집에, 흉기를 든 두 명의 양아치들이 쳐들어왔는데, 다리 병신이 죽을 각오를 하고 막아냈지만 경찰에 의해 과잉방어로 입건됐다?”

“으음,”

찬웅은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입건하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일에 조금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아요. 살기 위해 리모컨을 던진 게 과잉방어라면 전 가해자네요.”

찬웅은 진실을 말했다.

리모컨을 던져서 맞춘 건 틀림없으니까.

단지 보통 리모컨이 아니라서 그렇지.

두 손을 앞으로 내미는 찬웅.

“수갑 채우세요.”

“···.”

담당 형사는 아무런 대꾸도, 아무 짓도 하지 못했다.

“뭐해요? 입건하시라니까.”

“그, 그게···, 미, 미안합니다. 제가 조금 지나쳤습니다.”

“가해자로 입건하실 생각이 아니라면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만,”

“···가셔도 좋습니다. 단 멀리 가시지는 말아주십시오. 조사할 것이 더 있어서.”

“알아서 하시고요.”

전동 휠체어를 끌고 응급실 밖을 나가는 찬웅을 보며 형사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휴···.”

사실 그도 강찬웅의 잘못이 없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놈들이 너무 많이 다쳤다. 박동구는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고.

말이 되나?

리모컨을 맞고 그렇게 되었다니.

김한출에게서도 딱히 나오는 것이 없었다.

MMA 이종 격투기 기술 같은 관절기에 당했다는 말뿐. 이후 기절해서 박동구가 어떻게 당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조력자가 있었을까? 아니야, 김한출 말로는 혼자였어. 그럼 둔기 같은 걸로 때리고···, 어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하지만 증거도 없는 이상에야···.

뾰족한 수가 없다.

자기 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한 범죄자와 맞선 장애인을 경찰이 잡아들여? 만약 사실이 알려지면 언론에 의해 조리돌림 당할 것이 뻔하지.

또 국민들 여론은?

아마 경찰서 홈페이지가 마비될 것이다.

가뜩이나 정당방위 적용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더구나 삼단봉엔 박동구와 김한출의 지문이 덕지덕지 묻어있었고, 회칼과 뜨거운 물이 담겨있던 냄비에도,

‘그나저나 박동구가 안 깨어나면 어떡하지? 그러다 죽어버리면?’

꼼짝없이 과잉방어로 걸릴 텐데,

현재 놈은 혼수상태다.

의사 말로는 두개골 골절에 뇌진탕 증상이라 언제 깨어날지 모른단다.

※ ※ ※

택시를 잡아타고 찬웅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띠리릭,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신발 자국이며, 플라스틱 조각에, 잔뜩 어지럽혀진 집안, 경찰을 부르기 전 벽에 캔 커피가 박혔던 곳은 대충 액자로 가렸다.

‘이걸 언제 다 치우나.’

포스가 조금 실려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박동구의 머리에 박혀버렸을 터, 개새끼, 혼수상태라고 들었지만 조금도 불쌍하지 않다.

그때 포스를 느끼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금도 감금되어 놈들에게 뜨거운 물고문을 당하고 있었겠지.

가장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할 자신의 집에서 말이다.

끔찍하다.

그건 그렇고,

‘포스라니.’

솔직히 생각 안 했던 건 아니다.

게임 속 아이템이 현실로 나타나는데 포스라고 다를까?

뭔가 생각난 듯 붙박이장 앞으로 다가가는 찬웅.

서랍장 밑에 그것이 숨겨져 있었다.

이사하면서 자신이 직접 챙겨온 진(眞) 아이템.

‘진(眞) 암살자 루인의 앙증맞은 머리 따개’

여전히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포스를 얻고 난 후 더더욱 그랬다.

우웅,

푸르스름한 기운으로 뒤덮인 쌍도끼.

‘이걸로 누구 뚝배기를 깨라고,’

찬웅을 도끼 하나를 침대 위에 툭 던졌다.

그리고,

‘회수,’

꿈틀꿈틀,

도끼가 마치 살아있는 동물처럼 움직이더니,

휘리릭!

찬웅에게 쑥 날아오는 도끼.

스웅,

앙증맞은 머리 따개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듯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심사가 복잡하다.

진(眞), 진짜, 가상이 아닌 실재.

박동구는 포스가 실린 리모컨에 인사불성 되었는데, 만약 포스가 실린 쌍도끼로 누군가를 치게 되면?

‘쓸 일이···, 없겠지?’

그럴 것이다.

그래야 하고.

애초에 쌍도끼는 휴대하기도 불편하다.

앙증맞게 작아서 허리에 차고 다녀도 되지만 무슨 깡패도 아니고.

사람들한테 신고나 당하겠지.

‘쯧, 게임 아바타처럼 인벤토리가 있었으면···, 거기에 집어넣고 다니면 들킬 일도 없···,’

바로 그때!

스슥!

“어?”

순식간에 손에서 사라지는 쌍도끼.

“뭐, 뭐야?”

어디 간 거지?

“이거 설마···,”

뭔가 느껴진다.

쌍도끼가 사라진 곳은 바로···,

“이, 인벤토리?”

환장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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