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9화 (9/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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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전담반

진(眞) 하급 치유 물약.

최하급이 아닌 하급, 효과가 더 좋다는 의미.

기쁘긴 하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아무런 한 방에 날려버린 150만 코인이 너무나도 아깝다.

‘대가가 너무 커.’

방향성을 잡았으니까, 수업료 셈 치자.

하나 더 남았다.

또 나올까?

[주신(主神)의 축복이 D박스에 깃듭니다.]

“그래! 이거지!”

[D박스에서 ‘진(眞) 듀얼 스트라이크 스킬 구슬’을 획득하셨습니다.]

“···오!”

치유 물약이 하나 더 나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래도 원했던 스킬이 박스에서 나와줬다.

동기 부여 확실하다.

‘듀얼 스트라이크, 이게 상점에선 5만 코인짜리였지?’

듀얼 스트라이크 스킬은 포스가 소비되지 않는다.

액티브 기술이 아니라 패시브 스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원래 한 번에 하나의 스킬이 나가는데 듀얼 스트라이크를 익히면 다른 두 가지 스킬을 동시에 펼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손엔 강타, 또 다른 한 손엔 분쇄. 물론 같은 기술도 된다. 오른손 강타, 왼손도 강타.

물론 각각의 위력이 다소 약해지긴 하지만···,

‘그럼 이젠 액티브, 즉 시전 기술 하나만 익히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5,000개를 까도 안 나오던 진 아이템이 몬스터를 잡고 획득한 코인으로 구매한 상자 5개에서 2개나 나왔다.

‘용병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란 뜻인가?’

못할 것도 없다.

다만 자신의 역할을 강제하는 것 같아서 그게 기분 나쁠 뿐이지.

‘하지만 진(眞) 아이템이라면···,’

그 정도 강제는 감수할만하다.

‘그래, 열심히 잡아줄게.’

스킬 구슬을 삼키고,

[아바타 케이가 스킬 : 듀얼 스트라이크를 익혔습니다.]

전에 경험했다.

여기서 구슬을 먹고 로그아웃하면 현실에서 물약과 구슬이 배달될 터.

하지만 그전에 좀 더 사냥하고,

‘사막 전갈, 씨를 말려주지.’

찬웅은 전갈 서식지 깊숙한 곳으로 나아갔다.

할 일이 뭔지 깨달으니 거칠 것이 없다.

빨리 잡자.

잡아서 코인을 채굴하자.

‘현금으론 뭘 하지?’

남은 돈이 14억인데, 그냥 은행에 넣어 이자만 받아도.

‘아냐, 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가 좋겠다.

‘어디에?’

당연히 게임.

그럼?

‘최고급 캡슐형 접속 장치.’

무려 3억 원짜리, 하지만 동화율을 10%나 확정적으로 올려주기 때문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

‘그걸 사려고 고민할 줄은 정말 예상도 못 했군.’

하지만 문제가 있다. 캡슐 크기가 상당히 큰데 집은 너무 좁다.

8평 원룸이라 그 장치가 들어오면 다른 걸 놓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참에 이사할까?’

그나저나 웃기다.

처음 했던 결심과는 정반대.

게임을 안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고, 캡슐 살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려는 계획을 세웠고.

어쩔 수 없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대가를 주는 데야···.

캡슐을 사서 동화율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투자.

동화율이 올라가면 포스도 늘어나니까.

포스.

용병은 포스가 전부다.

근력, 민첩, 체력은 부가적인 요소, 아예 상태창에 표시되지도 않는다.

아무리 강력한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뭘 하나? 포스가 없으면 몇 번 쓰지도 못하고 말라버리는걸.

포스빨 뿐만 아니라 아이템빨과 스킬빨도 매우 중요하다.

방어구, 갑옷, 투구, 장갑, 신발···, 갖춰야 할 것이 많다.

필요한 건 무조건 상자를 까서 얻는다.

스킬이든, 장비든, 뭐든 말이다.

그걸 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집게발을 다닥거리며 사막을 기어가는 전갈 한 마리가 보인다.

몸속에서 무럭무럭 샘솟는 포스의 힘.

빠각! 빠가가각!

사막 전갈도 딱정벌레 잡는 것처럼 쉬워졌다.

스피릿!

‘꼬리!’

독침은 옆으로 굴러 피하고 이번엔 전갈의 약한 배 밑으로 굴러 들어가 쌍도끼로 올려 치니,

퍽퍽퍽퍽!

[10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싱겁네.’

희한하다.

현실에선 하반신 불구였던 자신이 이렇게 민첩한 몸놀림이라···,

[11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13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아바타 케이가 동화율을 1% 돌파했습니다.]

‘동화율이 또 올랐어.’

[이름 : 케이]

[직업 : 용병(숙련)]

[포스 : 1,300]

[액티브 스킬 : 없음.]

[패시브 스킬 : 방출(2단계), 듀얼 스트라이크(1단계)]

[동화율 : 113%]

한 마리씩 잡으니 할만하다.

물론 두 마리 이상 나타나면 바로 도망가야 할 터지만.

순간!

[잠시 후면 적정 플레이 시간을 초과합니다.]

[아바타를 대기실로 이동시켜 주십시오.]

[10분 후 게임을 강제 종료합니다.]

“아!”

아쉽다.

한참 재미가 있었는데.

1시간 쉬다가 다시 접속하지 뭐.

그런데, 띠링.

또 알림음.

그런데 이번엔 메시지.

[성실친절정직] : 아직 게임 중인가 보군.

그 친구가 화정 그룹 회장.

[케이] : 어, 지금 접종하려고요.

[성실친절정직] : 할 말이 있네.

[케이] : 무슨···,

[성실친절정직] : 고맙네. 다 자네 덕분이야.

[케이] : 결과가 괜찮았나 보네요.

[성실친절정직] : 아주 괜찮았지.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데, ···밖에서 만나면 여한이 없겠어. 어떤가? 생각 있으면 말만 하게. 어디든지 달려가지.

현실에서 만나자고?

어림도 없다.

게임에서야 이렇게 대화를 나누지, 밖에서 만나면 눈도 못 마주칠 텐데.

[케이] : 거긴 너무 멀어요. 게임에서나 볼 수 있으면 보죠.

[성실친절정직] : 허허, 내가 가면 되지. 아무리 멀어도 괜찮다니까 그러네.

[케이] : 아, 지금 제가 바빠요. 바깥에 볼일이 있어서.

[성실친절정직] :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재벌 회장이라더니,

하라는 경영은 안 하고 왜 이렇게 질척대?

그러니까 한국 주식시장이 이 모양이지.

확 차단할까 보다.

접종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찬웅,

잠시 후 배달된 하급 치유 물약과 스킬 구슬을 차례대로 꿀꺽 삼켰다.

무릎 아래쪽은 완전하게 감각이 돌아왔다.

휠체어를 타느라 발가락이 받침대에 부딪혔을 땐 얼마나 아프던지, 그리고 얼마나 기쁘던지,

그건 그렇고,

‘듀얼 스트라이크 스킬은···,’

포스를 사용할 수 없는데 무슨 스킬!

찬웅은 휠체어를 타고 집안을 둘러봤다.

확실히 좁긴 좁다.

의자형 접속 장치로도 꽉 차는 판에.

동화율 10%를 확정적으로 올려주는 최고급 캡슐 장치는 크기가 제법 크다.

현재 사는 가산동의, 보증금 2천에 월 30, 8평짜리 원룸은 너무 비좁다.

최소 15평은 되어야지.

‘바로 이사해야겠어. 집을 사서···, 괜히 아끼려고 하다가는 똥 돼.’

이젠 실제 세상보다 저 중요해진 가상현실 게임, 모든 소비는 그에 맞춰져야 한다.

펑펑 써야지.

언제 14억을 다 써보겠나?

※ ※ ※

서울특별시 연희동, 평범하기 그지없는 자그마한 7층 건물.

각성 플레이어 전담반(Awaken Player Squad), 최기병 팀장은 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신분 확인되었습니다.

목적지는 7층 컨트롤 룸.

이 빌딩 전체가 각성 플레이어 전담반 요원들이 근무하는 곳.

“팀장님.”

“어, 보고해.”

“화정 그룹 정규광 회장의 지병이 완치되었다고 국정원 측에서 알려왔습니다.”

“그래? 근데 그걸 왜···.”

“완치 이유가 진(眞) 아이템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제야 걸어가는 걸 멈추며 부하직원을 바라보는 최기병.

정규광 회장에 대해선 이미 보고 받은 바 있다.

“흐음, 아이템 종류는?”

“그건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치료제나 체력, 활력 등과 관련된 소모 아이템이라 추측하고 있을 뿐이죠.”

“쯧, 기어코 뽑아내는군. 돈질의 힘이란···, 카쟌 레이드는? 재개할 계획이라던가?”

“세화 길드에 레이드 중단을 통보했답니다.”

“으흠, 하긴 원하는 걸 구했으니···, 아쉽군. 성황의 축복이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었는데 말이야.”

“곧 밝혀지겠죠.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침식지 레이드를 계획하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어떻게 입수했는지 좀 더 파보라고 해.”

“네.”

참으로 신비한 현상이었다.

게임 아이템이 현실에서 나타나?

더군다나 그 기능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 아니 체감 효과는 그보다 훨씬 컸다.

81살의 미국 상원 의원 롭 워렌은 ‘하급 체력의 영약’으로 회춘했다.

노령의 몸으로 윗몸일으키기를 1분에 60개 이상을 한다고 하니, 정말 믿을 수 없는 노릇, 그러나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

사실 정작 중요한 것은 진(眞) 아이템이 아니다.

최기병은 상황실 거대 모니터로 눈길을 돌렸다.

어지럽게 점멸하는 수많은 화면 속 모습들,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SNS와 문자, 통화, 검색 기록, 인터넷 게시판 활동···,

공통점이라면 대외적으로 듀플렉스 스페이스를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록, 그중에서도 동화율 150% 이상이 바로 감시 대상.

명단을 작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나?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동화율을 잘 밝히지 않는다.

아바타 주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에서 서로 만나는 아바타가 어느 국적인지도 모를 판에, 미국 게임 서버 데이터에도 개인정보가 암호화되어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었고,

‘각성 플레이어.’

아이템만 현실에서 나타나나?

아바타의 힘, 즉 포스도 현실에서 적용된다.

그걸 각성이라 부른다.

그렇다고 플레이어라면 모두 각성하는 건 아니다.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각성한다.

동화율, 그리고 각성했을 때 나타나는 새로운 스탯.

그로 인해 아바타가 가진 힘이 현실에서 퍼센트로 발현되는 식.

현실에서 포스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보라.

그냥 평범하게 힘이 세지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말 그대로 초인이 되는 거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들을 그냥 둘 순 없지.

‘거기에 스킬까지 사용한다면···,’

아직까진 스킬을 쓰는 각성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진(眞) 스킬 구슬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나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니.

파악된 건 오로지 물약이나 비약, 영약 종류의 소모품, 가끔가다 음식도 나온다고는 하던데, 음식도 미슐랭 3성급 식당 뺨치는 수준이고,

그런 것들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발모제처럼 도움이 되지.

그러나 각성 플레이어는 위험하다.

각성자 탐색.

한국은 조금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확보한 각성 플레이어는 단 한 명, 얼마 전 최기병은 그를 각성 플레이어 전담반에 소속시켜 감시하고 있었다.

위험인물은 가까이 두고 통제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다.

감시뿐만 아니라 각성자를 써먹고 있다.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나 밝혀지면 안 되는 일에 투입하는 식으로, 마치 냉전 시대 스파이처럼, 한국도 그렇게 할 계획이고.

‘각성의 알고리즘만 알아낸다면···,’

어떤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각성하는지 아직도 밝혀진 바가 없다. 지극히 낮은 확률로, 그리고 동화율 150% 이상에서 한다는 것만 알 뿐.

미국 정부는 벌써 예전에 그 비밀을 풀려고 했었다.

듀플렉스 스페이스의 대표 게리 스탁턴을 불러 소환조사도 하고, 게임사 압수수색도 진행하고, 접속 장치도 분해 연구해보고···,

급기야 서버를 정지시켜 게임 프로그램 분석을 시도했는데 그마저 실패, 프로그램 자체가 암호화되어있어 풀 수조차 없었고, 또한 게임 서버가 중단된 것이 미정부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플레이어, 즉 미국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몇 명인데···, 정부 지지율이 폭락하고 언론이나 야당에선 이걸 빌미로 백악관을 씹어댔다.

결국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도 못 한 일을 어떻게 한국이?

그저 이렇게 인력과 자본을 투입해 감시하는 것 말고는.

전담반이 하는 일이 하나 더 있긴 한데, 직접 각성 플레이어를 육성하는 것, 하지만 그게 쉽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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