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6화 (6/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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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친절정직

카쟌 침식지 보스 레이드 실패.

준비 부족이든, 전술 실패든, 300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전멸했고, 그로 인한 페널티도 받았다.

동화율 하락, 장비 강제 드랍, 3일 동안의 접속 제한.

처음부터 무리한 공략이었다는 중론.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이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침식지 보스가 공략된 건 단 1번, 그것도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해낸 것이다.

‘시간을 벌었군.’

공략을 시도한 주체에겐 뼈아픈 고난이지만 덕분에 더 머무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종일 게임만 했다.

5시간 접속, 로그아웃해서 1시간 동안의 휴식, 식사, 다시 접속해서 사냥, 로그아웃, 휴식, 식사···, 노가다의 연속.

원래 게임 노가다는 지루하고 재미없다.

그러나 적어도 찬웅에겐 정반대.

아바타를 통한 신체의 자유, 그리고 딱정벌레를 잡을 때마다 떨어지는 D코인, 그리고 동화율 레벨업, 거기에···,

[스킬 : 방출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도 한 단계 상승.

퍽퍽!

마치 나무를 패듯 주저 없이 도끼질, ‘암살자 루인의 앙증맞은 머리 따개’라는 이름답게 딱정벌레의 머리통이 한두 방에 박살 났다.

그렇게 이틀 동안을 하니 드디어 동화율 110% 달성, 벌어들인 코인은 무려 5천 코인.

‘돈을 그냥 버는구나.’

현 코인 시세로 적용하면 4백만 원 이상.

물론 다른 직업들도 코인을 벌 수는 있지만 용병에 비할 순 없다. 이래서 용병을 ‘코인 채굴꾼’이라 하는 것.

하긴 직업군 중에서 거의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이 바로 용병인데,

최초 튜토리얼 전직 시험에서 통과하는 숫자는 30% 미만, 그들도 다 용병으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 또 재능이란 거름망을 통과해야 한다.

스킬 이해도도 높아야 하고, 한정된 포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하며, 순발력이라든가, 반응 속도라든가···, 이게 다 ‘재능’, 즉 싸움도 잘하는 사람이 한다.

‘난 재능이 있는 편인가?’

확실히 없지는 않다.

스스로 생각해도 현실보다 더 움직임이 빠르고 부드러웠다.

다만 그 한계가 어디까지냐는 거지.

‘슬슬 카쟌을 떠날 준비를 해도 되겠어.’

언제 또다시 레이드가 진행될 수 있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세화 길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소문으로 엄청난 코인을 투입해 동화율 150% 이상의 랭커들을 용병으로 영입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그렇게 해서 뭘 얻으려 하는지···,

어쨌거나 사냥은 여기서 종료.

찬웅은 대기실로 귀환했다.

[대기실로 귀환합니다. 귀환 쿨타임은 2시간입니다.]

대기실에 달린 게이트를 통과하면 바로 카쟌.

‘스킬과 방어구만 사면 되겠지.’

무기야 전설 등급이니,

그리고 탈것, 대기실 게이트도 하나 더 달자.

‘남으면 랜덤 상자를···,’

스킬은 매우 비싸다.

개중에 인기 있는 스킬은 무려 5만 코인.

말이 되나?

게임에서 필수적인 컨텐츠가 무려 수천만 원이나 하다니.

어떻게 생겨 먹은 게임인지 중형차 한 대 값은 족히 쏟아부어도 소과금 플레이어 신세.

사실 게임 초기, 100코인에 1000원도 안 하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엔 랜덤 박스도 3천 원이면 하나 사는 셈, 5만 코인이라 해도 50만 원 밑, 솔직히 게임에 그 정도 현질은 준수한 편이었고.

하지만 지금은 1코인에 0.8달러.

거의 100배가 오른 셈.

용병 플레이어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데 코인 수요는 넘쳐난다. 앞으로 더 오를 여지도 충분하고.

뭐, 올라도 상관없다.

현질 하지 않고 직접 벌면 된다.

찬웅은 카쟌 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상점 가격은 아무래도 비싸니까···,’

상인들은 시스템 상점이나 NPC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동화율에 따라 일정 비율 할인을 받는다.

모든 품목을 다 할인 받는 건 아니고, 가끔씩 이벤트처럼 받는다.

그래서 기회를 잘 노려 아이템을 잔뜩 사뒀다가 타 플레이어들에게 팔아 이득을 챙기는 것이 상인 플레이어들의 기본 소양, 상점에서 사는 것보다 그들에게 사는 것이 이득.

‘상인들이 없네?’

어제까지만 해도 잔뜩 보였는데,

‘아! 혹시···,’

알겠다.

상인들뿐 아니라 플레이어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레이드 실패 때문이구나.’

용병들이 보스에게 전멸해서 3일 접속 제한을 받았으니 사람이 없지.

비싸도 상점에서 사야 하나?

‘가만있자 가격이···,’

스킬과 장비, 그리고 탈것의 상점 구매가는 미리 알아 왔다.

이래저래 다 사면···, 코인이 모자란다.

‘탈것은 못 사겠네.’

발로 뛰면 되지.

탈것 안 사기로 했으니 상자 딱 5개만 사서 까보자.

혹시라도 스킬이나 장비가 나오면 그만큼 아낄 수 있을 테니까.

‘랜덤 D박스 5개 구매!’

[D박스 5개를 구입하셨습니다.]

‘모두 오픈!’

홀로그램 영상이 떠오르고,

[D박스에서 ‘자원 재생 물약’ 한 병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잘 벼린 합금 단검’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3D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D박스에서 ‘딱딱하게 굳은 흑빵’을 획득하셨습니다.]

“후우,”

연달아 꽝.

잘 벼린 합금 단검은 매직 등급.

하지만 무기는 이미 있을뿐더러 원하는 건 따로 있다.

‘이거 이러다가···,’

[주신(主神)의 축복이 D박스에 깃듭니다.]

왔다!

제발 치유 물약 하나 더!

[D박스에서 ‘진(眞) 상급 활력의 영약’을 획득하셨습니다.]

진(眞)이다.

그것도 상급.

하지만 치유 물약은 아니다.

‘···활력?’

[진(眞) 상급 활력의 영약]

[등급 : 영웅]

[종류 : 소모품]

[귀속 여부 : 거래 가능]

[효과 : 영구적으로 활력을 생성시킵니다.]

소모품 주제에 영웅 등급.

‘대박인가?’

하긴 활력이 영구적으로 오른다는데···, 일종의 보약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비록 바랬던 건 아니지만 상자 5개 사서 이 정도면 대성공.

‘그러고 보니 까는 족족 뭐가 나오네.’

그동안 번 코인 싹 다 질러버릴까?

‘아니야.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스펙을 올려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허접한 딱정벌레는 그만 잡고 최소한 사막 전갈 정도는 잡아야지. 그래야 빠르게 성장하고 코인도 많이 번다.

사야 할 것이 꽤 많다.

대기실 이동 게이트는 시스템 상점에서 구매하면 되니까, 스킬과 장비 파는 곳부터,

바로 그때!

‘응?’

광장 한구석, 분수대 쪽에 보이는 깃발 하나.

<각종 소모품, 스킬, 장비, 상점가 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

아직 카쟌에 남은 상인이 있었나 보다.

잘됐다.

찬웅은 그쪽으로 다가갔다.

이름표에 떠오른 상인 플레이어의 아바타 명은 [성실친절정직].

“저어,”

“물건 사러 왔나? 거래를 먼저 거시게.”

“···네.”

거래를 요청하자 바로 열린 상점창.

엄청 다양한 물건들이 항목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면 되네.”

동화율이 꽤 높은 상인 플레이어일 것이다.

[성실친절정직]이란 네임을 달고 있는 이 플레이어의 거래창은 거의 백화점 수준.

‘아바타 네임을 보면 한국인 같은데.’

이 가상현실 게임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이라면 게임 안에서 모든 언어가 각각 번역되어 나온다는 것, 겉으로 보기엔 어느 국적의 플레이어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잠시 살펴봐도 될까요?”

“마음대로 하게나. 어차피 널린 게 시간인데.”

괜찮은 물건들이 많다.

대부분 상점가에서 10%, 많게는 15%까지 할인된 가격.

‘어디 보자, 듀얼도 있구나.’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 ‘듀얼 스트라이크’, 쌍수 무기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패시브 스킬, 그러나 듀얼 스트라이크는 상점가 50,000D코인, 여기선 47,000D코인, 비싸서 못 산다.

‘강타나 사자.’

강타 스킬도 2,500D코인은 줘야 한다.

다음으로 장비.

상급 사냥터로 진출하려면 튼튼한 갑옷이 필수.

‘···가장 싼 게 800이군.’

그래, 이거라도,

그래야 게이트도 하나 더 달고, 탈것도 산다.

‘아쉽긴 하네.’

상인이 있는 줄 알았다면 D박스 안 사는 건데, 그래도 후회는 없다.

진(眞) 영약이 나왔으니까.

그때!

“사고 싶은 게 있는데 코인이 부족한 모양이군.”

“네.”

“차근차근 코인 모으다 보면 언젠가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을 거네.”

“그렇겠죠.”

“하지만 자네처럼 무작정 코인을 낭비하다 보면 이것도 저것도 안 돼! 일확천금만 노리고 요행수만 바라지 말고.”

아니, 이 사람이 뭘 안다고.

“내가 코인을 낭비했다고요?”

“조금 전에도 D박스도 사서 까지 않았나?”

“어떻게···, 무당이신가.”

“서서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는 건 십중팔구 랜덤 D박스 오픈이지. 랜덤 박스는 도박보다 더해. 해본 사람으로서 하는 충고야. 그거 하지 말게.”

뭐,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충고긴 하다.

자신도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안 했지. 아니 아예 게임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서만 나오는 물건이 있는데, 그걸 얻어야 하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튼 강타 스킬하고, 여기 허름한 가죽 갑옷 구매하겠습니다.”

“응? 허름한 가죽 갑옷? 그게 목록에 있다고?”

“네, 여기 있잖아요.”

“쯧쯧, 이런 쓰레기는 보통 팔지 않는데, 정리하는 걸 깜빡했군. 아무튼 이런 걸 입고 나가다간 비명횡사하기 딱 좋아. 무리해서라도 사슬 갑옷 정도는 사지 그러나?”

“돈이 부족해서···,”

방어구도 무기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돈이 없어 그렇지.

“어디 상인이 물건만 파는가? 좋은 물건이 있으면 매입도 하고 있으니, 돈이 모자라면 팔 물건을 내놓아보게.”

팔 물건?

랜덤 박스로 뭐가 나왔더라.

“이 강철 단검은?”

“쯧쯧, 매직 등급이군. 장비는 최소 레어 등급만 취급하네만, 대신 소모품은 등급 가리지 않고 다 매입하고 있어.”

“아···,”

“혹시 랜덤 박스에서 소모품은 나오지 않았나?”

목소리를 낮추며 은근하게 물어보는 상인 [성실친절정직]

“흠흠, 물약이나 비약, 영약 같은 거, 그중에서 특이한 이름···, 예를 들어 처음 보는 접두사가 붙었다거나···,”

음?

처음 보는 접두사라···,

‘이 사람, 진(眞) 아이템을 알고 있나?’

하지만 [친절성실정직]의 눈빛은 태연하다.

“괘념치 말게. 없으면 어쩔 수 없고, 내가 특이한 물건을 수집하는 버릇이 있어서 말이야. ”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는데,

‘아는구나.’

확실하다.

알고 있다.

진(眞) 아이템, 게임에서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똑같은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신비의 접두사 아이템.

‘흐음, 이거···,’

찬웅은 고민했다.

만약 이 사람이 진(眞) 아이템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그 가치도 알고 있을 터.

‘팔까?’

상급 활력의 영약.

활력을 생성시켜주는 약, 현실에서도 말이다.

현재 찬웅이 간절히 원하는 건 치유 물약.

활력도 중요하긴 하나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곧 활력 아니던가!

영약 가격을 잘 받으면 원했던 스킬과 성능 좋은 장비를 사고, 남은 돈은 현찰로 바꾸고···, 뭐, 활력이야 장어나 홍삼 같은 거 사 먹으면 되지.

판다면 코인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십만? 혹은 그 이상?

일단 흥정이나 해보자.

상인을 상대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건 어때요? 아까 박스 까다 나왔는데.”

찬웅은 거래창에 진(眞) 상급 활력의 영약을 올렸다.

덜컥!

“팔만한 물건인가요?”

“···.”

[성실친절정직]은 잠시 침묵했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고도 표정의 변화는 아예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괜찮은 물건이구만. 수집할 가치가 있어. 5만 코인 주겠네. 어떤가?”

하지만 찬웅은 봤다.

[성실친절정직] 아바타의 눈동자에 희미하게 어린 갈망의 눈빛을.

‘웃기네.’

후려치려고 하나 보다.

5만 D코인이면 한화 약 4천만 원.

아무리 쪼달려도 고작 그 돈에 팔 물건은 아니지.

“어떻게? 바로 거래 하겠나?”

“음···,”

“빨리 결정하게. 나도 바빠서 나가봐야 하니···,”

“안 팔게요.”

“엉?”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그냥 먹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그럼 전 이만.”

“자, 잠깐 흐, 흥정을 다시···,”

“다음에 해요.”

그대로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

그때!

덥석!

찬웅의 팔을 잡는 [성실친절정직].

“10만 코인, 아, 아니 50만 코인이면 어떤가.”

찬웅은 [성실친절정직]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처음부터 오십만 불렀어야죠.”

“어, 으음···,”

“5만 코인이었다가 갑자기 열 배? 진(眞) 아이템이 뭔질 아는 사람이···,”

그제야 그의 표정이 변했다.

“자네도 이 물건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구만.”

“네.”

“아···.”

당황하는 [성실친절정직].

역시 닉네임은 그대로 믿는 게 아니다.

‘정직은 무슨!’

처음부터 50만 코인을 불렀다면 팔 수도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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