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역대급 신동-206화 (206/301)

206화

* * *

“어이쿠, 이런 시팔. 오늘 아침에 산 낙지라도 하나 처 잡수셨나.”

촤아악!

모드레드의 목구멍에서 칠흑의 촉수가 튀어나왔고, 마스터 바로가 남의 일처럼 중얼거렸다.

“……!”

곳곳에서 경악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황실 측의 진영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목구멍을 타고 솟아나오는 촉수 다발이, 그대로 모드레드의 육체 전체를 휘감았다. 마치 슈브가 데일의 육체를 휘감을 때와 같았다.

그림자 군주를 상징하는 아바타, 암혈의 갑주가 제7황자 모드레드의 육체를 휘감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마그마처럼 이글거리는 적색이나 시린 청색은 깃들어 있지 않았다. 철저한 칠흑이었고, 동시에 그 무엇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이 깃들어 있었다.

흑금(黑金)의 갑주였다.

갑주와 투구가 모드레드의 육체를 휘감았고, 그 무엇과 비교할 바 없는 어둠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하, 하하.”

흑금의 갑주로 무장한 모드레드가 나지막이 웃었다.

“그림자와 황금, 두 힘이 모두 내 손에 있다.”

“그림자의 힘이라고?”

“아, 그래. 그날 ‘불사공 프레데릭’이 나에게 준 힘이지.”

모드레드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솔직하게 말해주마, 빌어먹을 작센의 애새끼야. 나는 아직도 그날의 패배와 악몽을 극복하지 못했다.”

“…….”

“매일같이 내 육체에서 꿈틀거리는 이 빌어먹을 칠흑의 어둠에 시달리고, 지옥 같은 나날 속에서 발버둥 쳤다. 그러나, 그러나…… 나의 아버지, 황금의 대제께서는 결코 나를 버리지 않으셨나니!”

흑금의 갑주를 휘감으며 모드레드가 그의 검을 뽑았다. 이 세상의 그 무엇과 비교할 바 없는 금빛의 검이었다.

“나는 이 그림자의 힘을 굴복시키고, 비로소 황금의 제국을 위한 기수로 거듭날 것이다!”

“아, 그러십니까.”

그 말을 듣고 데일이 웃었다.

“꿈도 크시네.”

동시에 데일의 심장에 융합한 『검은 산양의 서』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체내에 흐르고 있는 암혈이 폭발하며 갑주의 형태로 휘감겼다.

‘오러 마스터’의 아바타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림자 군주의 아바타였고, 마그마처럼 이글거리는 핏빛 무늬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세상의 종말을 가져오는 시린 냉기와 함께, 적청의 마력이 암혈의 갑주에 덧씌워진다.

“대륙 칠검 정도의 강자에게, 오러 이외의 능력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그렇게 말하며 그림자 군주가 싸늘하게 웃었다.

“설령 그 힘이 어디에서 손에 넣은 것이라 할지라도.”

검의 전각, 대륙 제일의 검을 가리기 위한 그곳에서 첫 결투의 막이 올랐다.

* * *

그림자 군주가 칠흑의 마검 ‘기아’를 뽑았고, 흑금의 갑주를 휘감고 있는 모드레드가 쇄도했다.

그러나 그의 검을 막아내는 것은 결코 군주 자신의 몫이 아니었다.

군주에게는 기사가 있다. 그리고 그림자 군주의 기사를 자처하는 제국 유수의 검들이 그곳에 있었다. 일찍이 검의 시험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고, 이제는 그저 태고의 어둠과 종말의 냉기에 춤추는 죽음의 기사들이 되어서.

데일의 데스나이트들이 흑금의 기사 모드레드를 향해 쇄도했다.

나아가 그림자 군주로서 가진 ‘진실의 눈’이 그곳에 있는 일대를 비추기 시작했다.

제1황자 랜슬롯, 귀검 세필리아, 천검 랭커스터 대공, 제7황자 모드레드.

“……!”

진실의 눈이 보는 것은 그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이다. 그러나 사람의 역사는 길고, 나아가 데일이 볼 수 있는 비밀 역시 입맛대로 골라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뇌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엄습했다. 두통 속에서 데일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상대, 모드레드의 그림자를 향해 시야를 돌렸다.

희고 어두운 겨울밤, 불사공 프레데릭이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모드레드의 앞에 있었다.

천상의 주시자들이 그를 바라보았고, 모드레드가 느끼고 있는 광기가 그림자 군주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러나 보아야 했다. 데일의 앞에 있는 흑금의 기사가 무엇을 보았고, 그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불사공의 입에서 솟아나는 칠흑의 촉수 다발이, 거머리처럼 모드레드의 체내를 향해 미끄러졌다.

바로 그때였다.

카앙!

휘둘러지는 데스나이트의 일검 앞에서 모드레드가 황금의 검을 휘둘렀다.

“우리의 거짓은 진실보다 더 진실하며 아름답나니.”

의심할 여지가 없는 그의 각오를 담아서.

모드레드의 그림자 속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 폐하, 제가 정말로 성검사 브란덴부르크 백작의 핏줄이란 것이 사실입니까?

어린 모드레드가 감당할 수 없는 진실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고 있는 황금의 대제는 당황하지 않았다.

─ 너에게 있어 ‘진실’이란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 내가 너를 아들처럼 아끼고, 네가 나를 아버지로 섬기는 데 있어 그것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것이냐?

황금의 대제, 거짓의 군주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아버지처럼 다정한 미소였다.

─ 너는 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설령 너에게 우리 용의 피가 흐르지 않아도 달라질 것은 없다. 너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나의 아들이자, 이 위대한 불과 빛의 제국을 짊어지게 될 황금의 기수란다.

─ 그, 그러나 필립 황자님께서는……!

─ 그 아이의 진실은 너의 거짓보다도 거짓되다.

동시에, 아서 대제의 표정에서 감정이 사라졌다. 진실로 자신의 피를 잇는 아들, 그러나 그 이름을 꺼낼 때의 아서 대제에게 아버지의 감정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무능하고, 나약하며, 일말의 재능도 가치도 없지. 그 아이가 나의 피를 이었다는 사실 하나로, 여기에 있는 너보다도 ‘황제의 아들’에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느냐?

아서 대제가 말했다.

─ 기억하라. 우리의 거짓은 진실보다 더 진실하며 아름답다는 것을.

비로소 그림자가 보여주는 모드레드의 진실이 끝을 맺었다. 진실의 눈을 가진 그림자 군주가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흑금의 갑주로 무장하고 있는 거짓과 황금의 기수가 그곳에 있었다. 그 무엇과 비할 바 없는 결의를 다지며.

그를 보며 데일이 그대로 손을 휘저었다. 냉기와 어둠의 데스나이트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 속에서 암혈의 갑주를 가진 데일이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흘끗 주저앉아 있는 필립을 보았다. 자신이 성검사의 아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는 진짜 황자를.

아무래도 좋은 사실이었다.

그저 천검의 자리를 얻기 위해 데일은 그의 앞에 있는 제7황자 모드레드를 쓰러뜨려야 하고, 그게 다였다.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그나이트(Ignite).”

그림자 군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동시에 암혈의 갑주에 새겨져 있는 마그마가 터질 것처럼 시뻘겋게 이글거렸고, 마나 서클과 오러 하트에 ‘두 개의 열기관’이 덧씌워진다.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기계 장치.

5개의 서클과 더불어 하복부의 오러 하트에 덧씌워진 이계의 심상, 기계 공학의 정수가 비로소 기동을 시작했다.

그저 마나 에너지를 마력과 오러로 가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적색 마력이 공급하는 열에너지를 각각 마력과 오러로 바꾸기 시작했다.

두 가지의 힘을 폭발시키며 그림자 군주가 쇄도했다. 비록 데일이 덧씌우고 있는 아바타는 어디까지나 『검은 산양의 서』에서 비롯되고 있는 힘이다. 아직 ‘오러 마스터’로서 데일의 아바타가 아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자신의 전력을 모두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그마처럼 이글거리는 불꽃의 검, 적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흑금의 기사를 향해 휘둘러졌다.

카앙!

빛나는 황금과 이글거리는 불꽃의 칼날이 맞부딪쳤다. 그러나 그림자 군주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림자 망토’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육체의 일부, 데일의 그림자 의수이자 그림자 그 자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코앞에서 어둠의 포화가 빗발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끝없이 쏟아지는 그림자 총알들의 세례 속에서, 흑금의 갑주를 휘감고 있는 모드레드가 숨을 삼켰다.

동시에 그의 육체를 휘감고 있는 갑주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촤아악!

일찍이 데일이 그러했듯, 암혈의 갑주에서 끝없이 솟아나는 촉수들이 모드레드의 육체를 휘감고 방패를 자처했다.

끝없이 내리꽂히는 섀도우 불릿에 맞서, 촉수들이 고기 방패를 자처했다.

‘……그림자의 힘을 쓰고 있다.’

불사공 프레데릭이 그에게 무엇을 했고, 그 후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러나 진실의 눈이 보여주는 것은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저 그의 앞에 있는 존재는 일찍이 데일이 보여준 그림자 군주의 힘을 모방하고 있다.

불사공 프레데릭이 무엇을 노리고 그에게 그림자의 힘을 심어 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달라질 것은 없었다.

가짜는 결코 진짜를 이길 수 없을 테니까.

카앙!

서로의 그림자가 휘감기고, 황금과 불꽃이 맞부딪쳤다. 맞부딪쳤다고 생각하기 무섭게 어느덧 그림자 군주의 오러 블레이드는 시린 냉기를 흩뿌리며 청색의 빛을 머금고 있었다. 우주의 겨울을 담고 있는 냉기 무리가 칼끝을 따라 휘몰아쳤다.

카앙!

그대로 두 자루의 검이 부딪쳤다.

황금과 얼음이.

“……!”

쩌적, 쩍!

칼날이 교차했고, 데일의 검에 깃들어 있는 냉기가 모드레드가 쥐고 있는 황금의 칼날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두 개의 칼날이 맞물린 채 그대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뒤늦게 모드레드가 검을 물리려 했으나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도망칠 수 없는 겨울의 냉기가 황금의 검신을 집어삼키고, 검을 쥐고 있는 칼자루를 향해 미끄러지고 있었다.

“검을 놓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그 모습을 보며 데일이 싸늘하게 조소했다. 흑금의 갑주에 휘감겨 있는 모드레드가 비로소 당혹의 감정을 내보였다.

검을 쥐는 자들의 싸움에서, 쥐고 있는 검을 놓치는 것. 그 행위가 얼마나 치욕스럽고 비참하게 보일지 모르지 않을 테니까.

“기사의 긍지를 관철하며 얼음 동상이 되는 것보다는, 온갖 추악한 오욕(汚辱)을 뒤집어쓰고 살아남는 쪽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일이기에 조롱을 감추지 않았다.

“웃기지 마라…… 나는, 자랑스러운 제국의 제7황자 모드레드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모드레드가 필사적으로 무어라 소리칠 때였다.

쩌적.

종말의 냉기가, 비로소 칼자루를 휘감고 있는 그의 손가락에 휘감겼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우주의 겨울이 검과 칼자루, 손가락에서 손목을 타고 휘감기기 시작했다.

“어째서 검을 놓지 않았습니까?”

데일이 되물었다.

황금과 그림자를 덧씌우고 있는 거짓의 기수를 향해서.

“살려달라고 애걸하십시오.”

냉기에 집어 삼켜지고 있는 거짓의 황자를 향해, 데일이 말했다.

“패배를 받아들이고 목숨을 애걸할 경우, 기꺼이 이 죽음의 냉기를 거두어 드리지요.”

노골적으로 조롱을 감추지 않고.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와중에도 종말의 냉기는 착실하게 그림자와 황금의 갑주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목구멍 바로 밑까지 냉기가 올라왔고, 그러나 마지막까지 모드레드는 목숨을 애걸하지 않았다.

흑금의 기사가,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는 얼음 조각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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