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 * *
아카데미는 하나의 작은 왕국과 같다.
학교 특유의 폐쇄성과 더불어 학생들 사이의 위계는 절대적이며, 대개 서열이 정해지는 것은 아버지와 가문의 힘에 달려 있다.
설령 제국 유수의 귀족 자제들이 모이는 곳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서도 다시 작위의 높고 낮음이 갈리고, 파벌 여부를 비롯한 온갖 상황이 엮여 각양각색의 군상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그 점에 있어, 레너드 월터는 황립 아카데미에 군림하는 작은 왕이었다.
바로 그 적색 마탑의 장로 중 하나, 월터 백작의 장남이자, 3서클 최고 학부 제일의 실력자.
스물의 나이에 벌써 3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으며, 4서클 경지를 코앞에 두고 있는 황립 아카데미 제일의 엘리트.
머지않아 다가올 졸업 시험의 통과는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으리라.
이대로 적색 마탑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출세 가도를 걷게 될 재능 넘치는 승리자.
적색 마탑의 장로 ‘염혈(炎血)의 월터’가 아들 레너드에게 걸고 있는 기대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고, 그 까닭에 아카데미의 교수들조차 레너드의 비위를 맞추기 급급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레너드 월터의 통치 아래, 황립 아카데미의 3서클 학부는 순조로운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바로 그날, 데일이 ‘레너드의 왕국’을 침입하기 전까지는.
* * *
황도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 후.
어디까지나 ‘적흑의 교류’를 위해 초청받은 학생이자 흑색 마탑주의 후계자로서, 데일은 그곳에 있었다.
3서클 최고 학부의 학생들과 더불어, 아카데미 교수의 수업이 이루어지는 강당. 때마침 졸업 시험을 남겨두고 있는 어린 마법사들과 함께.
어느 의미에서는 참으로 어색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스물에서 삼십 남짓의 귀족 자제들 사이에 작센 가의 어린 장남이 섞여 있는 풍경이란.
“……다시 말해 화(火) 속성과 수(水) 속성이 서로의 상극이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지.”
4서클 마스터인 아카데미 교수가 말을 이었다.
비록 그가 가르치는 3서클 학생들과 고작 서클 하나의 차이라 할지라도, 3서클과 4서클 사이의 벽이란 이전의 서클 숫자와 감히 비교를 불허하는 것이었다.
3서클 경지에 도달해 마탑의 정식 마법사가 되고 나서, 그 후 일평생을 바쳐도 4서클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는 생각처럼 드물지 않다.
그렇기에 3서클 경지란 한 사람의 어엿한 마법사와 같으며, 4서클의 마법사는 ‘어엿한 마법사 그 이상의 경지’이자, 동시에 대다수의 범재가 벽에 막혀 좌절하는 종착점과 같다.
그리고 그다음의 경지가 바로 탑에서 그 나름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5서클의 영역이며…….
6서클의 영역이 되어야 비로소 마탑의 장로로 거듭날 수 있고, 7서클의 마법사들은 대륙 전체를 통틀어 고작 수십여 명 남짓이다.
아울러 그 위, 마법사로서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이라 불리는 8서클의 경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핏빛공과 흑색공을 비롯한 다섯 마법사들. 흑백적청녹(黑白赤靑綠), 오색 마탑에 군림하는 다섯 마탑주.
철저한 실력 지상주의의 세계이자, 그 실력의 기준이 결국 핏줄을 통해서 결정되는 아이러니함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마법의 세계다.
“교수님!”
바로 그때였다. 이어지는 교수의 수업 속에서, 느닷없이 손을 드는 남자가 있었다. 척 보기에도 주위의 이목을 사로잡는 금발의 미남자였다.
“레, 레너드 군……!”
그리고 그가 손을 들기 무섭게, 4서클 교수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다, 달리 묻고 싶은 것이라도 있나?”
“아, 그게 아니라…….”
교수의 물음에, 레너드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수업이 너무 지루해서 말이지요. 잠시 낮잠 좀 자도 되겠습니까?”
그대로 두 다리를 노골적으로 앞자리에 걸쳐 올린다. 곳곳에서 비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 부디 그렇게 하게나…….”
“일개 학생의 말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고개를 조아리는 겁니까?”
레너드가 다시금 조롱하듯 되물었다.
“아무래도 교수님께서는 우리 ‘적색 마탑의 사상’에 대해 다시금 재고를 해보셔야 할 것 같네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 그 점에 대해서는 재차 유의하도록 하겠다네.”
주위의 이목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그 태도에, 데일이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4서클의 아카데미 교수는, 레너드의 앞에서 비굴하게 고개를 조아릴 따름이다.
마치 이곳이 그의 왕국이라도 되는 것처럼.
설령 학생과 교수의 사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학생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는 교수의 비굴함이야말로, 힘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한 적색 마탑의 ‘의도적 교육 방침’이었으니까.
적색 마탑이 숭배하는 것은 오직 힘에 의한 질서다. 그렇기에 황립 아카데미는 바로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는 제국 사회의 축도 그 자체였다.
약자는 전부를 빼앗기고 강자는 전부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황립 아카데미는 제국의 엘리트들에게, 그 사실을 세뇌하기 위한 실험실에 불과했다.
강자존(强者存)이야말로 곧 제국이 추구하는 시대정신 그 자체였으니까.
“…….”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비웃음을 뒤로하고, 데일이 고개를 돌린다. 일순 레너드와 시선이 마주친다.
“아, 이게 누구야.”
데일과 시선이 마주치기 무섭게, 레너드가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였다. 교수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그 ‘검은 공자’가 아니신가!”
“…….”
“그 나이에 벌써 3서클의 경지에 도달했다지? 거기에 흑백 회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무려 ‘오크 워보스’를 홀로 쓰러뜨리다니!”
노골적으로 자신을 향해 내뱉는 조롱에, 데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역시 작센 공작 가의 후계자님이야!”
그저 덤덤하게 침묵을 지킬 따름이다. 이곳은 북부가 아니다. 그리고 황도 귀족들에게 아무리 작센 가의 악명이 높다 할지라도, 적어도 이곳에서는 북부 벽지의 대제후에 불과하다.
황제의 이름과 적색 마탑의 방패 뒤에 숨어 있는 그들로서는 무엇 하나 겁낼 이유가 없으리라.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운 제국의 마법사’로서 쉽게 고개를 조아릴 수 없다는 무모함이자, 오기(傲氣)에 가깝겠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물 남짓의 혈기 넘치는 애들에게 어리석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어쨌거나 데일이 보기에는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아이와 같았으므로.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과장되는 법이지요.”
그저 덤덤히 고개를 돌리고, 침묵을 지켰다.
등 뒤에서 노골적으로 일그러지는 레너드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 * *
마법의 수업이란 결국 실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업 속에서, 비로소 첫 소란이 발생했다.
“저, 정말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래서, 내 말에 못 따르겠다 이거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리 그래도 작센 가의 장남을…….”
레너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또래의 학생 하나가 당황하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 그러니까 네가 하는 거지.”
그 모습을 보며 레너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얼마 후, 서로가 짝을 지어 화염 마법을 통해 공방의 합을 주고받는 자리가 열렸다. 그리고 불꽃 마법에 조예가 있을 턱이 없는, 데일이 멀찍이서 그들의 실기를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교수님!”
레너드가 예의 교수를 향해 재차 소리를 높였다. 그 말에, 교수가 어깨를 움츠리며 숨을 삼켰다.
“모처럼 흑색과 적색 마탑이 교류하기 위해, 작센 가의 공자님께서 행차하셨는데.”
우스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응당 그에 걸맞은 ‘마법사의 교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법사의 교류.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데일 공자님에게는 아직 너무 위험하시려나?”
“좋습니다.”
노골적으로 속이 보이는 도발에, 데일도 달리 제의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 빌어먹을 애송이의 버릇을 고쳐주자고 다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바로 그때였다.
“제,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겁에 질린 채 움츠러들어 있는 학생 하나가, 데일의 상대를 자처하며 머뭇머뭇 손을 들었다.
‘오호라, 이것 봐라.’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비로소 데일이 어이가 없어 말을 삼켰다. 참으로 졸렬하기 이를 데 없는 방식이다.
어느 의미에서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작센 공작 가의 악명이 두려워 그 나름의 처세를 발휘하는 거겠지.
그렇기에 그 졸렬함이 더더욱 참을 수 없었다.
“데, 데일 군. 마법으로 공방(攻防)을 주고받는 규칙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교수의 물음에 데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마법사가 차례대로 공격과 방어를 거듭하고, 다시 역할을 바꾸어 수행하는 것. 데일 역시 모를 리가 없는 행위였다.
“생명점 목걸이를 차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데일이 되물었다.
“새, 생명점 목걸이?”
생명점 목걸이. 치명상에 가까운 ‘유효 타격’을 입을 경우, 실드 마법의 발동과 동시에 파괴되는 보호 장치.
보통 일개 학생들 사이에서 그 정도의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령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그 상황을 통제해줄 실력 있는 마법사가 있으니까.
“혹시라도 이 공방에서 희생자가 발생하고, 목숨을 잃게 될 경우.”
“……?”
그러나 흑색 서코트로 의태하고 있는 ‘그림자 망토’를 펄럭이며, 데일이 되물었다.
“그 책임은 어느 쪽이 짊어지게 되는 겁니까?”
“……!”
“정말 죽일 각오로 마법을 써도 되는 겁니까?”
발밑의 어둠 속에서 ‘그림자의 칼날’을 생성하고, 당장에라도 내리꽂을 듯 시퍼런 서슬을 흩뿌리며.
“교수님께서는 여차할 때, 정말로 제 일격을 막아주실 수 있습니까?”
“아, 아니! 잠시, 그게 아니라!”
레너드의 협박에 따라, 데일의 상대를 자처한 학생의 표정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모두가 레너드처럼 데일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이 상황 자체가 혹시 모를 작센 가의 악명을 겁내는 레너드의 졸렬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설령 그들의 프라이드가 그 사실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개중에는 ‘검은 공자’의 명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아카데미의 교수 역시 4서클의 경지에 이르러 있는 마법사로서, 지금 데일이 보여주고 있는 위압감의 실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검은 공자’의 악명과 잔혹함이 결코 절대 거짓이 아니라고 말하듯이.
“아, 아니, 아닐세……!”
교수가 경악과 동시에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레, 레너드 군의 제의는 취소일세! 취소하겠네!”
“뭐라고……?”
감히 자기 말에 거스르고 있는 교수를 보며, 레너드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지금 뭐라고…….”
“레너드 군의 제의는 취소하겠네! 내 부디 이렇게 부탁함세!”
그의 발밑에 조아려야 할 교수가, 데일의 앞에서 필사적으로 애걸하고 있었다. 레너드가 아니라.
4서클 마스터의 마법사로서, 데일의 아티팩트를 보고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악의(惡意)는 결코 일개 애송이가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심지어 감히 자신조차 어찌할 수 없는 성질의 힘이다.
그리고 데일에 의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짊어지는 것은 결국 교수의 몫이 되겠지.
필사적으로 레너드의 비위를 맞추는 데 여념이 없는 그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교수가 고개를 조아리는 것은 당장 레너드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레너드의 아버지, 적색 마탑의 장로이자 6서클의 마법사 ‘염혈의 월터’였으니까.
“부, 부디 방금 제의는 없는 것으로 해주지 않겠나?”
오히려 데일을 향해 애걸하듯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좋습니다.”
교수의 애걸 앞에서, 데일이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발밑을 따라 날뛰고 있는 그림자들이 그대로 정지했다.
일순, 두 주먹을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레너드가 보였다. 데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어둠의 검이, 다시금 망토 자락의 음영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끔찍한 악의.
데일이 그저 ‘그림자 망토’를 펼치는 것으로, 그 모습을 보자마자 모두가 어렴풋하게 직감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들 역시 마도의 길을 걷고 있는, 그것도 제국 유수의 재능이라 일컬어지는 마법사들이다.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당장 레너드가 데일에게 직접 결투를 신청하지 않는 것부터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격의 차이’에서 비롯하는 것이니까.
저것은 결코 일개 마법사 따위가 감당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어둠의 아티팩트를 마치 육체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는 그 모습에, 그들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작센 가의 장남에 대해 떠들어대는 명성이, 전부 거짓말은 아닐 수도 있겠다고.
* * *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날 새벽, 황립 아카데미의 바깥. 홍등가의 여자들 사이에서 술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레너드 월터가 소리를 높였다.
“이 빌어먹을 새끼!”
“아아악!”
일찍이 그를 대신해 ‘작센의 데일’와 마법 공방을 주고받았어야 할 학생을 힘껏 구타하며.
“제, 제발 용서해줘!”
“용서? 지랄하고 있네, 이 빌어먹을 새끼야!”
퍽!
고통 속에서 널브러진 그를 향해, 레너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길질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 동급생이나 창부들조차, 애써 평정을 지킬 따름이다.
염혈의 월터. 적색 마탑의 장로이자 6서클의 경지에 이른 적마법사이며, 제국 궁정백(Pfalzgraf)의 작위를 갖고 있는 귀족. 그리고 레너드는 바로 그 월터 가의 장남이었다.
적어도 이 왕국에서는 누구도 감히 그에게 거스를 수 없었다. 그랬어야 했다.
‘작센 가의 장남이 보여준 그림자의 검, 아무래도 호사가들의 이야기가 사실이었나 봐!’
‘그야 흑색공의 아들이니까, 정말로 제국 제일의 재능을 가졌을지도 모르지.’
‘맞아, 천하의 레너드 녀석도 겁먹어서 함부로 하지 못했잖아.’
‘의외로 레너드 녀석도 생각보다 별거 아닐지도 몰라. 아무리 장로의 아들이라고 해도…….’
‘그야 마탑주의 아들 앞에서는 별수 없겠지.’
그날의 일을 두고, 아카데미 전체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해야 할 교수조차, 레너드가 아니라 ‘작센의 데일’을 두려워하고 있다.
“빌어먹을 새끼들!”
그 사실이 참을 수 없었다.
스물 나이에 3서클 마스터가 되었고, 잇따라 4서클의 경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엘리트 마법사.
어릴 때부터 모두가 레너드의 재능을 칭송했고, 그렇기에 자신이 바로 제국 제일의 재능을 가진 마법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느 날, 저 북부의 벽지에서 ‘작센의 데일’이란 이름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8살 나이에 최초의 마나 서클을 새기고, 9살 나이에 두 개째의 서클을 이루더니──10살 나이에 이르러, 3서클의 경지를 이루었다.
매해 들려오는 ‘데일의 재능’은 그야말로 레너드의 존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믿을 수가 없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저것은 그저 호사가들의 입을 통해 과장되고 부풀려진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절대로 저 나이에 저 정도의 성취가 가능할 리가 없다. 제국 제일의 재능을 가진 마법사는 오직 하나, 레너드 월터여야 하니까.
“……나다.”
발길질을 멈추고 나서, 레너드가 주정뱅이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내가 바로 제국 제일의 천재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