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역대급 신동-16화 (16/301)

16화

* * *

저 멀리, 소로(小路)가 굽이진 으슥한 골목길의 끝자락.

“여기예요, 여기!”

다급히 샬롯의 옷자락을 잡아끌던 아이가 발걸음을 멈추기 무섭게, 불과 몇 초 전까지 엉엉 터뜨리던 울음을 뚝 그친다.

“왜, 왜 그래? 어머니는 어디 계시니?”

그치고 나서는 도망치듯 두 사람에게서 멀어진다.

“조심해.”

당황하는 샬롯을 제지하며, 데일이 조용히 손을 뻗었다.

“어이쿠, 이것 참!”

그늘진 골목 끝자락의 석벽 너머에서,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 들고 있는 암기 몇 자루를 과시하듯 흔들며.

“귀하신 공자님이 이런 누추하신 곳에는 어쩐 일입니까.”

잇달아 모습을 숨기고 있던 그림자들이, 두 사람의 주위를 에워싸듯 가로막는다.

‘합계 다섯 명.’

상급 시프가 하나, 나머지는 그보다 몇 수 아래.

기사들처럼 정식으로 오러 심법을 배우지는 못했으나, 자기류를 통해 나름대로 오러의 힘을 활용하고 있다.

공작 가의 수행 기사 두셋 정도는 능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리라.

밑바닥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갈고닦은 경험이란, 절대 우습게 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

데일이 냉정하게 그들의 숫자와 수준을 헤아리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샬롯이 칼자루 위로 손을 올린다.

“공자님께서는 조용히 물러나시지요.”

그 모습을 보며 상급 시프 ‘제이드’가 입을 열었다.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저 꼬마 계집입니다.”

“……!”

그 말에 샬롯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오르하르트 가의 영애를 너희 같은 한량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

“하! 레이디를 지키려는 기사도가 가상하군요.”

시프 제이드가 조롱하듯 말을 잇는다.

“그러나 공자님, 모름지기 세상일에는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할 것들이 있는 법입니다.”

절대로 작센 가의 공자에게는 손을 대지 않겠다. 그러니 이대로 조용히 물러나라.

샬롯을 버려라.

쉽게 말해서, 그것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였다.

“…….”

데일은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샬롯이 힐끗 이쪽을 바라본다. 아주 일순, 데일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동요가 느껴진다.

“나 작센의 데일은, 공작 가의 이름을 걸고 오르하르트 가의 영애를 지키기로 맹세했다.”

그렇기에.

“걱정할 것 없어.”

“데, 데일…….”

데일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약속했잖아.”

훗날 그녀의 검이, 능히 성검사의 심장을 향해 닿을 때까지. 작센 가의 이름으로 그녀를 보호해주겠다는 데일의 약속.

“아무래도 세상 쓴맛을 조금 보셔야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제이드는 조용히 혀를 찼다.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남은 것은 그저 실력을 행사하는 일.

커다란 상처 없이 공작 가의 장남을 제압하고 나서, 계집을 산 채로 손에 넣는다. 그대로 부하들을 향해 신호를 보내려는 바로 그 순간.

데일이, 손가락을 뻗었다.

손끝을 따라 마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마법!’

공작 가의 신동은 검과 마법에 있어 비할 바 없는 재능을 갖고 있다. 그 사실을 직감한 제이드는 마법이 닿기 전에 땅을 박찼다.

다섯 명의 시프들이 일제히 쇄도했고, 그 중앙에는 어린 소년 소녀가 놓여 있다.

마법사와의 싸움은 거리가 생명이다. 게다가 아무리 데일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아홉 살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제이드의 칼날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그랬어야 했다.

후우웅!

바로 그때, 바람이 불었다.

‘바람?’

아니, 바람이 아니다. 미풍조차 불지 않는 이곳에서, 데일이 걸치고 있는 망토가 미친 듯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 의미를 헤아리지 못한 부하 하나가 데일을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당장 피해, 이 멍청이들아!”

제이드는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걸음을 물렸다.

슈욱!

데일의 발밑에서 그림자의 칼날이 솟아올랐다. 칠흑의 꼬챙이가 되어서, 등 뒤로 달려드는 부하 하나의 목덜미를 향해.

목젖의 틈새로.

“컥, 커헉!”

푸욱!

울컥울컥 피가 흩뿌려졌다.

“이걸로 네 명.”

시선조차 두지 않고, 데일이 중얼거렸다. 일말의 감정조차 없는 목소리로.

그림자 칼날, 데일이 가진 아티팩트 ‘그림자 망토’의 제1형태.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꼬챙이에 목젖을 찔려 절명한 부하를 향해, 데일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림자 망토의 칼날을 도선(導線) 삼아 어둠의 마력이 내달린다.

콰직.

대상의 몸이 있을 수 없는 기형의 각도로 뒤틀린다. 그와 동시에 시체가 구토를 시작했다.

“우욱, 우우우욱!”

목구멍을 통해 체내의 온갖 내장들이 쏟아졌다.

심장과 창자, 폐와 위장과 직장…… 죽은 자에게는 아무 쓸모도 없는 생명의 부품들이.

그리고 텅 비어버린 시체의 체내를 향해──데일의 망토에서 솟은 ‘그림자’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한 마리의 살아 있는 뱀처럼. 발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독립된 형태를 갖추기 위해.

그림자 망토의 제2형태.

“키이이이익!”

그림자 기생충(Shadow Parasite).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아!”

자신의 귓가에서 환청처럼 울려 퍼지던 그 목소리가, 시체의 성대를 통해 토해진다.

콰직!

내장을 보호할 필요가 없어진 갈비뼈 일부가, 시체의 손에서 칼날처럼 솟아났다.

서슬 퍼런 백골검(Bone Sword).

아버지가 알려준 망자병의 기초를 떠올리며, 그림자 망토의 악의와 결합한 새로운 망자. ‘그림자 병사’가 땅을 박찼다.

굳이 따로 지시를 내릴 필요조차 없다. 망자의 체내를 숙주 삼아 뿌리내린 기아(飢餓)와 어둠의 의지에 이끌려 움직이는 것이다.

데일이 걸치고 있는 그림자 망토는, 여전히 미풍조차 없는 곳에서 펄럭이고 있다.

쉽사리 다가갈 수 없다.

“저 시체를 막아!”

제이드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다시금 칼날을 고쳐 잡았다.

공작 가의 핏줄이라고 느긋하게 봐줄 상황이 아니다.

이후 자신의 행동을 놓고 조직이 묻게 될 책임 따위는 뒷전이다. 방심했다가는 당장 여기서 모가지가 날아갈 마당이니까.

──저것이 고작 아홉 살 아이가 펼칠 수 있는 ‘재능의 영역’이라고? 그럴 리가. 일평생을 뒷세계에서 목숨을 내걸고 바쳐온 그이기에,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 저 아이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술들.

그것은 결코 공작 가의 천재 신동이라거나, 마탑주의 아들이란 사실로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의 영역이 아니다.

저것은 조금 더 음침하고, 악랄하며, 일말의 고결함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악의 그 자체였다.

“괴물 새끼…….”

칼날을 고쳐 잡고 다시금 제이드가 땅을 박찼다. 오러의 힘으로 체내를 순환시켜, 인간의 육체가 가진 한계를 초월한 신속(神速).

박차는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암기가 부채꼴로 흩뿌려졌다.

그러나 발밑에서 솟은 무수한 칠흑의 그림자들이, 방패처럼 솟아나 그의 칼날을 맞받아쳤다.

‘이 틈이다!’

저 망토가 생성할 수 있는 그림자의 칼날은 마력의 양에 비례할 것이다. 아무리 공작 가의 장남이 천재 같은 재능을 가졌다 해도, 방금 방어에 소비한 마력은 적지 않으리라.

타앗!

발밑을 따라 솟아나는 그림자의 꼬챙이들을 비껴가며 제이드가 질주했다.

재차 손에 들린 암기를 부채꼴로 흩뿌려서, 질주에 앞서 그림자 망토를 방어에 소모하도록 유도하며.

엇박자로 거리가 좁혀졌다.

“──.”

데일의 손가락 끝에 가득 응집된 냉기의 원소.

그러나 설령 코앞에서 쏘아질 볼트 마법이라고 해도, 제이드에게는 회피할 확신이 있었다.

숙달된 살수들에게 있어, 코앞에서 쏘아지는 무영창 볼트를 피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제아무리 수식을 추가 강화한 볼트 마법이라 해도, 실제 화살의 파괴력과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가 알고 있는 ‘볼트 마법’은 그러하리라.

“「더블 배럴」 · 「12게이지 00벅샷」.”

제이드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계의 말’이 영창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데일의 손끝을 따라 얼음이 결정화되고, 제이드는 자신의 감각을 집중시켜 결정화된 얼음의 탄도를 읽었다.

그러나 그 커다란 얼음이 부서지고, 다시금 아홉 개의 얼음 구슬로 흩뿌려져 쏘아질 때.

“……?!”

산탄 총알의 형태로 흩뿌려진 얼음의 탄착군(彈着群)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무수한 얼음 조각들이 그의 몸에 처박혔음에도, 제이드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육체가 갈기갈기 찢기고 내장이 짓이겨지는 고통 속에서 이를 악물었다.

‘아직, 아직이다……!’

‘아직이다.’

상대는 오러로 육체를 강화했고, 데일의 아이스 불릿 역시 실제 총기의 저지력(沮止力)에 비할 바는 아니다.

가까스로 치명상을 피해, 피를 토하고 내장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감내하며 제이드가 두 다리를 움직였다.

또다시, 거리가 좁혀졌다.

제로 거리.

‘이겼다!’

승리를 확신하며 제이드가 칼자루를 고쳐잡았다. 직전에 데일이 중얼거린 ‘더블 배럴’이란 말의 의미는 추후도 상상하지 못한 채.

두 개의 총열(Double Barrel).

이 세계에서 데일이 중얼거린 ‘이계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마 이렇게 말했어야 하리라.

──메모라이즈(주문 장전).

타앙!

마지막 순간. 말 그대로 ‘코앞에서 쏘아진’ 12게이지 벅샷이 재차 얼음 구슬의 형태로 흩뿌려졌을 때.

‘이 괴물 새끼…….’

그곳에 더 이상 사람의 형체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것은 싸움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학살이었다.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아아!”

두 손을 찢고 튀어나온 뼈의 칼날을 갈고리발톱(Claw)처럼 휘두르는 그림자 병사.

시퍼런 서슬이 깃들어 있는 백색 칼날이 조직원의 복부를 찢자, 그 틈을 비집고 내장이 갈기갈기 쏟아져 나왔다.

울려 퍼지는 비명을 뒤로하고 데일이 고개를 돌린다.

등 뒤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시선조차 두지 않고, 그의 곁에서 두 다리를 후들후들 떨고 있는 샬롯을 향해.

“사람이 죽는 걸 본 적은 처음이지?”

적어도 이렇게 끔찍하게 죽는 것은 처음이겠지.

“……응.”

샬롯은 겁에 질린 아이처럼 창백한 표정으로,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을 아끼지 않는 데일의 모습. 스틸레토 한 자루를 쥐고 결투를 응했을 때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실력.

정작 자신은 칼자루 위로 손을 올린 레이피어를 발검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가 참으로 우습고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아이스 불릿.”

데일이 다시금 손가락을 겨누었다.

끝으로, 살아남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려는 자가 하나. 손끝에서 응축된 냉기의 원소가 그의 발목을 향해 쏘아졌다.

타앙!

비명과 함께 발목이 통째로 사라진 남자가, 그대로 시궁창 바닥을 향해 고꾸라졌다.

“히, 히익, 오지 마, 오지 마……!”

그리고 최후의 생존자를 사냥하기 위해, 그림자 병사가 다가서려는 찰나였다.

“돌아와라.”

데일이 손가락을 튕겼다.

“키이이익!”

시체가 비명을 내질렀고, 그의 몸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터지고 나서는, 시체를 숙주 삼아 움직이던 ‘그림자’가 데일의 발밑으로 이끌린다.

데일이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발목이 터져 움직일 수 없게 된 남자를 향해서.

“사, 살려줘! 내가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해줄게!”

“알고 있는 것?”

“그, 그래! 모두 말해줄게! 말해줄 테니까, 제발 살려…….”

데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알려줄 수 있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어.”

무척이나 검고 어두운 눈동자를 하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고.”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덤덤하게.

“그런데 내가 왜 너를 살려줘야 하지?”

갸웃거리고 나서 데일이 대답했다. 다시금 자신의 손가락을 겨누며.

“괴물, 이 괴물 새끼……!”

또 그 말이다.

타앙!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비명이 울려 퍼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비명을 내질러야 할 입이 사라졌으니까.

“이것이…….”

침묵 끝에, 데일이 샬롯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작센 공작 가의 진짜 모습이야.”

그리고 공작 가의 악명(惡名)을 빌려 자신의 행위를 덧씌운다.

“우리의 약속대로, 너를 지켜주게 될 공작 가의 힘이기도 하고.”

“…….”

그 말에 샬롯이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두렵지?”

“……응, 조금.”

데일의 말에 샬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다.

“……그래도 날 지켜주기 위해 싸운 거잖아.”

그러나 샬롯은 두려움을 뒤로하고, 나직이 미소 짓는다. 조용한 결의를 담아서.

“고마워.”

샬롯이 말했다. 아무리 두렵고 겁이 나도, 결코 데일을 향해 괴물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일은 없다.

“너는 내 미래를 사겠다고 했지.”

데일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었어.”

아니다? 일순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데일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네가, 나에게 미래를 가르쳐준 거야.”

샬롯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현실 따위는 조금도 알지 못하는 나에게.”

사방에 널브러진 시산혈해를 뒤로하고.

“내 검으로 우리 오르하르트 가를 지킬 수 있는 미래를.”

절망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설령 작센 공작의 이름으로 지켜져도,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 믿었다.

아니었다.

비로소 자신이 처한 ‘진짜 현실’을 깨닫고 나서, 샬롯은 데일이 해준 말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데일이 샬롯에게 준 것은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희망이었다. 자신의 검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

“…….”

“그러니까, 내가 너의 검이 되어줄게.”

스릉.

자신의 레이피어를 꺼내며, 샬롯이 말을 이었다.

“나, 더 열심히 수행할 거야.”

비록 지금은 일방적으로 지켜질 수밖에 없는 처지라 하더라도.

“훗날의 내가 너를 위해 휘둘러지는 검이 될 수 있을 때까지.”

“……믿음직스럽네.”

그 모습을 보고 데일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바델 경에 대한 부채 의식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거두어준 것은 그저 철저히 그와 공작 가를 위한 행위다.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 ‘데일의 검’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은, 데일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 * *

사태가 정리되고 나서, 공작 가의 전령이 브란덴부르크 백작을 향해 한 장의 서신을 전달했다.

작센 공작의 이름과 서명이 직접 새겨져 있는 서신이었다.

‘참으로 어려운 걸음이 될 것이라 예상하오나, 백작님을 작센 공작성에 초청하고 싶습니다.’

무척이나 정중하게, 그러나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무언의 압력을 담아서.

‘부디 우리의 성의를 보아서라도,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상황을 헤아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신검의 딸을 납치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은, 이미 문제조차 아니었다. 얼마 전에는 시프 길드에 접선을 지시한 자신의 밀사가 실종되었다.

“그 빌어먹을 새끼들, 일을 망쳐놓다니……!”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한 흑색공의 호출. 제 발로 사지에 걸어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는 짓이다.

그러나 제국 제일의 대귀족이 행사하는 그 압박에는, 천하의 성검사라 할지라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