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대의 칼끝에는 나비가 머물렀다-64화 (64/100)

〈 64화 〉 아일린 if+

* * *

중간부터 바뀜;

/

침묵.

불쾌한 침묵이었다.

종유석에서 물이 똑, 똑, 하고. 조용해진 온천의 수면 위로 열두 방울 쯤 떨어졌을 무렵.

아일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안해, 코넬리아. 내가 잘못 들은 모양이야. 방금 뭐라고 그랬어?”

“유르덴킬라이나로 가자.”

“다시 한 번 말해줄래?”

한 번의 잘못은 필연적이고, 두 번의 잘못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째라면.

어떤 오해도 섞일 수 없다.

나는 짧게 고민했다.

그만두려면 지금이 마지막이야.

딱히 아일린이 입을 열어서 말은 하진 않았지만,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기백, 투기, 혹은 그런 비슷한 종류의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테레제라면 너희 모두 받아줄 거야.”

결코 나의 주인 테레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자애만을 믿고서 함부러 내뱉은 말이 아니다.

물론 믿긴 믿지만,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다는 의미에서­.

하여튼, 나도 나름 생각한 바가 있다.

예전 테레제는 아일린이 구해낸 아이들이 교회에 맡겨졌다는 나의 말을 들었을 때, 그 아이들이 결국 교회의 개로 자라나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결국 윌리엄의 개가 되건, 메흐렌 신의 개가 되건, 아이들의 앞날은 그다지 달라질 것도 없다는 식의 말투였었지.

그리고 표정에는 아쉽다는 감정이 뚜렷했었다.

그 아이들이 하필이면 자신과 꽤 소원한 친구이자 적과 종이 한 장 차이인 메흐레니아 교단으로 간 것이 굉장히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해야할 말은, 아일린에게 납치당하고, 생각한 시간을 받은 이래 나 홀로 줄곧 나름 생각해서 꺼내는 대답이다.

“아일린. 유르덴으로 가자.”

혹자는 사람으로서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윌리엄의 개인지, 교회의 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테레제의 개인지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나는 아일린과 아이들이 나와 같은 무리의 개가 되었으면 했다.

들개가 되는 것 역시 매력적이고 괜찮다고 생각하긴 해도, 이미 내겐 목줄이 걸려있으니.

“그래. 그게 네가 내린 선택, 이라는 거지......?”

싸늘해서, 어딘가 섬찟한 목소리.

이런 반응이 돌아올 줄은 알고 있었어.

나는 그 싸늘함을 견디려 노력하면서 한층 무거워진 입을 열었다.

“유르덴 공작가가, 유르덴의 테레제가 못 미덥다고 생각하면, 내게 그들을 위해 변호할 시간을 줘. 내가 설명해줄게. 테레제는 반드시 너희들에게­”

“네가 왜 그 인간들을 위해 변호해야만 하는데?”

“그다지 탐탁지 않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네가 왜 그 여자를 변호해?”

아일린이 조용히 되묻는다.

‘왜냐하면’에 대한 답은 있다. 나는 테레제의 개가 되었으니까.

내가 그 아이의 개가 되길, 나의 의지로써 선택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걸 아일린에게 말할 수는 없잖아.

그러니 공익에 대해서. 저기 물장구 치며 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해서.

“아일린 너만이 아니라, 저 아이들 모두를 위한 이야기야.”

“나를 봐달란 말이야!”

아일린이 소리치며 자기 손목의 금속실을 붙잡고 확 끌어당겼다.

금속실을 붙잡은 옅은 장밋빛 손가락과 손바닥, 그리고 팔목까지, 백옥같던 피부에 순식간에 붉은 실이 그어지고,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금속실을 타고 핏방울이 방울져 온천의 수면에 뚝뚝 떨어진다.

메아리. 저쪽에 닿지 않았기를.

“아일린, 난.......”

“코넬리아.”

한 번 큰 목소리를 낸 아일린은 끓어오르는 걸 조금씩 조금씩 내뱉는 듯 낮은 목소리로 나의 변명을 시작부터 차단했다.

감은 눈을 찡그리면서. 감정을 담아서.

아무래도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시설에서 나온 이래 줄곧 너와 다시 만나기만을 기다렸었어.”

“알아. 이해해. 나도 너와 만나고 싶었으니까.”

“이해해?”

아일린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말한다,.

“내가 거기서 어떻게 나왔는데, 눈도 멀어버린 주제에 칼자루 따위 다시 잡고 싶었을 것 같아? 하지만 칼끝이 무뎌지지 않게 칼을 계속 휘둘렀어. 시설의 아이들을 구했어. 너를 계속 찾아다녔어. 나는 줄곧 네가 나 말고도 다른 아이들을 구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아이들을 구하면 너를 도울 수 있을 거야. 어쩌면 너를 찾을 실마리가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했기에 사람까지 죽여가면서 아이들을 구했던 거야. 그런데..., 이게 뭐야.”

“.......”

“다시 말해줘. 1725번. 이런 나를 이해한다고?”

그랬, 었나.

내 생각이 짧았어. 젠장.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솔직하게 말하는 건, 어떨까.

모르겠어.

정답은. 없겠지.

“미안해, 아일린.”

“아니, 코넬리아.”

“나는 그냥 너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이야. 테레제는 내 주인일 뿐이잖아. 사용인이 연...인과 함께 있는 건데, 일 끝난 이후의 쉬는 시간, 내 사적인 일까지 테레제가 간섭하진 않을 거야.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연인?”

“앞으로도 줄곧 너를 보고 싶어서. 너와 함께 있고, 싶어서.......”

저질렀다.

몰라, 젠장.

나의 무의식이 혀를 통해 멋대로 당장의 고난을 벗어나려고 저지른 헛짓거리가 아닐까 싶긴 했지만, 후회하는 것도 이젠 너무 늦다.

그래도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아일린이 피로 물든 금속실을 놓더니,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에라이, 됐어.

뻔뻔하게 보이더라도 조금 뻔뻔하게 나갈까.

“미, 미안해. 아무래도 내가 너무 지레짐작한 것 같아. 그냥, 그. 방금 내 말은 뭘까. 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였어. 그래.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 둘의 사이가.”

“아으으....... 너 정말......!”

“당황하게 만들어서 미안. 정말 미안해!”

아일린이 새빨간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온천 탓은 아니겠지. 화난 거다. 어처구니 없는 변명이었으려나.

다시 불편한 침묵이 감돌았다.

아까는 서로 마주 바라보고 있었고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이었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정반대로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핏기가 가득해서 얼굴이 새빨갈 정도였지만, 그래도 아까만큼 불쾌하진 않았다.

그래. 차라리 그렇게 화를 내주라.

“조금 치사한 거 같아.”

“아하하.......”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치사해. 엄청 치사하다구!”

아일린의 고개가 천천히 내 쪽으로 돌아온다.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면서 어떻게 아느냐면,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려서 아일린이 어떤 표정인지 보려 했으니까 안다.

여전히 아름답고, 착하고, 조금 짖궃지만 배려심이 넘치는, 귀여운 소녀.

정말로 이 아이를 저 지옥 속에서 구해내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과 현생 모두 더해서, 대충 나를 굽히고 살다 보니 어떻게 쭉 살게 된 내게 단 하나 업적이라 말할 만한 게 있다면.

그건 분명 아일린을 구한 것이겠지.

......눈앞에서 화산처럼 화내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여자애처럼 굴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응?”

찰랑. 수면이 크게 흔들리는 소리.

아일린이 앉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내게 손을 뻗었다.

피범벅인 손끝. 베인 상처가 가득한 그 손을 다시 내 얼굴에 닿게 했다.

아까 전처럼, 다시 내 얼굴을 손끝에 새기는 듯했지만, 뭔가 조금 더 쓰다듬는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잠깐, 방금 무슨 소리야, 아일린.”

“시끄러워, 코넬리아. 이건 다 네가 치사하고 못된 탓이니까.”

“야아, 야! 아일­”

아일린을 부르려 했는데, 턱을 붙잡혔다.

붙잡혔다, 고 말할 정도로 험악한 손길은 아닐려나.

오히려 부드러운 손길.

그리고 당황한 사이, 순식간에 입술을 빼앗겼다.

마치 육식동물이 사냥감을 낚아채는 듯한 느낌.

아니.

낚아채인 것이, 나.

불운­아니면 행운­하고, 또한 순진한 붉은 눈의 양. 눈토끼? 하얀 털실쥐.

당장 멈추어라­라고 외치고 싶은 한 순간이 쏘아진 화살처럼 지나가고, 끝내 아일린이 내게서 입술을 떼었다.

가느다란 타액의 다리가 서로의 입가에 길게 걸친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한다.

어릴 적처럼 여전히 장난기로 가득한 아일린의 미소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 지 모르는 채, 그저 넋 나간 듯 아일린을 바라보는 소녀.

가늘게 뜨인 아일린의 눈이.

그 속에 담긴 공허한 색의 눈동자가 미칠 듯이 매력적이었다.

매료되었다.

이거, 글렀다.

“안 돼.”

이성의 끈을 놓아 날려보내고, 아일린에게 키스하려 얼굴을 들이민 순간.

내 입술에 연한 장밋빛 검지손가락이 대어졌다.

단칼에 거절, 이라고......?!

“아, 아일린.”

내가 뱉은 목소리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애달파하는 거 아닐까.

아니, 좋은 분위기였잖아.

이거 아일린이 먼저 시작했잖아.

허락한 거 아니었­

“왜 여기서­”

아일린이 양머리 수건을 풀어헤쳤다.

흐드러지는 새까만 머리카락에 눈을 빼앗긴 순간, 다시 한 번,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뭔가 떠오르려던 생각도, 순간 입 바깥으로 튀어나오려던 불만도, 모조리 지워져간다.

/

아일린은 내 입술을 빼앗으면서 내 품으로 다가온다.

온천에 몸을 반쯤 담그고 있던 내겐 도망칠 곳도 없이, 아일린의 가녀린 육체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뒤로 밀려날 뿐이었다.

그리고 찰나. 아쉽게도 얼굴이 또다시 천천히 떨어져간다.

텅 비어버린, 색을 잃은 눈동자.

하지만, 어렴풋한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가느다란 미소.

절반은 온천 속. 절반은 돌 위에 누워, 어느새 나의 무릎 위에 올라탄 아일린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분명 아일린에게 짓눌렸는데도, 여전히 붕 뜬 기분이다.

기대하고 있는, 걸까?

“아일, 린.......”

“코넬리아. 지금 너. 아까부터 계속 내 이름밖에 입에 담지 못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읏......!”

“좋아. 새빨갛게 익었네. 기대하는 게 있다면 한 번 입에 담아보지 않겠어?”

“너도, 새빨간 건 똑같잖아...!”

“......맞아. 실은, 나도 엄청 기대하고 있거든.”

아일린이 달콤한 목소리를 흘리면서 손끝을 내 발목에 올렸다.

온천의 열기 탓인지, 아니면 서로의 체온 탓인지, 몸이 마치 불덩어리처럼 뜨거워서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일린의 손이 간지러워서.

부끄럽지만 사랑스러워서.

종아리를 타고, 허벅지를 올라오는 아일린의 손을 밀쳐내지 못했다.

“싫은 건 아닌가봐?”

멈추려면 지금뿐이지만.

나는 애매한 웃음으로 아일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결코 내 품에 안겨준 아일린을 떨쳐내고 싶진 않았으니까.

내 마음이라도 읽었는지, 아일린의 얼굴이 조금 더 다가와 내 가슴팍에 파묻혔다.

“쿵쿵”

“으으.......”

“엄청 커다란 심장소리.”

마치 터질 듯이 뛰고 있겠지.

나, 부끄러워 하고 있는 걸까.

“하윽.......”

전혀 고민할 필요 없다는 듯이, 아일린이 내 가슴을 핥았다.

마치 내 젖가슴을 자기 타액으로 아주 뒤덮어버리겠다는 듯이, 잔뜩 질척질척하게.

앞니로 살짝살짝 희롱하며, 허벅지 안쪽 언저리에서 마음 가는 대로 흔들리고 있던 손가락을 좀 더 위로 올렸다.

자극. 자극. 계속되는 자극에, 시야가 새하얗게 변해간다.

이젠 내 입에서 흐르는 단내에 내가 취할 것만 같다.

아니면 이미 취했거나. 어느새 가슴을, 쇄골을 타고 목덜미까지 올라온 아일린의 입김도 못지 않았다.

“솔직히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으, 윽.”

“좋아해.”

귓가에 아일린의 속삭임이 내려앉고 동시에 귓바퀴를 물렸다.

아일린의 혀가 귀 근처를 엉망진창으로 희롱한다. 순간적으로 흘러들어온 큰 자극에, 나는 경련하며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아일린을 떨쳐내려 했다.

그 순간, 아일린의 남아있던 다른 손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이젠 물러나지 못해.

순간적으로 놓고 있었던 이성이 되돌아온다.

비명소리에 가까운 내 목소리가 애원하듯 소녀의 이름을 부른다. 너무 멀었다.

되돌아갈 수 없어. 물러날 수 없어.

내 거야. 아일린이 마치 그렇게 말하듯이 붙잡은 내 손목을 땅에 고정시킨다.

“하으, 하으으으, 아일린. 아일, 리이인.”

“이쯤 하면 되었으려나?”

허벅지를 타고.

아일린의 손가락이 내 안에 침입해온다.

막히는 것 없이, 나의 두 둔덕 사이를 작게 벌리고 단번에 파고들어온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자극에, 몸이 뒤틀리고, 이성이 다시 가출나가고 만다.

옛 속담 중에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더라.

알 것도, 같으려나.

“미안해.”

아일린이 아프지 말라고 타이르듯 내 귀에 속삭인다.

내가 내뱉고 있는 듯한 교성 틈새로 아일린의 목소리가 아찔하게 파고든다.

“나도 경험 없는 처녀거든. 어떻게 하면 기쁠까,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을까.”

“아으, 하으윽, 응, 아아......”

“나도 잘 모르지만. 몰랐었지만. 뭐어. 내 손가락을 이렇게나 꽉 물고서 놓아주려 하지 않는 걸 보니까 대충 알 것 같네.”

“그런 마알, 하지 마아아.”

“정말.”

아일린이 마치 악마처럼 웃었다.

내 안에서 꿈틀거리며, 기분 좋은 곳을 찾아 엉망진창으로 휘저으며, 짖궃게 말한다.

“저기 반대편에서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 들려?”

“몰랏, 읏응. 들릴 리가, 없잖아아.........”

“우리는 가족이잖아. 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하윽, 아, 일리인. 그만, 으. 잠깐, 만. 조금만, 으읏..., 쉬게.”

“우리, 여동생들 앞에서 섹스하는 거야. 부끄럽게도 깨끗한 호숫물을 잔뜩잔뜩 애액으로 더럽혀가면서.”

“아일리이인.”

“......혀가 다 빠졌네. 그래도 코넬리아 혼자 행복한 얼굴을 하게 둘 것 같아?”

어렴풋이, 살짝 가학적인 듯해 보이기도 하는 미소.

그래도 역시, 나만 행복한 건 비겁하려나.

몸을 살짝 들어, 아일린에게 입을 맞추었다.

짧게.

그리고는 허리가 빠진 듯 움직일 수가 없어서 다시 돌 위에 쓰러졌다.

“귀여운 반격이었어, 코넬리아.”

“혼자서는 싫으, 니까.”

“기특해라.”

조금 더 깊게.

뱃속 깊은 곳의 어딘가에 손끝이 닿았다.

약점?

“하윽, 흐아아아앙. 아일, 리인. 아일린! 나, 더 이, 흐윽. 상은.”

집요하게.

잘 알았다는 듯이.

계속해서 자극해온다.

도망치려던 손이 붙잡힌다. 서로의 다섯 손가락이 손깍지를 만든다.

“가버려도 좋아, 코넬리아. 내가 허락할게. 괜찮아.”

정말.

괜찮, 으려나.

“그 정도로 '코넬리아'는 망가지지 않으니까.”

“아으, 으으으. 으.”

그리고 다시 한 번.

깊게.

너무 행복해서, 기뻐서.

내가 아니게 된 내가 언어가 되지 못하는 신음성을 내질렀다는 것까지는 기억한다.

새하얗게 점멸한 시야가 되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괜찮아?”

어느새 온천 바깥으로 끌어내어져 있었다.

......기절했었나보네.

맙소사.

메흐렌 맙소사.

나. 대체 뭘 저지른 거야.

“대체 내 손가락이 얼마나 기분이 좋았길래.”

“그, 그렇진.”

“거짓말 하기는. 아직도 새빨간 얼굴인데.”

“기다려. 변명하게 해줘.”

“해봐. 그런데 남자였었으면서 여자아이의 첫 섹스에 바로 가버린 우리 코넬리아 양의 변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려나.”

“야, 잠깐.”

“히야아아아아아앗?!!”

둘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종유석 뒤쪽. 류드밀라의 얼굴이 빼꼼, 하고 나와 있었다.

이런 씹.

조졌.

“그게 섹스인 거예요?! 아이 만드는 거! 섹스라는 거 처음 본 거예요! 민달팽이같애!”

“류드밀라.”

“모두한테 알려줘야지!”

나는 아일린이 짱돌을 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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